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하게 살고 미련하게 사랑하기를
차재이 지음 / 부크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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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하게 살고 미련하게 사랑하기를

- 차재이 에세이 -

차재이의 고백이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될 수 있기에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배우의 삶을 살아가는 차재이의 에세이집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차재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몰랐다. 방송 혹은 드라마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편견없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저 한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편안하게 듣는 것처럼 책을 읽어 나갔다.

배우 차화연의 딸, 뉴욕대 출신의 그녀에게 엄친딸, 금수저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그저 우리와는 다른 세상 사람인 듯 보인다. 그러나 이 세상을 살아가는 고민, 힘듦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물질적인 면에서는 물론 큰 걱정은 없어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경계성 종양이라는 희귀한 질병으로 아픈 시간을 보냈고 이를 이겨내고 배우로써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간다.

외로움은 공평하다. 겉이 화려하든, 돈이 많든 적든, 명예가 있든 없든 모두에게나 주어진다. 외로움은 상대적이지 않다. 외롭다는 감정은 주관적이고 절대적이다. 그러나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기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누군가의 쓸쓸함을 그러려니,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p116

겉은 화려하게 치장할지라도 그 안에 누구나 외로움을 안고 산다. 힘든 일을 이겨내면서 나약함은 강함으로 변모한다. 새로운 관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렵고 조심스럽다. 세상이 그닥 재미없고 무료하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 이런 느낌은 나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느낄 것이다. 나만 외로운 것이 아님을 깨닫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언가 위로가 된다.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도 외로움은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말이 묘한 위안을 준다. 나의 외로움이 커다란만큼 다른 이들의 외로움도 크다. 누구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기에 이 외로움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한 언제 올지 모를 변덕스러운 죽음이란 놈 앞에서 후회하거나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걸 하고, 먹고 싶은 걸 먹고, 그냥 그렇게 하루를 꽉 채워 살자. 최선을 다해 오늘을 누리자. 삶이 아닌 죽음에 집중하니 아이러니하게도 사는 게 의미 있어졌다.

p131

삶이 무료하게 느껴진다. 사는 게 의미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점점 그런 생각이 늘어간다. 이 삶의 자세를 스스로 조금 바꿔보고 싶으나 사실 쉽지 않다. 이런 나에게 "죽음에 집중하니 사는 게 의미 있어졌다."라는 말이 시선에 들어왔고 내 안에 남았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살아간다면 내 삶이 의미있어진다는 것이다. 기억해두고 싶다. 그리고 내 삶을 채워 나가야겠다.

기대감은 어차피 채울 수 없구나 생각했다. 충족이 되려는 순간 다른 기대가 생기고 다른 게 보인다. 욕심이란 본능이다. 건강한 욕심은 동기가 되지만 뭐든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 기대감이 내 정신을 속박하게 놔두지 않기로 했다. (중략) 나 자신이 걸어온 길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햇다. 비단 성취에 얽매여 성과를 축하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안아 주기로 했다.

p169

언제나 그랬다. 목표하는 바를 이루면 성취감과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허탈감과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래서 다시 목표를 세운다. 이게 욕심일까. 목표를 이루고 나면 그 다음 목표를 세운다.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스스로의 기대감이 높아 목표를 높게 세운다면 성취하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한 기대감, 내 주변 사람들이 갖는 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단히 노력하지만 그 결과가 그닥 행복하지 않다. 매일 열심히 살아가는 이 자체의 나를 축하하고 격려할 필요가 있다. 기대감은 채우더라도 잠시뿐이며 그 기대감을 채우지 않아도 굳이 상관없다.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본인이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라 치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작은 일 하나에도 남들이 뭐서워 결단을 못 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삶을 살고 있는 그대는 대단하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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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뮤지컬 <붉은 정원> 원작 소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6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김학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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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그 복잡미묘한 감정을 다시금 불러오다"

'첫사랑'이란 단어만으로 사람의 마음이 흐물거리는 느낌이다. 아련하고 갈망하지만 잡을 수 없었던 그 아득한 '첫사랑'의 감정이 올라온다. 제목을 보고 순간적으로 느꼈던 그 복잡한 감성, 감성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흩날렸다. 그 첫사랑의 감성을 제대로 가지고 놀 줄 아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고전의 힘을 고스란히 느꼈다.

러시아 고전소설 <첫사랑>은 투르게네프(1818~1883)의 작품으로 천재적인 문호로 대우받는 작가다. 투르게네프는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더불어 러시아 작가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특히 풍부하고 섬세한 감정 묘사, 세밀하고 세련된 표현들이 일품이다.

<첫사랑>, <아아샤>, <밀회>, <사랑의 개가>까지 총 4작품이 담겨있다. 밀회는 단편이며 나머지 3작품은 중편의 길이다. 그 중 나는 투르게네프의 대표작 <첫사랑>이 단연 기억에 남는다. 특히 첫사랑에 빠져 허우적 거렸던 경험이 있는 남자가 이 소설을 읽으면 큰 공감을 할 것이라 자부한다.

싱싱하고도 아름다운 그녀의 몸 전체에는 교활함과 어수룩함, 기교와 단순함, 조용함과 활발함, 이런 것들이 뒤섞인 특이한 매력이 넘쳤다. 그녀의 말 한마디, 그녀의 일거일동에는 미묘하고 경쾌한 아름다움이 넘치고, 그녀의 모든 것이 독특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얼굴은 쉴 새 없이 변화하여, 언제나 표정이 풍부했다. 그것은 냉소와 수심과 정열을 거의 동시에 나타냈다.

p54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지나이다'는 주변의 남성을 거느리듯 어장관리 능력치도 상당하다. 우리의 주인공 볼리데마르 역시 이 어장의 물고기가 된다. 주인공은 지나이다를 처음만난 그 순간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보기 위해 갖은 핑계를 대며 그녀 주변을 서성거린다. 그녀도 안다. 남성들이 자신에게 홀딱 빠져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아래에서 허우적거리는 남자들에게 관심이 없다. 자신을 마음을 거느릴 줄 아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주인공은 지나이다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만 그녀를 포기할 수 없다. 그녀는 주인공에게 키스를 하는 등의 여지를 주며 주인공을 혼란스럽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에게 더욱 빠져들 뿐이다. 그러다 지나이다가 사랑에 빠진 상대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정말 사랑에 빠져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세세하고도 비합리적인 행동과 감정을 소설에 잘 담아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작가의 본인의 경험을 이 소설에 녹아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이 바로 자기 자신과 같다고 말한다. 제대로 날 것의 감정이 천재적 문호의 글로 탄생된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첫사랑의 감정 표현과 섬세한 묘사가 인상깊었으나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스토리다. 지나이다가 사랑에 빠진 상대가 자신의 아버지이며 이를 주인공이 알게 된다는 부분은 매우 충격적이다. 소설을 진행하면서 이 부분을 암시적으로 알려주고 있지만 설마 설마 했던 그 일을 터트린 것이다.

그런데 다른 서평들을 읽다보니 이 소설에 대한 해석이 다양할 수 있음에 더욱 재미를 느꼈다. 이 소설을 중편의 길이로 열린 결말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뭔가 알려줄 듯 하지만 속시원하게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않고 소설이 마무리된다. 그렇기에 실제 내막은 알 수 없으며 대략적인 추측을 할 뿐이다. 자신의 아버지와 지나이다의 관계가 부적절한 관계일수도 있으나 혈연 관계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설득력이 전혀 없지 않고 충분히 가능해 보이기도 하다.

그녀의 가슴은 바로 내 가슴 가까이에서 호습하고, 그 손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갑자기 - 아아, 그때 나의 심정은 어떠했으랴- 그녀의 부드럽고도 싱싱한 입술이 내 얼굴 전체에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내 입술에도 닿았다. (중략)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나 그때 내가 경험한 행복감은 내 일생에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그것은 달콤한 아픔이 되어 내 전신에 넘쳐흘렀고, 급기야는 환희에 찬 도약과 부르짖음이 되어 용솟음쳐 나왔다. 참으로 나는 아직도 어린애였던 것이다.

p76

책을 읽는 나 역시도 매우 혼란스럽다. 이 여자가 나를 좋아하는건가 아닌건가. 아주 혼을 쏙 빼놓는다. 좋아하는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밀당을 하는 건지 당췌 알 수가 없다. 그런 주인공의 심정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된다. 그러면서도 싱글벙글한 주인공의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뭔가 부럽기도 하면서 미소가 지어진다.

또 하나 이 소설이 빛나는 한 부분이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상황이다. 주인공이 첫사랑 지나이다를 다시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뭔가 실망스럽지 않을까. 살이 쪄서 후덕해졌을 수도 있고, 예전의 매력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물론 예전의 모습처럼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다. 첫사랑은 첫사랑의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소설처럼 아득하게 첫사랑의 추억으로 남겨둔 것이 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충분히 역할을 다 했다.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해 푹 빠져 읽었다. 수많은 찬사를 받은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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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 현대인들의 삶에 시금석이 될 진실을 탐하다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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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가볍게 읽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전하는 진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존재한다. 과거 현인들의 말들은 현대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가능한 진실이며 지혜다. 그 중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 문명의 토대인 그리스적 학문 체계를 세운 인물이다.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양한 과목에 능통하고 사람들을 가르쳤다. 정치학, 윤리학 형이상학, 시, 연극, 음악, 생물학, 동물학, 물리학 등 다양한 학문에 능통하여 '만학의 아버지'라 불렸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실제 170여권에 달하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30권 정도라고 한다. 그의 책들 중에서 <니코마코스 윤리학>, <수사학>, <정치학>, <형이상학>, <영혼에 관하여>, <시학>의 내용에서 각 주제에 맞는 내용들을 모아 저자 이채윤은 <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정리했다. 행복, 영혼과 중용, 친구, 사랑과 쾌락과 아름다움, 철학, 정치, 인간 행동, 일과 삶, 교육, 시와 예술까지 총 10가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행복한 사람이란 바르게 행동하면서 잘 사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실상 행복을 좋은 생활이자 바르게 사는 행위라고 규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중략) 행복을 덕, 혹은 여러 덕들 중 어떤 한가지 덕으로 보는 사람들의 생각과 우리의 정의는 일치힌다. 왜냐하면 덕에 기반한 활동은 덕에 속하기 때문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잇으려면 (p31)

세상을 살아가면 행복한 삶에 대해 모두가 생각한다. 행복을 행운, 덤, 분별력, 지혜, 쾌락 등으로 보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서 행복한 사람은 바르게 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 말한다. 바르게 살기 위해 좋은 성격이 필요하며, 매사에 노력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노력을 통한 탁월한 활동이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우리의 삶에서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것인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이상적인 것'과 '좋은 것'이 둘 다 어울린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것 (p117)

나에게 '이상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봤다. 돈 걱정이 없는 상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상태, 베풀면서 사는 것이 모두 충족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 참 쉽지 않다. 돈으로 부터 자유로운 상태가 되어야만 하는 것들이다. 그렇기에 나는 계속 무언가를 바라고 갈망할 수 밖에 없나 보다.

돈을 버는 삶은 강요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고, 부는 분명히 우리가 추구하는 선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유용할 뿐이고 다른 것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삶 (p209)

"부는 우리가 추구하는 최선의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유용할 뿐이고 다른 것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p210) 돈에 대해 나의 마음을 정화하는 글귀들이다. 일과 삶에 대해 돈을 버는 일은 배제할 수 없다. 최소한의 삶을 위해 우리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간혹 돈을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우리를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위해 돈을 벌고 어느 것을 위해 돈을 버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선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이 시간은 나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환기시킨다.

생각과 배움에서 생기는 쾌락은 우리를 더욱 생각하고 배우게 할 것이다.

배움에서 생기는 쾌락 (p222)

요즘 젊은이의 기준이 모호하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호기롭고 의욕이 왕성한 시기를 젊은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젊은이에 속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 배움에서 생기는 쾌락을 느낀다면 그 시기가 바로 젊은 시절이 아닐까. 사람은 인생을 통틀어 항상 배우고 익힌다. 그 배움이 즐겁고 나에게 유익하다면 어떻게서든 도움이 되고 쾌락을 느끼기도 한다. 세상 다양한 방면에 배움을 즐긴다면 우리는 언제나 젊은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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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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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내가 사는 이유'를 고민하는 이에게 건네고 싶은 책

이 책은 사랑이다. 삶이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고전이기에 읽기를 겁냈던 나였지만 절대 어렵지 않다. 레프 톨스토이는 어린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책을 썼다. 읽기 쉬울 뿐 아니라 재미있고 교훈까지 담고 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많은 사건 사고들을 본다. 우리는 하느님, 하나님, 예수 등 다양한 모습의 그분을 기다린다. 광채로 빛나는 빛의 형태로 우리에게 오실 그분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성당이며 교회로 달려간다. 성전에서 그분의 말씀을 듣고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 다시 일상에 돌아와서는 주변의 어려운 이들은 외면한다.

주변의 이웃을 돕는 일, 사랑을 전하는 일, 자신을 내어주는 일들은 물론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고 사소하게 건네는 선행도 괜찮다고 책은 말한다. 이 선행이 모여 더 큰 선행이 되고, 그것이 바로 사랑임을 우리는 깨닫는다.

저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염려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 하나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 안에 있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있고, 그 안에 하나님께서 계십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p40)

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단연 책의 제목으로 선정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짧은 이야기가 이렇게나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 줄은 몰랐다. 사람 안에 무엇이 있는지, 사람에게 무엇이 주어지지 않았는지,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사랑'이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온정, 남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와 같이 정성스레 키우는 사람의 마음은 모두 사랑에서 나온다.

그분이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죄 가운데 죽었을 겁니다. 우리는 절망 가운데 죽어가면서 하나님과 사람에게 불평하고 있었습니다. 그분이 우리를 두 발로 설 수 있게 해주셨고, 그분을 통해 저희는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이 세상에 선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그분을 구원하시기를! 이전에는 짐승처럼 살던 우리를 그분이 사람으로 만들어주셨어요.

두 노인 (p87)

예루살렘으로 순례길을 떠나는 <두 노인> 가난한 농부 옐리세이와 부유한 농부 예핌에 대한 이야기는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순례길을 떠나는 중 옐리세이는 물을 얻어 먹기 위해 한 마을에 들렀다. 그 마을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만나고 외면할 수 없었던 옐리세이는 자신 순례길을 포기하고 그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반대로 예핌은 예루살렘에 도착한다. 예핌은 예루살렘에서 저 멀리 앞서서 기도를 올리는 옐리세이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나 옐리세이를 만나지 못했고, 기도를 올리고 무사히 순례를 다녀왔다. 순례의 길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님의 방식을 깨닫는다.

"그렇게 하세요. 여기 사세요, 우리나라에는 모든 게 풍족해요."

다만 그의 왕국에서는 지켜야 할 풍습이 하나 있었다. 손에 굳은살이 있는 사람은 식탁에 앉고, 없는 사람은 남은 음식을 먹는 것이었다.

바보 이반 (p191)

욕심없는 삶을 살아가는 <바보 이반>의 이야기는 세 형제에 대한 이야기다. 탐욕을 부리며 욕심 많은 형들은 무너지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바보 이반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이 동화같은 이야기가 우리에게 작은 희망이 된다. 욕심없이 열심히 일하고 베풀며 살아간다면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해준다. 나도 믿고 싶다. 그저 착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정말 맞다는 것이 확인되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그러니 기억하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시간에만 우리는 자신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네.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인데,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라네. 우리는 오직 그것을 위해서만 살아가도록 보냄을 받았기 때문이라네.

세 가지 질문 (p227)

"어떤 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가? 어떤 사람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고, 어떤 사람과 일을 더 많이 하고, 어떤 사람과는 일을 줄여야 하는가?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인가, 모든 일 중에서 무엇보다 더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p224) 황제가 알고 싶어 했던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봤다. 이리저리 궁리해봐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책에 담긴 10편의 단편 중 마지막 작품인 <세 가지 질문>을 읽고 정말 감탄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이지만 잘 인지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잊고 살아가는 진리 중의 진리를 선사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이야기는 그렇기에 더욱 빛이 나는 듯 싶다.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과 선을 베풀라는 아주 간단하고도 확실한 진리를 다시금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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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손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지음 / 내로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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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손

"짧은 단편 소설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

1) 누군가가 나타나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한다면?

2) 도저히 빼앗길 수 없는 나의 일상 속 나의 행복은?

P12~13

책의 내용이 시작되기 전에 이 두가지 질문이 등장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별 생각없이 넘어갔으나 책을 읽고난 뒤 이 두 가지 질문이 매우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나의 답변을 조용히 생각해봤다.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족한 돈에 대해, 몸이 아프다면 건강 등을 소원으로 빌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돈이 제일 먼저 떠올랐고 책 속의 화이트씨도 그랬다.

우리는 일상에서 누리는 행복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고 바란다. 이런 우리의 욕망이 우리를 더욱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삶도 매우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신중히 바라라. 어쩌면 얻게 될지니." - 작자미상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you may receive it." - Anonymous

p8~9

이 짧은 단편 소설이 가진 메세지는 아주 명료하다. 열린 결말로 우리에게 의문점을 남기지만 이미 앞에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평범하게 보이는 이 소설의 장르가 왜 공포인지 중반부에 드러난다.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주는 섬뜩한 공포다. 단편이기에 중반부라 하기는 뭐하지만 친절하게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원숭이 손>은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1863~1943)의 짧은 단편으로 공포 장르 소설이다. 이미 매우 유명한 단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회자되고 각색되었다고 한다. 어디서 읽어본 듯 했지만 원문은 나에게 매우 신선하고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화이트씨, 화이트 부인, 아들 허버트 화이트 그리고 모리스 상사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모리스 상사는 오랜 기간 군생활을 했으며 화이트씨 댁에 21년만에 방문해 인도에서의 경험담을 늘어 놓았다. 그렇게 원숭이의 손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늙은 수도승의 주술이 걸려 있어요. 작은 마을 주민들이 신처럼 모시던 사람이었죠. 그는 인생이란 운명이 이끄는 것이고, 거역하려 하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했어요. (중략) 여기에 걸린 주술은, 세 사람이 각자 세 개의 소원을 빌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p27

화이트씨는 모리스 상사에게 원숭이 손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모리스 상사는 원숭이 손을 꺼내 보여준다. 미라와 같이 말라 비틀어진 원숭이 손에는 어떤 주술이 걸려 있다고 한다. 늙은 수도승의 주술에 대해 설명하는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세 개의 소원'에 눈이 번뜩 띄였다.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와 같은 존재가 바로 원숭이의 손이구나.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난 뒤 다시 이 구절을 읽어보니 소름이 돋았다. "인생이란 운명이 이끄는 것이고, 거역하려 하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했어요."라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모두는 홀린 듯 소원이라는 단어에 눈이 쏠리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그 앞 부분이었음에 나 역시 타인과 별반 다름없는 욕심 가득한 사람임을 깨닫는다.

이미 비극을 위해 준비된 물건이라면, 아무리 신중히한들 소원으로 인하여 득을 볼 수 있기는 한 걸까? 도대체 무슨 소원을 어떻게 빌어야 비극을 피해 갈 수 있을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p99

옮긴이의 해석 2 '신중하라는 그 말'에서 나온 생각에 매우 공감된다. 원숭이의 손은 소원을 들어주지만 이는 운명을 거역하려 하는 것이고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 원숭이 손에 깃든 주술에 의해 작은 소원을 빌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앗아간다. 무언가 얻는 것에 급급한 우리 모습을 꼬집고 있다. 욕심에 가득찬 우리를 경고하고 있다.

책에서 화이트 가족에게서 앗아간 소중한 것을 직접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읽는 것과 전혀 모르고 읽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전혀 모르고 책을 읽으면 그만큼 더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영어 원문이 함께 있기에 영어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철학적 질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활용도가 높은 아주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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