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트
아네 카트리네 보만 지음, 이세진 옮김 / 그러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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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가트

우리 내면을 감동으로 채우는 소설





코펜하겐에 살고 있는 심리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 '아네 카트리네 보만'의 첫 소설 '아가트'를 만났다. 이 소설은 2019 스크리베레 페르 아모레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의 무기인 심리학은 이 소설에서 한껏 빛난다. 소설을 따라 가다보면 우리 내면의 그 무엇을 건드리는 작은 꿈틀거림을 비로소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은 자극적이거나 극적인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 흘러가듯 시간이 되어 저물어가는 붉게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과 같은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72세의 정신과 의사로 곧 은퇴를 앞두고 있다. 막연하게 은퇴 후의 해방감을 기대하며 남은 진료 횟수를 세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새로운 환자인 '아가트 지메르만'을 만나게 되고 평온한 그의 삶이 흔들린다.

"나의 눈동자, 대략 그런 뜻이에요."

"또는 나의 소중한 사람이라는 뜻이겠군요."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금 짚고 넘어갔다. "이제 내 진료실에서 당신 자신에게 쌍안경을 돌려보세요."

그와 동시에 그녀에게서 풍기는 향기가 무엇인지 비로소 깨달았다. 계핏가루를 뿌린 사과가 오븐에서 익어가는 냄새, 내 어머니가 자주 만들어주었던 요리의 냄새였다.

p47

아가트는 주인공이 기다리는 은퇴 계획에 느닷없이 끼여든 존재다. 세상을 촉감으로 바라보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가트는 연약한 마음의 소유자로 삶을 살아가는 힘을 잃은 존재다. 그저 귀찮은 손님에 지나지 않았던 아가트지만 나중에 다른 의사에게 넘기려는 생각은 주인공은 탐탁지 않은 심리 상담 시간을 갖게 된다. 그래도 아가트의 이야기에 성심 성의껏 심리 상담에 응하게 되고 서서히 그녀를 통해 주인공은 자신의 모습을 그녀에게 투영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공허한 가슴을 채워주는 작은 기적이 된다.

환자들의 넋두리를 들으면서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들의 판에 박힌 일상에 코웃음 치고 남몰래 그들의 어리석은 근심 걱정을 비웃은 적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은퇴하고 나면 진정한 삶, 즉 이 지리멸렬한 일에 대한 보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상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가 된다고 해서 내 삶에 과연 즐길 만한 보람이 있는 그 무엇이 있을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예상할 수 있는 확실한 것들이라고 해봤자 두려움과 외로움이 아니겠는가? 비참한지고. 나도 결국은 내 환자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p50

현재 나의 생각과 마음을 대변하는 글이 아닌가 싶다. 현재의 나의 삶에 마음 속 깊이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그저 미래에 대한 보상을 기다리며 보낸다. 보람이 있는 삶일지 아닌지에 대해 깊은 관찰을 하기는 커녕 넋두리를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아가트는 이러한 우리의 삶에 던지는 돌멩이와 같은 존재다.



또한 옆집 남자 에피소드는 특히 나에게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피아노를 치는 옆집 남자에게 이웃으로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선뜻 다가서지 못했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이웃 남자에게 다가가는데 그 이웃이 귀머거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웃에게 자신이 직접만든 사과 케이크를 선물하는 모습은 인간관계에 대한 망설임을 깨부수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다.

알메다 부인이 정말로 나아지고 싶어 한다면 내가 보기에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게다가 그 두 방법을 조화롭게 병행해야 합니다. 하나는 평소 하는 일을 줄이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부인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그 무엇을 찾아 행하는 겁니다. (중략) 있잖아요. 선생님께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좀 이상해요. 저 자신도 늘 그렇게 생각해왔거든요.

p130

사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스스로 자신을 옥죄고 살아가고 있다. 내 자신을 의미있게 하는 그 무엇을 찾는 일은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일을 등한시하며 살아간다. 삶의 권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조용하게 흘러가는 소설 안에서 참 묘한 감정을 느낀다. 지금 보다 어린 나이에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사회 생활이 익숙해지고 인생이 무엇인가라는 의구심이 생겨나는 서른 중후반의 내가 이 책을 읽노라니 소설이 가슴에 스며 들어온다. 내가 좀 더 사회를 경험하고 더 성장한 이 후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 더 이 책이 전하는 감동을 진하게 느낄 것이라 믿는다.


같이 들어가실래요, 아니면 어떻게 할까요?

p158

마지막 이 말을 그냥 읽었을 때는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이 구절을 읽고나니 이 마지막 멘트가 매우 의미심장한 말로 다가왔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그 선택을 하는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다. 지금 하는 선택이 나의 미래를 좌우하며 이 선택에 따라 미래를 결정짓는다. 아가타가 주인공에게 건네는 말이지만 동시에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건네는 말이 아닐까? 삶의 권태에 빠져 있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에 망설이지 말자. 그 선택은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으며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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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현욱 옮김 / 밀리언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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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하루키의 다채롭고 특별한 글을 쓰는 방법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 및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작가로 발간하는 소설마다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는 100만 부 달성에 12일이 걸렸고,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6일 만에 100만 부 판매를 달성했다고 한다.



<노르웨이 숲>은 한국에서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어 하루키 이름을 한국 독자들에게 각인시킨 소설로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하루키 세계에 발을 들였다. 약 10년 전쯤 읽었고 황홀한 하루키의 문체가 인상깊었으며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1Q84> 세 권의 책은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고 하루키의 신비로운 세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루키의 팬들이 자주 찾는 도쿄의 북 카페 '로쿠지겐(6차원)'을 운영하는 '나카무라 구니오'는 이 책과 더불어 하루키와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 출간했다.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 독서회, 토크 이벤트 들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는 하루키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 하루키의 열렬한 팬,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 하루키처럼 글을 쓰고 싶은 사람, 하루키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하루키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지 않았다면 부디 단 한 권이라고 읽고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하루키 작가를 주제로 나누는 대화에 끼어들기 위해서는 하루키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야 그 대화가 재미있지 않겠는가. 난 단 두 권의 책을 읽었기에 그나마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고, 많이 읽었다면 더욱 더 풍성한 대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혹은'이라는 단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특별한 접속사 중 하나다. 'A혹은 B'라는 형식의 제목은 두 가지 요소를 하나의 작품 속에 배치하여 위화감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5 잘 이어지지 않는 말을 이어본다 (p39)

하루키의 소설들은 다른 소설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수수께끼같은 긴 제목을 붙인다거나 구체적인 연도 활용, 잘 이어지지 않는 말을 잇고, 참신한 조어를 사용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과는 정말 다른 느낌을 하루키 소설을 단 한 권이라도 읽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문학적으로도 매우 높은 격이 있으며 다채로운 표현들을 사용하는 하루키의 멋들어진 문체들은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흥미롭다.

윗길에 있는 일본 국민작가 소세끼보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한 가지만 말하면 좀처럼 무겁고 진자하고 엄중한 주제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 일상, 취향, 환상, 낭만, 멜랑콜리 이런 것에 대한 이야기를 썼고, 이 같은 종의 트리비얼리즘이 인류의 보편성을 획득했고,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기사단장 죽이기 (p59)

생각해보니 하루키의 소설은 현실 세상에서 살짝은 동떨어진 듯한 느낌의 환상적이며 낭만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면서도 동시에 일상적이며 개인적이며 취향이 확고한 모양새를 보인다. 그 적당함이 사람들의 보편성 위에 공감을 불러 온다.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는 작가의 능력은 모든 작가가 갖고 싶은 최고의 능력이다.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다'보다는 '레몬 48개만큼의 비타민C가 들어 있다'라고 쓰는 편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또 '하루에 500개나 팔려요!'라고 쓰는 것보다 '3초에 1개씩 팔려요!'라고 쓰는 것이 왠지 모르게 더 와닿는다. (중략) 한 자리 숫자까지 써주면 신뢰성이 높아진다.

19 구체적인 숫자를 사용한다 (p127)

하루키는 숫자를 특히 잘 활용한다. 미스터리한 숫자를 숨겨둔다거나 구체적 숫자를 활용한 설명, 구체적인 나이를 통한 비일반성 부여, 순번을 통한 특별함 부여 등이 자연스러운 일상에 다름을 입힌다. 100퍼센트라는 확실에 찬 완벽함의 상징을 활용한다거나 32세와 18세라는 그 나이 차이가 가진 보편적 생각을 건드는 미묘한 두근거림, 12라는 신비함의 상징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등의 장치들이 소설 안에 자리잡고 있다. 주의 깊에 생각하지 않으면 그냥 흘러갈 작은 숫자 하나를 통해 독자의 머릿속에 하루키의 생각을 그려 나간다.

하루키 소설은 늘 낯설고 신선하다. 하루키는 소설이 다다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의 실험에 가닿았다. 때로는 하루 7시간 동안의 관찰자 시점의 실험소설 (<애프터 다크>)을 선보이고, 때로는 시대를 압도하는 역사 소설의 전범(<기사단장 죽이기>, <1Q84>)을 보여준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맛있게 읽는 법 (p273)

이 책을 읽고 난 뒤, 대중성과 오락성, 아름다운 문체, 살아있는 문장들, 특별한 하루키만의 생생하고 맛있는 문장들이 하루키의 책을 읽으니 더욱 부각된다. 또한 아직 읽지 못한 하루키의 소설들에 더욱 관심이 샘솟는다. 특히 <태엽 감는 새 연대기>, <해변의 카프카>, <애프터 다크>,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고 싶어진다. 적고 보니 하루키의 모든 장편 소설들을 적어버렸다. 하루키의 팬들에게는 하루키 소설을 알아갈 수 있는 더없이 행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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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퇴마사 1~3 세트 - 전3권
왕칭촨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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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퇴마사 (전3권)

퓨전 무협 역사 미스터리 추리 걸작





중국 무협소설에 익숙치 않은 나에게 이 책 <당나라 퇴마사>는 새로운 도전과도 같았다. 주술과 요술이 난무하는 무협소설의 특성에 살짝 거부감이 있어 그동안 멀리해 왔으며 작품성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나의 구미를 당겼다. 중국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웨이보 주최 웨이소설대회 대상, 아시아 좋은 책 선정 9.6점이라는 후한 평가 때문이다. 또한 영화화 된다고 하니 더 이상의 극찬은 없을 듯하다. 책을 선택할 때 편식하지 않아야 한다는 나의 신조에 의해 결국 책을 읽게 되었다.



세 권의 책은 상당히 두껍다. 각 권당 약 600페이지의 분량에 세 권을 합치면 1800페이지가 훌쩍 넘는다.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 나에게는 도전이었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순간은 푹 빠져 읽었다. 무협 소설의 분야가 낯선 나에게는 처음 도입부가 살짝 힘들었지만 이내 곧 적응이 되었고 무협의 장르에 미스터리 및 추리 장르가 더해 매우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가독성도 좋아서 책을 읽어 나감에 큰 무리가 없었다. 당나라의 역사에 기반한 시대 상황에 주인공 원승의 시각으로 살인 사건을 추리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역의 비술 중에는 엽주라고 하는 사악한 술법이 있으니, 그 술법에 당하면 흡사 꿈속에 빠진 듯 몽롱한 상태가 된다. 하나 엽주는 외적인 요인일 뿐, 내적 요인은 곧 네 심마인 게야. (중략) 너는 반년 가까이 연공에 깊이 빠진 탓에 너 스스로 미혼술을 펼친 것과 다름이 없으니, 심마가 수작을 부려 주화입마된 것이니라.

1권 장안의 변고 - 꿈속의 몸 (p73)

위기를 극적으로 해결하는 해결사이자 실력가 퇴마사인 주인공 '원승'의 시각에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원승'은 상당한 실력자로 퇴마사의 수장인 대현원관의 관주로 추천 받는다. 요술을 부려 탈옥한 자를 쫓고, 사찰의 벽화에서 튀어나온 악귀는 살인을 저지른다. 각종 사건에 더해 원승은 매우 혼란스러운 경험을 한다. 지금 내 앞에 벌어지는 일들을 내가 이미 경험한 사실이라는 점은 어떻게 다가올까. 사악한 술법 엽주에 의해 꿈 속의 꿈을 경험하는 원승은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기 힘들다.



'원승'과 함께 주요 인물로는 힘센 장수이자 충성스런 검객 '육충'과 위기의 원승을 구하는 매력적인 페르시아 여인 '대기'와 육충의 오랜 연인이자 주술잡학 지식이 충만한 '청영'이 있다.

천마살은 본디 우리 비문의 최대 비밀입니다. 다만 최근 들어 진청류의 존재로 인해 그 비미을 더는 지킬 수 없게 됐지요. 혼자서 천마의 힘을 차지하려 하다니 실로 주제를 모르는 생각입니다. 지난날의 지기자조차 그런 망상을 품지 않았건만! 한데 공교롭게도 그자는 특수한 지위에 있었지요. 성후화의 관계 때문에 도무지 제거할 수가 있어야지요.

2권 구중궁궐의 대재앙 - 천마살 (p315)

장안성에서 연달아 일어나는 살인 사건들로 인해 퇴마사들이 수사에 나선다. 사악한 힘을 상징하는 태극궁의 부적이 나타날 때마다 사건이 발생한다. 또한 육십 년 전 태종 황제 시절의 비밀이 베일을 벗는다. 서서히 드러나는 황권을 향한 복수와 숨겨진 음모들, 궁내의 세력싸움 등이 있다. 원승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중심에 서있으나 함정들에 긴장감의 끈이 계속 이어진다.


"모든 것이 이미 천서에 운명 지어져 있으니 돌이킬 수 없느니라." 홍강의 늙수그레한 두 눈이 어두운 빛을 뿜었다. "너, 원승의 운명까지도."

3권 천하를 건 싸움 - 잠룡의 변신 (p638)

권력 전쟁이 극에 달하고 원승의 목숨을 향한 위협들은 더욱 강력해진다. 긴장감있게 스토리는 진행되며 원승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지 흥미롭다. 고양이 요괴가 등장하여 황후와 안락공주를 홀린다. 왕권의 양대 진형은 마지막 승부를 준비하며, 원승과 육충은 도망자 신세가 된다. 이 마지막 싸움은 어떻게 끝맺음을 맺게 될까.



각 권은 두 가지씩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권 장안의 변고는 꿈속의 몸, 꼭두각시 놀이, 2권 구중궁궐의 대자앙은 천마살, 뇌성의 전주, 3권 천하를 건 싸움은 고양이 요괴 수수께끼와 잠룡의 변신이다. 역사적 사실의 기반에 판타지와 무협, 미스터리, 추리를 병합해 지루함 없는 빠른 전개가 인상적이다. 무협을 좋아한다면, 추리를 좋아한다면 안전한 집에서 이 책과 함께 보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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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그널 - 돈의 현재와 미래를 읽는 10가지 신호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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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그널

누구에게나 쉬운 우리 삶의 경제이야기





팟캐스트 '경제브리핑 불편한진실'의 이국명 피디와 박성훈 피디는 경제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경제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더욱 쉽게 만날 수 있다.



경제 뉴스에 담긴 숫자와 통계의 비밀부터 금리, 부동산, 재정, 인구에 대한 이야기, 일코노미, 중고 시장, 제로 금리, 인공지능, 비즈니스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들도 매우 흥미롭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와 돈의 연결 고리인 경제 이야기는 알 수록 도움이 되며 우리 살림살이를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과 돈의 흐름을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뭔가 아무런 이유없이 멀리 하고 싶은 단어인 '경제'는 사실 우리 모두가 항상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들이다. <경제 시그널>의 가장 큰 매력은 '쉽다'는 점이다. 경제 지식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고 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말자.

계산해보면 시세는 3억 원 올랐는데 1년에 부담해야할 돈은 3억 4600만 원에 달한다.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다. (중략) 이런 부담을 한번 따져보면 일반적인 경우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보다 남는 것이 많을지는 의문이다. '부동산 투자는 은행만 좋은 일 시키는 셈'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은행 탓은 하지 않고 세금 탁만 한다.

6장 부동산은 계속 오를까 (p147)

최근 정부가 쏟아내는 부동산 정책들에 관심이 상당하다. 투기 세력을 잡겠다는 명목으로 다양한 부동산 세금이 상승하고 다주택자들에게 불리하도록 법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부동산은 불패라는 믿음이 상당하다. 시간이 지나면 부동산이 계속 오른다는 강한 믿음이 있고 이를 바꾸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허나 냉정하게 계산해보면 부동산으로 돈을 벌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계산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고령화로 인해 빈집 문제로 골치를 썩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 나라의 미래 모습을 예견해볼 수 있다.

당장 우리 앞에 놓은 숙제는 인구 감소가 아니다. 인구 과잉이 더 큰 문제다. 이미 줄어들고 있는 인구에 지나친 공포를 가지기보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략) 보다 쾌적한 환경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 교통 체증이 덜하고 도심 쓰레기 문제나 아파트 가격 급등 현상도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8장 인구는 꼭 늘어야 할까 (p214)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이 0.92명으로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에 정부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오히려 인구 감소가 축복이라는 말을 한다. 인구 과잉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더 많으며 인구 감소로 인해 쾌적한 환경, 쓰레기 문제 완화, 아파트 가격 안정화 등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인구가 줄어들면 노동력 공급이 줄고 임금은 오르며 오른 임금은 소비가 늘고 경제에 활력이 생겨난다고 한다.

여성가족부가 2018년 발표한 '인구 특성별 1인 가구 현황 및 정책 대응 연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생활 만족도는 70퍼센트에 달한다. (중략)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의 미래다. 앞으로도 혼자 살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약 50퍼센트였다. 이 중 여성(63.1퍼센트)이 남성 (39.3퍼센트)보다 혼자 살겠다는 의향이 높았다.

9장 뭉치면 망하고 흩어져야 성공한다 (p236)

'나 혼자 산다'는 대세다. 1인 가구가 4인 가구 수를 훌쩍 뛰어 넘었으며 비혼 및 만혼이 점차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 흐름에 맞는 돈의 흐름을 볼 필요가 있다. 일코노미의 소비 형태를 살펴보면 청소 의뢰, 세탁, 햇반, 간편식, 나혼자 수박, 더치페이 기능, 공동 주택, 공유 시스템 등 1인 소비자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들이 인기를 끈다.

7.7퍼센트와 1.6퍼센트. 두 숫자를 주목하자. 2019년 코스피 수익률과 2019년 평균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 금리다. 즉, 작년 주식시장에 투자했다면 7.7퍼센트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지만 은행에 맡겼다면 1.6퍼센트의 이익을 봤을 거라는 뜻이다. (중략) 중요한 포인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식은 꾸준히 오른다는 것이다.

13장 완벽에 가까운 투자 (p353)

제로 금리 시대에 부동산도 은행도 적절한 투자처가 될 수 없다. 결국은 주식으로 향한다. 부자들의 마지막 종착역은 항상 주식이다. 장기 투자처로 매년 꾸준하게 상승하는 주식시장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매력적이 투자처다.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지속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면 후회할 일 없다고 전문가들은 공통된 의견을 보인다. 욕심과 단타를 통한 투기가 아닌 중장기적 접근으로 제대로 된 기업에 투자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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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 산책길 들풀의 위로
이재영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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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산책길 들풀이 전하는 위로





가평에서 딸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며 책방을 운영하면서 자칭 '글 노동'을 업으로 삼는 프리랜서 작가 이재영의 생활 밀착 들풀 에세이다. 가평의 자연 안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요가 수업을 듣고 들풀의 위로를 받고 이웃의 관심과 김치를 받으며 글을 쓰는 그녀의 삶이 책 안에 뿌리 깊게 담겨 있다.



주변에 매우 흔해서 잡풀로 취급받는 들풀들에 가까이 다가가 그 생명력과 각자가 가진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가평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와 더불어 자신의 삶에서 만난 귀중한 경험들도 담았다. 이해를 돕는 들풀들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어 한껏 재미를 더한다. 평온한 오후 여유를 담은 시간 이 책은 우리에게 풍성하고 풍요로운 마음을 선물할 것이다. 풀꽃 시인 나태주를 이을 들풀 작가 이재영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슬금슬금 작은 연둣빛으로 시작해서는 어느 새 초록 범벅이 되는 흐름. 계절을 넘어서며 아주 작은 것에 눈에 띄지 않게 지속되다가 순식간에 판이 뒤집어지는 걸 목격한다. 우리 집 담을 뒤덮고 있는 담쟁이도 마찬가지였다. 씨를 뿌려놓고 언제쯤 근사한 풍경이 될까 너무 아득해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중략) 초록으로 뒤덮었다. 변화란 이런 것이구나. 그때 알았다. 나도 천천히 바꿔보자. 다시 시작해보자.

p92

꾸준함의 힘은 우리의 생각보다 매우 강력하다. 담벼락의 담쟁이는 매일 매일 꾸준히 자라면서 언젠가는 담을 온통 뒤덮는다. 쉬지 않고 꾸준하다면 누구나 담쟁이처럼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변화를 이끌고 싶다면 매일 꾸준히 그것을 해야한다. 그저 흔한 담쟁이에게도 우리는 배울점이 있다. 저자는 요가를 배우면서 꾸준함의 힘을 몸소 느꼈다. 요가 수업에 빠지고 싶은 욕망을 이겨내고 꾸준히 요가를 배우고 가부좌로 앉는다. 매일 담벼락의 담쟁이처럼 변화의 삶을 살아보자.

나뭇잎이 예쁜 색으로 옷을 갈아 입는 건 풍요로운 치장이 아니라 결핍의 산물이었다. (중략) 엽록소가 덜 생산되면서 초록색에 덮여 있던 노랑색, 주황색, 빨강색, 갈색 같은 색이 드러난다. 그러니까 가을의 화려함은 결핍의 색깔이었다는 말. 살아 남기 위한 안간힘이 붉게 붉게 터져 나왔던 것.

p138

'결핍을 축복이자 행운으로 치환할 수 있는 삶이 바로 성공한 인생이지 않을까' 참 멋진 말이다. 부족함에 채워 넣기 바쁜 우리에게 참 필요한 말이다. 신호등은 몇 개 없지만 자연을 마음껏 느끼는 삶과 부족함 없이 풍족하지만 매일 출퇴근길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삶을 비교했을 때 과연 어느 곳이 성공한 인생일까. 과연 어느 것이 결핍이고, 어느 것이 축복일까. 그리고 결핍이면서 축복인 것일까. 부족함이 결코 부족함이 아닌 아름다움인 것을 내 삶 안에서 깨닫는 날을 기대해 본다.

쇠띄기는 번식력이 강해 아무리 캐내도 그 원뿌리를 제거하지 못하는 걸로 유명하다. (중략) 쇠뜨기를 보면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하다는 말이 딱 맞다. 오래가면, 오래 버티면 강해진다고 쇠띄기가 내 앞에서 말해준다.

p231

들풀이 되는 각자의 조건이 있다. 번식력이 뛰어나거나 생존력이 뛰어나야 한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구석에서도 틈을 만들어 내어 삐죽 살아난다. 길가의 그 흔한 들풀도 살아보겠다며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처량하다는 느낌보다는 대단하다 생각이 든다. 힘든 상황에 나라면 포기했을텐데 들풀들은 그 힘든 상황을 이겨낸다. 들풀처럼 생존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 아무리 아무리 괴롭혀도 짓밟아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어나는 그 들풀의 모습이 참 멋지다. 참 대단하다. 오래 버티는 자가 승리하며 결국은 강한 자다.

질경이는 밟히면서 번식한다. (중략) 사람의 발이나, 자동차나 자전거 바퀴가 밟고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씨앗이 그 밑에 붙어 여기저기 퍼져나간다. 밟혀야 사는 풀이다. (중략) 삶이 질경이 같기를 바란다. 밟히고 밟혀도 조금씩 나아가는 삶. 인간으로 존엄함의 경계를 지키며 나아지는 삶. 기꺼이 토끼와 말의 먹이가 되어주는 그 키 작은 풀처럼 작고 소중한 관계라도 놓치지 않고 내어주는 삶.

p242

질경이의 생존 방식이 흥미롭다. 누군가에게 밟혀야 사는 존재라니. 자신을 선뜻 내어주며 밟히면서도 조금씩 나아가는 질경이의 모습에 경외감이 샘솟는다. 나는 점차적으로 나아지는 삶을 살아가는 가를 생각해본다. 그저 반복되는 일상의 굴레 안에서 회사로 집으로 그리고 다시 회사로 간다. 그 안에서 그저 굴러가고만 있다. 누군가 나를 밟아줘야만 나도 성장하는 존재일까. 그렇다고 밟히면 질경이처럼 나아가지 못할 것만 같다. 질경이의 삶의 방식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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