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의 손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지음 / 내로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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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손

"짧은 단편 소설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

1) 누군가가 나타나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한다면?

2) 도저히 빼앗길 수 없는 나의 일상 속 나의 행복은?

P12~13

책의 내용이 시작되기 전에 이 두가지 질문이 등장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별 생각없이 넘어갔으나 책을 읽고난 뒤 이 두 가지 질문이 매우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나의 답변을 조용히 생각해봤다.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족한 돈에 대해, 몸이 아프다면 건강 등을 소원으로 빌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돈이 제일 먼저 떠올랐고 책 속의 화이트씨도 그랬다.

우리는 일상에서 누리는 행복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고 바란다. 이런 우리의 욕망이 우리를 더욱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삶도 매우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신중히 바라라. 어쩌면 얻게 될지니." - 작자미상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you may receive it." - Anonymous

p8~9

이 짧은 단편 소설이 가진 메세지는 아주 명료하다. 열린 결말로 우리에게 의문점을 남기지만 이미 앞에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평범하게 보이는 이 소설의 장르가 왜 공포인지 중반부에 드러난다.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주는 섬뜩한 공포다. 단편이기에 중반부라 하기는 뭐하지만 친절하게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원숭이 손>은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1863~1943)의 짧은 단편으로 공포 장르 소설이다. 이미 매우 유명한 단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회자되고 각색되었다고 한다. 어디서 읽어본 듯 했지만 원문은 나에게 매우 신선하고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화이트씨, 화이트 부인, 아들 허버트 화이트 그리고 모리스 상사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모리스 상사는 오랜 기간 군생활을 했으며 화이트씨 댁에 21년만에 방문해 인도에서의 경험담을 늘어 놓았다. 그렇게 원숭이의 손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늙은 수도승의 주술이 걸려 있어요. 작은 마을 주민들이 신처럼 모시던 사람이었죠. 그는 인생이란 운명이 이끄는 것이고, 거역하려 하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했어요. (중략) 여기에 걸린 주술은, 세 사람이 각자 세 개의 소원을 빌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p27

화이트씨는 모리스 상사에게 원숭이 손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모리스 상사는 원숭이 손을 꺼내 보여준다. 미라와 같이 말라 비틀어진 원숭이 손에는 어떤 주술이 걸려 있다고 한다. 늙은 수도승의 주술에 대해 설명하는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세 개의 소원'에 눈이 번뜩 띄였다.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와 같은 존재가 바로 원숭이의 손이구나.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난 뒤 다시 이 구절을 읽어보니 소름이 돋았다. "인생이란 운명이 이끄는 것이고, 거역하려 하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했어요."라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모두는 홀린 듯 소원이라는 단어에 눈이 쏠리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그 앞 부분이었음에 나 역시 타인과 별반 다름없는 욕심 가득한 사람임을 깨닫는다.

이미 비극을 위해 준비된 물건이라면, 아무리 신중히한들 소원으로 인하여 득을 볼 수 있기는 한 걸까? 도대체 무슨 소원을 어떻게 빌어야 비극을 피해 갈 수 있을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p99

옮긴이의 해석 2 '신중하라는 그 말'에서 나온 생각에 매우 공감된다. 원숭이의 손은 소원을 들어주지만 이는 운명을 거역하려 하는 것이고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 원숭이 손에 깃든 주술에 의해 작은 소원을 빌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앗아간다. 무언가 얻는 것에 급급한 우리 모습을 꼬집고 있다. 욕심에 가득찬 우리를 경고하고 있다.

책에서 화이트 가족에게서 앗아간 소중한 것을 직접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읽는 것과 전혀 모르고 읽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전혀 모르고 책을 읽으면 그만큼 더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영어 원문이 함께 있기에 영어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철학적 질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활용도가 높은 아주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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