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현장은 구름 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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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현장은 구름 위

A코와 B코 명탐정 콤비를 막을 수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코믹 미스터리 추리물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살인 현장이 구름 위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 했는데 스튜어디스 A코와 B코 명탐정 콤비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미인에 늘씬하며 지성까지 갖춘 A코와 뚱뚱한 체형에 입사도 꼴지, 훈련도 꼴지인 B코는 서로 절친이다. 예리하게 사건의 본질을 파고드는 A코와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풍기는 B코의 조화가 일품이다.



김전일, 코난의 주변에는 사건 사고가 따라다닌다는 법칙처럼 7가지의 사건들이 A코와 B코의 주변에서 일어난다. 의문스러운 부분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하가시노 게이고는 독자를 궁금하게 만드는 능력이 일품이다. 해답을 알고 싶은 마음에 계속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다.

그때부터 A코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혼마 부인의 위 속에는 미처 소화되지 않은 샌드위치가 남아 있었다고 했는데, 그것이 반드시 웨이터가 가져다준 것이라는 근거는 없지 않을까. 따로 준비해 둔 샌드위치를 미리 먹은 후에 살해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K호텔 살인의 밤 (p43)

A코와 B코는 비행기의 승객이었던 혼마씨와 바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혼마씨의 언변이 좋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그 시각 혼마씨의 부인이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다. 목이 졸린 채로 발견된 혼마 부인은 누구에게 살해당한 것일까. 사소한 단서에서 소홀히 하지 않는 A코의 예리함이 빛을 발한다. 추리를 통해 범인을 특정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아실는지 모르지만, 생명 보험에 가입한 지 1년 이내에 자살했을 경우에는 보험금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사건이 동반 자살, 즉 양자 합의하에 자살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겠죠."

길동무 미스터리 (p155)

비행기 승객이었던 과자 가게 주인 도미야는 A코에게 저녁을 사겠다고 했으나 그녀는 거절했다. B코는 서른이 안되어 보이는 여자 승객에게 S호텔을 추천했다. 그리고 S호텔에서 동반 자살 사건이 발생한다. 연관성이 없어 보였던 남자와 여자 승객이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두 사람이 한 욕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혼란스럽다. 사건의 진실로 다가가는 과정에 나 역시 숨죽이며 동행하게 된다.

두 개의 불빛이 바로 뒤까지 와 있었다. 상향등인 탓에 그 불빛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눈이 부시네, 하고 생각한 것과 신변의 위협을 느낀 것은 거의 동시의 일이었다. 차가 그녀를 향해 돌진한 것이다.

누가 A코를 노리는가 (p247)

마지막 에피소드 <누가 A코를 노리는가>를 읽는다. 이 편을 마지막으로 A코와 B코를 만날 수 없음에 벌써 아쉬운 마음이다. A코가 걱정되어 미행하는 엉뚱한 매력의 B코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이자 A코를 위협한 자가 과거 A코의 애인일 수 있다는 전개가 매우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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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의 묘미가 한껏 담겨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퍼즐을 해나가듯 하나씩 맞춰지는 사건의 숨은 모습에 그저 감탄스럽다. 기존의 추리물들과 맥락이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 이야기들마다 특색과 독특함이 있다. 정통 추리소설의 맥을 이어가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는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차별성이 있다. 어떻게 이런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리도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흥미롭고 구성지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나의 책장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 그의 책을 만날 때마다 감탄한다. 책장에 다른 작가의 책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가장 많다. 그만큼 많은 책을 써낸 다작왕임과 동시에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책이 없다. 분명 어느 한 권쯤은 실망스러울 법도 한데 아직 실망스러운 책을 만나지 못했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어떠한 책을 선택해도 실망이 없을 것이라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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