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허밍버드 클래식 M 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윤도중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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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사랑의 상처가 이 책으로 위안이 되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매우 유명하며, 나의 최우선 필독 리스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늦었지만 이제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의 탄생 이후로 '베르테르 효과', '베르테르 신드롬'의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 현재에도 많은 이들이 읽으며 꾸준히 사랑 받는 고전이다.



초반의 20페이지 정도는 읽기가 매우 힘겨웠다. 젊은 베르테르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보이는데 두서가 없고 무슨 말을 하고자 함인지 파악하기 어려웠고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물론 하나하나 글귀들이 좋은 말들이 많지만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라 알고 읽기 시작하는데 좀처럼 그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은 등장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랄까. 정확히 29페이지 부터 본격적으로 베르테르의 그녀 '로테'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쉼없이 책장이 넘겨졌다. 가독성이 좋아 놀라웠고 공감하며 읽어 또 놀라웠다. 사랑으로 수차례 아팠던 과거의 나를 위로하듯 이 책이 젊었던 나의 과거를 위로했다.



짝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혈기 왕성하던 그 어린 시절 짝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다 못해 흘러 넘친다. 젊다는 것은 에너지가 넘치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여 더할 나위없이 좋지만 한 편으로는 어리숙하고 경험과 식견이 부족하며 한 없이 자신의 굴레에 빠져들며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아쉬운 단점이 있는 시절이다.

그 지극히 사랑스러운 여인을 알게 된 경위를 차근차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나는 즐겁고 행복한 나머지 객관적으로 서술할 형편이 아니다. 천사를 알게 되었다! 풋, 이건 누구나 자기 여자에 대해서 하는 말이다. 안 그래? 그런데 그녀가 얼마나 완벽한지, 또 어째서 완벽한지 설명은 하지 못하겠다. 그녀가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는 말로써 충분하다.

p29

베르테르가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은 '로테'이다. 베르테르는 첫눈에 로테에게 사랑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그녀는 친구 알베르트의 약혼녀다. 친구를 배반하고 적극적으로 로테에게 구애할 수도 없으며 그저 그녀를 자주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속으로 연모하는 것 이상으로 할 수 있는게 없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보고 단념하기도 하고 노력해보건만 그녀를 향한 마음은 식을 줄을 모른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에 정말 고통스럽다.

그분은 너무 예민한 내 감정을 나무랐다. 그리고 활동이나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철저한 업무 수행 등에 대한 내 엉뚱한 아이디어를 젊은이다운 훌륭한 패기로서 존중하고, 그것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고 조금 완화해서 제대로 기능하고 효과를 한껏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이끌어 가려 한다고 했다. 나 역시 일주일 만에 기력을 회복했고 마음의 안정도 찾았다. 영혼의 안정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고 자기 자신한테 느끼는 즐거움이다. 친애하는 친구여, 다만 이 보석이 아름답고 값진 만큼 쉽게 깨질 수 있을 텐데 그러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겠나!

p119

다른 누구보다 예민한 감정, 감성을 지녔던 베르테르는 사랑에 대해서도 녹록치 않았지만 계급 차이에서 오는 차별 및 자신의 일과 관련해서도 쉬이 풀리지 않았다. 귀족 출신의 여인B과 어울리고 파티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또한 베르테르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자신의 상관인 공사의 불합리한 행동들로 인해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한다. 베르테르는 공사를 고지식한 멍청이, 수다쟁이 노처녀로 표현한다. 베르테르가 존경하며 멘토와도 같은 올바른 조언가인 C백작이 있었다. 허나 C백작도 들끓는 베르테르의 젊은 감정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베르테르는 사직서를 제출한다.

친애하는 빌헬름, 옛날에 불행한 사람을 가리켜 악령에 시달린다고들 말했는데 내가 지금 그런 불행한 사람들이 틀림없이 처했을 법한 바로 그 상황에 처해 있다. 때때로 나를 사로잡는 것이 있다. 그것은 불안도 아니고 욕망도 아니다. 내 가슴을 갈가리 찢어 버릴 것 같고 목구멍을 조이는, 알지 못하는 내적 광란이다! 아, 괴롭다!

p181

표현들이 다소 오글거린다거나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사랑에 깊이 빠진 경험이 없기에 그럴 것이다. 아니면 그 사랑이 너무도 순탄해서 일 수도 있겠다.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 '그때는 왜 그랬을까'라며 이불킥을 날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당시의 감정들은 어느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굳건한 세계이며 깨트릴 수 없는 옹골진 성과도 같다. 베르테르의 마음이 담긴 글을 읽으면 그의 내적 괴로움이 절절히 느껴진다.


결심했습니다, 로테. 저는 죽으려고 합니다. 제가 그대를 마지막으로 보게 될 날 아침에 감정을 낭만적으로 과장하지 않ㄱ고 차분하게 그 사실을 씁니다. 내 가장 소중한 여인이여, 그대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차가운 무덤이 불안하고 불행한 이 사람의 뻣뻣하게 굳은 주검을 덮고 있을 겁니다. 이자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있어 그대와 말을 주고받는 것보다 더 큰 달콤함은 모릅니다.

p192

젊은 베르테르가 처한 운명은 가슴 아프다. 책의 서두에 이 책으로 젊은 베르테르와 같은 고통과 슬픔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책이 시작되는데, 실제 독일에서는 베르테르의 행동을 따라 스스로 세상을 떠난 젊은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베르테르 효과, 베르테르 신드롬이라는 용어가 생겨난 이유다.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괴테는 가슴 아픈 짝사랑의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책을 썼으며,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얻지 못해 자살한 이의 사건을 접목시켰다고 한다. 책의 제목처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책 안에서 시대를 넘어 지금의 나에게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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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인 아르테 오리지널 12
에이드리언 매킨티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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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인

딸을 살리기 위해 납치범이 되어야 하는 엄마





가독성이 매우 좋아 놀랐다. 하루 한두시간씩 삼일이 걸렸으니 대여섯시간만에 소설을 완독했다. 그닥 빠른 속도는 아니라지만 나에겐 매우 이례적인 속도다. 독특한 스토리와 흡인력, 가독성과 스릴 넘치는 구성이 나를 홀렸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미국 최고의 추리소설상 '에드거상' 및 여러 상을 수상했으며 10편의 범죄 소설을 쓴 작가 '에이드리언 매킨티'의 소설이다. 유니버설 픽처스 영화화가 확정된 소설이다.



2012년 멕시코 시티에서 피해자 교환 납치 실제 사건을 모티브하여 탄생한 소설 <더 체인>은 실제 일어날 법하여 매우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자신의 자녀가 납치 되었다면 아이를 구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여 돈을 갈취하고 악날한 방식으로 체인을 유지하는 악마도 혀를 내두를 체인의 덫에 레이철이 걸려들었다.



액정에는 알 수 없는 발신자라고 뜬다. 레이철은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두 가지를 기억해라." 음성 변조를 한 듯한 목소리가 말한다. "첫째, 네가 처음도 아니고 분명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둘째, 명심해라, 이건 돈 때문이 아니라 체인 때문이라는 걸."

p19

딸 카일리가 납치되었다. 엄마인 레이철은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딸이 납치 되었으니 비트코인을 지불하고 다른 아이를 납치하라는 조건이다.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딸의 목숨을 보장 받을 수 없다. 그런데 딸 뿐만이 아니라 나에게 전화를 건 사람의 아들도 죽는다고 한다. 바로 체인이다. 내가 다른 아이를 납치해 그녀가 한 동일한 행동을 해야 한다. 그저 딸을 살리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내 딸이 납치를 당했고 내 딸을 되찾기 위해선 내가 귀여운 남자아이를 거리에서 납치한 다음 그 아이하고 그 아이하고 그 아이 가족을 진심으로 협박해야 해. 그 아이를 죽이겠다고 말할 때 진심인 것처럼 들려야 해. 안 그러면 앞으로 다시는 카일리를 못 볼 테니까.

p158

딸을 살리기 위해 납치할 아이를 물색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이 단숨에 진행되었다.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단 5일의 행적은 치밀하고도 단호했으며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딸을 살리기 위해 납치를 자행해야 하는 레이철, 이런 레이철을 돕는 전남편의 형이자 카일리의 삼촌인 피트, 그리고 이들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나의 마음. 어느 하나 정상적이지 않는 이 소설이 결국 어떻게 끝맺게 될지는 모두 한 마음일 것이다.

그러는 너 자신은 어때, 레이철? 납치범에 아동 학대범에, 무능한 엄마. 이게 다 너잖아. 속으론 너도 알고 있어, 어밀리아가 죽도록 그냥 내버려뒀을 거란 사실을. 그럴 의도가 분명 있었고, 그거야말로 도덕 철학, 법, 인생에서 중요한 거잖아. (중략) 처음엔 암, 그다음엔 이혼이었지. 그러더니 딸이 납치됐고 넌 괴물이 됐어.

p229

레이철의 심리적 갈등과 단호한 행동들이 인상적이다. 자신과 딸의 안위를 위해 타인의 불행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하는 '체인'의 악날함이 치를 떨게 했다. 내가 실제 저런 상황 안에 들어간다면 나 역시 레이철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레이철을 옥죄어 오는 주변의 압막이 상당했고 매우 설득력있게 느껴졌다.

이 조촐한 가족 모임이 처음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로워지려 한다. 올리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동생한테 문자를 보낸다. 진저, 부탁이 하나 있는데, 잠깐 시간 나면 와서 나랑 얘기 좀 할래?

p423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레이철의 체인 안에서의 순응과 안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부는 이 체인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레이철의 모습을 담았다. 이 극적 전환점은 새로운 재미를 가져다 주었다. 또한 2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탈 때는 무섭고 식은땀이 나지만 타고나면 또 타고 싶어지는 재미있는 놀이기구와 같다.

레이철이 틀렸다. 체인은 뿌리 깊은 존재다. 그건 신화다. 노인 대 젊은이, 육군 대 해군, 카타르시스 대 카오스, 전쟁의 신은 의심의 여지 없이 그 둘 중 하나만을 살려둘 것이다. 그것도 순전히 자기 재미를 위해.

p472

그냥 이 책 <더 체인>은 한 마디로 스릴있고 재미있다. 또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선과 악, 도덕의 잣대로 체인 속 그들을 과연 평가할 수 있는가란 의문을 던진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떠오른다. 그 누가 과연 레이철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무더운 여름 시원한 에어콘 바람 쐬며 휴가를 즐기며 읽기에 좋은 웰메이드 소설로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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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합본 특별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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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하루키 월드의 시작을 여는 소설, 그 환상의 여행








1985년 무라카미 하루키가 서른여섯에 완성한 이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하루키 월드의 시작을 여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묘하게 나와 맞닿아 있다. 내가 태어난 해 1985년에 이 소설이 탄생했으며, 하루키가 서른 여섯에 이 소설을 완성했는데 지금 이 소설을 읽는 나의 나이가 서른 여섯이다. 대학 시절 이 책(당시 문학사상사 출판의 책)을 지인에게 추천 받아 지금까지 책장에 모셔두고 읽지 않다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서야 민음사의 판본으로 읽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애틋함이 담긴 책이다.



가독성이 매우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두꺼운 책인 이유도 한 몫 했지만 구절 하나 하나를 허투루 넘길 수 없는 하루키 문장의 매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키가 말하고자 하는 그 무언가를 느끼면서 책을 읽어나가는게 행복하고 흥미로우면서도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이었다. 하루키의 그 무언가가 소설을 읽는 내내 내 안에 어른거렸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이 두 세계가 번갈아 나오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련되며 도시적인 모습이 담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서정적이며 정적인 시골적인 느낌의 '세계의 끝'은 서로 다르지만 평행적 관계로 흘러간다. 이 두 세계가 나중에 어떻게 연결될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의 장르는 SF장르에만 국한하기 어려우며 몽환적이고 시적이며 모험, 스릴러적 요소 및 멜로의 요소도 담겨 있다. 마치 종합 선물세트와 같다. 보통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이 혼합되어 있는 소설은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하루키의 이 소설은 오히려 풍부하게 다가온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두개골이 따스해지면서 빛나기 시작할 거예요. 당신은 그 빛을 손끝으로 조용히 더듬어 가면 돼요. 그러면 오래된 꿈을 읽을 수 있을 거예요.

p113

세계의 끝에서 두개골에서 꿈 읽기를 하는 주인공. 꿈 읽기를 통해 이해하는 바가 없지만 하루 대여섯개의 두개골에서 꿈을 읽는게 해야할 일이다. 그림자는 이 세계에 들어올 때 문지기에 의해 잘려나갔고, 그림자는 이 마을에 들어올 수 없어 별도의 공간에서 문지기의 관리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기억은 그림자가 가지고 있고 둘의 만남은 문지기의 허락 하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과연 세계의 끝은 어떤 곳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은 내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이상한 세계에 살고 있는 듯 여겨졌다. 그 어이없는 엘리베이터와 벽장 속에 있는 거대한 구멍과 야미쿠로와 소리 뽑기, 모든 게 이상했다. 게다가 돌아오는 길에 받은 선물은 동물의 두개골이다.

p135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주인공은 '계산사'다. 일을 의뢰받아 박사에게 가고 있다. 숨겨진 알수없는 공간으로 가고 있다. 박사의 손녀인 오동통한 소녀의 안내를 받아 박사를 만나고 돌아온 순간부터 상황은 조금씩 이상해져 간다. 알수없는 세력에게서 위협을 받고 상처를 입게 되며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무언가 해야한다. 지하세계는 야미쿠로라는 공포의 존재로, 지상에는 거대한 계산사 '조직'과 기호사까지 혼란스럽다. 박사와 손녀딸의 도움이 절실하다. 혼란스러운 상황의 중심에 선 주인공은 실체를 위해 다시 박사에게로 접근한다. 지하 세계에 구축된 박사의 연구소로 향하는 첫부분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또한 조직의 공격으로 부터 피신한 박사가 숨어든 곳으로 손녀딸과 함께 향하는 그 길이 두려움과 설레는 모험으로 생생하게 다가왔다.

나도 당신이 괴로워한다는 건 잘 알아. 하지만 말이야. 그건 다들 통과하는 일이라고. 그러니까 당신도 참아야지. 잘 참아 넘기면 그다음에는 구원이 올 거야. 그렇게 되면 고뇌도, 괴로움도 다 없어질 거야. 모두 사라져. 순간적인 기분 따위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그림자는 이제 잊어. 여기는 세계의 끝이야. 여기서 세계는 끝나고, 더는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아. 그러니까 당신도 이제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p200

이 세계의 끝은 뭔가 이상하다. 과거의 기억을 잃고 주어진 일을 하는데 고뇌와 괴로움이 없고 모두가 평온하다. 주인공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도서관의 그녀에게 마음이 있으나 정작 그녀의 마음은 진짜 마음이 아니다. 진정한 그녀의 마음이 없기에 그녀에게 다가선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심히 고민이 된다. 후반부에 세계의 끝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부분은 나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다. 매우 인상적으로 봤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이 생각났다. 무의식의 세계와 현실의 연결이라는 부분에서 이 소설과 상당히 닮아 있다.

"하지만 사랑이 없으면,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거나 다름없어요." 통통한 여자가 말했다. "사랑이 없으면, 그런 세계는 창밖을 지나가는 바람과 똑같아요. 손으로 만질 수도 없고, 냄새를 맡을 수도 없잖아요. 아무리 많은 여자를 돈으로 사도, 어쩌다 만난 아무리 많은 여자와 자도, 그런 건 진짜가 아니에요. 아무도 당신의 몸을 꼭 껴안아 주지 않아요."

p422

사랑에 대한 이 멘트를 기억해 두고 싶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주인공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가진 생각일 것이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은 이 소설에서 '마음'이라는 단어와 연결된다. 박사의 통통한 손녀딸이 자꾸 주인공을 유혹하지만 주인공의 마음은 도서관의 그녀에게 가있고 세상의 마지막 날에도 도서관의 그녀와 함께 하길 선택한다. 하루키 소설을 모두 읽지는 않았지만 사랑에 인색한 듯 하면서도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항상 유념하고 있는 듯 하다.

우선 마음의 문제야. 너는 이 마을에 싸움도 증오도 욕망도 없다고 했어. 그건 아주 좋은 일이지. 나도 기운만 있으면 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이야. 그러나 싸움과 증오나 욕망이 없다는 건, 즉, 그 반대도 없다는 뜻이야. 기쁨과 축복과 애정 같은 거 말이야. 절망이 있고 환멸이 있고 슬픔이 있어야 기쁨도 생겨날 수 있는 거라고. 절망이 없는 축복 따위는 어디에도 없어. 그게 내가 말하는 자연스러움이라는 거야.

p651

무언가 완벽해 보이는 이 '세상의 끝'은 공교롭게도 '마음'이 없다. 사람들에게 마음이 없기에 평온하고 잔잔하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의 끝의 관계는 박사의 설명을 통해 어느 정도 소설 안에서 드러난다. 어쩌면 세계의 끝은 완벽한 유토피아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걱정과 고민이 없는 세상을 누구나 바라지 않는가. 하지만 유토피아적 모습은 정말로 우리가 원하는 세계인가라는 의문점을 가져온다. 싸움과 증오, 욕망이 없어 좋지만 기쁨과 축복도 없다는 사실에 뭔가 이 모습에 의구심이 샘솟는다. 정말 이것을 우리가 원하는 건가. 주인공이 그토록 원했던 평행세계인 세계의 끝이 정말로 그가 원했던 세계인 것일까.

"그렇게 멋진 세계인지 어떤지는 나도 몰라." 그림자가 말했다. "그러나 그곳은 적어도 우리가 살아야 할 세계야.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일도 있고 너는 그곳에서 태어났어. 그리고 거기에서 죽어. 네가 죽으면 나도 사라져.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야."

p762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주인공은 스스로의 선택은 아니었으며 그 마지막을 기다리는 모습이 지속적인 여운을 남긴다. 그 끝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표현되지 않았기에 더욱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세계의 끝'의 주인공 역시 그림자를 보내고 머무는 것으로 선택하는데 사실 이 마지막 부분이 나에게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미 포기한 주인공의 마음이 세계의 끝의 주인공에게 전해진 것일까. 책을 모두 읽었는데도 아직도 마음에 의문이 쌓여있다. 세계의 끝에 남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다. 하루키가 남긴 여운이 한동안 지속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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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김남규 감수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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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건강 음식 백과사전'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암이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어떠한가? 매우 솔깃한 제안이며 궁금하다. 우리 모두는 건강하게 살고 싶고 병에 걸리지 않고 싶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몸에 좋지 않다는 음식을 멀리하려고 하며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어떤 음식이 우리 몸에 좋은 것이며 병을 이겨내는 음식일까? 선뜻 그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에 그 답이 담겨 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의사이자 과학자, 저자인 '윌리엄 리'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 피츠버그대학 의학 박사학위 취득, 여러 대학의 의과대 임상교수로 재직하며 혈관신생재단 설립하고 대표로 활동 중이다. 저자의 '암을 굶기는 식사가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테드 강연은 1,100만 건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40주 연속 아마존 분야 1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받은 책이다. 그런데 책이 상당히 두껍다. 무려 543페이지다. 책을 펼치기가 두려웠지만 이 책은 가독성이 매우 좋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에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일상 생활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면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책이 두꺼워 상대가 거부감을 보일 수 있으니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이란 태어나는 순간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전력을 다해서 몸을 보호하는 놀라운 방어체계 속에서 우리 몸의 세포와 기관들이 순조롭게 기능하는 활성 상태라는 점이다. (중략) 이 방어 시설들은 체내에서 몸을 치유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건강을 강화할 방법을 보다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 5가지 방어체계는 혈관신생, 재생, 마이크로바이옴, DNA 보호, 면역이다.

p24

제1부에서는 5가지 몸의 자연 방어 체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의학적 관점에서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몸의 방어 체계와 연관되어 있다. 이를 이해하고 자신의 몸에 맞는 음식을 찾아 섭취한다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먼저 '혈관신생'를 알아본다. 몸의 성장에 필요한 혈액과 영양소는 혈관을 통해 이동한다. 우리 몸 속에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암이 자라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악성 종양에 영양 공급을 차단하면 종양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 암을 차단하는 환경을 만드는 방어체계인 '혈관신생'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혈관으로 영양을 공급한다면 몸 속의 장기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바로 '줄기세포'로 '재생' 역할을 담당한다. 이 줄기세포는 평생 몸 속에서 제 역할을 하며 각 기관으로 이동하여 세포를 재생한다. 대기오염, 담배, 술이 줄기세포 손상을 가져온다고 하니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를 말한다. 모든 균이 나쁜 것이 아니라 유익한 균이 존재한다. 몸에 유익한 균을 위한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가 회자된다. 음식은 곧 박테리아의 먹이다. 마이크로옴의 불균형은 소화 기관의 질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햇빛의 자외선, 땅의 유해한 방사선(한 예로 무취 천연가스인 라돈), 담배 연기, 화학물질 등은 DNA 손상을 가져와 건강을 위협한다. 하지만 몸은 자기 복구 능력으로 손상된 DNA를 복구한다. 항산화제는 DNA 보호 기능이 있다고 한다. 되도록 모유를 먹이고 아이들에게 탄산음료를 멀리하라고 하는 이유는 DNA 양쪽 끝의 존재하는 일종의 보호캡인 텔로미어와 연관이 있다.

관련 내용을 들으면, 습득한 정보를 즉시 삶에 적용할 수 있다. 허락을 기다리거나 의사 처방을 받을 필요가 없다. 지금부터 소개할 연구 결과들 중에서는 상당히 놀라운 것들도 있고, 기분 좋아지는 내용도 있겠지만, 어쨌든 모든 정보가 먹는 음식을 선택하는 당신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p156

제 2부에서는 몸의 방어체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 음식들이 어떤 이유로 어떤 방어체계에 도움을 주는지 상세한 설명이 함께 있어 이해를 돕는다. 소개된 몇몇 음식은 몸은 좋은 음식이라고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왜 좋은지에 어떻게 좋은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상세한 설명을 통해 쉽게 음식과 몸의 관계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콩, 토마토, 브로콜리, 케일, 복숭아, 자두, 살구, 체리, 망고, 사과, 딸기, 베리류, 해산물, 생선, 닭 넓적다리, 적 포도주, 맥주, 치즈, 올리브오일, 견과류, 다크초콜릿 등은 암을 굶기는 즉, 혈관신생을 억제하는 식품들로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구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다.



어유(오메가3), 오징어 먹물, 통밀, 그린빈(껍질콩), 검은 아로니아, 쌀겨, 강황, 적포도주, 망고, 맥주, 녹차, 홍차, 소식, 자색감자, 호두 등은 몸의 재생 능력에 영향을 주는 줄기세포를 활동을 돕는다.



사우어크라우트, 김치, 파오차이, 치즈, 요구르트, 발효빵 등을 통해 유익한 박테리아를 섭취할 수 있다.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신선한 자연식품을 먹어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고,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통호밀빵, 키위, 배추속 식물(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청경채, 양배추, 케일, 순무 등), 죽순, 다크초콜릿, 호두, 콩, 버섯, 과일주스(석류,크렌베리,콩코드 포도), 적포도주, 녹차, 우롱차, 홍차 등은 좋은 박테리아를 늘리고 나쁜 박테리아를 줄여준다.



베리 주스, 키위, 당근, 브로콜리는 DNA 복구를 돕는 식품들이다. 토마토, 수박, 구아바, 핑크 크레이프프루트는 리코펜이 풍부해 태양빛에 의한 DNA손상을 막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해산물, 참굴은 우리 몸의 DNA를 보호해 준다. 텔로미어 보호에 좋은 커피와 차, 견과류, 채소 식단을 기억하자.



우리 몸의 면역력에 좋은 식품들을 알아보자. 버섯, 숙성 마늘, 브로콜리싹,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엘라그산은 면역 체계를 활성화 시킨다. 크랜베리 주스, 콩코드 포도 주스, 블루베리, 고추, 참굴, 감초는 면역력 증강 효과를 가져온다.

5×5×5 플랜은 5가지 건강방어체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 중에 각자 좋아하는 것을 식사나 간식으로 최소 5가지씩 매일 최대 5번 섭취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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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오랜 기간 적용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쉬운 5x5x5 플랜을 기억하고 실천해 보련다. 무엇보다 좋은 음식을 꾸준하게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선택해서 먹는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루나 이틀 지키지 못해도 크게 상관없다. 평생의 지침으로 여기고 지속적으로 지키기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책에 소개된 몸에 좋은 음식을 매일 5가지 하루 5번 섭취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세상은 넓고 음식은 많다. 저자에게는 생소한 세계 속 음식이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익숙하고 자주 접하는 몸에 좋은 음식도 소개되고 있다. 호박꽃, 감, 생와사비, 여주, 청나래고사리, 송로버섯, 보타르가(숭어알 말린것), 오징어 먹물, 맛조개가 그것이다.



'꼭 먹어야 할 식품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어떤 것을 추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사실 만병통치약이 되는 한 가지 식품은 없다고 답한다. 그래도 굳이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를 골라서 추천하고 있다. 만루 홈런 타자라고 칭하고 있는데 살구, 블루베리, 체리, 키위, 리치, 망고, 천도복숭아, 복숭아, 자두, 죽순, 당근, 가지, 여주, 케일, 홍차, 케모마일차, 커피, 녹차, 아마씨, 호박씨, 참깨, 해바라기씨, 호두, 오징어 먹물,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다크초콜릿이다.

대단히 흥미롭고 유익한 이 책은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들을 잘 활용하면, 누구든 건강해질 수 있음을 널리 전한다. 기억하라. 당신의 운명은 당신의 손에 있다.

루이스 이그나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이 책을 읽은 내용을 간단히 적으려 했으나 정말 유익한 정보가 많아 간추리기 힘들었다. 요약만 적었는데 나도 많은 내용을 적어 버렸다. 이렇게 많은 내용을 적었다지만 더욱 유익한 정보가 책에 가득하다.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이 책을 통해 의학적 상식이 높아졌고, 몸에 좋은 음식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게 되었으며,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을 깨는 내용들도 많았다. 커피나 다크초콜릿, 맥주, 적포도주, 매운 음식 등이 몸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매우 뜻 밖이었고 새로웠다.



아내에게 이 책을 보여주면서 참 좋은 책이라 했더니 아내가 나에게 말했다. "아저씨들이 보는 책이네. 아! 맞다. 오빠, 아저씨지." 반박의 여지가 없다. 이제 겨우 삼십대 중반이지만, 그래, 이제 난 아저씨다. 건강이 염려되기 시작하면서 이런 책에 관심을 갖게 되는 나이다. 건강은 있을 때 미리 챙기라 하지 않는가. 이 세상의 모든 아저씨들에게, 그리고 건강이 중요한 이 시대의 가장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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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 편 -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지식 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편

흩어진 지식을 하나로 연결하다




tvN <책 읽어드립니다>의 도서 선정 위원이었던 프로 지식 탐험가 '이시한' 저자는 현재 성신여자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재미와 깊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그의 말솜씨는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했다. 그의 재미난 입담은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재미있게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지식이 쌓인다. 편의점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읽고 난 뒤의 만족도가 높은 책이라 자부한다.



지식의 연결이 일품이다. '사피엔스'를 시작으로 '총,균,쇠', '이기적 유전자' 등을 자유자재로 연결시킨다.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지만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흩어진 지식을 한데 모아 맛있는 책으로 탄생시켰다. 현 인류인 '사피엔스'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스텔라', '어벤져스'의 내용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이해가 더욱 쉽다. 물론 영화를 아직 못 본 경우 이해가 살짝 어려울 수 있지만 영화를 이미 본 독자들이라면 이만큼 적절한 연결고리가 없다. 또한 그 연결을 통한 이야기의 전개가 매우 재미있다. 경쾌한 지식 소개 이야기에 빠져 읽다보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사피엔스는 지성인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하는 인문 기본서로 꼽힙니다. 그런데 무려 636쪽에 달하는 분량을 자랑하는 탓에 사놓고도 완독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중략) 사피엔스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피엔스 종은 인지 혁명, 농업 혁명, 과학 혁명을 거치면서 죽음까지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인류로 진화하고 있다."

인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p38)

2015년에 나온 책이지만 현대 고전으로 대우 받는 책 '사피엔스' 소개로 이 책은 시작된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가정 첫 걸음이자 100년 후 미래 인류의 모습을 가늠하고 그 답을 제시하는 '사피엔스'는 독서광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스가 추천한 책이다. 다양한 인간 종들 중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이야기, 상상의 질서인 돈에 대한 이야기 등 '사피엔스'의 핵심이 되는 내용을 요약하여 다루고 있다. 또한 생태계 차원에서 '어벤져스'의 타노스가 정말 빌런인지에 대한 매우 재미난 접근이 특히 흥미로웠다.


'장미의 이름'은 과학에 의해 종교가 위협받는 시기에 얼마나 폭력적이고 위험한 방법으로 기존 질서를 지키려고 노력했는가, 그리고 당시의 종교인들이 얼마나 위선적이며 탐욕스러운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작품입니다.

신의 정원에 발을 딛기 시작한 인간 / 움베르트 에코 '장미의 이름' (p137)

'장미의 이름' 작품이 '셜록 홈즈'를 오마주한 작품이며 추리 소설의 형태라는 사실을 알고 급 흥미가 생겼다. 당시의 시대 상황, 종교적 배경 등의 서술을 통해 전하고 있으며, 그 시대에서 전개되는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극이다. 또한 과학과 종교의 경계 및 인간성 회복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는데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 그런데 이 책이 재미있지만 읽어 내려가기가 힘들다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현학적인 문체 때문이며 저자 역시도 그렇게 느꼈다고 하니 선뜻 책을 읽기가 주춤하게 된다. 그래도 꼭 읽을 것이다.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거기서 2년을 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기록을 묶어낸 것이 바로 '월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월든'은 딱히 줄거리가 없어요. '월든 호숫가에서 2년을 살았다'가 이 책의 전부입니다. 그냥 2년 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을 담담하게 썼습니다. 그래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감정을 따라 숲길을 거닐지 않고 줄거리를 찾거나 분석하려고 하면 이 책을 보는 기쁨은 반감되고 맙니다.

누구나 다 법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p211)

'제주도 한 달 살기', '미니멀라이즘'과 같이 비우며 살아가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심리는 170년 전의 월든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물론 그 성격이나 방법, 방향은 다르지만 느린 속도로 인생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갖는다는 관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사회 안에서 힘들고 지친 우리에게 힐링을 선물하는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이 '월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왔고 몰래 시를 읽는 회합의 시작을 알리는 시구가 '월든'의 한 구절이었다는 사실이 참 재미있다.

인간다움이란 어떤 것일까요? 무려 100여 년 전에 '멋진 신세계'에서 올더스 헉슬리가 제시한 이 문제는 아직도 유효합니다. 아니 오히려 이제야 유효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점점 현실화되어가는 멋지지만 소름 끼치는 세계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p292)

이 책에서 소개하는 18권의 책 중에서 읽은 책이 총 3권이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그리고 마지막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이다. 이 3권 모두 감명 깊게 읽었고 나 역시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추천하는 다른 책들도 모두 읽고 싶다. '멋진 신세계'를 소개하는 마지막 문장이 공감되어 여기에 적어 본다. '멋진 신세계'를 읽었다면 이 말에 크게 공감할 수 있다. 그만큼 '멋진 신세계'에서 그리는 세상이 우리가 만날지도 모르는 세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

<지식 편의점>에 들러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직 읽지 않은 책도 마치 읽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디너 정식은 아니지만 가볍게 요기하며 맛도 일품인 간편 요리를 먹은 느낌이다.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주제에 맞게 책들이 우리에 던지는 인간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을 생각해 본다. 세기에 걸쳐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식들이 참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은 이 책을 먼저 펼쳐 보시길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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