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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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돌아왔다

섬뜩한 반전을 선사하는 공포 스릴러




C. J. 튜터의 첫번째 작품 <초크맨>을 인상 깊게 읽었다. 그녀의 두번째 작품 <애니가 돌아왔다>는 그녀의 색깔을 보여주되 재미있는 소설의 원칙들을 철저하게 지키는 기본기가 탄탄한 소설이다.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형태의 소설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마지막 한 줄까지 우리에게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 줄을 읽지 않으면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지막 한 줄을 읽은 후 한동안 혼란에 빠져 어리둥절했다.

나는 네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알아. 그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어.

(p36)

주인공 조 손은 고향마을 광산촌 안힐로 돌아간다. 영어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만나고 동네 사람들을 만나며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하나씩 껍질을 까듯 드러나는 실체는 독자의 궁금증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책의 제목처럼 애니가 돌아왔다. 조손의 여동생은 실종되었다. 그런데 실종되었던 애니가 며칠 후 돌아왔다. 돌아온 애니는 무언가 이상하다.


"갱도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했다고?"

우리는 그랬다는 뜻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그 구덩이라고 했다. 그것의 정체를 이미 아는 듯이 그랬다. 그리고 그 구덩이는 사실상 갱도와 전혀 달랐다.

(p181)

과거 스티븐 패거리는 갱도의 입구를 발견한다. 스티븐 패거리의 한 명이었던 조 손도 역시 함께 했다. 갱도라고 생각했던 그 구덩이는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패거리는 입구를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나는 아까보다 시원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춥게 느껴졌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추운 게 아니었다. 이상하게 추웠다. 섬뜩하게 추운 거지.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동하는 그림자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살아서 움직이는.

(p312)

공포의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가져간다. 수많은 딱정벌레 무리를 등장시켜 마치 내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어두컴컴한 낯선 공간에 순백의 뼈다귀와 딱정벌레 무리가 함께 하는데 불이 꺼져 암흑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스토리는 전개된다. 이 자체가 공포다.

"동생한테 무슨 일인가가 벌어졌어요." 나는 느릿느릿 얘기한다. "뭐였는지 설명은 못 하겠어요. 동생이 돌아왔을 때 전과 같지 않다는 걸 그냥 알 수 있었거든요. 내 동생 애니가 아니었어요."

(p341)

돌아온 애니는 전과 달랐다. 알수 없는 악취가 몸에서 나며 알몸으로 오줌을 싼다. 애니가 다시 괜찮아 질거라는 기대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이 공존하는 조 손에게 애니는 공포의 대상이다. 나라면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갈 수 있을까. 그저 어린 학생이었던 조 손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드러나는 과거의 사건의 전말은 쉽사리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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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단단히 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며 긴장감을 유지하는 저자만의 특별한 장치가 있다. 공포 영화는 시각과 청각을 지배하지만 공포 소설은 상상력을 지배한다. 상상력을 지배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조 손과 함께 알몸으로 비열한 눈빛으로 칼을 든 애니와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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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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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가 그린 딩씨 마을의 비극




중국에서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힌다는 옌롄커의 소설 <딩씨 마을의 꿈>이다. 이 책은 국가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판매금지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 존재조차 몰랐을 소설의 내용에 궁금증이 생긴다. 중국에서 금지된 소설이라니 그 실체가 정말 궁금했다. 또한 작가 스스로 자신의 소설 중에서 최고라 말하는 이 소설은 시작부터 가히 압도적이다.

딩씨 마을은 피를 팔면서 점차 피에 미쳐갔다. 평원에서 피를 팔면서 피에 미쳐갔다. 십 년 후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내리는 궂은비처럼 열병이 쏟아져 내렸고, 피를 팔았던 사람들은 모두 열병에 걸렸다.

(p79)

에이즈라 불리는 열병이 퍼진 딩씨 마을. 사람들이 피를 팔기 시작하면서 마을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피를 팔면서 열병이 돌기 시작했다. 열병에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그런 딩씨 마을을 한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이 아이는 독이든 토마토를 먹고 죽었다. 죽은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딩씨 마을의 모습은 가관이다. 죽음을 앞에 둔 딩씨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환자들은 매달 정해진 표준량에 따라 식량을 납부한다. 부족한 양을 납부하거나 양을 속이는 자가 있으면 그 쳐 죽일 놈의 가족을 전부 열병에 걸려 죽게 만든다.

(p282)

쟈껀주와 딩유에진이 딩씨 마을을 관리하기 위해 정한 여러 조항의 규정 중에서 첫 번째 조항이다. 속이는 자체가 잘못된 것임이 맞고 지켜져야 하지만 가족을 모두 열병에 죽게 한다는 매우 가혹한 조항에 사람들이 동의한다. 어차피 죽을 것이니 별 상관 없다는 것일까. 잘 납득되지 않는다. 딩씨 마을을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고전 소설 '동물 농장'에서 규율들을 정하는 내용이 생각났다. 스스로 법을 만들고 이를 지키지 않을시 가혹한 벌을 내린다는 무시무시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싼값에 관을 구입하게 된 사람들은 정부가 관을 지원해줬다는 생각에 자신이 열병에 걸린 것도 잊고, 집 안에 곧 죽음을 맞이할 사람이 누워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미소를 띤 얼굴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가볍고 즐거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너무 기쁜 나머지 얼굴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p329)

이 대목은 할아버지의 꿈 내용이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꿈은 꿈인 동시에 곧 현실이다. 현실과 꿈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사람들은 싼값이 관을 구입해 기뻐한다. 죽음을 앞두고 있어 그런 것일까. 모든 것을 달관해서 그런걸까. 저렴하게 관을 구매해서 기뻐하는 모습에 이상한 것은 정녕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아버지, 실은 아버지만 저를 죽이려고 하지 않으면 이 평원에 있는 여러 마을 중 그 누구도 저 딩후이를 어떻게 할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p602)

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사죄를 요구한다.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사죄하라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왜 그래야 하느냐며 역정을 낸다. 할아버지는 딩씨 마을을 돌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립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딩씨 마을의 역병을 가져온 장본인과 이를 수습하고자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정상과 비정상이 혼재된 이 세상과 다를바가 없다. 그나마 정상적인 사람인 할아버지도 이 마을에서 정상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옌롄커의 소설에서 현실과 허구, 상상과 진실, 합리성과 부조리성, 과정과 변형의 경계를 동시에 탐험할 수 있는 것이다.

(p627)

옌롄커의 소설에 대한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 조차도 물질적 욕망에 무릎을 꿇는다. 당장 죽는 판에 관이 금인지 은인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당장 죽어가는 판에 자신의 품삯을 제대로 받지 못함에 화나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마을 사람들 모두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오늘 내일을 사는 이 특별한 상황에서 물질적 욕망이 정말 부질없는 것일까.



수많은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 부조리하면서도 합리적이며, 허구이나 현실과 같은, 상상 속의 이야기지만 진실과도 같은 이 오묘한 조합을 소설은 우리 앞에 이끌어 낸다. 홀리듯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딩씨 마을의 할아버지의 마지막 외침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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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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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역사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역사는 어렵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 학창시절에도 공부에 어려움을 겪었던 과목이다. 그런 나에게 역사는 기피 대상이었으며 지금까지도 큰 변함이 없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고 역사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최태성 강사와 함께 역사를 공부하면 참 재미있다. 그리고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정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이해에 기반한 역사 이야기며 역사를 재미있는 학문으로 바꿔준다는 사실이다. 또한 현재와의 연결고리를 보여주고 있다.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나? 과거의 인물에 대해서 이해하고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다양한 문제들과 마주하고 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과거의 역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아득한 시간 동안 쌓인 무수한 사건과 인물의 기록입니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지요.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의 삶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습니다.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는 탐험 (p28)

나는 참 어리석었다. 역사는 쓸모없는 과거에 불과하다고 치부했다. 과거와 현재는 시대가 달라서 서로 연관지을 수 없다는 내 생각이 이 책을 통해 통째로 변화했다. 역사 공부는 그저 재미없다고 생각했으나 이 책을 통해 달라졌다. 이렇게 쉽게 역사를 배웠다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보고는 그저 해상왕이라는 사실 하나만을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 장보고에 대한 존경심까지 생겼다. 뛰어난 무예에도 불구하고 신분때문에 빛을 볼 수 없었던 장보고는 바다를 건너 당나라 군인이 되어 승승장구한다. 또한 무역에 통달해 큰 돌을 벌어들여 부를 축적한다. 그리고 신라로 돌아가 청해진을 건설해 해적을 소탕하는 해상왕이 되었다. 왜 장보고가 그러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었다. 참 쉽고 재미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내 옆에 있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왜 태극기를 들고나오는 걸까? 독재 정권으로 돌아가자는 거야?' 라고 단정하기 전에 그들이 살아온 삶의 시간을 상상해보고 이해한다면 세대 갈등이 갈등을 넘어 혐오로 번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할머니, 할아버지는 태극기를 들고 광장으로 나왔을까 / 공감 (p145)

태극기 부대의 모습은 젊은 세대들이 이해하기 힘들다. 나 역시 이해할 수 없었으며 그저 포기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꽤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분들은 태극기 부대를 옹호하고 젊은 세대와 생각이 다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자기의 삶을 통째로 부정당하는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 시대와 자신을 동일시 한다는 점에서 태극기 부대가 나왔던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가 필요하다는 말에 큰 공감이 되었다.


김육은 대동법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로지 백성만 봤던 겁니다. 백성에게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 이것만 기준으로 삼았어요. 김육은 대동법에 인생을 걸었습니다. 대동법 확대 시행을 끊임없이, 정말 끊임없이 주장했어요.

삶을 던진다는 것의 의미 / 김육 (p188)

쌀로 세금을 내는 제도인 대동법이 어떻게 백성을 위하는 길인가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김육의 이야기와 당시의 시대 상황들에 대한 설명을 통해 비로소 대동법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어 놀라웠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는 정부의 모습과 어떻게서든 법망을 피하고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는 기득권과의 싸움이 떠올랐다. 백성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김육의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인다.


'내 강의는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듣는 강의가 아니라 돈이 있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무료 강의로 만들겠다'는 제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게 되었거든요.

나오는 글 / 삶의 밑그림을 그려준 이들을 생각하며 (p293)

시골의 한 학생의 바람에 최태성 강사는 20년간 무료 역사 강의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모두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역사를 가르치기 위한 최태성의 큰 그림에 감탄이 나온다. 돈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아닌 자신의 꿈을 가진 최태성 역사 강사의 철학이 정말 멋있다. 역사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꿈과 동시에 나의 꿈을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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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 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딩의 모든 것
이경미.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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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공간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





다수의 패션 브랜드에서 마케터, VMD(비주얼 머천다이저, Visual Merchandiser), 인테리어디자이너로 20년째 일하고 있다는 저자 이경미와 각종 의류브랜드에서 VMD, 패션 마케팅에 종사하는 저자 정은아의 매력적인 공간 창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책을 만났다.





시간이 흘러도 유독 기억에 남는 예쁜 카페나 의류매장이 있다. 내가 카페를 만든다면 이렇게 공간을 꾸미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러한 공간들은 시각적 요소뿐 아니라 시각 외의 요소들도 작용을 한다고 한다.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공부한만큼 더 나은 방식과 룰을 찾아낼 수 있다. 다양한 사례들은 책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한국뿐아니라 세계의 곳곳에 독특하고 특색있는 공간들이 많다. 책에서 소개하는 카페나 매장들의 모습은 익히 봐온 것도 있고 처음보는 신선한 장소들이 많았다. 책에 꽤 많은 사례들이 나오며 모두 방문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책에는 약 100가지의 공간들이 소개되고 있고 부록으로 주소가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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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콘셉트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판매와 전시 등 기능만을 강조한 '기능적 콘셉트', 두 번째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일 많이 고민하는 '디자인 콘셉트', 마지막으로, 도시 재생 혹은 특별한 공간의 의미를 강조하는 '업사이클링 콘셉트'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콘셉트' (p27)

책에는 공간 콘셉트에 대한 다양한 예시가 나오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블루 보틀'이다. 최근 한국에 입점해 큰 바람을 불러 일으킨 블루 보틀은 바리스타와 고객, 고객과 커피만을 무대에 올리는 기능적 콘셉트를 강조하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 커피에만 집중한다는 블루 보틀의 철학이 느껴진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말차 전문점 '맛차차'는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말차를 마신 것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전면에 큰 유리창을 통해 초록색 잎이 무성한 나무와 잔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곳에서는 말차의 초록색 이미지가 자연 그대로의 컬러로 드러납니다. 공간 안에서 말차가 설명되는 것입니다.

'미각'을 살아나게 하는 '공간' (p127)

'맛차차'카페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당장 성수동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푸른 잎들과 정말 잘 어울리는 말차다. 이 공간에서 말차를 먹을 수 밖에 없다. 그저 카페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마시는 말차 한잔이면 스트레스가 모두 풀릴 것만 같다.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공간은 이렇게 완성되는 것이다.






뉴트로 감성을 콘셉트로 한 공간은 익선동, 을지로 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기성세대는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끼거나 친구들과의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고, 세련되고 모던한 환경에만 익숙한 젊은 세대는 신기하고 색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추억을 복원한 뉴트로_익선동과 을지로 (p214)

이번 주말에는 익선동, 을지로에 방문해야 겠다. 뉴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카페는 인스타 게시 욕구를 자극한다. 콘셉트라는 말이 책에서 많이 나오듯 정해진 콘셉트에 충실하다면 많은 이들을 끌어 당긴다. 50년은 족히 넘은 공간들의 형태와 무드를 그대로 이용해 새로운 공간으로 창출해낸다는 점에서 특별한 콘텐츠와 더불어 스토리까지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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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정말 다양한 공간들이 소개되고 있다. 공간 브랜딩이라는 작업은 참 매력적이다.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고 머물게 하며 가치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 공간만으로 사람들은 행복함을 느끼며 힐링을 한다.



막연하게 나중에 카페를 차리면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욕구가 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독특한 컨셉트를 담은 공간을 창출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단지 돈을 투자해 인테리어를 하는 카페는 이미 많다. 특정한 컨셉트를 가진 공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면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사례들을 만나는 자체로 우리는 많은 공부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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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챔피언 - 경쟁 없이 지속가능한 시장을 창조하는 CSV 전략
김태영.도현명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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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챔피언

기업은 '공유가치창출 CSV'에 집중해야 한다




시대는 항상 변한다. 수익와 기술 개발에 몰두했던 시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변화는 고통을 수반한다.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넥스트 챔피언>으로 어떤 기업들이 비상할 수 있을까.



<넥스트 챔피언>은 공유가치창출 CSV(Creating Shared Value) 전략을 위한 실전 경영 전략서다.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는 CSV가 미래 핵심 전략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기업들이 CSV 전략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찾아냈고 성장했다.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CSV에 주목해야 한다. 기존의 패러다임에 국한되어서는 미래가 없다. CSV는 단 기간에 이룰 수 없는 긴 싸움과도 같다. 당장 눈 앞의 수익이 보이지 않기에 그 길이 험난할 수 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달성한다면 기업 독보적 자리매김이 가능하다.



환경 논의 외에도, 노동자 인권에 관한 이슈가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여기에는 1996년 나이키의 아동노동 착취에 맞선 대규모 소비자 불매운동이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1장 공유가치창출, 경쟁을 넘어 지속가능한 시장을 창조하다 /

돈 버는 기업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으로 (p26)

파키스탄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바느질하는 아동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도 못했다. 나이키는 이 노동력을 이용했고 방관했고 악용했다. 이에 사회적 지탄이 일어났으며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개념이 성숙했고 기업도 이를 외면할 수 없다.



기업은 자신의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성된 사회적 가치가 고객가치로 바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원하는 사회적 가치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가치(고객가치)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를 찾아야 한다. 즉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시장에서 차별적인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3장 마이클 포터를 넘어서_실전 CSV 전략 /

사회적 가치를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법_ SCE 모델 /

핵심은 고객 가치에 있다 (p108)

네슬레의 사례는 고객 가치 제공의 아주 좋은 예다. 소금 섭취가 많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 고객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맛이 있지만 소금 섭취는 최소화 하는 방향이 고객이 바라는 방향이다. 네슬레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제품의 맛은 유지하되 소금, 지방 및 설탕을 줄이는 성과를 가져왔다. 기존 고객을 잃을까 두려워 변화하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 고민해볼 문제이다.



또한 네슬레는 절대적 빈곤의 저개발국가를 위한 노력도 함께 했다. 가격을 낮춘 소포장 보급형 제품을 출시하고 이 제품에 특정 국가, 지역에 부족한 영향소를 강화, 조합했다. 고객의 건강을 생각하는 네슬레의 지속적인 노력에 저렴하게 영양을 섭취하도록 도왔다. 이 사례를 접하고 네슬레 기업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 솟아나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해 각종 대기오염, 인재, 기름유출 사고 등 문제점이 지적되고 친환경 제품이나 친환경 기업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비난을 받게 된다.

4장 혁신 / GE를 다시 챔피언으로 만든 에코매지네이션 (p153)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환경 규제가 생겨났다. 소비자 또한 친환경 기업에 대한 우호도가 높아져 제품 구매와도 직접적 연관이 된다. 예시로 나온 GE의 경우 환경 문제 개선에 집중했다. 엔진 플랫폼부터 다시 개발했다. 결과적으로 쉽게 보수가 가능하며 연료는 3~5% 절약, 탄소배출 40%, 열배출 60% 절감의 모델을 개발했다. 성능위주의 혁신이 아닌 사회문제의 해결과정에서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 CSV의 기본 목적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초반 고객 주문량은 저조했지만 고객들의 점차적인 만족도 향상, 새로운 기차 EVO(Evolution Locomotive)의 고객 친화적인 경쟁력 입증 후 주문 생산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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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인 '7장 비판과 오해'를 통해 CSV에 대한 개인적으로 가졌던 궁금증들이 해소되었다. CSV를 실제 기업이 받아들이고 실행하고자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존재할 것이다. 예로 제시된 담배, 총기류 등 유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어떻게 해야하는가와 같은 의구심이 있다. 소작농 삶의 개선 및 니코틴 함량 줄이는 방향 등의 모색이 가능하다고 제시한다.



또한 대기업만이 CSV가 가능하지 않을까란 의구심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좀 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접근이 가능한 것은 오히려 중소기업이 더 쉬울 수 있지 않겠냐며 반문한다. 그렇다. 우리는 CSV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새로운 방향이기 때문이다.



CSV에 대해 받아들이고 적용시키느냐 아니냐는 선택의 문제다.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용시키는 기업은 미래의 <넥스트 챔피언>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기업들이 점점 도태될 것임은 불보듯 뻔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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