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지나이다'는 주변의 남성을 거느리듯 어장관리 능력치도 상당하다. 우리의 주인공 볼리데마르 역시 이 어장의 물고기가 된다. 주인공은 지나이다를 처음만난 그 순간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보기 위해 갖은 핑계를 대며 그녀 주변을 서성거린다. 그녀도 안다. 남성들이 자신에게 홀딱 빠져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아래에서 허우적거리는 남자들에게 관심이 없다. 자신을 마음을 거느릴 줄 아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주인공은 지나이다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만 그녀를 포기할 수 없다. 그녀는 주인공에게 키스를 하는 등의 여지를 주며 주인공을 혼란스럽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에게 더욱 빠져들 뿐이다. 그러다 지나이다가 사랑에 빠진 상대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정말 사랑에 빠져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세세하고도 비합리적인 행동과 감정을 소설에 잘 담아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작가의 본인의 경험을 이 소설에 녹아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이 바로 자기 자신과 같다고 말한다. 제대로 날 것의 감정이 천재적 문호의 글로 탄생된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첫사랑의 감정 표현과 섬세한 묘사가 인상깊었으나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스토리다. 지나이다가 사랑에 빠진 상대가 자신의 아버지이며 이를 주인공이 알게 된다는 부분은 매우 충격적이다. 소설을 진행하면서 이 부분을 암시적으로 알려주고 있지만 설마 설마 했던 그 일을 터트린 것이다.
그런데 다른 서평들을 읽다보니 이 소설에 대한 해석이 다양할 수 있음에 더욱 재미를 느꼈다. 이 소설을 중편의 길이로 열린 결말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뭔가 알려줄 듯 하지만 속시원하게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않고 소설이 마무리된다. 그렇기에 실제 내막은 알 수 없으며 대략적인 추측을 할 뿐이다. 자신의 아버지와 지나이다의 관계가 부적절한 관계일수도 있으나 혈연 관계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설득력이 전혀 없지 않고 충분히 가능해 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