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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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

'아모르 마네트'



'직지'와 함께 중세에 다녀오다






나는 김진명 작가의 책 중 <싸드>를 먼저 만났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소설은 매우 현실감 있고 생생해 나를 매료시켰다. <직지> 역시 현실감있는 전개와 더불어 살인 사건으로 흥미를 유발시키고 이 흥미를 소설 끝까지 유지시키는 김진명 작가의 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독성과 흥미 유발, 재미, 역사적 기반 등 김진명 작가만의 매력이 넘치는 웰메이드 소설 <직지>는 나를 행복하게 했다.



엽기적 살인 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귀가 잘리고 목에는 송곳니 자국이 났으며 창에 관통당한 시신이 등장한다. 라틴어를 가르치는 전교수의 시신이다. 사회부 기자 기연은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추적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 사건이 '직지'와 연관이 있음을 찾아냈고 한 걸음 더 진실에 다가선다.

원래는 구텐베르크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든 걸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게 아니라 직지가 최소 78년 이상 구텐베르크보다 앞섰다는 것까지는 잘 알려졌어요. 하지만 지금 직지는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p49

구텐베르크와 직지의 연결고리가 궁금해진다. 독일에서는 구텐베르크가 독자적으로 혁신을 이뤄냈다고 하고 우리는 직지가 최초였으며 구텐베르크의 뿌리는 직지였음을 주장한다. 타당해보이는 이 주장들은 서로 어떤 사실을 근간으로 힘을 얻고 있을까. 역사소설이 재미 없다는 편견을 짓밟는다. 추리 소설의 기반에서 역사를 다루고 있기에 전혀 지루함이 없다.

어떤 경우든 그 전통과 의식이 오랜 과거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역시 개인이 저질렀다기보다는 어떤 비밀스러운 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었기 바랍니다.

p128

스타라스부르의 피셔 교수, 아비뇽의 카레나. 단서들이 하나씩 모인다. 그들을 찾아가서 묻고 파헤치는 과정이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은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한다. 진실에 접근해 나가는 과정이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참혹한 살인 현장은 메세지를 담고 있다. 직지와 관련하여 경고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기연은 자료를 조사하고 시신에 남겨진 것들의 의미를 전문가에게 묻고 답변을 받는다. 살인을 통해 막아야만 했던 그 무언가에 기연은 점차 다가선다. 그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조선의 인쇄가 유치원생이라면 독일의 인쇄는 대학원생인 것입니다. 이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즉 독일은 직지의 씨앗을 인정하고 한국은 독일의 열매를 인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p207

한국과 독일, 서로 자신의 말이 옳다고 주장하는 그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기연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실주의자인 나의 입장에서 직지가 구텐베르크에 영향을 주다는 사실이 현재에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에 대한 의문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지가 어떻게 구텐베르크에 영향을 준 것인지에 대한 역사적 추리 과정에 매료되어 흠뻑 빠져버렸다. 고려 충숙왕 시절, 직지 기술이 독일로 전해졌다는 것을 암시하는 문건들을 통해 그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이 매우 설득력있다.

사건에 따라서는 범인을 잡는 것보다 왜 그런 범행이 일어났는가를 규명하는 게 더 중요한 경우도 있소. 내가 보기에 이 사건이 바로 그런 사건이오.

p229

김진명 작가의 소설은 어디까지가 사실이며 상상력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역사적 사실과 문헌 등에 기반하여 상상력이 더해져 논리적 이야기를 펼치는 김진명 스타일의 소설은 팬층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범행이 일어난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직지 1권을 읽고나서 '카레나' 이 단어가 계속 맴돈다. 진실에 어느 정도 다가선 것일까. 그 끝에는 과연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해서 2권을 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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