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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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보노보노의 매력에 한걸음 더 다가가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귀여운 보노보노를 만났다. 그저 조개를 들고나니는 귀여운 캐릭터이며 항상 당황해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 보노보노. 서른다섯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보노보노의 이야기가 이제는 그저 어린 시절의 만화로만 보이지 않는다.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보노보노의 이야기가 다르게 다가옴은 신비롭기도 하며 어른이 되어버린 내 자신을 되돌아 보기도 한다.

보노보노의 만화책이 38권이나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3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보노보노는 영화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꾸준히 방송 프로램에서 방영되고 있다.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보노보노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이 책에서 보노보노를 만나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엉뚱하고 기발한 접근 방식이 매우 색다르다. 툭툭 내던지며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깊은 지혜를 얻게 된다.

다양한 보노보노의 이야기들 중에서 원작자 이가리시 미키오와 다케쇼보 편집부가 함께 고르고 고른 에피소드를 이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보노보노 입문서로 추천하고 있다. 보노보노 만화책 38권을 사게 될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이다.






걷기가 좋은 이유는 걷는 걸 좋아하니까. (p39)

걷기가 좋다. 왜 좋을까. 보노보노는 궁금하다. 포로리에게도 묻고 너부리에게도 물어보고 너부리 아빠에게도 묻는다. 걷기가 왜 좋은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왜 좋은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있나 싶다. 참 이상하게도 보노보노가 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한 평범한 것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해 본다. 보노보노를 읽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것이 왜 좋으냐 물으면 좋으니까 그냥 좋다는 대답이 나올 것만 같다.




혼자 있다는 건 이렇게 그냥 걷는 거야.

하지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한다는 건 이렇게 풍경을 보는게 아닐까. (p142)

시시한 이야기란 무엇일까. 우리는 시시한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시시하지 않은 이야기는 뭘까. 나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시시한 이야기일 수 있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일상이며 그저 시시한 대화다. ,시시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혼자 있기도 하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냥 걷다가 풍경을 보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른이 된 다음에도 놀기 위해서야. 홰내기야, 하지만 놀지 않는 어른도 있어. (p335)

취미란 무엇일까. 사실 머릿속으로 취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딱 이렇다할 정의를 내기가 힘들다. 하나씩 예를 들어보이면 이게 정말 취미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렵고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다. 먹는 것이 취미가 아니라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먹는 게 취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말 취미란 쓸데없는 것일까? 어른에게는 어쩌면 취미는 필수적이다. 놀기 위한 구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논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지만 어른이 논다고 하면 뭔가 그러면 안될 것 같지 않은가.

https://blog.naver.com/shimchan2/221408639362

보노보노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춰보면서 인생의 교훈들을 배운다. 얼마 전에 읽었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책에서 전하는 김신회 작가의 이야기에 큰 공감을 했다. 보노보노의 재발견이었다.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를 읽으면서 더 깊게 보노보노가 전하는 깊은 이야기들에 공감했다. 한 단계 더 보노보노의 매력에 빠졌다고나 할까.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야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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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1가지 심리실험 - 인간관계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이케가야 유지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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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1가지 심리실험 : 인간관계편

인간 관계의 비밀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실험들

참 궁금하다. 나를 포함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 방식은 어떠할까.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 조금은 특별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남들과는 다른 가치관의 소유자이며 다른 방식으로의 문제 접근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름 자신감과 자존감이 있는 사람이다. 공부도 나름 잘했기에 문제 해결의 접근 방법도 창의적이며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라. 이 책을 보고난 뒤 이러한 나의 생각이 180도 뒤집혔다.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고 방식의 회로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다른 이들의 마음이 궁금해 이 책을 선택했으나 오히려 몰랐던 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되었다.

책의 제목처럼 실험들이 모두 재미있다. 우리가 생각했던 상식들을 뒤집는 실험 결과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구체적 이유가 참 재미나다. 몇개 기억나는 것들을 보면, 구매 가격을 고객이 정하게 했을 때 판매자의 이익이 최대가 되었다는 실험, 자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면 20퍼센트 정도 이익을 과감히 포기하는 사람들, 상류층 사람일수록 도덕 관념이 희미해지는 이유, 인간의 윤리와 도덕성이 돈 앞에서 무너지는 한계치 등의 실험과 그 결과들이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람들의 습성과 행동들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고 동시에 나의 상식들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몇 가지 강렬하게 기억이 남는 내용들을 아래에 적어 본다.


우리는 주위에서 실연당해 허구한 날 술독에 빠져 지내는 사람이나 수면 부족으로 폭식하는 사람을 자주 본다. 그와 같은 쾌락의 치환이 파리에게 일어난다면 진화적으로 상당히 오랜 기원을 가진 현상임을 의미한다. 어쩌면 '대체물로 만족하는 능력'은 모종의 이점을 가져다주는 강력한 생존 전략의 일환일지도 모르겠다. (p26)

파리 실험은 쾌락과 대체물에 대한 내용을 담았는데 매우 흥미롭다. 왜 사람들이 술을 마시느냐하면 쾌락을 얻기 위함이다. 이 쾌락은 다른 대체물로 대체가 가능하다. 음주, 수면, 폭식 등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 인해 쾌락의 욕구를 채울 수 있다. 파리도 짝짓기, 알코올 등의 쾌락을 추구한다는 점과 인간도 이러한 쾌락을 추구하는 파리와 비슷한 동물임이 참 씁쓸하기도 하다.

하버드대 미첼 교수 연구팀은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의 20퍼센트 정도를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p61)

참 재미있는 연구 결과다. 돈이 최고인 세상에서 이 돈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갖고 싶어 하는 바로 그 것.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니. 쉽사리 믿기지 않는 부분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명백해지는 순간이다. SNS에 자신의 이야기로 쾌감을 얻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본능적인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렇게나 사람들은 잘 들을줄 알아야 한다고 경청의 자세를 강조하나 보다.

포기해야 할 때 포기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손에 움켜쥐고 있던 것을 놓아야 할 때 놓을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지혜로운 행동이며, 인생을 행복으로 이끌 줄 아는 노하우다. 인간 뇌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관찰하다 보면, 때로 책 한 권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와 노하우를 얻은 듯 뿌듯해지곤 한다. (p148)

우울증과 '포기하는 능력'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황금 찾기 비디오게임 실험'의 마무리 멘트다. 60대 이상 노인의 우울증에 대해 알아 보기 위한 실험이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60대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포기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젊은이들처럼 포기하지 않으려 하면 우울해진다는 의미다. 젊게 산다는 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이유다.

흔히 '간질'이라고 부르는 뇌전증은 뇌가 과도하게 흥분하는 질환이다. 그러므로 뇌전증에 처방하는 약은 지나치게 흥분한 노의 활동을 정상 수준으로 돌려놓는 작용을 한다. 뇌전증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물을 치매 환자에게 투여하자 해마 활동은 정상 수준으로 안정되었으며, 동시에 건망증도 개선되었다. (중략) 뇌가 활성화 된다고 해서 반드시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p168)

우리의 기본적인 상식을 깨는 실험이다. 뇌가 활성화되면 초능력을 발휘한다거나 지능이 높아질 것만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과학자들도 처음에는 당연히 뇌 활성화가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가정했었다. 과하면 안된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적절하게 사용해 뇌가 정속 주행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너무 과속하면 사고가 날 수 있고 컨트롤이 불가능해진다. 뇌를 활성화해 지능이 좋아진 사례를 내심 기대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게 한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매일 한 시간씩, 총 50일 동안 게임을 하는 과제를 내주었다. (중략) 액션 게임 그룹의 동체 시력과 시각 판단력이 월등히 높아졌다. 게다가 놀랍게도 그 효과가 훈련 후 1년 넘게 유지되었다. 이쯤 되면 '게임은 무조건 해롭다'라는 본능에 가까운 통념이 와장창 깨질 만하지 않은가! (p275)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게임한다고 혼나는 남편들은 이 책의 내용을 아내에게 보여주자. 우리에게는 게임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시력은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고 오히려 동체 시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게임을 통해 이해력 및 판단력이 상승하기도 한다니 게임은 지금의 나를 있게한 발판과도 같은 것이었다.


61가지의 모든 실험 결과를 기억해 두고 싶다. 인간 관계뿐 아니라 인간 자체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상식을 뒤엎는 내용들부터 사람들의 습성들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근거없이 무언가를 쉽게 단정 짓고 믿는 경향이 있다. 상식적으로라는 말은 상당히 위험하다. 각종 실험이 우리의 상식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근거없는 자신감이라 했던가.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근자감이 가득한 상태로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 책에는 근거가 담겨있다. 자신감을 근거로 무장하는 아주 좋은 실험들이 있다.

우리가 가진 잘못된 상식들을 올바른 상식으로 업데이트할 기회다. 이 실험 정보들을 활용하여 내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고 인간 관계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해서 하루 아침에 인간 관계가 엄청나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 사람을 만남에 있어 상대가 원하는 바를 좀더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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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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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히어로

베르네임의 팬이 되다

책을 읽고 난 뒤 다양한 생각에 사로 잡혔다. 이렇게 소설을 쓸 수도 있구나. 내가 소설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 간결하지만 강력한 문체의 이 소설은 나의 혼을 쏙 빼놨다. 저자 '엠마뉘엘 베르네임'에 대해 궁금해지고 저자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졌다. 다양한 수식어가 절로 떠오르는 그녀의 소설은 소설의 미니멀리즘이라 할까. 장황하고 복잡하지 않아 더 매력적인 소설. 나는 이미 베르네임의 팬이 되었다.

저자의 이력이 더욱 놀랍다. 일어학을 전공한 파리인, <영화 평론>지 사진자료실 책임자 4년, 시나리오 작가, 드라마 대본 심사위원, 메디치상 심사위원, 61세의 일기로 타계. 20년간 베르네임이 낸 소설은 단 5편. 모두 100쪽 남짓한 소설이다. 잭나이프(1985), 커플(1987), 그의 여자(1993), 금요일 저녁(1998), 나의 마지막 히어로(2002). 이 책을 읽었으니 이제 읽을 수 있는 그녀의 책은 4권 밖에 남지 않았다.

록키 발모아처럼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스물다섯 살이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없는 기회였다. (p15)

베르네임의 자전적 소설인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주인공 리즈의 일대기가 담겨 있다. <록키3>를 관람한 이 후 그녀의 삶은 달라진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진정한 팬으로 탄생한 순간이랄까. 중도 포기했던 의사의 꿈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록키3>를 보고 고약한 감기로 앓아 누운 리즈는 깨어나는 순간 새롭게 태어난다. 남자친구 미쉘은 리즈의 선택을 비웃고 리즈는 그를 떠난다. 그리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녀는 열심히 노력하여 의사가 되고 장을 만나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이제부터, 그녀는 버는 돈의 10퍼센트를 이 계좌에 입금할 것이다. 이 돈은 스탤론을 위한 것이다. 불행히도 스탤론이 가난에 쪼들리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p48)

실베스터 스탤론을 향한 리즈의 '덕질'의 모습은 눈여겨 볼만하다. 그녀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발판은 바로 <록키3>의 실베스터 스탤론이었고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스탤론의 영화를 보러가는 그 시간은 리즈에게 힐링의 시간이다. 그저 영화표를 구매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듬직한 남편 장을 만나 안정적 삶을 꾸렸지만 스탤론을 향한 리즈의 마음은 여전했다. 이를 이해하는 남편 장의 모습에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내 아내가 우상을 위해 돈을 따로 마련하는 모습을 본다면 어떠한 마음이 들까. 장의 모습처럼 아내를 포근히 안아 줄 것 같다.

스탤론이 아니었더라면 리즈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을까? 나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스탤론은 그저 불씨에 불과했고 그녀의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불씨는 존재하지만 땔깜이 부족해 버티기 힘들 뿐이다. 그녀의 인생을 바꾼건 사실 스탤론이라기 보다 그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다.

사실 내용 자체에 반전이나 극적인 요소가 있지 않다. 이 내용을 장황한 장편 소설로 만났다면 아마 이런 찬사를 보내긴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결하고도 강렬한 그녀의 문체가 빛을 발한다. 이 소설은 이제껏 만나왔던 소설들과 그 느낌이 매우 달랐다. 간결함 속에 담겨진 그 뜻을 생각해보며 읽게 된다. 커다란 맥락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작은 줄기의 맥락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여백의 미'라고나 할까. 빈틈없이 채워진 어지러운 그림보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그림에 매료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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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한 잔 - 20만 명이 선택한, 20분 만에 완성하는 근사한 반주 라이프
김지혜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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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한 잔

20분 반주 레시피북

정성스레 반주를 권하고 있다. 안주를 보면 술이 생각난다. 술이 생각나면 안주가 생각나는 끝 없는 무의미한 논쟁의 불씨를 담고 있는 20분 완성 반주 레시피북이다. 그래서 무서운 책이다. 매일 반주를 기울이는 자제력을 잃게 만드는 책이라니.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선택했냐하면 바로 아내 때문이다. 그렇다. 아내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술을 먹을 때 미소가 입가에 번지는 애주가다. 그런 아내를 위해 정성스럽게 안주를 준비해주고 싶었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다양하고 쉽다'는 점이다. 반주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안주들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지 말자. 이 책이 알려주는 음식들을 처음부터 하나씩 점령해 나가자. 끝까지 다 해먹어 보고 나서 마음에 들었던 음식들을 골라서 다시 도전해도 좋고 아니면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서 또 다시 점령해보는 거다.

레시피가 상당히 쉽다. 이렇게 간단해도 되나 싶을정도로 간략하다. 과정이 매우 간단해서 의심이 들 정도다. 재료만 준비된다면 도전 못할 게 없다. 사실 요리에서 중요한 것은 수치화된 재료를 정확히 넣어 간을 잘 맞추기만 하면 얼추 성공적이다. 도전 욕구를 불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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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어울리는 안주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국민 간식 떡볶이는 빼놓을 수 없다. 아내는 떡볶이에 소주를 떠올릴지 모르겠으나 이 사진을 보여주며 맥주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냥 떡볶이가 아닌 로제 떡볶이라니! 뭔가 고급스러우면서 레스토랑 분위기를 낼 수 있을듯한 특별해 보이는 로제 떢볶이. 집에서 분명 가능한 것인가 싶어 눈길이 간다.

맥 앤드 치즈는 호프집에서만 가능한 것인 줄 알았다. 이제 우리집이 호프집이 될 수 있다. 한 번씩 들어봤던 치즈 이름들이 즐비하다. 치즈들과 함께 마카로니를 먼저 구비해야 겠다. 오븐 요리는 상대적으로 쉽다. 재료를 한꺼번에 넣은 뒤 오븐에 맡기면 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고급요리. 감바스 알 아히요. 이렇게 간단해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간단한 요리. 마늘과 오일, 새우만 있으면 간단히 된다. 몇 주전에 시도해봤던 요리이기에 반갑기도 하다. 책에서 보는 비쥬얼과는 좀 달랐지만 이번에는 책에 나온 것처럼 멋진 모습을 담아 아내에게 선사해보리라.


눈이 즐거우면 마음도 즐겁고 입도 즐겁다. 반주와 관련된 인테리어 소품들에 대한 정보도 살짝 담겨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잔에 관심이 많이 있다. 술잔, 찻잔, 머그컵에 욕심이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이상하게 잔에 대한 욕심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래 페이지에 눈이 갔다. 레트로 트낌의 유리잔들이 대세다.


기름진 안주, 화끈하게 매운 안주, 단짠단짠 안주, 시원한 안주, 고소한 안주 등 총 77가지의 안주 레시피가 담겨 있다. 주 3회정도 반주를 즐긴다고 가정한다면 반년 정도는 거뜬하다. 매일 다른 안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많아서 정말 모두 요리해 먹을 수 있을까 싶다. 혼술을 즐겨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 즐겨도 좋은 반주 라이프를 함께 즐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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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25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이제 너는 노땡큐 -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
이윤용 지음 / 수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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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제 노땡큐

촌철살인 그녀가 던지는 메세지

집안일로 바쁘지만 무료한 일요일 주말, 혼자 빙그레 웃으면서 금세 끝까지 읽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자신을 되돌아 보기도 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를 생각도 했고, 이런 저런 유쾌한 생각을 하게 한 이 책의 저자이자 작가 이운용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촌철살인'이란 말이 잘 어울릴 듯 하다. 당당하고 할 말은 할 줄 알며, 자신의 권리를 내 세울줄 아는 40대 골스미스 이운용 라디오 작가는 다양한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를 거쳐 현재 MBC 라디오 <박준형, 정경미의 2시 만세>에서 집필 중이라고 한다. 그녀가 쓴 글들을 하나씩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다. 나이도 성별도 다른 그녀의 말들에 공감을 얻는 내 모습이 이상하면서도 참 재미있었다. 그녀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별반 다르지 않으며 내성적이지만 당당한 모습이 나와 닮았다고 해야할까.

다양한 연애를 통해, 몸바쳐 몰두한 일을 통해, IMF때 부터 쓴맛 단맛을 보게 한 사회를 통해 많은 것을 깨우쳤고 켜켜이 쌓인 경험은 스스로의 자산이 되었다. 심각하고 정성적인 인간관계 서적들보다 다정하면서도 때론 따끔한 말을 내 던지는 옆집 누나가 설명해주는 듯한 이런 책이 어쩌면 현실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갚진 교훈이 될 수도 있다.

책 구성은 스마트폰 문자 메세지 혹은 톡의 형태를 담았다. 문자로 의사소통을 많이 하는 현 세대의 트랜드를 적절하게 반영했으며 스마트폰의 충전 %를 쪽수로 표현한 점도 재미있다. 스마트폰처럼 친근하게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보인다. 문자를 저장 혹은 삭제할지는 우리의 결정이다. 그저 저자는 우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할 뿐이다.

대전역이었던가.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중략)

"승객 여러분,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따뜻한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

순간, 아침부터 온종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나는 그만 울컥 눈물을 흘리고 말았던 것이다. (p67)

힘들게 살아가는 나에게 위로의 말은 어떤 것일까. 위로 메세지를 받거나 들어본 게 언제였던가. 내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이 있었던가. 그리 힘든 것도 아닌데 그 위로 한 마디를 잘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흔한 말 한마디도 누군가에게는 값진 위로의 말이 될 수 있음을 잊고 지내는 듯 하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는데, 내가 "나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라고 말한 경우의 상당수는 나이 들기 전에도 그랬다는 것이다. (p116)

책에서 살짝 느껴졌는데 저자는 나이에 조금 민감한 듯 하다. 나이와 관련된 글들을 종종 등장하니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나이란 어쩌면 핑계일지도 모른다. 이 시대의 결혼은 선택이며 우리의 삶은 정해지지 않았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에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30대니까 어리다는 생각도 어쪄먼 잘못된 것이 아닐까. 5년 후면 40대 이거늘 모든 문제는 나이가 문제가 아닌 내 자신의 문제다.

내 앞에서 칭찬하는 사람은 뒤에서도 날 칭찬하는 줄 알았고, 나한테 잘해주면 그저 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고, 나에게 늘 자상한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도 자상하다는 걸 몰랐고, 겉멋 부리기 좋아하는 남자는 인생에도 겉멋이 들어 성실하지 않다는 걸 몰랐으며 누군가는 내가 한 이야기를 토씨 몇 개 바꿔 뒤에서 아예 다른 이야기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걸 몰랐다. (p122)

사회에서나 친구들끼리의 만남이거나 연애에서거나 사람을 만나고 헤어짐에 있어서 겉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우리는 알면서도 잘 모르고 지낸다. 간혹 우리는 내면이 아닌 서로의 겉모습만을 보면서 지내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 반대로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닌 그저 나의 겉 모습만을 기억할 것이란 생각에 참 아쉽기도 하다.

영혼 없는 맞장구 말고 영혼 있는 문제 제기를 위해서. 순간적으로는 서운하더라도 정말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기 때문에. (p141)

내 생각도 비슷해서 놀라웠다. 영혼 없는 맞장구보다 순간 서운하더라도 도움되는 말을 하고 싶은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마음을 받아주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어쩌면 사회가 영혼 없는 맞장구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공감과 위로가 부족한 사회이기에 더욱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한 부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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