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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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부당함에 맞서는 통쾌한 복수극






일본 도쿄 중앙은행의 융자과장 '한자와 나오키'는 평범한 은행원이다. 기업의 대출을 담당하고 있다. 대출을 해줘도 손해가 없는지 검토하고 대출 실행을 결정하는 업무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이 평범한 은행원에게서 어떠한 이야기가 나오게 될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이러한 기우는 잠시였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이야기 전개로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내가 하루만에 책을 모두 읽었다.



'한자와 나오키'에게서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평범한 회사원에게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저 회사가 정하는 방향대로, 상사가 지시하는 방향대로 할 수 밖에 없고 거부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살아간다. 이미 한자와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우리는 그의 반격을 응원하게 된다.



한자와에게 부당한 일이 발생한다. 서부오사카철강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 5억엔 영업 손실이 나게 생겼다. 그런데 이 모든 책임을 한자와가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된다. 대출이 실행될 때 한자와가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의도적으로 주지 않은 지점장이 한자와의 잘못이라고 한다. 이 대출과 관련된 상사며 관련 부서도 책임지지 않고 한자와를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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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싶다는 말은 이런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한자와는 공을 세우기 위해 조바심을 낸 나머지 시간도 주지 않고 잡아채듯이 품의서를 올린 건 누구냐고 따지고 싶었다. 자기들 사정으로 여신 판단의 시간을 생략해놓고 문제가 터지면 책임을 지라는 것은 너무도 비열한 짓이 아닌가!

p57

이러한 부당한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모든 화살이 내 자신에게 향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혼란스러운 이 상황에서 잘못된 지금을 바로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한자와는 포기하지 않고 현 상황을 맞선다. 나라면 포기했을지 모르겠다. 작정하고 잠적해버린 서부오사카철강의 히가시다 사장을 찾아가 상황 파악에 나서지만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가키우치는 안에서 꺼낸 자료 다발을 높다랗게 치켜들더니 돌덩이처럼 굳어져 있는 오기소 앞에 힘껏 내리쳤다.

p192

인사부의 검열에 탈탈 털리는 한자와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감찰이 필요한 일임에는 동의하지만 사소한 트집을 잡으며 의욕을 떨어뜨리는 그 효율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참 의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한자와를 겨냥해 나온 겸열이라면 그 부당함은 더하다. 오기소는 의도적으로 서류를 숨기고 한자와를 지적하지만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한자와가 그냥 지나칠리 없다.



처음으로 통쾌함을 느끼는 대목이다. 드라마틱한 요소가 다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쾌하다. 당한만큼 갚아준다는 부제가 떠오른다. 그렇다. 분명 한자와는 이 모든 상황을 이겨내고 당한만큼 갚아줄 것이다. 이 작은 통쾌함의 시작으로 더한 통쾌함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통쾌함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은행이 이렇게 부조리한 조직인 줄 몰랐군."

한자와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걸 지금 알았어? 그렇다면 한 가지 더 가르쳐주지. 은행이란 곳은 말이야. 인정사정도 없고 피도 눈물도 없는 조직이야. 똑똑히 기억해둬."

p194

'부조리한 조직'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과거의 조직 환경에서 그대로 머무른 회사 및 조직들이 많다. 점점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작은 예를 하나 떠오른다. 내가 몸담은 조직은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로 복장이 비지니스 캐쥬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한국으로 출장을 온 파란 눈의 동료들은 편안하게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이에 사람들은 반바지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 조직은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반바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물론 이를 부조리라고 볼 수 없다. 허나 이 작은 변화조차 허용되지 않는 사회가 과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을까?

"우리 회사의 매입을 부풀렸더군요. 그런 식으로 이익을 속여서 계획도산을 한 게 아닐까 해요. 그래서 지금 한자와 씨와 같이 조사하는 중입니다. 채권자끼리 서로 협조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쩌면 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p203

한자와의 끈기에 박수를 보낸다. 꼬리가 길면 밟히게 마련이다. 조사를 할수록 히가시다 사장의 음모가 드러난다. 계획도산을 했다는 의미는 의도적으로 돈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돈을 찾기만 하면 채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자와의 역전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도쿄중앙은행의 행원일 뿐이지. 즉 당신과 똑같은 일개 직원에 불과해. 경영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내 주머닛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는 한 사회인으로서 당시이 저지른 일을 용서할 수 없어. 아무리 귀찮고 힘들더라도 당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져야 할 거야."

p227

이 말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그저 은행의 행원일 뿐이며 일개 직원에 불과하지만 부당한 잘못을 용서할 수 없다는 신념있는 말이 참 멋있다. 과연 나는 부당함에 맞서 상대의 잘못을 찾아내고 처벌 받게 할 수 있을까. 그 길이 험난하고 어렵기에 이러한 소설에 대리만족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 그저 저자에게 고마운 마응이다. 이러한 대리만족을 선사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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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관련된 용어들이 꽤 많이 나오지만 책을 읽어 나감에 큰 어려움은 없다. 자연스럽게 친절한 설명이 함께 나와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그 중 '분식회계'라는 단어를 몰라 찾아봤다. 실적을 부풀리는 등의 회사 장부 조작이란 의미였다.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문맥상 이해함에 어려움이 없었다. 이러한 용어들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관점을 잘 배려해 소설을 썼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대리만족만큼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것도 없다.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이 책은 힐링과도 같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부당한 해고를 당하는 사례가 분명 우리 사회에도 많을 것이다. 부당함은 처벌받고 부조리한 조직은 변했으면 좋겠다. 또한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이 그런 상식이 통하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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