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파파와 바다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7
토베 얀손 지음, 허서윤.최정근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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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파파와 바다

외딴 섬과 등대지기






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 소설 8권 중 7번째 권 <무민파파와 바다>를 읽었다. 척박하고 외로운 섬으로 떠난 무민파파와 무민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무민과 함께 바다와 외딴 섬으로 떠나는 여정이 시작된다.



안락한 삶인 무민 골짜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무민 가족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무민 가족과 함께 떠난 섬은 우리 인생에 빗대어 볼 수 있다. 새로운 터전으로의 이주는 모든 것이 새롭고 어려운 일 투성이다.



현실 세상의 이치를 염두하고 책을 읽으면 의문 투성이다. 그러나 무민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새로운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심장을 가진 섬, 바다를 뛰노는 해마, 주위를 얼려버리는 차가운 그로크 등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민 세상이다.



눈 좀 붙여야겠어요. 자는 동안 문제가 해결될 때도 아주 많아요. 심지어 중요한 문제는 가만히 내버려두는 편이 나을 때도 있어요.

'제 2장 등대' 중에서 (p56)

무심코 툭툭 던지는 구절 하나 하나에 진리가 담겨 있다. 바로 토베 얀손이 쓴 무민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랑스러운 무민의 매력도 큰 이유 중 하나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이런 매력적인 글귀들이 내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저 눈 좀 붙이겠다는 말인데 뒤에 살을 붙여 명언을 뿌리고 있다. 그렇다. 가만히 내버려두는 편이 더 나은 중요한 문제도 있는 법이다.





세상은 받아들일 준비가 된 이들에게는 엄청나게 놀라운 일들로 가득하단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새하얀 갈매기가 나한테 열쇠를 물어다 줬을지도 모르지...

'제 2장 등대' 중에서 (p68)

등대지기의 열쇠를 찾으러 다니다 무민파파는 우연히 등대 열쇠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등대지기로 임명된 것이라 생각하고 등대로 들어가게 된다. 우리에게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른다. 그 기회는 구하는 자에게 갈 것이며 준비된 자에게 갈 것이다. 나는 되고자 하는 그 무언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원하는 것을 갈구하고나 있는 것일까.



이제 그만해도 될 텐데. 단지며 병마다 절인 생선으로 가득 찼는데도 계속 낚시만 하다니. 먹을 것이 많아서 좋긴 하지만, 조금 모자랐을 때가 더 즐겁지 않았나 싶은걸. 이게 다 바다가 고약하게 굴어어서 그렇지.

'제 4장 북동풍' 중에서(p144)



가족을 위해 물고기를 잡아오는 무민파파와는 달리 무민마마는 속으로 물고기를 그만 가져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간혹 먹거리 혹은 돈이 중요치 않은 순간이 오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 순간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듯 하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일하는데 치중해 정작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살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겠다.



해마랑 친구가 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지 않겠지. 바라보면서 즐거워하면 되니까. 예쁜 새나 멋진 풍경을 바라볼 때처럼 말이야.

'제 7장 남서풍' 중에서(p234)

해마의 존재는 무엇일까. 바다를 뛰어다니는 말이 등장하는데 소유하고 싶은 또는 친해지고 싶은 동경의 대상과도 같은 존재로 비쳐진다. 우리의 소유욕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다. 무민은 밤이 되면 가족 몰래 바닷가로 나와 달리는 해마를 본다. 그럴 때마다 그로크가 다가온다. 그로크는 어떤 존재일까. 두려움이란 존재가 형상화 된 것일까. 차갑고 언제나 무민을 따라와 접근하는 존재인 그로크는 무민이 피하고 싶은 존재다. 하지만 그로크를 바라보게 된다.



바다는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거대한 녀석이에요. 바다가 왜 그러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우리가 바다를 좋아하면 아무 문제 될 게 없죠... 뭔가 얻으려면 단점도 받아들어야 하니까.

'제 7장 남서풍' 중에서(p246)

바다는 변화무쌍하다. 어부의 집을 덮치는 무시무시한 녀석이기도 하다. 그런 바다이지만 모두들 바다를 좋아한다. 우리는 바다의 단점도 그저 당연시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의 단점도 받아들인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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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외딴 섬에서 낯을 가리는 은둔형 외톨이 어부와의 만남으로 시작한 무민의 여정은 마지막엔 생일 파티로 끝맺게 된다. 바다와 섬에 외로운 등대는 그간 외로움에 사무치던 어부를 만들어 냈고 스스로 사람을 멀리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결국 무민 가족의 따뜻함이 어부의 마음을 열게 하고 다시 등대의 불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무민 이야기는 아주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야기에 깊이가 있다는 표현이 맞을까. 쪼그라든 나의 상상력을 키워가며 무민 세계에 흠뻑 빠졌다 돌아온 느낌이다. 무민파파를 따라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무민마마의 그림들을 감상하고 무민을 따라 해마와 그로크를 만나고 그리고 등대지기를 만나고 돌아왔다. 빙그레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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