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시고기



부성애란 이런 것이다.

아직 읽지 않았다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인생소설

감정이 메마른 매정한 나를 울린 소설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나도 익히 '가시고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소설이며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왜 이제서야 이 책을 만나게 되었을까.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다시금 사람들에게 회자될만큼 강력한 힘을 가졌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읽는 가시고기는 나에게 선물이며 축복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말썽이 점점 늘어나는 아이가 오늘은 참 이뻐 보인다.



아내는 이 책을 읽고 책을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서의 재미를 알았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깨우쳤다고 한다. 그만큼 재미있고 슬프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리고 나의 마음 역시 뒤흔들었다.

내가 하늘나라로 가 버리면 아빠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까요. 엄마가 떠났을 때처럼 진탕 술만 마실까요. 그게 무지무지 걱정이랍니다.

p15

이 구절이 계속 뇌리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눈물이 핑돌았다. 몇 페이지 읽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슬프다. 큰일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펑펑 울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과 함께 가슴이 아려온다.



아버지의 시각과 아이의 시각이 번갈아 가며 나온다. 특히 아이의 생각과 시각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아버지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아이의 생각이 대견하면서도 슬프다.

속내를 숨길 줄 아는 아이였다. 주위에선 어른스럽다거나 속이 깊다고 했다. 그에겐 칭찬이 아닌,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지 못했다는 호된 나무람으로 들렸다.

p128

아이는 아이다워야 함이 정상일 것이다. 아이가 어른스러운 모습이 어찌 이렇게 아쉬울까. 정말 칭찬으로 어른스럽다는 말이 부모 입장에서 이토록 자책하게 하는 말이 될까. 병이 다른 사람의 말을 부정적으로 만든 것일까. 철부지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저 아무런 걱정없이 눈치보지 않고 철없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가시고기는 참 이상한 물고기예요.

엄마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버려요.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요. 아빠가시고기가 혼자 남아 돌보죠.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은 채 열심히 지켜내죠. 아빠가시고기 덕분에 새끼들이 무사히 알에서 깨어납니다. 아빠가시고기는 그만 죽고 말아요. 새끼들은 아빠가시고기의 살을 뜯어먹고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결국 아빠가시고기는 뼈만 남게 됩니다.

p192

아빠가시고기의 부성애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아버지의 희생은 소설과 정말 잘 어울린다. 나도 같은 상황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과 내 자신까지도 희생할 수 있을까. 소설 속의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아버지의 심정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 무엇인가 뒤통수에 부딪혀 강렬한 파열음을 내며 부서졌다. 무서운 속도로 대기권을 뚫고 날아온 유성이 지구의 표면에 충돌하듯 그렇게. 한순간 머릿속이 텅 비어졌다. 빛도 소리도 차단된 무중력 공간으로 두둥실 몸뚱이가 떠오르는 듯했다. ... 그는 웃었다.

p265

생각치 못한 악재가 닥쳐왔을 때 이런 기분일까.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한 순간. 사고가 정지되고 감당할 수 없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이 웃음이 아님을. 이해가 되는 그의 웃음에 나의 머릿속도 멍해진다. 어떻게 해야할까.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자 전속력으로 달렸는데 결승선이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 느낌.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느낌. 나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아버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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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의 마지막 장을 나 혼자 서재에서 덮었다. 마지막 장은 혼자 있는 곳에서 읽고 싶었다. 가슴이 아려온다. 왜 그리 아이에게 매정하게 대했어야만 했을까. 아이가 덜 힘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을까. 굳이 그랬어야만 했을까.



책을 다 읽었는데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책이 전하는 감동과 여운을 쉬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부성애란 이런 것이라며 말한다. 아직 나의 부성애는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반성까지 하게 한다. 자기 자신보다 미련하게 아들을 사랑한 아버지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이 300만부 초베스트셀러임에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내일부터 만나는 바람들에게 가시고기를 읽었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리고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꼭 읽어보라고 강력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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