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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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돌아왔다

섬뜩한 반전을 선사하는 공포 스릴러




C. J. 튜터의 첫번째 작품 <초크맨>을 인상 깊게 읽었다. 그녀의 두번째 작품 <애니가 돌아왔다>는 그녀의 색깔을 보여주되 재미있는 소설의 원칙들을 철저하게 지키는 기본기가 탄탄한 소설이다.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형태의 소설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마지막 한 줄까지 우리에게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 줄을 읽지 않으면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지막 한 줄을 읽은 후 한동안 혼란에 빠져 어리둥절했다.

나는 네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알아. 그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어.

(p36)

주인공 조 손은 고향마을 광산촌 안힐로 돌아간다. 영어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만나고 동네 사람들을 만나며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하나씩 껍질을 까듯 드러나는 실체는 독자의 궁금증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책의 제목처럼 애니가 돌아왔다. 조손의 여동생은 실종되었다. 그런데 실종되었던 애니가 며칠 후 돌아왔다. 돌아온 애니는 무언가 이상하다.


"갱도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했다고?"

우리는 그랬다는 뜻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그 구덩이라고 했다. 그것의 정체를 이미 아는 듯이 그랬다. 그리고 그 구덩이는 사실상 갱도와 전혀 달랐다.

(p181)

과거 스티븐 패거리는 갱도의 입구를 발견한다. 스티븐 패거리의 한 명이었던 조 손도 역시 함께 했다. 갱도라고 생각했던 그 구덩이는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패거리는 입구를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나는 아까보다 시원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춥게 느껴졌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추운 게 아니었다. 이상하게 추웠다. 섬뜩하게 추운 거지.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동하는 그림자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살아서 움직이는.

(p312)

공포의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가져간다. 수많은 딱정벌레 무리를 등장시켜 마치 내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어두컴컴한 낯선 공간에 순백의 뼈다귀와 딱정벌레 무리가 함께 하는데 불이 꺼져 암흑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스토리는 전개된다. 이 자체가 공포다.

"동생한테 무슨 일인가가 벌어졌어요." 나는 느릿느릿 얘기한다. "뭐였는지 설명은 못 하겠어요. 동생이 돌아왔을 때 전과 같지 않다는 걸 그냥 알 수 있었거든요. 내 동생 애니가 아니었어요."

(p341)

돌아온 애니는 전과 달랐다. 알수 없는 악취가 몸에서 나며 알몸으로 오줌을 싼다. 애니가 다시 괜찮아 질거라는 기대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이 공존하는 조 손에게 애니는 공포의 대상이다. 나라면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갈 수 있을까. 그저 어린 학생이었던 조 손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드러나는 과거의 사건의 전말은 쉽사리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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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단단히 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며 긴장감을 유지하는 저자만의 특별한 장치가 있다. 공포 영화는 시각과 청각을 지배하지만 공포 소설은 상상력을 지배한다. 상상력을 지배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조 손과 함께 알몸으로 비열한 눈빛으로 칼을 든 애니와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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