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체인
딸을 살리기 위해 납치범이 되어야 하는 엄마
가독성이 매우 좋아 놀랐다. 하루 한두시간씩 삼일이 걸렸으니 대여섯시간만에 소설을 완독했다. 그닥 빠른 속도는 아니라지만 나에겐 매우 이례적인 속도다. 독특한 스토리와 흡인력, 가독성과 스릴 넘치는 구성이 나를 홀렸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미국 최고의 추리소설상 '에드거상' 및 여러 상을 수상했으며 10편의 범죄 소설을 쓴 작가 '에이드리언 매킨티'의 소설이다. 유니버설 픽처스 영화화가 확정된 소설이다.
2012년 멕시코 시티에서 피해자 교환 납치 실제 사건을 모티브하여 탄생한 소설 <더 체인>은 실제 일어날 법하여 매우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자신의 자녀가 납치 되었다면 아이를 구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여 돈을 갈취하고 악날한 방식으로 체인을 유지하는 악마도 혀를 내두를 체인의 덫에 레이철이 걸려들었다.
액정에는 알 수 없는 발신자라고 뜬다. 레이철은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두 가지를 기억해라." 음성 변조를 한 듯한 목소리가 말한다. "첫째, 네가 처음도 아니고 분명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둘째, 명심해라, 이건 돈 때문이 아니라 체인 때문이라는 걸."p19
액정에는 알 수 없는 발신자라고 뜬다. 레이철은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두 가지를 기억해라." 음성 변조를 한 듯한 목소리가 말한다. "첫째, 네가 처음도 아니고 분명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둘째, 명심해라, 이건 돈 때문이 아니라 체인 때문이라는 걸."
p19
딸 카일리가 납치되었다. 엄마인 레이철은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딸이 납치 되었으니 비트코인을 지불하고 다른 아이를 납치하라는 조건이다.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딸의 목숨을 보장 받을 수 없다. 그런데 딸 뿐만이 아니라 나에게 전화를 건 사람의 아들도 죽는다고 한다. 바로 체인이다. 내가 다른 아이를 납치해 그녀가 한 동일한 행동을 해야 한다. 그저 딸을 살리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내 딸이 납치를 당했고 내 딸을 되찾기 위해선 내가 귀여운 남자아이를 거리에서 납치한 다음 그 아이하고 그 아이하고 그 아이 가족을 진심으로 협박해야 해. 그 아이를 죽이겠다고 말할 때 진심인 것처럼 들려야 해. 안 그러면 앞으로 다시는 카일리를 못 볼 테니까.p158
내 딸이 납치를 당했고 내 딸을 되찾기 위해선 내가 귀여운 남자아이를 거리에서 납치한 다음 그 아이하고 그 아이하고 그 아이 가족을 진심으로 협박해야 해. 그 아이를 죽이겠다고 말할 때 진심인 것처럼 들려야 해. 안 그러면 앞으로 다시는 카일리를 못 볼 테니까.
p158
딸을 살리기 위해 납치할 아이를 물색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이 단숨에 진행되었다.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단 5일의 행적은 치밀하고도 단호했으며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딸을 살리기 위해 납치를 자행해야 하는 레이철, 이런 레이철을 돕는 전남편의 형이자 카일리의 삼촌인 피트, 그리고 이들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나의 마음. 어느 하나 정상적이지 않는 이 소설이 결국 어떻게 끝맺게 될지는 모두 한 마음일 것이다.
그러는 너 자신은 어때, 레이철? 납치범에 아동 학대범에, 무능한 엄마. 이게 다 너잖아. 속으론 너도 알고 있어, 어밀리아가 죽도록 그냥 내버려뒀을 거란 사실을. 그럴 의도가 분명 있었고, 그거야말로 도덕 철학, 법, 인생에서 중요한 거잖아. (중략) 처음엔 암, 그다음엔 이혼이었지. 그러더니 딸이 납치됐고 넌 괴물이 됐어.p229
그러는 너 자신은 어때, 레이철? 납치범에 아동 학대범에, 무능한 엄마. 이게 다 너잖아. 속으론 너도 알고 있어, 어밀리아가 죽도록 그냥 내버려뒀을 거란 사실을. 그럴 의도가 분명 있었고, 그거야말로 도덕 철학, 법, 인생에서 중요한 거잖아. (중략) 처음엔 암, 그다음엔 이혼이었지. 그러더니 딸이 납치됐고 넌 괴물이 됐어.
p229
레이철의 심리적 갈등과 단호한 행동들이 인상적이다. 자신과 딸의 안위를 위해 타인의 불행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하는 '체인'의 악날함이 치를 떨게 했다. 내가 실제 저런 상황 안에 들어간다면 나 역시 레이철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레이철을 옥죄어 오는 주변의 압막이 상당했고 매우 설득력있게 느껴졌다.
이 조촐한 가족 모임이 처음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로워지려 한다. 올리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동생한테 문자를 보낸다. 진저, 부탁이 하나 있는데, 잠깐 시간 나면 와서 나랑 얘기 좀 할래?p423
이 조촐한 가족 모임이 처음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로워지려 한다. 올리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동생한테 문자를 보낸다. 진저, 부탁이 하나 있는데, 잠깐 시간 나면 와서 나랑 얘기 좀 할래?
p423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레이철의 체인 안에서의 순응과 안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부는 이 체인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레이철의 모습을 담았다. 이 극적 전환점은 새로운 재미를 가져다 주었다. 또한 2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탈 때는 무섭고 식은땀이 나지만 타고나면 또 타고 싶어지는 재미있는 놀이기구와 같다.
레이철이 틀렸다. 체인은 뿌리 깊은 존재다. 그건 신화다. 노인 대 젊은이, 육군 대 해군, 카타르시스 대 카오스, 전쟁의 신은 의심의 여지 없이 그 둘 중 하나만을 살려둘 것이다. 그것도 순전히 자기 재미를 위해.p472
레이철이 틀렸다. 체인은 뿌리 깊은 존재다. 그건 신화다. 노인 대 젊은이, 육군 대 해군, 카타르시스 대 카오스, 전쟁의 신은 의심의 여지 없이 그 둘 중 하나만을 살려둘 것이다. 그것도 순전히 자기 재미를 위해.
p472
그냥 이 책 <더 체인>은 한 마디로 스릴있고 재미있다. 또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선과 악, 도덕의 잣대로 체인 속 그들을 과연 평가할 수 있는가란 의문을 던진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떠오른다. 그 누가 과연 레이철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무더운 여름 시원한 에어콘 바람 쐬며 휴가를 즐기며 읽기에 좋은 웰메이드 소설로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