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 산책길 들풀의 위로
이재영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산책길 들풀이 전하는 위로





가평에서 딸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며 책방을 운영하면서 자칭 '글 노동'을 업으로 삼는 프리랜서 작가 이재영의 생활 밀착 들풀 에세이다. 가평의 자연 안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요가 수업을 듣고 들풀의 위로를 받고 이웃의 관심과 김치를 받으며 글을 쓰는 그녀의 삶이 책 안에 뿌리 깊게 담겨 있다.



주변에 매우 흔해서 잡풀로 취급받는 들풀들에 가까이 다가가 그 생명력과 각자가 가진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가평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와 더불어 자신의 삶에서 만난 귀중한 경험들도 담았다. 이해를 돕는 들풀들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어 한껏 재미를 더한다. 평온한 오후 여유를 담은 시간 이 책은 우리에게 풍성하고 풍요로운 마음을 선물할 것이다. 풀꽃 시인 나태주를 이을 들풀 작가 이재영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슬금슬금 작은 연둣빛으로 시작해서는 어느 새 초록 범벅이 되는 흐름. 계절을 넘어서며 아주 작은 것에 눈에 띄지 않게 지속되다가 순식간에 판이 뒤집어지는 걸 목격한다. 우리 집 담을 뒤덮고 있는 담쟁이도 마찬가지였다. 씨를 뿌려놓고 언제쯤 근사한 풍경이 될까 너무 아득해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중략) 초록으로 뒤덮었다. 변화란 이런 것이구나. 그때 알았다. 나도 천천히 바꿔보자. 다시 시작해보자.

p92

꾸준함의 힘은 우리의 생각보다 매우 강력하다. 담벼락의 담쟁이는 매일 매일 꾸준히 자라면서 언젠가는 담을 온통 뒤덮는다. 쉬지 않고 꾸준하다면 누구나 담쟁이처럼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변화를 이끌고 싶다면 매일 꾸준히 그것을 해야한다. 그저 흔한 담쟁이에게도 우리는 배울점이 있다. 저자는 요가를 배우면서 꾸준함의 힘을 몸소 느꼈다. 요가 수업에 빠지고 싶은 욕망을 이겨내고 꾸준히 요가를 배우고 가부좌로 앉는다. 매일 담벼락의 담쟁이처럼 변화의 삶을 살아보자.

나뭇잎이 예쁜 색으로 옷을 갈아 입는 건 풍요로운 치장이 아니라 결핍의 산물이었다. (중략) 엽록소가 덜 생산되면서 초록색에 덮여 있던 노랑색, 주황색, 빨강색, 갈색 같은 색이 드러난다. 그러니까 가을의 화려함은 결핍의 색깔이었다는 말. 살아 남기 위한 안간힘이 붉게 붉게 터져 나왔던 것.

p138

'결핍을 축복이자 행운으로 치환할 수 있는 삶이 바로 성공한 인생이지 않을까' 참 멋진 말이다. 부족함에 채워 넣기 바쁜 우리에게 참 필요한 말이다. 신호등은 몇 개 없지만 자연을 마음껏 느끼는 삶과 부족함 없이 풍족하지만 매일 출퇴근길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삶을 비교했을 때 과연 어느 곳이 성공한 인생일까. 과연 어느 것이 결핍이고, 어느 것이 축복일까. 그리고 결핍이면서 축복인 것일까. 부족함이 결코 부족함이 아닌 아름다움인 것을 내 삶 안에서 깨닫는 날을 기대해 본다.

쇠띄기는 번식력이 강해 아무리 캐내도 그 원뿌리를 제거하지 못하는 걸로 유명하다. (중략) 쇠뜨기를 보면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하다는 말이 딱 맞다. 오래가면, 오래 버티면 강해진다고 쇠띄기가 내 앞에서 말해준다.

p231

들풀이 되는 각자의 조건이 있다. 번식력이 뛰어나거나 생존력이 뛰어나야 한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구석에서도 틈을 만들어 내어 삐죽 살아난다. 길가의 그 흔한 들풀도 살아보겠다며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처량하다는 느낌보다는 대단하다 생각이 든다. 힘든 상황에 나라면 포기했을텐데 들풀들은 그 힘든 상황을 이겨낸다. 들풀처럼 생존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 아무리 아무리 괴롭혀도 짓밟아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어나는 그 들풀의 모습이 참 멋지다. 참 대단하다. 오래 버티는 자가 승리하며 결국은 강한 자다.

질경이는 밟히면서 번식한다. (중략) 사람의 발이나, 자동차나 자전거 바퀴가 밟고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씨앗이 그 밑에 붙어 여기저기 퍼져나간다. 밟혀야 사는 풀이다. (중략) 삶이 질경이 같기를 바란다. 밟히고 밟혀도 조금씩 나아가는 삶. 인간으로 존엄함의 경계를 지키며 나아지는 삶. 기꺼이 토끼와 말의 먹이가 되어주는 그 키 작은 풀처럼 작고 소중한 관계라도 놓치지 않고 내어주는 삶.

p242

질경이의 생존 방식이 흥미롭다. 누군가에게 밟혀야 사는 존재라니. 자신을 선뜻 내어주며 밟히면서도 조금씩 나아가는 질경이의 모습에 경외감이 샘솟는다. 나는 점차적으로 나아지는 삶을 살아가는 가를 생각해본다. 그저 반복되는 일상의 굴레 안에서 회사로 집으로 그리고 다시 회사로 간다. 그 안에서 그저 굴러가고만 있다. 누군가 나를 밟아줘야만 나도 성장하는 존재일까. 그렇다고 밟히면 질경이처럼 나아가지 못할 것만 같다. 질경이의 삶의 방식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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