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현욱 옮김 / 밀리언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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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하루키의 다채롭고 특별한 글을 쓰는 방법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 및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작가로 발간하는 소설마다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는 100만 부 달성에 12일이 걸렸고,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6일 만에 100만 부 판매를 달성했다고 한다.



<노르웨이 숲>은 한국에서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어 하루키 이름을 한국 독자들에게 각인시킨 소설로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하루키 세계에 발을 들였다. 약 10년 전쯤 읽었고 황홀한 하루키의 문체가 인상깊었으며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1Q84> 세 권의 책은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고 하루키의 신비로운 세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루키의 팬들이 자주 찾는 도쿄의 북 카페 '로쿠지겐(6차원)'을 운영하는 '나카무라 구니오'는 이 책과 더불어 하루키와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 출간했다.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 독서회, 토크 이벤트 들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는 하루키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 하루키의 열렬한 팬,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 하루키처럼 글을 쓰고 싶은 사람, 하루키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하루키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지 않았다면 부디 단 한 권이라고 읽고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하루키 작가를 주제로 나누는 대화에 끼어들기 위해서는 하루키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야 그 대화가 재미있지 않겠는가. 난 단 두 권의 책을 읽었기에 그나마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고, 많이 읽었다면 더욱 더 풍성한 대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혹은'이라는 단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특별한 접속사 중 하나다. 'A혹은 B'라는 형식의 제목은 두 가지 요소를 하나의 작품 속에 배치하여 위화감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5 잘 이어지지 않는 말을 이어본다 (p39)

하루키의 소설들은 다른 소설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수수께끼같은 긴 제목을 붙인다거나 구체적인 연도 활용, 잘 이어지지 않는 말을 잇고, 참신한 조어를 사용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과는 정말 다른 느낌을 하루키 소설을 단 한 권이라도 읽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문학적으로도 매우 높은 격이 있으며 다채로운 표현들을 사용하는 하루키의 멋들어진 문체들은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흥미롭다.

윗길에 있는 일본 국민작가 소세끼보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한 가지만 말하면 좀처럼 무겁고 진자하고 엄중한 주제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 일상, 취향, 환상, 낭만, 멜랑콜리 이런 것에 대한 이야기를 썼고, 이 같은 종의 트리비얼리즘이 인류의 보편성을 획득했고,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기사단장 죽이기 (p59)

생각해보니 하루키의 소설은 현실 세상에서 살짝은 동떨어진 듯한 느낌의 환상적이며 낭만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면서도 동시에 일상적이며 개인적이며 취향이 확고한 모양새를 보인다. 그 적당함이 사람들의 보편성 위에 공감을 불러 온다.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는 작가의 능력은 모든 작가가 갖고 싶은 최고의 능력이다.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다'보다는 '레몬 48개만큼의 비타민C가 들어 있다'라고 쓰는 편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또 '하루에 500개나 팔려요!'라고 쓰는 것보다 '3초에 1개씩 팔려요!'라고 쓰는 것이 왠지 모르게 더 와닿는다. (중략) 한 자리 숫자까지 써주면 신뢰성이 높아진다.

19 구체적인 숫자를 사용한다 (p127)

하루키는 숫자를 특히 잘 활용한다. 미스터리한 숫자를 숨겨둔다거나 구체적 숫자를 활용한 설명, 구체적인 나이를 통한 비일반성 부여, 순번을 통한 특별함 부여 등이 자연스러운 일상에 다름을 입힌다. 100퍼센트라는 확실에 찬 완벽함의 상징을 활용한다거나 32세와 18세라는 그 나이 차이가 가진 보편적 생각을 건드는 미묘한 두근거림, 12라는 신비함의 상징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등의 장치들이 소설 안에 자리잡고 있다. 주의 깊에 생각하지 않으면 그냥 흘러갈 작은 숫자 하나를 통해 독자의 머릿속에 하루키의 생각을 그려 나간다.

하루키 소설은 늘 낯설고 신선하다. 하루키는 소설이 다다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의 실험에 가닿았다. 때로는 하루 7시간 동안의 관찰자 시점의 실험소설 (<애프터 다크>)을 선보이고, 때로는 시대를 압도하는 역사 소설의 전범(<기사단장 죽이기>, <1Q84>)을 보여준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맛있게 읽는 법 (p273)

이 책을 읽고 난 뒤, 대중성과 오락성, 아름다운 문체, 살아있는 문장들, 특별한 하루키만의 생생하고 맛있는 문장들이 하루키의 책을 읽으니 더욱 부각된다. 또한 아직 읽지 못한 하루키의 소설들에 더욱 관심이 샘솟는다. 특히 <태엽 감는 새 연대기>, <해변의 카프카>, <애프터 다크>,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고 싶어진다. 적고 보니 하루키의 모든 장편 소설들을 적어버렸다. 하루키의 팬들에게는 하루키 소설을 알아갈 수 있는 더없이 행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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