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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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고고학의 진짜 매력을 알다





저자 강인욱은 현재 경의대 사학과 교수로 고고학을 강의하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고학자를 꿈꾸며 살아왔고 매년 러시아, 몽굴, 중앙 아시아 등을 다니며 자료를 조사한다. 고고학에 평생을 바쳐 살아온 강인욱 교수의 고고학의 경험과 자신의 생각을 나누며 함께 고고학 여행을 떠난다.



어디론가 여행을 가는데 옆 자리에 고고학의 심취한 사람 하나가 앉았다. 그리고 나에게 고고학에 대해 알기 쉽게 이야기한다. 그림을 보여주면서 흥미를 유발하고 자신의 생각도 이야기 해주니 기나긴 여행이 매우 흥미롭다. 고고학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알뜰살뜰한 설명이 나를 고고학에 관심 갖게 만든다

고고학은 쉽게 설명하면, 유물을 연구해서 과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지식, 문화 등을 밝히는 것이다. 인간은 왜 그렇게 과거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많았을까?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그렇지 않다. 그건 바로 과거를 생각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인류의 진화하는 숙명에 기인한다.

프롤로그 중에서 (p22)

고고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을 읽어본 적도 없다. 그저 내 관심 밖의 일이었다. 최근 역사와 관련된 책을 하나씩 읽으면서 역사란 참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고고학은 역사와 그 맥락이 비슷하다. 과거의 문헌과 물건을 통해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고고학을 통해 역사가 드러나기에 역사와 고고학은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고고학에 한 걸음 다가가 본다.

고고학 발굴에서 시간의 무게를 가장 견디지 못하는 것이 바로 시각적인 아름다움, 색채이다. 사진이나 책은 가장 먼저 색부터 바랜다. 아무리 아름다운 옷이라고 해도 땅속에 버려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의 색을 잃어버린다. 때문에 색이 잘 남아 있는 유물을 발견하면 강렬한 인상으로 남게 된다.

6 빛바랜 유물에 숨어 있는 화려함 (p117)

과거의 빛바랜 유물을 꺼내는 고고학자들은 현재의 모습을 보는 동시에 과거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린다고 한다. 색이란 참 얄궂다. 과거의 화려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흙빛, 갈색빛만 남은 유물들은 원래의 모습과는 꽤 다를 것이다. 죽은 사람을 대신했던 석인상은 원래 옷을 입히고 채색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돌의 모습만 남아 있으니 마네킹과 같은 셈이다. 고고학이란 학문이 이럴 것이다. 마네킹을 보고 옷이 입혀진 과거를 찾는 일이다.

고고학적으로 보면 귀이개를 가장 오래 전부터 사용한 건 중국이었다. 약 3200년 전 중국 상나라 무정왕의 부인이었던 부호묘의 여러 부장품 중에서 옥으로 만든 귀이개가 발견되었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귀이개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10 몸에 새겨진 시간의 기억 (p187)

침과 문신에 대한 챕터 <10 몸에 새겨진 시간의 기억>에서 나는 귀이개에 관심이 생겼다.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아무 의심없이 당연하게 사용하는 귀이개의 시작은 어디였을지 문득 궁금했다. '귀파기의 기원'에서 간단히 다루고 있는데 관심이 가는만큼 흥미로웠다. 부호묘에서 발견된 귀이개의 모습은 현재의 귀이개보다 기능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이며 더 아름다워 보인다. 물고기 모양의 귀이개가 매우 신비롭게 보일 정도다. 내가 귀이개를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줄이야.


그 연구원이 말했던 발견이 3센티미터가 되지 않는 자그마한 손끝의 뼈에 관한 것이었고, 그 주인공이 네안데르탈인과는 다른 새로운 인류인 '데니소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18 고고학이 밝히는 미래 (p306)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고고학의 첨단 기술도 발전한다. 기술의 발전은 과거를 더욱 잘 알게 하는 힘이 된다. 알 수 없었던 과거의 사실들이 첨단 기술 발달로 인해 더 잘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고고학은 발전할 것이다.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잘

못된 상식이 바로잡힐 수도 있고 진짜 과거를 만날 수 있다. 그렇기에 고고학은 매력있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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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양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 서평에 모두 담을 수 없다. 불, 술, 음악, 향기, 젓갈, 트로이, 문신, 전쟁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 18개의 챕터가 준비되어 있다. 하나의 챕터마다 깊이 있는 고고학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더욱 궁금해진다. 고고학의 진짜 매력을 대중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강인욱 교수의 마음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고고학이 참 매력적인 학문임에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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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이 의사
포프 브록 지음, 조은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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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돌팔이 의사

희대의 악마 사기꾼 돌팔이 의사 브랭클리 이야기




실화에 기반한 희대의 사기꾼이자 돌팔이 의사인 브랭클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돌팔이 의사>를 만났다. 100년 전에 일어났던 일로 마치 광신도를 양산하는 브랭클리의 당당함은 사기꾼의 가장 기본 덕목인 듯 하다. 기본적인 외과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수많은 이들은 수술대에서 수술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든 악마 사기꾼 브랭클리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하다.

<캔자스시티 스타>는 사기꾼의 말로를 이렇게 기렸다.

밀퍼드 최고의 돌팔이 의사는 끝났다.

그러나 그들의 확신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p16

의미심장한 에필로그로 시작하는 <돌팔이 의사>는 시작부터 가히 압도적이다. 염소 고환을 사람에게 이식한다니. 상상만으로 끔찍하게만 들리는 이 일이 실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하니 경악을 금치 못한다.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염소 고환 이식술을 선보인다. 그 수술을 직접 본 모든 이들은 만장일치로 브랭클리의 의사면허를 박탈한다. 그럼에도 브랭클리는 날개를 단듯 종횡무진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수년간 수십 명의 환자가 수술실 또는 퇴원 후에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영구적인 장애를 얻었다. 그러나 그러한 의료행위가 대규모 학살과 동일시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그 사이 브링클리는 결과에 상관없이 수술비를 받아 챙겼다.

p73

지금 우리의 상식으로 어쩌면 매우 당연하고 널리 알려져야 할 그의 악행은 고립되었다.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의 소식을 알 수 있는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고립된 100년 전임을 생각하면 이러한 일들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현대에 이러한 사기 행각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당당하고 뻔뻔한 사기꾼과 희생자는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존재한다.

"브링클리와 다른 돌팔이들이 광고하는 인공 회춘술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는 말했다. "...나이든 남성들이 지갑을 여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이고 ... 자연을 이기려는 것입니다."

p173

브랭클리를 뒤쫓는 남자 피시바인과 대립각을 세운다. 세상은 언제나 악마와 천사의 싸움이다. 이 세상도 조금 더 많은 천사에 의해 그나마 희망적인 세상으로 돌아가는 듯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피시바인을 응원하게 된다. 법정에 선 두 사람은 대결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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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에도 사람들의 간절함을 겨냥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불치병, 탈모, 암, 주식 등 병을 치료해 주겠다며, 저렴하게 성형수술을 해주겠다며, 돈을 불려 주겠다며 간절한 마음의 약자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사기꾼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동 중이다. 오래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주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나에게는 매우 가까운 이야기처럼 여겨졌다.



대학살 수준의 살인을 저지른 셈인 악마 브랭클리의 이야기는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로 준비 중이라고 하니 매우 기대 된다. 영화가 개봉되면 꼭 봐야겠다. 책을 읽으며 그려진 브랭클리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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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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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

'아모르 마네트'



'직지'를 따라 로마에 다녀오다




현재의 시점에서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 기연의 시각에서 다뤄진 <직지 1>과 달리 <직지 2>는 1441년을 배경으로 은수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아름답고 총명한 소녀인 은수의 이야기는 기연의 길고 긴 상상의 이야기지만 매우 그럴 듯 하다. 몇몇 논리적 의구심을 제외한다면 이 상상력은 실제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설득력있다.



시대를 잘 못 타고난 천재의 면모를 지닌 여인 은수는 황제의 나라 중국의 그늘 아래 세종 시대의 숨겨진 인물로 나온다. 세종의 한글 창제의 역사에 은수라는 숨겨진 인물의 등장과 직지가 쿠텐베르크까지 연결되는 연결고리를 상상의 이야기로 풀어 냈다.

템푸스 푸지트, 아모르 마네트 (Tempus Fugit, Amor Manet)

은수는 라틴어를 깨우치면서 이 글귀가 '세월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는 뜻인 걸 알게 되었다.

p157

은수가 로마로 건너가 금속활자를 시연하는 과정까지가 매우 스펙타클하다. 여인의 몸이지만 자신의 총명함을 더 없이 발산할 수 있는 로마에 당도한 은수의 앞 길은 창창대로라 생각했다. 그러나 거대한 장애물들이 존재했다. 기득권 층의 전유물이었던 책이 서민들도 자유롭게 읽게 된다는 것은 기득권에 대한 도발이며 신성모독인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거머쥔 악질들은 존재한다. 이에 은수는 마녀 사냥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이 곤란한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이름 말이오. 당신이 멀리 코르에서 왔으니 코리에서 온 미인이라는 뜻으로 카레나라고 하는 게 어떻겠소?"

p160

<직지 1>에서부터 가장 궁금했던 '카레나'라는 여인의 정체는 역시나 은수다. 코르에서 온 미인 '카레나'라는 이름이 굴곡진 은수의 이야기를 읽고난 후 더욱 애절하게 다가온다. 쿠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직지에서 왔다는 것을 더욱 확고히 하고 싶은 심정은 은수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처절했던 인생은 이렇게라도 빛을 발해야 하지 않을까.

"내 나라 코리의 왕이시죠. 그분은 제가 따르는 술을 거절하셨어요. 첫 잔을 낭군에게 줘야 한다며 저를 지켜주셨어요. 그리고 가난하고 못 배운 백성들을 위해 글자를 만드셨어요. 글을 가져야 강해진다 말씀하셨죠."

p179

은수의 기술이 쿠텐베르크에게 전해지는 그 과정에 수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희생이 있었다. 은수의 아버지, 세종, 양녀로 받아들여 준 유겸, 청년 폴츠, 발트포겔 그리고 쿠자누스와 쿠텐베르크까지 어느 한 사람이라도 도움이 없었다면 이 기나긴 여정의 끝은 이뤄질 수 없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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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배경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탄생한 소설 <직지>는 김진명 작가만의 색이 살아 숨쉰다. 묘하게도 범인이 누구인지는 이미 잊혀졌다. 흘러가는 스토리에 흠뻑 빠져 기연과 은수를 응원했다.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계속 생각했다. 고난과 역경이 나에게 전해졌고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김진명 작가가 전하는 <직지>이야기는 우리 역사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애국 소설이다. 실제 이야기는 상상일지언정 한글과 직지는 거부할 수 없는 우리의 실제 역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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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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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

'아모르 마네트'



'직지'와 함께 중세에 다녀오다






나는 김진명 작가의 책 중 <싸드>를 먼저 만났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소설은 매우 현실감 있고 생생해 나를 매료시켰다. <직지> 역시 현실감있는 전개와 더불어 살인 사건으로 흥미를 유발시키고 이 흥미를 소설 끝까지 유지시키는 김진명 작가의 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독성과 흥미 유발, 재미, 역사적 기반 등 김진명 작가만의 매력이 넘치는 웰메이드 소설 <직지>는 나를 행복하게 했다.



엽기적 살인 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귀가 잘리고 목에는 송곳니 자국이 났으며 창에 관통당한 시신이 등장한다. 라틴어를 가르치는 전교수의 시신이다. 사회부 기자 기연은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추적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 사건이 '직지'와 연관이 있음을 찾아냈고 한 걸음 더 진실에 다가선다.

원래는 구텐베르크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든 걸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게 아니라 직지가 최소 78년 이상 구텐베르크보다 앞섰다는 것까지는 잘 알려졌어요. 하지만 지금 직지는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p49

구텐베르크와 직지의 연결고리가 궁금해진다. 독일에서는 구텐베르크가 독자적으로 혁신을 이뤄냈다고 하고 우리는 직지가 최초였으며 구텐베르크의 뿌리는 직지였음을 주장한다. 타당해보이는 이 주장들은 서로 어떤 사실을 근간으로 힘을 얻고 있을까. 역사소설이 재미 없다는 편견을 짓밟는다. 추리 소설의 기반에서 역사를 다루고 있기에 전혀 지루함이 없다.

어떤 경우든 그 전통과 의식이 오랜 과거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역시 개인이 저질렀다기보다는 어떤 비밀스러운 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었기 바랍니다.

p128

스타라스부르의 피셔 교수, 아비뇽의 카레나. 단서들이 하나씩 모인다. 그들을 찾아가서 묻고 파헤치는 과정이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은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한다. 진실에 접근해 나가는 과정이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참혹한 살인 현장은 메세지를 담고 있다. 직지와 관련하여 경고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기연은 자료를 조사하고 시신에 남겨진 것들의 의미를 전문가에게 묻고 답변을 받는다. 살인을 통해 막아야만 했던 그 무언가에 기연은 점차 다가선다. 그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조선의 인쇄가 유치원생이라면 독일의 인쇄는 대학원생인 것입니다. 이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즉 독일은 직지의 씨앗을 인정하고 한국은 독일의 열매를 인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p207

한국과 독일, 서로 자신의 말이 옳다고 주장하는 그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기연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실주의자인 나의 입장에서 직지가 구텐베르크에 영향을 주다는 사실이 현재에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에 대한 의문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지가 어떻게 구텐베르크에 영향을 준 것인지에 대한 역사적 추리 과정에 매료되어 흠뻑 빠져버렸다. 고려 충숙왕 시절, 직지 기술이 독일로 전해졌다는 것을 암시하는 문건들을 통해 그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이 매우 설득력있다.

사건에 따라서는 범인을 잡는 것보다 왜 그런 범행이 일어났는가를 규명하는 게 더 중요한 경우도 있소. 내가 보기에 이 사건이 바로 그런 사건이오.

p229

김진명 작가의 소설은 어디까지가 사실이며 상상력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역사적 사실과 문헌 등에 기반하여 상상력이 더해져 논리적 이야기를 펼치는 김진명 스타일의 소설은 팬층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범행이 일어난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직지 1권을 읽고나서 '카레나' 이 단어가 계속 맴돈다. 진실에 어느 정도 다가선 것일까. 그 끝에는 과연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해서 2권을 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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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현장은 구름 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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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현장은 구름 위

A코와 B코 명탐정 콤비를 막을 수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코믹 미스터리 추리물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살인 현장이 구름 위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 했는데 스튜어디스 A코와 B코 명탐정 콤비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미인에 늘씬하며 지성까지 갖춘 A코와 뚱뚱한 체형에 입사도 꼴지, 훈련도 꼴지인 B코는 서로 절친이다. 예리하게 사건의 본질을 파고드는 A코와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풍기는 B코의 조화가 일품이다.



김전일, 코난의 주변에는 사건 사고가 따라다닌다는 법칙처럼 7가지의 사건들이 A코와 B코의 주변에서 일어난다. 의문스러운 부분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하가시노 게이고는 독자를 궁금하게 만드는 능력이 일품이다. 해답을 알고 싶은 마음에 계속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다.

그때부터 A코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혼마 부인의 위 속에는 미처 소화되지 않은 샌드위치가 남아 있었다고 했는데, 그것이 반드시 웨이터가 가져다준 것이라는 근거는 없지 않을까. 따로 준비해 둔 샌드위치를 미리 먹은 후에 살해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K호텔 살인의 밤 (p43)

A코와 B코는 비행기의 승객이었던 혼마씨와 바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혼마씨의 언변이 좋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그 시각 혼마씨의 부인이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다. 목이 졸린 채로 발견된 혼마 부인은 누구에게 살해당한 것일까. 사소한 단서에서 소홀히 하지 않는 A코의 예리함이 빛을 발한다. 추리를 통해 범인을 특정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아실는지 모르지만, 생명 보험에 가입한 지 1년 이내에 자살했을 경우에는 보험금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사건이 동반 자살, 즉 양자 합의하에 자살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겠죠."

길동무 미스터리 (p155)

비행기 승객이었던 과자 가게 주인 도미야는 A코에게 저녁을 사겠다고 했으나 그녀는 거절했다. B코는 서른이 안되어 보이는 여자 승객에게 S호텔을 추천했다. 그리고 S호텔에서 동반 자살 사건이 발생한다. 연관성이 없어 보였던 남자와 여자 승객이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두 사람이 한 욕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혼란스럽다. 사건의 진실로 다가가는 과정에 나 역시 숨죽이며 동행하게 된다.

두 개의 불빛이 바로 뒤까지 와 있었다. 상향등인 탓에 그 불빛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눈이 부시네, 하고 생각한 것과 신변의 위협을 느낀 것은 거의 동시의 일이었다. 차가 그녀를 향해 돌진한 것이다.

누가 A코를 노리는가 (p247)

마지막 에피소드 <누가 A코를 노리는가>를 읽는다. 이 편을 마지막으로 A코와 B코를 만날 수 없음에 벌써 아쉬운 마음이다. A코가 걱정되어 미행하는 엉뚱한 매력의 B코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이자 A코를 위협한 자가 과거 A코의 애인일 수 있다는 전개가 매우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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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의 묘미가 한껏 담겨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퍼즐을 해나가듯 하나씩 맞춰지는 사건의 숨은 모습에 그저 감탄스럽다. 기존의 추리물들과 맥락이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 이야기들마다 특색과 독특함이 있다. 정통 추리소설의 맥을 이어가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는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차별성이 있다. 어떻게 이런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리도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흥미롭고 구성지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나의 책장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 그의 책을 만날 때마다 감탄한다. 책장에 다른 작가의 책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가장 많다. 그만큼 많은 책을 써낸 다작왕임과 동시에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책이 없다. 분명 어느 한 권쯤은 실망스러울 법도 한데 아직 실망스러운 책을 만나지 못했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어떠한 책을 선택해도 실망이 없을 것이라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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