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논리학 - 모순과 억지를 반격하는 사이다 논리 이야기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슬기로운 논리학

"논리학은 참 재미있다"

"뇌섹시대 - 문제적 남자"를 간혹 즐겨본다. 뛰어난 스펙을 자랑하는 브레인들이 모여 같이 문제를 풀고 풀이 방법을 나눈다. 함께 문제를 풀면서 나는 왜 저런 생각을 못했을까 자책도 하고 참심한 풀이에 감탄하기도 한다. 어쩌다 한 번 문제를 풀었을 때는 그 쾌감에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난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문제 유형은 참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의 맥락으로 '논리학'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적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슬기로운 논리학>에 관심을 보일만 하다. 또한 이 책을 읽고 난뒤 저자 '크리스토프 드뢰서'의 다른 책 <수학 시트콤>, <물리학 시트콤>에도 관심이 생긴다.

이 책이 재미있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스토리텔링'이 아닐까 싶다. 어느 한 주제에 대해 설명할 때 바로 이론부터 시작하면 금방 지루하고 호기심이 반감될 것이다. 그 주제가 집합, 명제, 논증, 추론 등 이라면 단어부터 묘한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재미난 시트콤 이야기로 시작되는 각 주제들은 매우 흥미로웠다.

책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논리학이 쉬운 편은 아니며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영재발굴단'에 나오는 영재들에게는 코웃음치는 문제들일지도 모르겠으나 그저 논리를 좋아 하고 싶은 나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중상급의 내용이라 생각한다. 고등학교까지 정규과정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접했을 내용들이긴 하지만 여간 어렵지 않다.

각 장에서는 연습 문제를 제공하고 있다. 연습문제를 하나씩 푸는 재미가 있다. 주어진 조건을 활용해 나름 표를 그리고 조건들을 따져가며 불가능한 상황들을 제거하면서 정답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재미있다. 절대 밤 늦게 이 책을 펼쳐선 안 된다. 연습 문제를 풀기 위해 새벽까지 잠 못 이루고 연습장을 끄적거리는 모습을 아내에게 들킬 수 있다.


"달이 만약 녹색 치즈라면, 숫자 5는 고주망태다." 교수는 이 문장이 참이라고 했다. 거짓 문장에서 거짓 문장을 도출하는 것은 합법적이며, 따라서 이 도출 전체를 표현하는 문장은 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p15)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읽어보고 또 읽어봤다. 달이 녹색 치즈가 아니니 뒤에 따라오는 말도 틀린 것이기에 참이라는 뜻인데... 뭔가 말장난 같기도 하고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논리학은 이런 식이다.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잣대가 명확하다. 숫자 5와 고주망태라는 단어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 입력 값과 결과 값 사이에는 기호만 존재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제 당신은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논리 퍼즐"이라고 소개하는 수수께끼에 도전할 준비를 갖췄다. (중략) '얼룩말 퍼즐 Zebra Puzzle' 로도 불리는 그 수수께끼의 최초 버전은 1962년 12월 17일 잡지 <라이프life>지에 발표 되었다. (p82)

얼룩말 퍼즐은 약 30분동안 나를 고심하게 했다. 즐거운 고심이었다. 질문은 간단하다. 누가 물을 마실까? 누가 얼룩말을 키울까? 이다. 허나 그 답을 찾는 과정이 만만하지 않다. 물론 내 기준이다. 이 답을 모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고, 뭔가 시간낭비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그저 재미있다. 내가 그저 재미있으면 되는게 아닌가? 답을 맞췄을 때의 쾌감은 다른 무엇과 비할 수 없는 기쁨이다.

이국적인 섬 멘다치노 Mendacino에 오신 당신을 환영한다. 이 섬의 특별한 점은 두 부류의 사람들이 산다는 것이다. 한 유형은 날 참말을 하고, 다른 유형은 한결같이 거짓말을 한다. (p143)

섬 멘다치노에 놀러 가고 싶다. 이러한 상황 설정 자체가 재미있고 논리 게임을 즐기는 도구가 된다. 이 간단한 가정하나로 꽤 많은 논리 게임을 만날 수 있었다. 쉽게 풀리는 문제도 있었지만 도통 이해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문제도 많았다. 그런데 그 시간이 그저 재미있다. 이런 문제를 시험 문제로 만났다면 스트레스고 고통이겠지만 이렇게 놀이로 만나니 하나의 놀잇감과 같다.

멘다치노 섬에서 확장된 염소 게임도 매우 흥미로웠다. 허나 아직 100%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읽어봐야 겠다. 내 이해력의 문제이니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퍼지 논리 옹호자들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비판은 고전 논리의 흑백 사고가 현실을 불완전하게만 반영한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인간 언어의 불명확성에 관한 일반 이론을 개발하는 것은 퍼지 논리도 해내지 못한 과업이다. (p291)

논리학은 흑백 논리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했는데 퍼지 논리는 나의 이런 상식을 깨주었다. 중고차 선택 기준에 적용된 퍼지 논리 퍼지에 대한 이해가 쉽도록 도와주었다.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흑백 논리의 잣대를 적용시킬 수 없는 사례들이 꽤 많다. 빠르다, 키가 크다, 멋지다 등 칼로 무를 자르듯 구분지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180cm가 키가 크다고 하면 179은 작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모든 이론을 책 한 번 읽고 확실하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 이론들이 나름 난이도가 있었다. 그래도 반절 정도는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아이큐가 높았더라면 조금 더 빨리 이해할 수 있을텐데 라는 푸념이 나온다. 허나 이 과정 자체가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문제 풀기를 좋아하고 논리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다른 놀잇감보다 더 흥미로운 장난감이 될 수 있다.

아직 논리학의 세계는 나에게 멀리 떨어져 있지만 논리학이라는 분야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저자 크리스토프 드뢰서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책에서 소개된 논리 게임에 재미를 느꼈고 비슷한 종류의 게임들이 궁금하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좀 더 재미난 논리 게임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