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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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우주인이 되고 싶은 샐러리맨의 생존기

소설을 읽을 때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소설이 그랬다. 주인공과 한 몸이 되어 우주를 꿈꾸는 샐러리맨이 되었다. 주인공 이진우처럼 불안에 떨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으며 우주에 대한 꿈을 꾸기도 했다. 철저하게 픽션이지만 사실적이라 놀라웠고 또한 서정적이며 감성적 표현들의 섬세함이 담겨있다. 이진우를 중심으로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많은 사람들의 심리적 교차가 이 시대의 우리와 다름 없었으며 처절한 경쟁의 세계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그의 마음에 동질감을 느낀다.

이 소설은 구상과 취재 시작부터 13년동안 씌여졌으며 집필 사년간 서른다섯 번 개고했을 정도로 많은 정성이 담겨 있다. 사실에 기반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체는 이 소설이 가진 강점이라 생각한다. 우주인이 되겠다는 집념하나로 나아가는 이진우의 모습이 저자 권기태의 집념과도 일맥상통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끈질긴 노력 끝에 나온 소설인만큼 저자의 깊은 애정이 담긴 소설일 것이다.

주인공 이진우는 생물학 연구를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딸 둘을 키우는 평범한 가족의 가장이기도 하다. 좋은 연구 결과를 위해 야근을 마다하지 않으며 열심히 살아가면서 가슴 안에 우주인의 꿈을 꾸고 있다. 그토록 열심히 노력했건만 굴러들어온 경력직 직원이 자신을 앞질러 팀장이 된다. 하물며 팀장은 자신을 짓누른다. 그가 지원한 우주인 선발 떄문인 것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을 못마땅히 여기는 팀장때문인지 이진우는 올해 좋지 않은 평가가 내려진다. 부당한 처우라며 팀장에게 말하지만 녹록치 않다.

서른다섯, 청춘은 떠났지만 연륜은 도착하지 않았다. 며칠 후면 서른여섯이다. 나는 이제 좀 유별난 해프닝을 한번 겪고서, 떠나보내는 건가? 허물을 한 꺼풀 벗고서 감기 기운만 남은 채로... (p104)

서른 다섯 이진우의 모습은 이직을 준비하는 회사원들의 모습과 닮았다. 우주인 선발 과정에 지원해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며 초조해하는 그의 모습이 영락없는 이직 결과를 기다리는 샐러리맨의 모습이며 흔한 우리 가장의 모습이다. 마치 나와 닮은 이진우의 모습에서 애정이 생기며 그를 응원하게 된다. 나도 딸을 가진 집안의 가장이며 공교롭게도 나이가 서른 다섯이다. 그리고 가슴에 꿈을 품은 평범한 샐리리맨이다. 2001년 개봉한 봄날은 간다를 비행기에서 볼 수 있는 최신작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약 15년 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훌륭한 지원자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우주인이 되는 무한 경쟁에서 최초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 세상은 최초만을 기억한다. 첫 한국 우주인 이소연은 후손 대대로 기억되는 이름이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이소연의 고증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다.

중력을 탓하며 쓰러지지만 중력은 나에게 관심조차 없으리라. 하지만 지금 중력은 누구에게나 힘을 미친다. 누구나 똑같이 바닥에 닿게 하고, 서든 눕든 제 무게를 되살려준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고, 태양도 지녔지만 티끌도 가졌다. 그래서 중력은 모든 것이 제가끔 움직이고 저마다 살아가는 힘이고 조건이고 운명이다. (p152)

중력이라는 단어는 힘을 지녔다. 눈에 보이지 않으며 항상 우리에게 작용하고 있는 그 중력은 참 신비한 존재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항상 우리에게 작용하는 힘이 중력이듯 우리는 그 힘을 피할 수 없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 힘의 존재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힘이라는 전지전능한 존재로까지 느껴진다. 회사에 속박될 수 밖에 없는 샐러리맨의 처지를 중력이라는 힘에 비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 이 바닥도 아주 잔인한 곳이야. 내 말은 여기도 요직과 말직, 출세와 좌천이 있다는 거야." 사샤가 손마디를 뚝뚝 꺾으면서 말했다. 나는 허탈한 느낌이 들어서 그개를 저었다. "회전문으로 나갔다가 도로 들어온 거 같아. 여기도 이렇다니까." (p204)

우주인이 되더라도 사실 다른 조직으로의 이동이다. 큰 변화가 있을 것이며 꿈이라고는 하지만 그 조직이나 이 조직이나 거기서 거기다. 회전문에 비유한 표현이 매우 와닿는다. 요직과 말직, 출세와 좌천은 어디나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고 세상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숙명과도 같다.

"이것은 재난을 가정한 훈련이 아니야. 훈련 그대로가 재난이야." (p272)

훈련 과정에서 이진우는 이해할 수 없는 훈련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왜 이 훈련이 필요한지 납득할 수 없다. 재난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모두가 죽었을 것이기에 이 상황은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훈련은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런 일들은 우리 일상에서도 종종 만난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상황들 중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수두룩하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납기일,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 불가능한 아웃풋 요구 등 훈련 그대로가 재난이라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은 무거운 물체의 주변 공간은 중력 때문에 휘어져 있다는 것이다.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의 근처도 그런 것이 아닐까. 나의 마음은 실내에 쳐진 그물 위에 선 것처럼 그가 움직이는 곳으로 기우뚱하게 쏠리곤 했다. (p301)

참 재미난 표현이다. 무거운 물체가 중력을 가진다는 의미다. 우리는 누군가의 중력에 의해 그 쪽으로 기우둥하게 쏠린다. 사회 생활에서 어느 조직이나 중심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은 구성이 되며 돌아간다. 나 또한 누군가의 중심 쪽으로 영향을 받으며 쏠려 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중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 나의 생에서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여기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가? ... 아니, 내가 모험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만 있었더라면... 나는 아직 뭘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바쁘기만 한 바보로 살았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쳇바퀴를 돌면서 가끔 푸념하고 화를 내기만 하는 채로. (p408)

이 책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다. 우리는 모험을 두려워한다.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 수 있다. 새로운 세상에 꼭 가야 하느냐고 묻는다. 나도 사실 별반 다르지 않다. 모험이 두렵긴 모두가 마찬가지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 곳에 머무를 수 없다. 그저 바쁘기만 한 바보인지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는 용기있는 사람인지는 이미 나에게 주어진 선택이다.


우주인이 되기 까지의 그 과정이 험난하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동료들과의 우애가 인상 깊었다. 우주인이라는 같은 뜻으로 모인 사람들끼리 함께 노력하는 과정에서의 미묘한 감정 싸움이 안타깝기도 했다. 누군가는 올라가야하며 누군가는 내려와야 하는 이 경쟁사회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윤리위원회의 에피소드는 참 애석해다. 이 상황이 그저 훈련의 한 과정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대외비 관리의 허술함에 대해 따지는 게 아닌 그 문서를 가진 사람을 벌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에 따라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러시아와 한국 사이의 기 싸움인가 싶기도 했다. 아리송한 부분이다.

긴 호흡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숨막히는 우주인 선발 과정을 함께 했다. 함께 긴장하고 함께 선발 과정에 참여한 느낌이다. 우주인 선발 과정이라는 단면을 이 책에서는 그리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여러 현상을 종합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 줄기로 나아가는 이야기지만 수반되는 생각은 여러 줄기로 뻗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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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논리학 - 모순과 억지를 반격하는 사이다 논리 이야기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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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논리학

"논리학은 참 재미있다"

"뇌섹시대 - 문제적 남자"를 간혹 즐겨본다. 뛰어난 스펙을 자랑하는 브레인들이 모여 같이 문제를 풀고 풀이 방법을 나눈다. 함께 문제를 풀면서 나는 왜 저런 생각을 못했을까 자책도 하고 참심한 풀이에 감탄하기도 한다. 어쩌다 한 번 문제를 풀었을 때는 그 쾌감에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난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문제 유형은 참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의 맥락으로 '논리학'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적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슬기로운 논리학>에 관심을 보일만 하다. 또한 이 책을 읽고 난뒤 저자 '크리스토프 드뢰서'의 다른 책 <수학 시트콤>, <물리학 시트콤>에도 관심이 생긴다.

이 책이 재미있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스토리텔링'이 아닐까 싶다. 어느 한 주제에 대해 설명할 때 바로 이론부터 시작하면 금방 지루하고 호기심이 반감될 것이다. 그 주제가 집합, 명제, 논증, 추론 등 이라면 단어부터 묘한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재미난 시트콤 이야기로 시작되는 각 주제들은 매우 흥미로웠다.

책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논리학이 쉬운 편은 아니며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영재발굴단'에 나오는 영재들에게는 코웃음치는 문제들일지도 모르겠으나 그저 논리를 좋아 하고 싶은 나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중상급의 내용이라 생각한다. 고등학교까지 정규과정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접했을 내용들이긴 하지만 여간 어렵지 않다.

각 장에서는 연습 문제를 제공하고 있다. 연습문제를 하나씩 푸는 재미가 있다. 주어진 조건을 활용해 나름 표를 그리고 조건들을 따져가며 불가능한 상황들을 제거하면서 정답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재미있다. 절대 밤 늦게 이 책을 펼쳐선 안 된다. 연습 문제를 풀기 위해 새벽까지 잠 못 이루고 연습장을 끄적거리는 모습을 아내에게 들킬 수 있다.


"달이 만약 녹색 치즈라면, 숫자 5는 고주망태다." 교수는 이 문장이 참이라고 했다. 거짓 문장에서 거짓 문장을 도출하는 것은 합법적이며, 따라서 이 도출 전체를 표현하는 문장은 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p15)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읽어보고 또 읽어봤다. 달이 녹색 치즈가 아니니 뒤에 따라오는 말도 틀린 것이기에 참이라는 뜻인데... 뭔가 말장난 같기도 하고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논리학은 이런 식이다.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잣대가 명확하다. 숫자 5와 고주망태라는 단어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 입력 값과 결과 값 사이에는 기호만 존재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제 당신은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논리 퍼즐"이라고 소개하는 수수께끼에 도전할 준비를 갖췄다. (중략) '얼룩말 퍼즐 Zebra Puzzle' 로도 불리는 그 수수께끼의 최초 버전은 1962년 12월 17일 잡지 <라이프life>지에 발표 되었다. (p82)

얼룩말 퍼즐은 약 30분동안 나를 고심하게 했다. 즐거운 고심이었다. 질문은 간단하다. 누가 물을 마실까? 누가 얼룩말을 키울까? 이다. 허나 그 답을 찾는 과정이 만만하지 않다. 물론 내 기준이다. 이 답을 모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고, 뭔가 시간낭비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그저 재미있다. 내가 그저 재미있으면 되는게 아닌가? 답을 맞췄을 때의 쾌감은 다른 무엇과 비할 수 없는 기쁨이다.

이국적인 섬 멘다치노 Mendacino에 오신 당신을 환영한다. 이 섬의 특별한 점은 두 부류의 사람들이 산다는 것이다. 한 유형은 날 참말을 하고, 다른 유형은 한결같이 거짓말을 한다. (p143)

섬 멘다치노에 놀러 가고 싶다. 이러한 상황 설정 자체가 재미있고 논리 게임을 즐기는 도구가 된다. 이 간단한 가정하나로 꽤 많은 논리 게임을 만날 수 있었다. 쉽게 풀리는 문제도 있었지만 도통 이해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문제도 많았다. 그런데 그 시간이 그저 재미있다. 이런 문제를 시험 문제로 만났다면 스트레스고 고통이겠지만 이렇게 놀이로 만나니 하나의 놀잇감과 같다.

멘다치노 섬에서 확장된 염소 게임도 매우 흥미로웠다. 허나 아직 100%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읽어봐야 겠다. 내 이해력의 문제이니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퍼지 논리 옹호자들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비판은 고전 논리의 흑백 사고가 현실을 불완전하게만 반영한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인간 언어의 불명확성에 관한 일반 이론을 개발하는 것은 퍼지 논리도 해내지 못한 과업이다. (p291)

논리학은 흑백 논리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했는데 퍼지 논리는 나의 이런 상식을 깨주었다. 중고차 선택 기준에 적용된 퍼지 논리 퍼지에 대한 이해가 쉽도록 도와주었다.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흑백 논리의 잣대를 적용시킬 수 없는 사례들이 꽤 많다. 빠르다, 키가 크다, 멋지다 등 칼로 무를 자르듯 구분지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180cm가 키가 크다고 하면 179은 작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모든 이론을 책 한 번 읽고 확실하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 이론들이 나름 난이도가 있었다. 그래도 반절 정도는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아이큐가 높았더라면 조금 더 빨리 이해할 수 있을텐데 라는 푸념이 나온다. 허나 이 과정 자체가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문제 풀기를 좋아하고 논리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다른 놀잇감보다 더 흥미로운 장난감이 될 수 있다.

아직 논리학의 세계는 나에게 멀리 떨어져 있지만 논리학이라는 분야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저자 크리스토프 드뢰서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책에서 소개된 논리 게임에 재미를 느꼈고 비슷한 종류의 게임들이 궁금하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좀 더 재미난 논리 게임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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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사용설명서 - 내 삶을 사랑하는 365가지 방법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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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사용 설명서

"괴로움 없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길"

소설가이자 건국대 석좌교수,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까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김홍신의 책이다. <인간시장>으로 최초 밀리언셀러 소설가인 그의 책들을 보면 '인생'으로 시작하는 책들이 많다. '인생 견문록', '인생을 맛있게 사는 지혜',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인생 사용 설명서' 등의 책들이 있다.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인생'이란 단어를 참 좋아하시는 듯 하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 방향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하루 사용 설명서> 또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그 하루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방향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강한 상대를 만난다는 것, 불편한 상대가 있다는 것, 인생의 고난들 등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피하고 싶고 멀리하고 싶은 것들이지만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 말한다. 부정적인 것들을 긍정적으로 바꿔 보는 긍정의 힘이 책에 담겨 있다. 모든 것은 자신에게서 나오기에 스스로의 생각을 바꾸자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남의 시선을 벗어 던지고 스스로 자유로운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나는 실패한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냥 한 번 넘어졌다고 생각하세요. 일어나서 다시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쳤으면 병원에 가서 치료하고 걸을 만하면 그냥 걷는 게 상책이지요." (p37)

실패는 사실 늘상 있는 일이다. 뭐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참 쉽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걸어가야 하는게 우리의 인생이며 이미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고달프지만 언젠가 언제 그렇게 아팠냐는 듯 우리는 잘 살아가고 있다.

죽기 전에 하는 가장 큰 후회는 '그때 좀 재미있게 살걸'이라고 한다. (p52)

이 짧은 인생 재미있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하루 고민과 고뇌로 지내기 보다 좀 더 재미나게 살면 참 좋을텐데. 우리는 그렇게 재미나게 살고 있는지 한 번쯤 되돌아 보자. 나중에 조금이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재미나게 살아야 한다.

국경일이나 국가원수 접견 때만이라도 대통령 내외는 한복을 입는 자긍심쯤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남자는 양복, 여자는 한복을 입는 기괴한 부조화가 슬며시 사라지고, 작은 것에서도 우리의 문화를 당당히 드러내는 한국인의 긍지가 자리 잡을 것이다. (p77)

참 공감되기에 적어봤다. 우리 나라 스스로의 자긍심을 높이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한복이 가진 상징적 의미에 대해 대통령이 앞에서 하는 한 번의 행동이 큰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의 부조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여자만 한복을 입는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지 못함에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고 지금 사랑하지 않고 미루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사랑의 온도는 100도가 아니다. 펄펄 끓으면 누구라도 화상을 입는다. 사랑의 온도는 36.5도 이기에 늘 온화하다는 걸 잊지 말자. (p147)

사랑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설레이고 좋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인생을 살아가며 사랑은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기에 그럴 것이다. 사랑의 온도가 뜨뜨미지근한게 진정한 사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에게 이 글을 보여줘야 겠다.

입맞춤과 사랑한다는 말, 공짜다. 자주 하라. (p165)

아내에게 물어봤다. 100번의 사랑한다는 말보다 한 번의 포옹이 더 좋다고 하더라. 그랬더니 아내는 100번의 사랑한다는 말이 더 좋다고 했다. 백 번 사랑한다는 말, 백 번 입맞춤, 백 번 포옹을 하도록 해야겠다. 공짜니까 얼마나 좋은가.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각종 실험 결과가 있다. ..(중략).. 10분을 넘기지 않는 스트레스는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적절히 이용하는 게 지혜인 것이다. (p224)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그 스트레스를 적절히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저 그 스트레스를 피하려고만 했던 것 같다. 뭐든지 적절한 것이 참 중요하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적당히 절절하게 이용하면 참 좋을 것이다.

참 신기한 것은 웃는 입 모양만 해도 부교감 신경이 자극을 받아 면역세포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중략).. 웃기만 해도 암세포가 사라진다니 지금 그냥 웃어보자. (p238)

웃자. 그냥 웃자. 그 무서운 암세포를 사라지게 한다는 웃음. 그러니 한 번 더 웃자. 이 글을 읽고 웃을 수 있어 그저 감사한 하루다.


매일 하루하루 다른 주제로 365개의 이야기를 담았다. 많이 들어본 내용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내용도 있다. 하나같이 모두 다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좋은 글들이다. 근심,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인생 생각보다 짧다. 이 짧은 세상 살아가는 동안이 우울하고 침울하기 보다 활기차고 웃음 넘치고 재미나고 사랑하며 살아갔으면 한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하루가 주어진다. 그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그 하루를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하루 사용 설명서>를 보고 하루하루 행복한 하루를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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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영어 잘하고 싶니?
박신영 지음 / 솔앤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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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잘하고 싶니?

영어 잘하는 방법 총 정리

영어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p3)

저자 박신영은 영어 책 4권을 출간한 저자이지만 그 흔한 어학연구, 배낭 여행도 다녀온 적 없는 순수 한국 토박이다. 그런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영어 잘하는 방법은 귀를 솔깃하게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전혀 몰랐던 엄청난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영어 공부하는 모든 비법이 이해가 쉽게 잘 정리되어 있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영어를 잘한다는 정의를 먼저 정리하고 시작하고 있다.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한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저 여행을 하면서 문제 없는 사람, 외국인과 의사 소통이 문제 없는 사람, 높은 시험 점수를 내는 사람, 발음이 좋은 사람 등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성인이 된 우리는 원어민처럼 말하기는 사실상 불가하다. 유창성에 대한 기준을 정한다기 보다는 내 기준, 나의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회사에서 외국인과 회의를 진행함에 문제가 없는 정도를 목표로 삼고 있다.

6장에서는 영어 듣기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받아쓰기'에 대해 알아봤다.

그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처음엔 그냥 들으면서 영어의 억양과 어조에 집중한다.

2. 본격적으로 받아쓰기를 시작한다.

3. 대본을 확인한다.

4. 대본을 공부한다.

5. 다시 들으며 직청직해 연습을 한다.

6. 따라 말하기(쉐도잉)를 해본다. (p111/335)

영어 듣기를 위해 힘들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받아쓰기와 쉐도잉'이다. 한두번 할 수는 있지만 꾸준히 하기가 참 어렵다.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며, 어려운 표현을 익히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봐도 도통 모르겠는 표현들이 있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표현이 잘 정리된 책의 경우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어 듣기 실력을 위해서는 꼭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공부다.

'받아쓰기 및 쉐도잉'을 하기 위해 나는 노팅힐을 정했다. 과거에 공부하려고 시도했다가 이내 포기했던 영화다. 주인공의 친구의 말이 너무 빠르고 비속어가 많아 막혀 허덕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중도에 포기하지 말자. 사실 주인공 친구는 핑계일지도 모른다. 그저 귀찮아서 멈춘게 아닌가 싶다.

발음이 좋아지는 사소한 꿀팁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1. 장단음을 지켜서 발음하자.

2. 단어 스펠링만 보고 발음을 짐작하지 말고 반드시 사전을 찾아 제대로 된 발음을 익히자.

3.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하자. (p161/335)

발음이 엄청 중요하지 않다고 저자도 말하지만,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뜻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발음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하면 꼭 필요한 공부다. 책에서 예시로 나온 외국인의 실수에 큰 공감이 된다. 바로 [깨씹]이다. 외국인이 한글을 배웠는데 '깻잎'을 발음할 때 [깨씹]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깻잎'을 [깬닙]으로 발음해야 함을 알지만 예외 발음이다. 언어라는게 모두 규칙에 딱딱 들어 맞지않다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미드 한 편을 공부할 때, '자막 없이 미드 보기 → 대본 공부(혹은 영어 자막 켜고 보기) → 자막 없이 미드 보며 복습하기'의 방법으로 공부를 했었다. 이렇게 하면 한 편을 끝내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지루할 수는 있지만, 꽤 알차게 실력을 높일 수 있다. 시간도 비교적 많고 열저적으로 공부하겠다는 의욕이 넘치시는 분이라면, 이 방법을 권하고 싶다. (p280/335)

시간을 절약하고 싶고, 본인의 실력이 중/고급 정도 된다면 '영어 자막 켜고 보기(혹은 자막 없이 미드를 본 후 대본 공부하기) → 자막 없이 미드 보며 복습하기(생략 가능)'의 방법도 좋다. 영어 자막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올 때만 그 부분을 대본 공부(자막 공부)하면서 보면 되니까. (p282/335)

저자는 초보를 벗어난 사람들에게 미드 공부를 강력히 추천하고 있다. 미드를 통해서 외국 문화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를 제외한다면 강력한 영어 공부 수단이다. 30분 내외의 시트콤, 코미디, 가족 드라마를 추천하고 있다. 그리고 미드를 영어 교재가 아닌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공부하라고 권한다. 미드 공부를 위한 각 단계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대본을 통해 영어 표현과 뜻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다시 듣기를 반복해야만 그 영어 표현이 내 것이 된다.

추가적으로 단어 정복은 발음과 강세를 기반으로 반복적으로 많이 보고 외우는 방법, 독해는 기본 문법을 기반으로 많이 접하고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특히 영어 원서 읽기를 추천한다. 독해에 대한 감각이 저절로 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영어 초중급자에게 추천한다. 책의 내용은 지금까지 내가 알던 영어 공부 방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해야 할지 정확하게 짚었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또한 다시금 영어 공부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영어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고 할만큼 그 과정이 험난하고 쉽지 않다. 영어를 정복하는 그 날까지 노력 또 노력해 보자.

* 리디북스 전자책의 총 335페이지 기준으로 읽음(글꼴: KoPub 바탕체, 글자크기5, 문단너비4, 줄간격3, 6인치 스마트폰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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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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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

박완서 소설의 맛을 느끼다

1995년 7월 발간된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2019년 1월 개정판으로 재발간되었다. 책에는 1970년대 삶의 모습들과 재미난 이야기들이 48편의 짧은 소설과 함께 담겨있다. 나는 지금까지 박완서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박완서 짧은 소설 48편을 담은 이 책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이 박완서와의 첫 만남인 것이다. 나름 큰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나 박완서라는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이름을 떨친 작가이기에 기대가 있음은 당연하지 않을까.

아무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모든 것이 창조일 수는 없을 것이다. 박완서 작가 자신의 경험이 어느정도 소설 속에 묻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짧은 소설들을 하나씩 읽어볼 때 분명 다른 시각, 다른 사람의 입장이지만 본인이 실제 주인공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깊이 있고 주인공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이게 바로 박완서 작가가 가진 장점일까 싶었다.

또 다른 돋보디는 장점 하나는 위트가 아닐까 싶다. 피식하고 웃음짓게 만드는 글에 힘이 담겨 있다. 지나치듯 던지는 멘트 하나가 정곡을 찌르는 절묘함이 있다. 유쾌하고 상쾌하며 통쾌한 느낌이 가득 담긴 문체다. 이런 장점들이 함께 깃들어져 있으면서도 가독성을 놓치지 않았다. 아주 술술 읽힌다. 읽히지 않는 글을 아무런 소용이 없음은 명백하다.


마른 꽃잎의 추억 1~4

연작 시리즈 느낌의 이 4편은 참 흥미로웠다. 박완서 스타일을 확 느낀 작품으로 한 마디로 재미있다. 아이 둘에 남편을 둔 여인의 이야기로 과거에 만났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 미모 했던 과거에 만났던 남자들도 미남이거나 돈이 많거나 하는 인물들이었다. 미술을 했던, 새끼 재벌이었던,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살았던, 사랑해서 떠나버렸던 남자들을 재회하게 된다. 과거의 남자들을 만나게 됨은 우연이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낭만'이 그리운 여인이라는 점이다. 그 시절의 그 낭만이 그리워 과거의 남자들을 만나지만 그 시절의 그 낭만은 이미 저 멀리에 있는 것으로 추억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다.

이렇게 여자에 대해 남달리 평등한 생각을 가진 남편이 어째서 남자가 심심하면 바람날 가능성에 대해서만 알았지, 여자도 너무 심심하면 바람날 수도 있으리라고 상상도 하려 들지 않는 걸까? 나는 문득 이상하게 생각한다. (p57)

완성된 그림, 아파트 부부

부동산, 아파트와 관련된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온다. 지금이나 그 시절이나 부동산은 핫한 주제다. 열심히 돈을 모아 땅을 사고자 아파트를 사고자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따라잡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부동산과 완성된 그림의 비유는 참 묘하다. 미완성일 때는 갖기엔 뭔가 부족함에 완성되기를 기다리지만 완성되면 더 갖기 어려워지는 아이러니한 세상을. 완성이 되면 다시 미완성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아파트를 꿈꾸고 당첨되어 행복한 마음에 아파트 생활을 시작하지만 그 명의가 무엇인지, 남자가 설 곳은 작아지는 아파트의 묘한 법칙은 시대를 막론하고 공중으로 터가 옮겨진 아파트의 힘이 깃들어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벽을 하나로 가까워졌지만 무언가 멀어진 사람들의 관계의 아파트는 새롭고도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문규는 그제서야 친구의 지난날의 그림의 미완성이 얼마나 소중했던가, 그 참뜻을 알 것 같았다. 그는 지난날의 친구와, 지난날의 친구의 그림이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웠다. 그러나 미완성을 완성시킬 수 있어도 완성을 미완성시킬 수는 없는 일이었다. (p139)

여자가 좋아

박완서 소설의 특징 중 하나인 비판과 풍자를 잘 엿 볼수 있는 작품이다. 아들을 원하는 시대적 풍토가 글 속에 반영되어 있다. 여자로 태어나 남자 아이처럼 자란 여자 아이는 머슴애와 같은 모습이 풀풀 풍긴다. 대학 시절 '와장창 살롱'으로 헬렐레 돼 버리는 남학생들에 반감을 느껴 여학생들끼리 똘똘 뭉쳐 부정선거를 방지하고자 미팅 전법을 구사한다. 결국 선거에서 부정선거를 하려한 후보를 떨어지게 만들고 스스로 좀 더 여자다워진 모습을 발견한다. 시대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지만 아직도 남아 선호 사상이 남아있는 듯 하다. 또한 아무렇지 않게 부정 선거를 일삼는 무리들도 여전한 듯 하다. 언제쯤 공명정대한 세상, 평등한 세상이 될지 모르겠으나 꿈꿔 보련다.

몇 십 년 전 우리나라에 부정선거라는 게 있었을 때 막걸리에 한 표를 팔고 '니나노'를 부르며 비틀대던 시골 여편네들 꼬라서니도 설마 이보다 더 추했을까? (p198)

나의 아름다운 이웃

한옥에서 시집살이하며 불편함에 아파트를 꿈꾸던 여인. 그토록 꿈꾸던 아파트에 입성하지만 차가운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에 이내 곧 아쉬움을 느낀다. 그러다 바로 옆집에 이사온 이웃의 싹싹함에 마음이 녹는다. 그러다 옆집 여자가 위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쓰인다. 진심으로 그녀가 잘 이겨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 시절 사람들과 정이라는 소재의 이야기다. 많은 공감이 되고 지나면서 마주치는 이웃들고 데면데면한 현실을 되돌아 보게 된다. 내 이웃이 아름다운 이웃이었으면 하고 바라기 보다 내가 먼저 아름다운 이웃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괜시레 정이 그리워지는 작품이다.

그 여자는 알까? 내가 마음으로부터 그 여자의 건방을 빌면서 손자가 결혼하는 걸 볼 때까지 살고 싶은 내 과욕을 줄여서라도 그 여자의 목숨에 보태고 싶어 하는 마음을. (p390)


이 책을 읽는 이 시간은 나에게 아주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박완서의 작품을 만났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보고 싶다.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어 볼 생각이다.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글들이 매우 재치있다. 70년대 사회적 문제들을 비틀고 꼬집는 글 솜씨가 대단하다. 또한 그 시절의 문제들이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에 더욱 놀랍다. 지금 시대라고 해서 크게 나아졌다고 보기 힘든 문제들이기에 그 통찰력에 감탄이 절로 난다.

부동산, 아파트, 부패, 부정선거, 남아선호사상 등 지금 시대에 어느 하나 해결된 것 없는 문제들이다. 그만큼 힘든 문제인가 보다. 사람 사는 모습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비슷비슷 하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된다. 이 시절에 살고 있는 나 또한 아파트 안에 벽 사이로 이웃들과 함께 하며 살아간다. 이번 기회에 이웃들에게 정을 나누는 이웃이 되고 싶다. 정치적 이슈들은 언제나 핫하며, 투기와 투자의 모호한 경계 속에 힘 있는 자들에게 휘둘리고 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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