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허밍버드 클래식 M 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윤도중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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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사랑의 상처가 이 책으로 위안이 되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매우 유명하며, 나의 최우선 필독 리스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늦었지만 이제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의 탄생 이후로 '베르테르 효과', '베르테르 신드롬'의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 현재에도 많은 이들이 읽으며 꾸준히 사랑 받는 고전이다.



초반의 20페이지 정도는 읽기가 매우 힘겨웠다. 젊은 베르테르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보이는데 두서가 없고 무슨 말을 하고자 함인지 파악하기 어려웠고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물론 하나하나 글귀들이 좋은 말들이 많지만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라 알고 읽기 시작하는데 좀처럼 그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은 등장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랄까. 정확히 29페이지 부터 본격적으로 베르테르의 그녀 '로테'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쉼없이 책장이 넘겨졌다. 가독성이 좋아 놀라웠고 공감하며 읽어 또 놀라웠다. 사랑으로 수차례 아팠던 과거의 나를 위로하듯 이 책이 젊었던 나의 과거를 위로했다.



짝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혈기 왕성하던 그 어린 시절 짝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다 못해 흘러 넘친다. 젊다는 것은 에너지가 넘치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여 더할 나위없이 좋지만 한 편으로는 어리숙하고 경험과 식견이 부족하며 한 없이 자신의 굴레에 빠져들며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아쉬운 단점이 있는 시절이다.

그 지극히 사랑스러운 여인을 알게 된 경위를 차근차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나는 즐겁고 행복한 나머지 객관적으로 서술할 형편이 아니다. 천사를 알게 되었다! 풋, 이건 누구나 자기 여자에 대해서 하는 말이다. 안 그래? 그런데 그녀가 얼마나 완벽한지, 또 어째서 완벽한지 설명은 하지 못하겠다. 그녀가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는 말로써 충분하다.

p29

베르테르가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은 '로테'이다. 베르테르는 첫눈에 로테에게 사랑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그녀는 친구 알베르트의 약혼녀다. 친구를 배반하고 적극적으로 로테에게 구애할 수도 없으며 그저 그녀를 자주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속으로 연모하는 것 이상으로 할 수 있는게 없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보고 단념하기도 하고 노력해보건만 그녀를 향한 마음은 식을 줄을 모른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에 정말 고통스럽다.

그분은 너무 예민한 내 감정을 나무랐다. 그리고 활동이나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철저한 업무 수행 등에 대한 내 엉뚱한 아이디어를 젊은이다운 훌륭한 패기로서 존중하고, 그것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고 조금 완화해서 제대로 기능하고 효과를 한껏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이끌어 가려 한다고 했다. 나 역시 일주일 만에 기력을 회복했고 마음의 안정도 찾았다. 영혼의 안정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고 자기 자신한테 느끼는 즐거움이다. 친애하는 친구여, 다만 이 보석이 아름답고 값진 만큼 쉽게 깨질 수 있을 텐데 그러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겠나!

p119

다른 누구보다 예민한 감정, 감성을 지녔던 베르테르는 사랑에 대해서도 녹록치 않았지만 계급 차이에서 오는 차별 및 자신의 일과 관련해서도 쉬이 풀리지 않았다. 귀족 출신의 여인B과 어울리고 파티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또한 베르테르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자신의 상관인 공사의 불합리한 행동들로 인해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한다. 베르테르는 공사를 고지식한 멍청이, 수다쟁이 노처녀로 표현한다. 베르테르가 존경하며 멘토와도 같은 올바른 조언가인 C백작이 있었다. 허나 C백작도 들끓는 베르테르의 젊은 감정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베르테르는 사직서를 제출한다.

친애하는 빌헬름, 옛날에 불행한 사람을 가리켜 악령에 시달린다고들 말했는데 내가 지금 그런 불행한 사람들이 틀림없이 처했을 법한 바로 그 상황에 처해 있다. 때때로 나를 사로잡는 것이 있다. 그것은 불안도 아니고 욕망도 아니다. 내 가슴을 갈가리 찢어 버릴 것 같고 목구멍을 조이는, 알지 못하는 내적 광란이다! 아, 괴롭다!

p181

표현들이 다소 오글거린다거나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사랑에 깊이 빠진 경험이 없기에 그럴 것이다. 아니면 그 사랑이 너무도 순탄해서 일 수도 있겠다.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 '그때는 왜 그랬을까'라며 이불킥을 날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당시의 감정들은 어느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굳건한 세계이며 깨트릴 수 없는 옹골진 성과도 같다. 베르테르의 마음이 담긴 글을 읽으면 그의 내적 괴로움이 절절히 느껴진다.


결심했습니다, 로테. 저는 죽으려고 합니다. 제가 그대를 마지막으로 보게 될 날 아침에 감정을 낭만적으로 과장하지 않ㄱ고 차분하게 그 사실을 씁니다. 내 가장 소중한 여인이여, 그대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차가운 무덤이 불안하고 불행한 이 사람의 뻣뻣하게 굳은 주검을 덮고 있을 겁니다. 이자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있어 그대와 말을 주고받는 것보다 더 큰 달콤함은 모릅니다.

p192

젊은 베르테르가 처한 운명은 가슴 아프다. 책의 서두에 이 책으로 젊은 베르테르와 같은 고통과 슬픔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책이 시작되는데, 실제 독일에서는 베르테르의 행동을 따라 스스로 세상을 떠난 젊은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베르테르 효과, 베르테르 신드롬이라는 용어가 생겨난 이유다.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괴테는 가슴 아픈 짝사랑의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책을 썼으며,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얻지 못해 자살한 이의 사건을 접목시켰다고 한다. 책의 제목처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책 안에서 시대를 넘어 지금의 나에게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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