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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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사회의 쓸쓸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소설






장강명의 연작 소설 <산 자들>을 읽었다. 10편의 연작 소설을 만났다. 이 책을 소설로 분류하는 것이 맞는가란 의문이 들었다. 소설 속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아니 누군가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마치 내 이웃에게 일어난 실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바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취업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뼛속 깊이 서민을 이해하고 있는 저자 장강명의 이야기가 나의 마음을 울린다.



매우 균형 잡힌 소설들이다. 한쪽에 치우쳐진 시각이 아닌 중립적 시각이기에 더욱 와 닿는다. 누구의 잘못이라 말할 수 없는 사회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문기자였던 그의 이력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에서 그저 먹고 살고자 한다. 취업을 위해 대외 활동의 신이 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해도 짤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쫓겨날 상황에서 어떻게든 버텨야 하며 비극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수 많은 경쟁 상대와 정보를 나눈다. 자영업이라도 다르지 않다. 이웃간의 경쟁으로 죽고 살기의 매일을 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예술인도 돈 앞에서는 그저 약자다.

은영은 여자아이가 원하는 대로 서류를 만들어 주었다. 여자아이가 사무실을 나설 때 은영은 겨우 입을 열었다.

"이게 처음부터 다 계획이 돼 있던 거니?"

여자아이는 걸음을 멈췄다. 말문이 막힌 듯 했다. 여자 아이는 그렇게 몇 초간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

알바생 자르기 (p41)

<알바생 자르기>의 피해자는 과연 누구일까.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을 한다. 사장은 알바생이 마음에 들지 않고, 은영은 알바생을 굳이 바꾸고 싶지 않다. 알바생은 빚을 갚아야 하며 살아남아야 한다.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기에 문제라 생각하지 못했던 알바생을 자르는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사장 입장에서는 무표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알바생을 자르고 싶을 것이다. 사무실 분위기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알바생은 잘리더라도 법적으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보호를 최대한 누리고자 한다. 그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알바생의 모습에 은영은 보통내기가 아닌 알바생의 모습에 당황스럽다.


"아가씨가 나를 본사에 소개하거나 추천해 줄 수는 없소? 내가 제빵 경력이 50년이에요. 못 만드는 빵이 없어요. 빵의 달인이지."

현수동 빵집 삼국지 (p155)

<현수동 빵집 삼국지>는자영업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골목 상권을 위협한다는 몇 년 전 기사에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동네 빵집이 보호 받아야 한다에서 부터 시대적 흐름에 어쩔 수 없다는 의견, 동네 빵집이 더 분발해야 한다는 일침과 프랜차이즈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경고 등 의견들에 별다른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다.

빵집이 세개가 있다. 박리다매 빵집, P 프랜차이즈 빵집, B 프랜차이즈 빵집이 서로 대결한다. 그들의 경쟁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는 그저 셋 중 하나를 선택해 빵을 사먹을 뿐이다. 프랜차이즈 빵집에 맞서 저렴하고 건강에 좋은 빵들로 고객들의 칭찬이 자자하지만 매출은 점점 떨어진다. 프랜차이즈 빵집이라고 편한 것은 아니다. 본사의 지침을 따르기에도 벅차고 고되다. 경력 50년의 빵의 달인도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게 말이 돼요? 선녀는 그 뒤로 2년 동안 그런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 던졌다. 재건축이랑 재개발이 뭐가 달라요? 똑같이 곰팡내 나는 빌라에서 똑같이 수십 년을 세들어 살았는데 왜 누구는 100만 원을 받고 누구는 한 푼도 못 받는 거예요? 땅을 깊이 파고 덜 파고의 차이라니, 말장난해요?"

사람 사는 집 (p164)

<사람 사는 집>은 한국의 집 문제는 정말 다양해 풀기 어려운 숙제와 같다. 그 중 재개발로 인한 갈등은 돈과 생존의 귀퉁이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싸움이다. 세들어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만 하는 것일까.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에 반해 각종 기사는 집값과 돈에만 관심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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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참 많은 부분들이 공감되었다. <카메라 테스트>와 <대외 활동의 신>은 취업과 관련된 내용을 담았는데 나 역시 취업 전선에서 힘들었던 지난 시절을 기억하며 회상에 젖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 노력들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취업에 성공한 요인은 그저 운이 좋아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사는 문제, 일자리 문제, 장사 문제 이러한 문제들은 서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이다. 문제가 발생했는데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모두, 친절하다>의 이야기처럼 우리 사회의 문제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란 의문이 남는다. 그 누구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 사회의 쓸슬한 형태를 정말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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