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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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결코 가볍지 않은 깃털에 대한 이야기





'깃털 도둑'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 책의 제목으로는 선뜻 책 내용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세상에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분야인 '플라이 타잉'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고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모두 실화다. 그럼에도 소설과 같이 반전이 숨어 있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담겨 있다.



옮긴이는 범죄 다큐멘터리 장르라고 말한다. 나 역시 이 의견이 동의한다. 에드윈이 박물관에서 새들을 훔치게 되는 과정과 그 역사적 배경까지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깃털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이 어찌 이렇게 강렬할 수 있을까 싶다. 책의 마지막에 첨부한 새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생물의 기본 욕구가 아닐까 싶다.



'제1부 죽은 새와 부자들' 을 읽으면서 왜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말하고 있나 싶었다. 에드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말 필요한 정보들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제2부 트링박물관 도난사건'에서 에드윈 사건이 자세하게 나온다. '제3부 진실과 결말'에서는 에드윈 사건 이 후 저자의 탐험이 담겨 있다. 깃털에 대한 사람들의 병적인 열망과 희귀종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의 시작, 그리고 플라이 타잉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책장의 마지막을 덮을 때 비로소 모든 연결고리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나는 속임수와 거짓말, 위협과 루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가도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뒤에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됐다.

나는 결국 5년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트링박물관에 있던 새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p23)

프롤로그는 에드윈 사건의 전말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저자의 말을 통해 트링 박물관에 대한 궁금증이 샘솟는다. 강렬한 도입부다. 에드윈은 왜 박물관에 새들을 훔치러 들어갔을까. 그 새가 어떠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저 아름다운 깃털을 갖기 위함이었을까. 수많은 의문점이 생겨났고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에드윈은 인터넷 세상을 접하고 나서야 자신처럼 '진짜' 깃털에 집착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p114)

에드윈의 깃털에 대한 집착은 다름아닌 플라이 타잉 때문이다. 플라이 낚시에 사용되는 미끼를 만드는 활동이다. 새들의 깃털을 묶어 플라이 미끼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 플라이 타잉에 사용되는 재료가 바로 깃털이다. 희귀할수록 가치가 높고 아름다움을 가졌다는 것은 전 인류의 법칙일 것이다. 희귀할수록 값어치가 나가며 사람의 욕망에 불을 지핀다.

플라이 타잉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다. 상당한 시간을 쏟아부어 깃털 구조를 관찰하고, 플라이를 디자인 하고, 하나의 플라이 안에 우리가 정확히 원하는 것을 모두 담아내도록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가는 집념의 작업이다.

(p119)

에드윈이 한 말이다. 플라이 타잉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허나 취미에 몰두한 경험을 돌이켜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취미 생활을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하는 우리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플라이 타잉계에서 이름을 날린 에드윈에게 플라이 타잉은 취미 활동을 넘어선 자신의 열정이 깃든 또 다른 자아와도 같은 활동이다.



그러다 에드윈은 박물관의 새들을 훔치게 되고 새들의 깃털을 인터넷에서 판매한다. 한달여 시간이 흘러 박물관에서 도난 당한 새들이 있음을 인지하게 되고 에드윈의 흔적을 찾아낸 경찰은 결국 에드윈을 검거한다. 여기서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에드윈 재판에 내려진 형량에 있는데 변호사의 능력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몇 주가 몇 달이 되고, 몇 달이 몇 년이 됐다. 그동안에도 사라진 새들을 찾겠다는 내 집념은 점차 자신만의 의지가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자랐다.

(p257)

에드윈 재판이 모두 종료 되었음에도 이 책의 저자 커크 윌리스 존슨은 의문을 갖는다. 모든 새를 다 찾은 걸까? 행방이 묘연한 64점의 새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으로 에드윈의 숨겨진 행방과 사라진 새들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우리 나라의 추적60분과 같은 느낌이랄까. 에드윈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에드윈의 친구 롱 응우옌과의 연결고리를 추적해 일부 새들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



이를 추적해 가는 저자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된다. 에드윈 사건 자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고 처벌 받아 마땅하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점이었다. 박물관에서 새를 훔치는 것이 큰 대수냐는 것이다.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박물관에서 공개하지 않고 수량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새를 훔친 것이 중죄로 볼 수 있느냐는 의견이었다. 그러한 의견에 나 역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됐다.



'깃털 도둑' 하나로 시작된 이야기가 생각보다 다양한 논쟁거리를 던진다. 멸종이 되는 종을 보존하는 것이 왜 필요한가, 박물관에서 하는 일에 대한 의미, 불법으로 정의된 상거래를 묵인하는 거래 사이트, 아름다움에 목마른 사람들의 행위들, 정신병으로 법망을 피해나가는 사람들 등 가벼운 깃털 하나가 우리에게 참 무거운 의미를 던진다.



이런 장르는 매우 새롭고 색다른 시도라 생각한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논픽션이며, 고증이 기반된 논픽션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매우 귀중한 책이다. 책을 다양하게 읽은 사람만이 이 책을 진가를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논픽션을 이렇게 소설처럼 재미있게 쓰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해줄 수 있을까. 이 책의 진가를 알아 볼 수 있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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