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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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시고기



부성애란 이런 것이다.

아직 읽지 않았다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인생소설

감정이 메마른 매정한 나를 울린 소설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나도 익히 '가시고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소설이며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왜 이제서야 이 책을 만나게 되었을까.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다시금 사람들에게 회자될만큼 강력한 힘을 가졌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읽는 가시고기는 나에게 선물이며 축복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말썽이 점점 늘어나는 아이가 오늘은 참 이뻐 보인다.



아내는 이 책을 읽고 책을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서의 재미를 알았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깨우쳤다고 한다. 그만큼 재미있고 슬프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리고 나의 마음 역시 뒤흔들었다.

내가 하늘나라로 가 버리면 아빠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까요. 엄마가 떠났을 때처럼 진탕 술만 마실까요. 그게 무지무지 걱정이랍니다.

p15

이 구절이 계속 뇌리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눈물이 핑돌았다. 몇 페이지 읽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슬프다. 큰일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펑펑 울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과 함께 가슴이 아려온다.



아버지의 시각과 아이의 시각이 번갈아 가며 나온다. 특히 아이의 생각과 시각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아버지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아이의 생각이 대견하면서도 슬프다.

속내를 숨길 줄 아는 아이였다. 주위에선 어른스럽다거나 속이 깊다고 했다. 그에겐 칭찬이 아닌,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지 못했다는 호된 나무람으로 들렸다.

p128

아이는 아이다워야 함이 정상일 것이다. 아이가 어른스러운 모습이 어찌 이렇게 아쉬울까. 정말 칭찬으로 어른스럽다는 말이 부모 입장에서 이토록 자책하게 하는 말이 될까. 병이 다른 사람의 말을 부정적으로 만든 것일까. 철부지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저 아무런 걱정없이 눈치보지 않고 철없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가시고기는 참 이상한 물고기예요.

엄마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버려요.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요. 아빠가시고기가 혼자 남아 돌보죠.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은 채 열심히 지켜내죠. 아빠가시고기 덕분에 새끼들이 무사히 알에서 깨어납니다. 아빠가시고기는 그만 죽고 말아요. 새끼들은 아빠가시고기의 살을 뜯어먹고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결국 아빠가시고기는 뼈만 남게 됩니다.

p192

아빠가시고기의 부성애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아버지의 희생은 소설과 정말 잘 어울린다. 나도 같은 상황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과 내 자신까지도 희생할 수 있을까. 소설 속의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아버지의 심정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 무엇인가 뒤통수에 부딪혀 강렬한 파열음을 내며 부서졌다. 무서운 속도로 대기권을 뚫고 날아온 유성이 지구의 표면에 충돌하듯 그렇게. 한순간 머릿속이 텅 비어졌다. 빛도 소리도 차단된 무중력 공간으로 두둥실 몸뚱이가 떠오르는 듯했다. ... 그는 웃었다.

p265

생각치 못한 악재가 닥쳐왔을 때 이런 기분일까.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한 순간. 사고가 정지되고 감당할 수 없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이 웃음이 아님을. 이해가 되는 그의 웃음에 나의 머릿속도 멍해진다. 어떻게 해야할까.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자 전속력으로 달렸는데 결승선이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 느낌.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느낌. 나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아버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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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의 마지막 장을 나 혼자 서재에서 덮었다. 마지막 장은 혼자 있는 곳에서 읽고 싶었다. 가슴이 아려온다. 왜 그리 아이에게 매정하게 대했어야만 했을까. 아이가 덜 힘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을까. 굳이 그랬어야만 했을까.



책을 다 읽었는데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책이 전하는 감동과 여운을 쉬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부성애란 이런 것이라며 말한다. 아직 나의 부성애는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반성까지 하게 한다. 자기 자신보다 미련하게 아들을 사랑한 아버지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이 300만부 초베스트셀러임에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내일부터 만나는 바람들에게 가시고기를 읽었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리고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꼭 읽어보라고 강력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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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오 옮김 / 하다(HadA)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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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순수한 도련님이 만나는 불합리한 세계





나쓰메 소세키(1867~1916)는 일본의 셰익스피어, 국민작가라 불리는 근현대 일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준 작가다. 그의 작품으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마음' 그리고 '도련님'을 익히 알고만 있었고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고전이라 읽기 힘들 것이란 우려와는 달리 가독성이 좋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도련님의 시각으로 그려지는 작은 지방의 중학교에서의 일들이 낯설지 않다. 우리는 도련님이 되어 본다. 그의 처지에 같이 공감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의심하고 생각을 공유한다.

시코쿠 지방에 있는 어느 중학교에서 수학 선생을 구한다는데 자네 갈 의향이 있는가? 월급은 40엔이래.

불의에 순응하지 않는 도쿄 출신의 도련님이 주인공으로 그의 내면 서술이 인상깊었다. 마치 저자 자신의 내면을 그리듯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순수하면서도 정의롭고 바른 기본적 인성을 바탕으로 세상과 만나는 도련님은 우리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겉으로 아주 바른 사람일지라도 내면에서의 생각과 대화는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리도 역시 그러하며 그게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는 사람의 기본 습성일 것이다. 웃으며 대화하는 사람이 속으로 욕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게 속다르고 겉다르다며 욕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디 돌을 던져 보아라. 도련님은 그래도 생각과 행동이 일관된 편이다.

물론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되지. 하지만 본인이 나쁜 짓을 하지 않더라도 남이 나쁜 짓을 하는 걸 깨닫지 못하면 낭패를 보게 된다는 걸세. 세상은 만만하고 담백한 것처럼 보여도, 친절하게 하숙집을 소개해 준다고 해서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되는 법이야.

p107

어느 조직이나 문제가 있지만 교묘한 술수로 상대를 음해하는 사람이 있다. 때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정신병이 있다는 둥 망상을 한다는 식의 오해를 받기도 하기에 진실 파악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작은 조직에서 보이지 않는 두 그룹은 서로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두 그룹이라고 해봐야 한 두사람의 경쟁에 불과하지만 작은 조직에서 한 두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속내를 알수 없는 '빨간 남방'과 이를 따르는 '따리꾼'은 도련님에게 낚시를 함께 가자고 하며 은연 중 수학 주임인 '높새바람'을 욕한다. 도련님은 학교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떠한 상황인지 파악이 어렵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어리둥절하지만 어느 누구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경험이 떠올랐다. 바로 과거 장교 생활을 하던 때다. 소위로 부대로 파견되었을 때 보이지 않는 두 그룹으로 갈라진 대대의 분위기는 나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도련님은 마음에 안들면 떠날 수나 있지만 의무 복무 중인 장교가 사표가 가당키나 할까.

"그깟 몸이 좀 피곤한 거야 상관없어. 저런 간신배를 그냥 내버려 두는 건 나라를 좀먹게 하는 일이니까 내가 하늘의 뜻을 대신해 불의를 응징하고자 하는 거야."

"통쾌하겠군. 그렇다면 나도 가세하겠네. 그래서 오늘 밤부터 불침번을 서자는 건가?"

p223

'높새바람'과 사이가 틀어졌으나 곧 오해는 풀렸다. 이 또한 간신배의 술수였다. 그리하여 도련님과 높새바람은 동맹 관계가 되어 적에게 대항하기에 이른다. '높새바람'의 기세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렇다. 정의롭고 당당한 '높새바람'의 모습에 가까워 지려 노력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불의를 응징하는 면에서 통쾌함을 느낀다. 허나 근본적으로 학교의 문제를 바꾸지 못하고 사표를 제출하는 모습에 약간은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정의로운 두 사람만 사표를 내고 떠날뿐 불의의 원흉들은 아무런 해가 없는 셈이지 않은가. 현실과 다름이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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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이 왜 추천 고전 소설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 읽기에도 전혀 이질감이 없고 어느 곳에나 있는 고질적 문제를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도련님과 같은 경험을 하였고 또한 할 것이다.



어느 곳에나 '너구리'같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내로남불의 전형에 입만 살아있는 '빨간 남방' 같은 사람도 있다. 또한 간신배인 '따리꾼'같은 사람이 존재하며, 옳고 그름을 분별하며 올곧은 기상의 '높새바람'과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렇게 세상은 균형을 맞춰가며 흘러가는게 아닐까. 그 중에서도 도련님의 모습이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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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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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부당함에 맞서는 통쾌한 복수극






일본 도쿄 중앙은행의 융자과장 '한자와 나오키'는 평범한 은행원이다. 기업의 대출을 담당하고 있다. 대출을 해줘도 손해가 없는지 검토하고 대출 실행을 결정하는 업무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이 평범한 은행원에게서 어떠한 이야기가 나오게 될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이러한 기우는 잠시였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이야기 전개로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내가 하루만에 책을 모두 읽었다.



'한자와 나오키'에게서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평범한 회사원에게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저 회사가 정하는 방향대로, 상사가 지시하는 방향대로 할 수 밖에 없고 거부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살아간다. 이미 한자와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우리는 그의 반격을 응원하게 된다.



한자와에게 부당한 일이 발생한다. 서부오사카철강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 5억엔 영업 손실이 나게 생겼다. 그런데 이 모든 책임을 한자와가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된다. 대출이 실행될 때 한자와가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의도적으로 주지 않은 지점장이 한자와의 잘못이라고 한다. 이 대출과 관련된 상사며 관련 부서도 책임지지 않고 한자와를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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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싶다는 말은 이런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한자와는 공을 세우기 위해 조바심을 낸 나머지 시간도 주지 않고 잡아채듯이 품의서를 올린 건 누구냐고 따지고 싶었다. 자기들 사정으로 여신 판단의 시간을 생략해놓고 문제가 터지면 책임을 지라는 것은 너무도 비열한 짓이 아닌가!

p57

이러한 부당한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모든 화살이 내 자신에게 향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혼란스러운 이 상황에서 잘못된 지금을 바로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한자와는 포기하지 않고 현 상황을 맞선다. 나라면 포기했을지 모르겠다. 작정하고 잠적해버린 서부오사카철강의 히가시다 사장을 찾아가 상황 파악에 나서지만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가키우치는 안에서 꺼낸 자료 다발을 높다랗게 치켜들더니 돌덩이처럼 굳어져 있는 오기소 앞에 힘껏 내리쳤다.

p192

인사부의 검열에 탈탈 털리는 한자와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감찰이 필요한 일임에는 동의하지만 사소한 트집을 잡으며 의욕을 떨어뜨리는 그 효율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참 의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한자와를 겨냥해 나온 겸열이라면 그 부당함은 더하다. 오기소는 의도적으로 서류를 숨기고 한자와를 지적하지만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한자와가 그냥 지나칠리 없다.



처음으로 통쾌함을 느끼는 대목이다. 드라마틱한 요소가 다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쾌하다. 당한만큼 갚아준다는 부제가 떠오른다. 그렇다. 분명 한자와는 이 모든 상황을 이겨내고 당한만큼 갚아줄 것이다. 이 작은 통쾌함의 시작으로 더한 통쾌함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통쾌함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은행이 이렇게 부조리한 조직인 줄 몰랐군."

한자와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걸 지금 알았어? 그렇다면 한 가지 더 가르쳐주지. 은행이란 곳은 말이야. 인정사정도 없고 피도 눈물도 없는 조직이야. 똑똑히 기억해둬."

p194

'부조리한 조직'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과거의 조직 환경에서 그대로 머무른 회사 및 조직들이 많다. 점점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작은 예를 하나 떠오른다. 내가 몸담은 조직은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로 복장이 비지니스 캐쥬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한국으로 출장을 온 파란 눈의 동료들은 편안하게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이에 사람들은 반바지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 조직은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반바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물론 이를 부조리라고 볼 수 없다. 허나 이 작은 변화조차 허용되지 않는 사회가 과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을까?

"우리 회사의 매입을 부풀렸더군요. 그런 식으로 이익을 속여서 계획도산을 한 게 아닐까 해요. 그래서 지금 한자와 씨와 같이 조사하는 중입니다. 채권자끼리 서로 협조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쩌면 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p203

한자와의 끈기에 박수를 보낸다. 꼬리가 길면 밟히게 마련이다. 조사를 할수록 히가시다 사장의 음모가 드러난다. 계획도산을 했다는 의미는 의도적으로 돈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돈을 찾기만 하면 채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자와의 역전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도쿄중앙은행의 행원일 뿐이지. 즉 당신과 똑같은 일개 직원에 불과해. 경영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내 주머닛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는 한 사회인으로서 당시이 저지른 일을 용서할 수 없어. 아무리 귀찮고 힘들더라도 당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져야 할 거야."

p227

이 말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그저 은행의 행원일 뿐이며 일개 직원에 불과하지만 부당한 잘못을 용서할 수 없다는 신념있는 말이 참 멋있다. 과연 나는 부당함에 맞서 상대의 잘못을 찾아내고 처벌 받게 할 수 있을까. 그 길이 험난하고 어렵기에 이러한 소설에 대리만족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 그저 저자에게 고마운 마응이다. 이러한 대리만족을 선사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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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관련된 용어들이 꽤 많이 나오지만 책을 읽어 나감에 큰 어려움은 없다. 자연스럽게 친절한 설명이 함께 나와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그 중 '분식회계'라는 단어를 몰라 찾아봤다. 실적을 부풀리는 등의 회사 장부 조작이란 의미였다.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문맥상 이해함에 어려움이 없었다. 이러한 용어들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관점을 잘 배려해 소설을 썼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대리만족만큼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것도 없다.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이 책은 힐링과도 같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부당한 해고를 당하는 사례가 분명 우리 사회에도 많을 것이다. 부당함은 처벌받고 부조리한 조직은 변했으면 좋겠다. 또한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이 그런 상식이 통하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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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튼 키
미치오 슈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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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튼 키

슈스케의 교묘한 트릭이 환상적이다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소설이라는 점에서 흥미가 생겼다. 사이코패스의 심리 상태를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다. 각종 상을 받아 이름을 익히 듣게 된 미치오 슈스케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저자의 각종 트릭이 숨어 있다. 사이코패스라는 선입견에 우리는 교묘하게 마련된 트릭에 뒤흔들린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읽어야 한다. 거울 속의 내가 나인듯 남인듯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오른손을 다운재킷 가슴팍에 넣어 셔츠 아래의 왼쪽 가슴을 눌러봤다. 심장은 여전히 느리게 뛰었다. 아무리 위험한 짓을 해도 이 심장 박동은 빨라지지 않았다. (중략)

"너 같은 사람들 뭐라고 하는지 알아." (중략)

세이코엔의 뜰에 있던 어두운 창고 속에서 그녀는 그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사이코패스라고 해."

p16

세이코엔이라는 소위 보육원에서 자란 사카키 조야는 이 책의 주인공이자다. 그리고 그는 사이코패스다. 위험한 행동에도 심장 박동의 변화가 없고 이를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지만 그럭저럭 사회에 적응하면서 잘 살고 있다. 이런 조야의 모습을 알아채고 보듬어 주는 히카리 누나는 조야의 첫사랑이다.



책의 중반부까지 조야의 시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이코패스 조야는 자신이 세이코엔에서 자라게 된 원인 제공자의 행방을 알게 된다. 뱃속에 8개월된 조야를 품은 어머니에게 산탄총을 쏴 죽인 남자다. 조야는 사이코패스의 사고 회로가 작동한다. 그 남자가 어머니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남자를 죽이고 싶다.

"난 준페이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너라고 생각해."

p137

히카리 누나의 이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 직감의 힘은 예리하면서도 무섭다. 이 말을 차라리 하지 않았더라면 어떠했을까. 조야를 이해하는 히카리의 입장에서 조야에 대한 믿음이 남아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직설적인 히카리 누나의 모습에 우리는 앞으로 벌어질 비극의 기운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책의 중반부를 지나면서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트릭에 속은 내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헛웃음이 나면서도 기분 좋은 트릭이다. 지금까지의 믿음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예상하지 못한 등장 인물이 상황을 순식간에 역전시킨다. 그리고 그 새로운 등장인물의 시각으로 이야기는 진행되며 급물살을 탄다. (더 이상의 스토리는 강력한 스포이기에 더 적을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다.)

"너희도 괜찮을 거야."

어머니의 말이 진실이기를.

"괜찮을 거야."

조금이라도 진실이기를.

p315

마지막 어머니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자식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저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지금보다 괜찮은 삶을 살기를 바랄 것이다. 조야가 처한 상황을 보고 어머니의 마음이 가장 쓰라릴 것만 같다. 그래도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조야의 모습에 위안을 건네고 싶을 것이다.



스펙타클하면서도 가슴 뭉클해지는 스토리가 압권이다. 내가 사이코패스 사고 방식이 탑재된 조야의 입장이 되어 접근을 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의 성향에서 조야는 많이 개선되었고 스스로 이겨내고 있다. 후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이 깃든 그 '괜찮을 거야'라는 말이 가슴을 때린다.



"아무튼 이 이야기를 처음 들으면 재능은 환경과 상관없이 개화한다는 사례 같지? 프로 피이니스트가 된 사람은 음악과 인연이 없는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유전적인 소양 같은 건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재능을 가졌는데도 한쪽은 음표도 읽을 줄 모르잖아."

분명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도 일종의 재능이라면, 모두가 그 재능을 개화시키는 건 아냐. 진짜 사이코패스가 되는 건, 그 재능을 훌륭하게 꽃피운 경우뿐이지."

p166

어쩌면 흔할 수 있는 사이코패스 소재를 한 껏 잘 활용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난 후 이 대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환경에 따라 유전적 소양 같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사이코패스의 유전적 소양을 갖고 태어 났다 할지라도 살아온 환경에 따라 주변 사람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정말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스켈리튼 키는 둥근 기둥의 사각 톱니가 달린 키를 지칭한다. 옛날에 만들어진 워드 라물쇠라는 단순한 구조의 자물쇠는 스켈리튼 키로 대부분 열 수 있어서 '여벌 열쇠'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이 키가 가진 숨은 의미가 참 오묘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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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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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결코 가볍지 않은 깃털에 대한 이야기





'깃털 도둑'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 책의 제목으로는 선뜻 책 내용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세상에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분야인 '플라이 타잉'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고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모두 실화다. 그럼에도 소설과 같이 반전이 숨어 있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담겨 있다.



옮긴이는 범죄 다큐멘터리 장르라고 말한다. 나 역시 이 의견이 동의한다. 에드윈이 박물관에서 새들을 훔치게 되는 과정과 그 역사적 배경까지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깃털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이 어찌 이렇게 강렬할 수 있을까 싶다. 책의 마지막에 첨부한 새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생물의 기본 욕구가 아닐까 싶다.



'제1부 죽은 새와 부자들' 을 읽으면서 왜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말하고 있나 싶었다. 에드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말 필요한 정보들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제2부 트링박물관 도난사건'에서 에드윈 사건이 자세하게 나온다. '제3부 진실과 결말'에서는 에드윈 사건 이 후 저자의 탐험이 담겨 있다. 깃털에 대한 사람들의 병적인 열망과 희귀종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의 시작, 그리고 플라이 타잉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책장의 마지막을 덮을 때 비로소 모든 연결고리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나는 속임수와 거짓말, 위협과 루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가도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뒤에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됐다.

나는 결국 5년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트링박물관에 있던 새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p23)

프롤로그는 에드윈 사건의 전말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저자의 말을 통해 트링 박물관에 대한 궁금증이 샘솟는다. 강렬한 도입부다. 에드윈은 왜 박물관에 새들을 훔치러 들어갔을까. 그 새가 어떠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저 아름다운 깃털을 갖기 위함이었을까. 수많은 의문점이 생겨났고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에드윈은 인터넷 세상을 접하고 나서야 자신처럼 '진짜' 깃털에 집착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p114)

에드윈의 깃털에 대한 집착은 다름아닌 플라이 타잉 때문이다. 플라이 낚시에 사용되는 미끼를 만드는 활동이다. 새들의 깃털을 묶어 플라이 미끼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 플라이 타잉에 사용되는 재료가 바로 깃털이다. 희귀할수록 가치가 높고 아름다움을 가졌다는 것은 전 인류의 법칙일 것이다. 희귀할수록 값어치가 나가며 사람의 욕망에 불을 지핀다.

플라이 타잉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다. 상당한 시간을 쏟아부어 깃털 구조를 관찰하고, 플라이를 디자인 하고, 하나의 플라이 안에 우리가 정확히 원하는 것을 모두 담아내도록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가는 집념의 작업이다.

(p119)

에드윈이 한 말이다. 플라이 타잉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허나 취미에 몰두한 경험을 돌이켜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취미 생활을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하는 우리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플라이 타잉계에서 이름을 날린 에드윈에게 플라이 타잉은 취미 활동을 넘어선 자신의 열정이 깃든 또 다른 자아와도 같은 활동이다.



그러다 에드윈은 박물관의 새들을 훔치게 되고 새들의 깃털을 인터넷에서 판매한다. 한달여 시간이 흘러 박물관에서 도난 당한 새들이 있음을 인지하게 되고 에드윈의 흔적을 찾아낸 경찰은 결국 에드윈을 검거한다. 여기서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에드윈 재판에 내려진 형량에 있는데 변호사의 능력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몇 주가 몇 달이 되고, 몇 달이 몇 년이 됐다. 그동안에도 사라진 새들을 찾겠다는 내 집념은 점차 자신만의 의지가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자랐다.

(p257)

에드윈 재판이 모두 종료 되었음에도 이 책의 저자 커크 윌리스 존슨은 의문을 갖는다. 모든 새를 다 찾은 걸까? 행방이 묘연한 64점의 새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으로 에드윈의 숨겨진 행방과 사라진 새들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우리 나라의 추적60분과 같은 느낌이랄까. 에드윈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에드윈의 친구 롱 응우옌과의 연결고리를 추적해 일부 새들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



이를 추적해 가는 저자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된다. 에드윈 사건 자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고 처벌 받아 마땅하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점이었다. 박물관에서 새를 훔치는 것이 큰 대수냐는 것이다.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박물관에서 공개하지 않고 수량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새를 훔친 것이 중죄로 볼 수 있느냐는 의견이었다. 그러한 의견에 나 역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됐다.



'깃털 도둑' 하나로 시작된 이야기가 생각보다 다양한 논쟁거리를 던진다. 멸종이 되는 종을 보존하는 것이 왜 필요한가, 박물관에서 하는 일에 대한 의미, 불법으로 정의된 상거래를 묵인하는 거래 사이트, 아름다움에 목마른 사람들의 행위들, 정신병으로 법망을 피해나가는 사람들 등 가벼운 깃털 하나가 우리에게 참 무거운 의미를 던진다.



이런 장르는 매우 새롭고 색다른 시도라 생각한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논픽션이며, 고증이 기반된 논픽션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매우 귀중한 책이다. 책을 다양하게 읽은 사람만이 이 책을 진가를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논픽션을 이렇게 소설처럼 재미있게 쓰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해줄 수 있을까. 이 책의 진가를 알아 볼 수 있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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