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리튼 키
미치오 슈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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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튼 키

슈스케의 교묘한 트릭이 환상적이다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소설이라는 점에서 흥미가 생겼다. 사이코패스의 심리 상태를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다. 각종 상을 받아 이름을 익히 듣게 된 미치오 슈스케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저자의 각종 트릭이 숨어 있다. 사이코패스라는 선입견에 우리는 교묘하게 마련된 트릭에 뒤흔들린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읽어야 한다. 거울 속의 내가 나인듯 남인듯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오른손을 다운재킷 가슴팍에 넣어 셔츠 아래의 왼쪽 가슴을 눌러봤다. 심장은 여전히 느리게 뛰었다. 아무리 위험한 짓을 해도 이 심장 박동은 빨라지지 않았다. (중략)

"너 같은 사람들 뭐라고 하는지 알아." (중략)

세이코엔의 뜰에 있던 어두운 창고 속에서 그녀는 그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사이코패스라고 해."

p16

세이코엔이라는 소위 보육원에서 자란 사카키 조야는 이 책의 주인공이자다. 그리고 그는 사이코패스다. 위험한 행동에도 심장 박동의 변화가 없고 이를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지만 그럭저럭 사회에 적응하면서 잘 살고 있다. 이런 조야의 모습을 알아채고 보듬어 주는 히카리 누나는 조야의 첫사랑이다.



책의 중반부까지 조야의 시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이코패스 조야는 자신이 세이코엔에서 자라게 된 원인 제공자의 행방을 알게 된다. 뱃속에 8개월된 조야를 품은 어머니에게 산탄총을 쏴 죽인 남자다. 조야는 사이코패스의 사고 회로가 작동한다. 그 남자가 어머니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남자를 죽이고 싶다.

"난 준페이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너라고 생각해."

p137

히카리 누나의 이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 직감의 힘은 예리하면서도 무섭다. 이 말을 차라리 하지 않았더라면 어떠했을까. 조야를 이해하는 히카리의 입장에서 조야에 대한 믿음이 남아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직설적인 히카리 누나의 모습에 우리는 앞으로 벌어질 비극의 기운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책의 중반부를 지나면서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트릭에 속은 내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헛웃음이 나면서도 기분 좋은 트릭이다. 지금까지의 믿음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예상하지 못한 등장 인물이 상황을 순식간에 역전시킨다. 그리고 그 새로운 등장인물의 시각으로 이야기는 진행되며 급물살을 탄다. (더 이상의 스토리는 강력한 스포이기에 더 적을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다.)

"너희도 괜찮을 거야."

어머니의 말이 진실이기를.

"괜찮을 거야."

조금이라도 진실이기를.

p315

마지막 어머니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자식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저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지금보다 괜찮은 삶을 살기를 바랄 것이다. 조야가 처한 상황을 보고 어머니의 마음이 가장 쓰라릴 것만 같다. 그래도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조야의 모습에 위안을 건네고 싶을 것이다.



스펙타클하면서도 가슴 뭉클해지는 스토리가 압권이다. 내가 사이코패스 사고 방식이 탑재된 조야의 입장이 되어 접근을 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의 성향에서 조야는 많이 개선되었고 스스로 이겨내고 있다. 후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이 깃든 그 '괜찮을 거야'라는 말이 가슴을 때린다.



"아무튼 이 이야기를 처음 들으면 재능은 환경과 상관없이 개화한다는 사례 같지? 프로 피이니스트가 된 사람은 음악과 인연이 없는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유전적인 소양 같은 건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재능을 가졌는데도 한쪽은 음표도 읽을 줄 모르잖아."

분명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도 일종의 재능이라면, 모두가 그 재능을 개화시키는 건 아냐. 진짜 사이코패스가 되는 건, 그 재능을 훌륭하게 꽃피운 경우뿐이지."

p166

어쩌면 흔할 수 있는 사이코패스 소재를 한 껏 잘 활용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난 후 이 대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환경에 따라 유전적 소양 같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사이코패스의 유전적 소양을 갖고 태어 났다 할지라도 살아온 환경에 따라 주변 사람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정말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스켈리튼 키는 둥근 기둥의 사각 톱니가 달린 키를 지칭한다. 옛날에 만들어진 워드 라물쇠라는 단순한 구조의 자물쇠는 스켈리튼 키로 대부분 열 수 있어서 '여벌 열쇠'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이 키가 가진 숨은 의미가 참 오묘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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