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엠보싱 - 무기력한 나날들 속에서
김민훈 지음 / 하모니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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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엠보싱

무기력한 청년의 여행 성장기





저자 김민훈은 20대 초반의 미대생이다. 현재는 군복무 중이다. 그는 스스로 무기력증이라 진단하고 고립된 생활을 했다. 유럽 여행을 시작으로 자신의 변화에 대한 방향을 발견하고 여행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책을 냈다는 점이 참 대단하다. 다른 이에게는 평생의 꿈인 일을 이 청년은 벌써 해냈고 또한 이제 시작이다.



저자는 미대생이다. 축제, 아트 투어, 전시회 등에 방문하기를 좋아한다. 여행 중에 전시회나 축제에 한 번도 가지 않았던 나와는 정말 다른 방식의 여행이기에 약간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특히 잭슨 폴록의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그의 경험은 참 궁금한 부분이다. 저자처럼 미술 작품을 통한 감동의 쓰나미를 느껴보고 싶다.

언젠가부터 서서히 자라난 무기력함은 나를 중학생 즈음에 완전히 집어삼켰다. (중략) 나는 무기력하지 않은 상태가 어떤 것인지도 가물가물해질 지경이라 이제는 침대에서 바라보는 거무튀튀한 창밖에 익숙하다. 게다가 사람이 싫다. 타고난 결여다.

'프롤로그' 중에서 (p7)

무기력증에 사람이 싫은 그는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다. 부모의 권유로 한 달 유럽 여행을 떠난 것을 시작으로 조금씩 성장해가는 저자의 모습을 만나본다. 모든게 귀찮고 침대가 좋은 이 청년을 바꾼 그 한가지는 결심이다. 여행을 결심하기만 하면 되었다.

너는 성격이 참 은근하다

그런 은근함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있을 거라고.

"워싱턴 D.C, 푸른 하늘에 우울 뿌리기" 중에서 (p108)

낯을 가리고 말수가 적은 저자에게 워싱턴D.C 에서 만난 B가 전한 말이다. 참 멋진 표현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겐 단점이며 바꾸고 싶은 성격이 누군가는좋아할 수 있다는 마니아층이라는 표현이 위로가 된다. 누군가에게 맞추거나 변화한다는 것이 이제 무의미하다는 것을 안다. 서로 맞는 사람들을 만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이 맞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참 많다.



이렇게 안 되기만 하는 여행도 있구나. 멋진 기억은 아니지만 그대로 확실히 기억에 각인될 만한 여행이었다. 나중에 생각했을 때 분명 웃음을 줄 나흘이었으라라.

'제주, 도랑에 빠진 여행' 중에서 (p189)

실패한 여행기라 말하는 제주 여행은 내가 보기엔 충분히 성공한 여행이다. 스쿠터를 타고 가다 도랑에 빠져 사고가 났고 쓰라린 상처를 얻었다. 어찌 이런 값진 경험을 했을까. 평생 안주거리가 될만한 일을 겪은 이런 재미난 여행기가 청춘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모든 여행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집시에게 둘러싸여 돈을 구걸 받기도 하고 외국인들의 체취에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유쾌하지 않은 일들이지만 지나고나면 참 재미난 일들이다.



여행은 나에게 세상을 사랑하는 법과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었다.

(p238)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안다는 것은 참 중요하다. 또한 여행의 즐거움을 안다는 것, 여행을 통해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이러한 여행이 좋아 평생을 여행을 떠나는 이도 있으며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가는 이들도 있다. 나도 그러하고 싶고 많은 이들의 꿈이다. 저자의 여행이 그저 부럽다.



저자는 여행을 통해 무기력증을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는 자체로 참 복받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첫 여행이 스물여덟임을 생각하면 저자는 이미 많은 것들을 누리는 게 아닌가. 나도 여행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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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순례길이다 - 지친 영혼의 위로, 대성당에서 대성당까지
김희곤 지음 / 오브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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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순례길이다

'스페인 하숙'으로 생겨난 스페인 순례길의 호기심





tvN에서 방영 중인 '스페인 하숙'을 즐겨 보고 있다. 이전까지는 스페인 순례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관심이 없었다. '스페인 하숙'을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순례길을 걷고 있었다. 순례길이 궁금해졌고 '왜?'라는 의문이 생겨났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 길을 걷는 것이며 무엇을 얻고 있을까.



저자 김희곤은 스페인에 빠져있는 건축가다. 마흔다섯에 스페인에서 복원과 재생 건축을 전공하고 돌아와 건축분야에 활발한 활동을 한다. 또한 <스페인은 가우디다>, <스페인은 건축이다> 의 저자이다. 스페인의 건축물에 흠뻑 빠져있는 저자가 전하는 스페인과 순례길, 그리고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 전문적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성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려 걸었던 길이라고 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순례길을 걷는다. 성인이 잠든 성스러운 도시의 순례라는 이유로, 일상을 벗어난 휴식을 원해서, 단순한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기 위해 순례길을 걷는다고 한다. 각자 다양한 이유로 순례길을 걷는다. 저자는 건축물이 좋아서 순례길을 걸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프랑스 길을 떠나기 전에 노트르담 대성당부터 찾는다. 중세 스페인 건축의 대문이자 프랑스 길의 제로 포인트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길의 대문 '노트르담 대성당' 중에서 (p32)

여행의 시작 지점인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의 상징이자 빅토르 위고의 소설로 인해 잘 알려진 곳이다. 얼마 전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전 세계가 황망함을 느꼈다. 다시 예전 모습을 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수세기에 걸쳐 공을 들인 역사의 상징이 소실된 기분이다. 순례길을 떠나기에 앞서 제로 포인트에 서는 기분은 어떠할까.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부르고스 대성당이 경사지에 웅크리고 있는 돌의 오새라면, 레온 대성당은 평지에 서서 이슬람 군대를 온몸으로 맞선 붉은 그리스도였다.

레온 대성당은 부르고스 대성당, 산티아고 대성당과 더불어 순례길의 3대 대성당으로 손꼽힌다.

붉은 그리스도의 궁전 '레온 대성당' 중에서 (p206)

누구나 커다란 대성당에 먼저 매료될 것이다. 현대는 기계의 힘으로 발전된 건축 기술에 의해 건축이 비교적 쉬웠졌다지만 그 당시에는 어떻게 이런 거대한 대성당을 지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그 가치에 눈이 반짝 거리는 듯 하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만나게 될지 아니면 관광으로 레온 대성당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으나 내 인생에서 꼭 한 번 들러보고 싶다.

중세 목숨을 걸고 산티아고 대성당을 찾은 순례자들은 산티아고 조각상을 바라보며 대성당에 올랐다. 순례자들은 기둥에 조각된 산티아고의 발에 입을 맞췄다. 중앙 아치를 받치는 왼쪽 기둥에는 예언자들이, 오른쪽 기둥에는 사도들이, 예수와 산티아고를 호위하고 있었다.

영광의 문 '산티아고 대성당' 중에서 (p287)

산티아고 대성당은 사진으로만 봐도 그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나는 왜 다른 성당들보다 유독 산티아고 대성당에 가보고 싶은걸까. 여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곳이란 이유일까. 산티아고 순례길이기에 산티아고 대성당이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인지 알수는 없으나 그 웅장함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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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이 '길 위의 박물관' 이란 표현이 와닿았다. 어느 건물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다. 깊은 역사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하나 하나가 보물과도 같다.



나의 삶에서 스페인 순례길을 걸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책이 순례길에 대한 나의 욕구를 자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독이기도 한다. 떠나고 싶은 욕구가 샘솟다가도 책을 통한 간접 경험에 위안을 받기도 한다. 세계인의 버킷리스트라는 말처럼 꼭 한 번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순례길을 걸으며 책에 나온 모든 지역을 방문해보고 싶다. 허리와 무릎이 안 좋은 나에게는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다. 나중에 정말 나중에 언젠가 운동을 통해 몸 상태가 아주 좋은 그 날, 가능할 수 있는 일이기에 조심스레 나의 버킷리스트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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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순례길에 대한 가이드북은 아니다. 루트나 일정들 보다는 순례길에서 만날 수 있는 각 지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만날 수 있는 순례자의 성당들, 다리, 수도원 등의 유래와 지식에 대해서 담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를 준비한다면 이 책으로 순례길에서 만날 수 있는 곳들에 대해 깊이 있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한민국 공식 산티아고 순례자 협회" 사이트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자 가이드부터 루트 및 37일의 자세한 일정, 알베르게 등 알짜 내용을 담고 있으니 부담없이 방문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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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서 깊이로 (리커버 에디션)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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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서 깊이로

평온함을 가져오는 단절의 세계




LTE에서 5G의 세상으로 진화하는 세상이다. 하루 24시간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살아가는 우리.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무언가 의문이 든다. 그저 빠른 접속과 다운로드를 기다리는 우리의 삶이 무언가 강박적이고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과도한 연결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이 책이 2011년에 씌여진 책이라는 점에서 조금 놀랍다. 그 당시 커넥션의 강도가 지금에 비해 비교적 낮은 편이었으나 지금 우리가 느끼는 바와 별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금은 어느 곳에서나 스마트폰으로 대용량 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고 영상통화도 가능하다. 텍스트 기반에서 영상기반으로 한 단계 발돋움한 셈이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세상과의 커넥션이 언제 어디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 편안함을 가져다 주었다. 그와 동시에 이러한 커넥션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환경이 되었다. 속도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잠시 우리는 깊이 있는 사색을 해보자. 바로 이 책이 그 사색을 돕는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굳이 힘들이지 않고도 경험할 수 있었던 연락 두절 상태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이상적인 삶의 조건이었던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을 '사적인 권리'와 '참여의 권리'는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최대 접속상태'라는 이상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03 세상과 단절하는 순간 얻게 되는 것들 (p71)

네크워크와 항상 연결된 상태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생각해 본다. 세상과 단절된 디스커넥팅 상태가 되었을 때 우리는 불안하고 커넥팅 상태를 갈구한다. 한편으로는 비행기에 탑승해 세상과 일시적으로 단절된 그 순간 오히려 평온하고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디스커넥팅 상태에서 커넥팅 상태를 갈구하는 중독적인 면모를 보이는 경우와 디스커넥팅으로 평온함을 느끼는 이 두 현상을 우리는 동시에 느끼기도 하며, 둘 중 하나의 마음 갈구하기도 한다.



디스커넥팅 상태를 불안해하는 모습은 어떠한가. 중독과 같은 증상이 아닐까. 해외 여행 중 와이파이를 찾아 방황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정보를 적절히 얻지 못해 불안해 하고 고립된 느낌이다. 반대로 단절을 통한 평온함의 상태를 생각해 보았다. 쇼펜하우어의 고독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우리에게는 고독이 필요하며 그 고독은 이러한 네트워크 세상과의 단절을 통해 취할 수 있다. 스스로 단절을 통해 평온한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세네카가 자주 언급했던 주제는 친구나 동료를 비롯한 군중 혹은 타인이 개인의 생각에 너무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한 위험이었다. 네트워크가 촘촘해질수록 그 사회는 네트워크의 노예가 되기 쉽다. 이런한 사회에서 개인의 내적 삶은 점차 타인의 말과 행동으로 정의되거나 영향을 받게 된다.

06 마음의 거리를 확보하라, 세네카가 발견한 내적 거리 (p158)

전 세계가 동영상 공유 도구로 유튜브를 사용한다. 원하는 영상을 간단한 검색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혁명적인 도구는 전 세계를 뒤흔드는 막강한 힘을 가졌다. 우리는 원하는 재즈 영상을 즐기는 안식을 얻을 수 있다. 영상의 댓글을 본다. 그리고 영상을 보면서 나오는 광고를 보고 관심이 있는 제품이어서 클릭을 한다. 그러다 잠시 이메일을 확인한다. 어느덧 네트워크의 노예가 되어 있다.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지금의 세계는 어찌 같을 수 있느냐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씩 따져보니 별반 다르지 않다. 도구와 방식은 달라졌지만 철학자들이 경계하는 현상은 여전하다. 전보와 전화가 처음 생겨난 세상에서의 서로의 연결은 그 당시 엄청난 일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서로의 연결을 통한 타인의 영향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

소로가 월든으로 가서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는 우리 시대의 문제기도 하다. 월든에서 소로의 임무는 세상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집을 짓고 살면서 다시 내면을 살피고 일상생활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깊이와 기쁨을 되찾을 수 있는지 보는 것이었다.

10 나만의 월든 존을 만들라, 소로와 숲 속 안식처 (p261)

150년 전 전보와 철도로 연결되는 세상에서 월든으로 간 소로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낀다. 허나 소로처럼 일상을 모두 던지고 월든 숲으로 떠날 수는 없다.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좋은 제안을 하나 하고 있다. 집 안에 '월든 존'을 제안한다. 굉장히 솔깃한 제안이다. 스마트폰을 끄고 네트워크와 단절된 책상 혹은 방을 만든다. 더불어 이것이 좋은 생각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이 어지러운 세상 안에서 평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소로의 실험은 2년 동안의 실험이었고 실험 장소는 세상과 그리 멀지 않은 콩코드 근처였다. 지나는 철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소였다. 실험이 종료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간 소로였다. 세상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것이 아닌 세상 안에서 머무는 것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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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발전된 기술들을 거부하거나 배척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오해해서는 안된다. 이 좋은 기술은 잘 이용하되 네트워크 세상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사색을 해보자는데 의의가 있다. 깨어있는 노예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으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아닌지가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7명의 철학자들을 통해 시대를 막론하고 동일한 현상에 대한 각자의 철학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던 시절에서 문자를 통해 서적을 통해 생각을 나누었던 시절로 발전하였다. 또한 전보, 전선, 철도의 발전은 새로운 시대를 가져옴과 동시에 타인의 영향력을 받는 시대로 발전하였다.



어느 현상이나 장단점이 존재한다. 좋은 점을 받아들이고 단점은 정확히 인지하고 잘 대처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고민없이 새로운 도구와 새로운 기술들을 받아들이는 듯 하다. 우리의 생활, 삶을 되돌아 보고 사색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철학자들의 고뇌와 저자 윌리엄 파워스의 이야기가 나에게 한동안 울림을 전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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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엄마 디즈니의 악당들 5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김지혜 옮김 / 라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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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짜 엄마


라푼젤의 마녀 '고델'이 주인공인 이야기





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의 다섯번째 이야기 <가짜 엄마>다. 평생 외딴 탑에서 홀로 지낸 라푼젤의 모험 이야기를 재미있게 봤다. 디즈니의 톡톡 튀는 매력을 한껏 발산한 라푼젤은 영어 공부를 위해 지속적으로 시청하고 있다. 계속 라푼젤을 보고 있으면서도 마녀 '고델'은 유심히 보지 않았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라푼젤 이야기에서 조연이자 악역인 마녀 '고델'을 유심히 보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고델'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가짜 엄마>가 나는 매우 궁금했다. 이미 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거니와 내가 라푼젤을 재미있게 봤기에 나에게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다. 고델은 어떻게 라푼젤의 마녀가 되었을지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



몇 시간 차이로 막내가 되어버린 고델은 빛나는 검은 머리카락, 까무잡잡한 피부, 크고 또렷한 잿빛 눈망을을 지녔다. 언니들을 따라 죽음의 숲과 묘지를 헤집고 다니느라 머리카락에는 나뭇가지와 잎사귀가 엉켜 붙었고, 성격은 제멋대로였다.

(p12)

엄마 마녀 마네아와 언니들 헤이즐과 프림로즈와 함께 시작하는 소설은 여느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같이 평화롭다. 죽음의 숲이며 마녀들이라는 배경만 다를뿐이다. 라푼젤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이미 고델의 마지막을 알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시작되는 고델의 이야기가 궁금하면서도 벌써부터 가슴 아파온다.

꽃이 빛을 발하면 네 언니들은 낫게 될 거야.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주문을 외우거라. 젊음과 장수의 비결이 담겼으니, 이것이야말로 네게 가장 중요한 마법이 될 것이다, 고델. 꽃을 지키거라, 내 핏줄, 내 악마여.

(p163)

죽어가는 언니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과 엄마의 피를 물려 받아 훌륭한 마녀가 되고 싶은 마음에 고민하고 고뇌하는 고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다 엄마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편지의 발견으로 모든 일이 잘 풀리길 바랐지만 언니들은 그 반대로 최악의 상황에 치닫게 된다. 그리고 루신다에 의해 깊은 잠에 빠진다.



내가 자기 엄마라고 믿게 하면 되는 거야. 내가 라푼젤을 좋아하는 척하면 되는 거지. 게다가 내가 딱히 쟤 엄마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잖아. 저 애가 아는 엄마는 나 하나뿐이니까.

(p301)

꽃을 가져간 병사들을 따라 성에 간 고델은 공주를 데려온다. 그리고 유모를 고용해 라푼젤을 키우게 된다. 라푼젤의 가짜 엄마가 되어가는 고델의 모습은 가슴 아프다. 언니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과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고자 라푼젤의 가짜 엄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고델의 이야기는 연민의 마음을 갖게 한다. 또한 세 마녀에 의해 밝혀지는 엄마 마네아, 언니들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비밀을 세 마녀를 통해 알게 된다.

**********************


마지막 에필로그의 키르케와 백설여왕의 내용을 보고 한 동안 멍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본거지?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사악한 여왕과의 연결 고리가 있는 듯 한데 디즈니의 악당들 첫번째 권 <사악한 여왕>을 읽지 않은 탓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아쉬웠다. 나중에 꼭 읽어 봐야겠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권선징악의 판도를 뒤흔드는 악당들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신선하다. 악당의 입장에서 재조명된 그들의 속사정은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한다. 고델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었을까. 마녀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인지 마녀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는지 아직도 아리송하다. 그녀가 가짜 엄마가 되었던 것은 결국 자신이 받지 못한 모성의 발현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디즈니에서 제작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고델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게 되며 라푼젤 이야기를 다시금 짚어 보는 재미난 시간이었다. 디즈니의 꿈의 세계에 잠시 다녀오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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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파파와 바다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7
토베 얀손 지음, 허서윤.최정근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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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파파와 바다

외딴 섬과 등대지기






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 소설 8권 중 7번째 권 <무민파파와 바다>를 읽었다. 척박하고 외로운 섬으로 떠난 무민파파와 무민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무민과 함께 바다와 외딴 섬으로 떠나는 여정이 시작된다.



안락한 삶인 무민 골짜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무민 가족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무민 가족과 함께 떠난 섬은 우리 인생에 빗대어 볼 수 있다. 새로운 터전으로의 이주는 모든 것이 새롭고 어려운 일 투성이다.



현실 세상의 이치를 염두하고 책을 읽으면 의문 투성이다. 그러나 무민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새로운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심장을 가진 섬, 바다를 뛰노는 해마, 주위를 얼려버리는 차가운 그로크 등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민 세상이다.



눈 좀 붙여야겠어요. 자는 동안 문제가 해결될 때도 아주 많아요. 심지어 중요한 문제는 가만히 내버려두는 편이 나을 때도 있어요.

'제 2장 등대' 중에서 (p56)

무심코 툭툭 던지는 구절 하나 하나에 진리가 담겨 있다. 바로 토베 얀손이 쓴 무민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랑스러운 무민의 매력도 큰 이유 중 하나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이런 매력적인 글귀들이 내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저 눈 좀 붙이겠다는 말인데 뒤에 살을 붙여 명언을 뿌리고 있다. 그렇다. 가만히 내버려두는 편이 더 나은 중요한 문제도 있는 법이다.





세상은 받아들일 준비가 된 이들에게는 엄청나게 놀라운 일들로 가득하단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새하얀 갈매기가 나한테 열쇠를 물어다 줬을지도 모르지...

'제 2장 등대' 중에서 (p68)

등대지기의 열쇠를 찾으러 다니다 무민파파는 우연히 등대 열쇠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등대지기로 임명된 것이라 생각하고 등대로 들어가게 된다. 우리에게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른다. 그 기회는 구하는 자에게 갈 것이며 준비된 자에게 갈 것이다. 나는 되고자 하는 그 무언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원하는 것을 갈구하고나 있는 것일까.



이제 그만해도 될 텐데. 단지며 병마다 절인 생선으로 가득 찼는데도 계속 낚시만 하다니. 먹을 것이 많아서 좋긴 하지만, 조금 모자랐을 때가 더 즐겁지 않았나 싶은걸. 이게 다 바다가 고약하게 굴어어서 그렇지.

'제 4장 북동풍' 중에서(p144)



가족을 위해 물고기를 잡아오는 무민파파와는 달리 무민마마는 속으로 물고기를 그만 가져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간혹 먹거리 혹은 돈이 중요치 않은 순간이 오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 순간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듯 하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일하는데 치중해 정작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살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겠다.



해마랑 친구가 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지 않겠지. 바라보면서 즐거워하면 되니까. 예쁜 새나 멋진 풍경을 바라볼 때처럼 말이야.

'제 7장 남서풍' 중에서(p234)

해마의 존재는 무엇일까. 바다를 뛰어다니는 말이 등장하는데 소유하고 싶은 또는 친해지고 싶은 동경의 대상과도 같은 존재로 비쳐진다. 우리의 소유욕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다. 무민은 밤이 되면 가족 몰래 바닷가로 나와 달리는 해마를 본다. 그럴 때마다 그로크가 다가온다. 그로크는 어떤 존재일까. 두려움이란 존재가 형상화 된 것일까. 차갑고 언제나 무민을 따라와 접근하는 존재인 그로크는 무민이 피하고 싶은 존재다. 하지만 그로크를 바라보게 된다.



바다는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거대한 녀석이에요. 바다가 왜 그러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우리가 바다를 좋아하면 아무 문제 될 게 없죠... 뭔가 얻으려면 단점도 받아들어야 하니까.

'제 7장 남서풍' 중에서(p246)

바다는 변화무쌍하다. 어부의 집을 덮치는 무시무시한 녀석이기도 하다. 그런 바다이지만 모두들 바다를 좋아한다. 우리는 바다의 단점도 그저 당연시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의 단점도 받아들인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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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외딴 섬에서 낯을 가리는 은둔형 외톨이 어부와의 만남으로 시작한 무민의 여정은 마지막엔 생일 파티로 끝맺게 된다. 바다와 섬에 외로운 등대는 그간 외로움에 사무치던 어부를 만들어 냈고 스스로 사람을 멀리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결국 무민 가족의 따뜻함이 어부의 마음을 열게 하고 다시 등대의 불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무민 이야기는 아주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야기에 깊이가 있다는 표현이 맞을까. 쪼그라든 나의 상상력을 키워가며 무민 세계에 흠뻑 빠졌다 돌아온 느낌이다. 무민파파를 따라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무민마마의 그림들을 감상하고 무민을 따라 해마와 그로크를 만나고 그리고 등대지기를 만나고 돌아왔다. 빙그레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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