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2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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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2

사랑과 상실의 가슴 아픈 삶의 서사




소설을 읽을 수록 그 뒷 내용이 계속 궁금해진다.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고군분투하는 나이지리아 청년 치논소의 이야기는 다이내믹 그 자체다. 운명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할까. 신이 정말 존재할까. 가혹한 운명 속에서 잡초처럼 살아나는 이 청년을 응원한다. 정의는 승리한다고 말했던가. 정말 정의가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소설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내 눈과 손이 즐겁다.

생판 남이 그에게 너무나도 큰 연민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엄청난 실패의 사연을 이야기할 때 그녀의 두 눈은 눈물로 흐려졌지요. 아마 그가 이야기를 전한 방식, 그가 빼앗긴 모든 것과 그의 삶이라는 상실의 일람표에 대해 설명한 방식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p63

사기당한 논소를 도와주는 토베, 사고 현장에서 헌혈을 하고 만난 간호사 피오나까지 감사한 사람들이다. 나이지리아에서 건너 온 불쌍한 치논소를 돕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 세상은 아직 참 따뜻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 따스함이 독이 되어 치논소에게 돌아올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수호령 '치' 역시 미래는 알지 못한다. 그저 불길한 느낌을 감지할 뿐, 이러한 주변의 감사한 마음들을 뿌리칠 이유는 없기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다. 물론 치논소를 돕는 그들이 문제는 아니다. 그저 상황이 문제일 뿐이었다.

가끔은 인간의 삶이 이렇게 갑자기 끝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일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가 다음 순간에는 죽어버립니다. 어느 순간에는 친구나 친척에게 길 건너 가게에 가서 빵을 사고 돌아오겠다고 말합니다. 5분 후에 돌아올게. 하지만 그들은 결코 살아서 돌아오지 못합니다.

p114

이 불길한 느낌은 현실이 되었다. 상황이 꼬였다고나 할까. 아군이었던 사람이 순간 적으로 돌변하는 상황은 그 누구도 어찌하지 못한다. 그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치논소가 들어왔다. 어찌 이리도 가혹한 운명이 이 청년에게 다가오는지 숨이 턱턱 막힌다. 정의롭고 순진하고도 착한 이 청년에게 무슨 죄가 있는 것인지. 그저 신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정말 신이 존재하는가라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망가진 사람이 무엇을 하겠습니까? 그가 죽이려는 사람이 그를 사랑한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의 심장이 인생의 그 모든 잘못에 의해, 시간의 그 모든 오산과 운명의 의심스러운 순열에 의해 더욱 망가지는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이런 나쁜 일들을 당할 만한 짓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뭘 어찌하겠습니까?

p203

운명이 어찌 이리도 가혹한가. 치논소가 보낸 고통의 시간이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자미케의 사기에서 시작된 것인가. 위증에 의한 억울한 누명을 쓴 일 때문인가. 은달리를 사랑한 것 때문인가. 복수의 칼날을 갈고 또 갈고 드디어 자미케를 만났건만 그는 용서를 구한다. 착한 치논소는 자미케를 죽이려 했던 그 마음을 내려 놓는다.

*****

소설을 읽을수록 그 끝이 궁금해진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소설에서 은달리와의 만남은 어떨지. 지옥불을 뚫고 달려온 정의의 순진 청년 치논소는 은달리와 어떤 결마을 맺을지 정말 궁금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은 아직도 내 가슴에 불을 지른다. 정말 여운이 깊게 남는다. 큰 기대감 없이 읽기 시작했던 이 소설이 왜 그토록 많은 찬사를 받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다. 두 권의 소설이 정말 짧게 느껴졌고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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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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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

나이지리아 청년 치논소를 응원하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저자 '치고지에 오비오마'는 매우 생소한 인물이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소설도 처음이기에 낯설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 왜 이 소설이 2019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나보다 1살 어린 저자의 두번째 책이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종교관을 담았으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하는 소설 <마이너리티 오케스타라>를 감히 추천한다.



소설을 읽으며 순진한 청년이자 농장에서 닭을 키우는 치논소를 응원한다. 가난하지만 올바르게 살아가려 노력하고 자신의 처지에서 비관하지 않고 굴하지 않는 치논소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자신의 처지가 나은 편은 아니나 자신의 의지를 갖고 사랑을 쟁취하고자 스펙을 쌓는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전쟁과도 같은 삶이다. 그의 여정을 함께 하는 이 길에 우리는 그의 수호령이 됐다.

저는 그의 수호령으로서 그의 안내자일 뿐 아니라 협조자이자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것들에 대한 목격자이고, 영혼의 영역에서 그를 대변해야 하는 자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저는 주인의 안에서 그의 손이 하는 모든 일과 그의 발이 내딛는 모든 걸음, 그의 몸이 취하는 모든 동작을 보나이다.

p41

'치'라는 수호령의 시각에서 치논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기에 소설을 이해하기에 혼란스러웠다. '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호신과 비슷한 존재로 오랜 세월에 걸쳐 주인을 모시는 존재다. '치'는 주인공 치논소에 깃든 수호령이다. 오랜 역사를 아우르는 이 존재는 치논소를 응원하며 그의 삶의 여정에 함께 한다. 색다른 수호령의 시각과 치논소의 이야기는 매우 독특해 이 소설만이 가진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그래, 그래, 맞아. 우리 아버지도 그렇게 옮겨야 한다고 했어. 영어로 그렇게 말하셨어, 마이너리티라고. 아버지는 항상 그걸 마이너리티 '오카스토라'라고 하셨어."

"오케스트라야." 그녀가 말했습니다. "오-케-스-트-라."

"맞아, 그렇게 발음하셨어, 마미. 아버지가 늘 말씀하시기로는, 닭들은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는 걸 알고 있대. 울면서 꼬꼬댁! 꼬꼬댁! 소리를 내는 것 말이야."

p136

책의 제목인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라는 뜻이 나오는 부분이다. 매의 공격으로 속수무책으로 당한 닭의 무리가 죽음을 당한 닭은 애도하는 울음 소리를 내는 것이 바로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라고 치논소의 아버지가 말했다. 이 구절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치논소는 닭을 지키는 입장이지만 마치 당할 수 밖에 없는 닭의 형상이라고 할까나. 그저 소리 밖에 낼 수 없는 힘없는 모습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나는 밥벌이도 하고 사랑하는 여자도 부양할 거야. 학위를 따고 좋은 직업을 얻으면 열 배는 더 좋은 집을 살 수 있어, 마미. 이 더러운 거리를 봐. 어쩌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에누구로도 갈 수 잇을 거야. 그게 나아, 마미. 정말 그게 나아. 그 사람들이 우리를 갈라놓게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말이야."

p248

은달리와 치논소의 러브 스토리는 심금을 울린다. 망연자실해 다리 위에서 흐르는 강물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은달리. 길을 지나다 은달리의 마음을 돌려 살아갈 힘을 준 치논소. 그 둘의 만남은 운명이었을까.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진다. 부잣집 딸이자 약사를 준비 중인 은달리와 닭 농장을 운영하는 중졸의 고아 치논소. 이 둘의 사랑 앞에 갖은 장애물들이 등장한다. 바로 은달리의 가족들이었다. 중졸의 농부 치논소가 마뜩잖다. 더군다나 그녀의 오빠 추카는 아버지의 환갑 잔치에 치논소를 집 앞의 경비원으로 세우고 능멸한다.


아콰아쿠루시여, 위대한 아버지들은 입이 물로 가득 찬 두꺼비는 개미 한 마리 삼키지 못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저는 사람의 정신이 평온을 위협하는 뭔가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그 외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아버지들이 이 말을 쓰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제 주인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비행시간 내내 그의 정신은 비행기 뒤쪽에 앉아 있는 두 남자의 말에 사로잡혀 있었나이다.

p290

은달리와 결혼을 하고 싶었던 치논소는 은달리 가족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학위를 따야겠다고 다짐한다. 농장을 팔고 닭들을 매각해 돈을 마련하고 오랜만에 만난 동창 자미케의 제안으로 키프로스 국제대학교 레프코사에 입학하기로 한다. 학비, 숙박비 등을 포함해 총 6500유로면 2년 반의 시간을 들여 학위를 딸 수 있다는 말에 희망에 부푼다. 입학허가서를 받고 비자를 받고 은달리에게 모든 사정을 설명하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깃털이 뽑혀 맨숭맨숭한 몸의 닭 신세가 되었다.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다. 치논소는 이 위기에서 어떻게 될 것인가. (2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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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프레임 - 관점을 바꾸면 돈은 저절로 모인다
질 슐레진저 지음, 박선령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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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프레임

"돈을 대할 때 우리는 냉정한 잣대가 필요하다"





어릴적 우리는 부모님의 가르침과 말씀을 항상 잔소리로 여겨졌다. 세월이 흘러 대부분 부모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음에 후회하고 뉘우친다. 부모님께서 살아 오시면서 체득한 노하우와 진리를 거스르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 힘드셨을 것이다. 부모가 되어 보니 이제 조금은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내가 지금 하려는 말은 바로 이 잔소리, 쓴소리다.



30년 경력 자산 관리 베테랑 '질 슐레진저'에게 잔소리를 들을 각오를 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 부자들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는 자산 관리 방법에 대해 쓴소리를 늘어 놓고 있다. 나에게는 해당되는 부분이 없을 것이라 자부했으나 어느 하나 전문가의 조언대로 하고 있는 것이 없었다. 당혹스러웠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평생을 엘리트로 성장 가도를 이어온 사람들이 왜 그토록 돈 앞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일까? 힘들게 모은 돈을 잘못 투자에 한 방에 날려버리고, 보험에 들지 않아 예상치 못한 사고로 그간 모은 돈을 날린다. 이는 돈을 냉정한 잣대로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잘못된 주관과 낙관주의가 작용하여 낳은 결과라고 말한다.

누가 봐도 영리하고 전문 지식을 갖춘 이들이 돈 앞에서는 바보가 되는 경우도 수없이 목격했다. 막대한 손해로 실의에 빠진 그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건 정신과 의사나 심리 상담가들의 몫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돈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바로잡아 또 다른 실수를 막는 것이다.

프롤로그 (p23)

정말 냉철하다. 금이 최고의 재태크 수단이라는 생각을 많은 이들이 할 것이다. 허나 금을 구매한다면 어디 보관할 것인가. 나중에 현금으로 바꾸려면 금은방에 갈 것인가. 현금으로 교환시 발생되는 수수료는 계산된 것인가? 하나하나 따져보면 금은 좋은 투자처가 아니라고 말한다. 제테크에 확실한 준비와 결정이 필요하다. 그냥 금이 좋다는 이유로 금을 구매하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돈 앞에서 바보가 되지 말자.

우리가 부동산과 관련해 무모한 결정을 감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에 대한 지나친 장밋빛 전망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인지과학자들은 이를 낙관적 편향이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에게는 나쁜 일이 생길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결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믿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새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를 떠올리면서 이를 근거 삼아 결정을 내린다.

5 어디에서 사느냐 vs 어떻게 사느냐 (p113)

부동산과 관련된 내용은 참 귀감이 되었다. 물론 대한민국과 미국의 상황이 일맥상통할 수는 없지만 결국 기본 골자는 비슷하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불패신화이며 분양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언제 이 거품이 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부동산을 구매한다고 모든 곳이 오르는 것도 아니기에 고심해 결정해햐 할 문제다. 불가리아 낙관주의자의 교훈을 잘 기억해 둬야 할 것이다. 내가 구매한 부동산의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구매보다 집세를 내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집세를 내는 것에 회의적인 내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부분이었다. 유동성을 구매한다는 개념의 집세 지불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


우리가 개인 정보 유출을 과소평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행동경제학자 댄 이건에 따르면, 돈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사람들의 주의가 유독 한정된다. 은행에서 새 계좌를 개설하면 이자 혜택을 주겠다고 하는데도 쓰던 계좌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관리해야 하는 계좌 수를 최소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보가 돈이다 (p153)

모든 계정마다 비밀번호를 다르게 설정하고 2단계 인증을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해놓았는가? 생각만으로도 귀찮고 어렵다. 어찌 모든 계정의 비밀번호를 다르게 설정한단 말인가. 나를 비롯한 각 분야의 브레인들도 이런 실수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해커들의 개인 정보 도용의 먹잇감들이 세상이 널려 있는 셈이다. 한 번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나에게 발생되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가장 훌륭한 수단인 비밀번호 변경 및 보안 강화는 귀찮다는 이유로 등한시 된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미래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돈을 모으는 게 극히 중요한 것처럼, 노후 자금으로 모든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생각하는 데도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은퇴 초반에 돈을 흥청망청 써버린다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 동안 생활할 돈이 바닥날 것이다.

벌지 않고 쓰기만 하는 시기가 온다 (p165)

냉철하고도 따끔한 조언이다. 아직 젊은 나이이기에 은퇴가 먼 일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나에게 언젠가는 은퇴시기가 올 것이다. 지금도 막연하게 은퇴하면 흥청망청 즐겨야지 라고 생각했다. 허나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은퇴 이후의 삶은 우리 생각보다 길다. 계획적으로 지출하지 않으면 참담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껏 일하며 열심히 달려온 내 자신에 대한 보상만을 생각해 돈을 쓴다면 후회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반박의 여지가 없는 돈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의 정곡을 찌른다. 어느 하나 잘못된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일부 지역적 특색을 띄는 부동산을 제외하고서는 모든 말이 적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투자에 앞서 빅3를 명심하라고 한다.

빚을 다 갚고, 6~12개월 동안 생활할 수 있을 만큼의 비상금을 모았고,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해 투자를 시작했는가?

인지적 편향에서 당신을 구할 투자 6계명 (p142)

이 빅3를 해결한 이후에 투자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당신은 과연 이 빅3를 해결했는가? 나는 아직 아니다. 아직 대출금이 산더미다. 뼈 때리는 조언에 당황스럽지만 우리는 기억하자. 전문가의 말에 따른다면 실패를 막을 수 있다. 전문가의 잔소리를 가벼이 여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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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천 반의 아이들
솽쉐타오 지음, 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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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천 반의 아이들

평범함 사람들의 생명력을 생생하게 담아낸 소설들




중국 작가들의 소설들 중에서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작품들이 많다. <9천 반의 아이들>이 나에게는 딱 그러했다. 우리에게 이질적인 중국 문화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국과의 정서가 비슷한 듯한 그들의 문화가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지 않은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의 모습에서 공감, 희망, 좌절, 연민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1997년의 일이다. 둥베이 지역의 교육 제도에 변화가 있었다.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략) 초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시험을 통해 신입생을 받았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입학시험과 달리 시험에서 1등을 한다 해도 별도로 9000위안을 내야 입학이 가능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학교를 '9000반'이라 불렀다.

9천 반의 아이들 (p11)

총 10개의 단편이 담겨 있다. 그 중 단연코 책의 첫 번째 소설 <9천 반의 아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의 시각에서 펼쳐지는 중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리모의 시선에서 그러지는 중학생 시절이다. 안더례라는 독특한 친구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뇌가 너무 뛰어나 현실 세계가 받아 들이지 못하는 듯한 안더례의 천재성은 가히 놀랍다. 수학적 사고력이 매우 뛰어나지만 축구에는 젬병인 안더례다. 안더례의 도움으로 전교 1등을 차지한 리모에게 해외 유학의 기회가 찾아온다. 허나 선생은 불법 과외 중인 쑤이페이페이를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1등으로 만들어 해외 유학을 보내려 한다. 이를 눈치 챈 안더례는 리모를 위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간다.



60페이지 정도 되는 내용이지만 정말 인상 깊게 읽었다.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고 감정 이입이 되었다. 가장 낮은 시선에서 불의에 대항하고 투쟁하지만 거를 수 없는 모습이 중국 사회의 현 상황을 적절한 비유로 반영한 듯 싶었다. 사회 주의 아래 자본 주의 사항이 결합된 독특한 중국의 모습이 잘 투영되었다.

내가 열한 살 때 신민 지역에서 어떤 사람이 아버지를 찾아와 장기를 뒀다. 그는 두 시간 시외버스를 타고 아버지가 자주 가는 커다란 나무 아래까지 아버지를 찾아왔다. "깜장 털 형님, 신민에서 형님 소문을 듣고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그자는 안경을 끼고 있었다. 서른도 안 돼 보였다. 아직 학생인 듯했다.

대사 (p170)

눈썹 꼬리 부분의 사마귀로 인해 '깜장 털'이란 별명이 있는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와 같은 자리의 사마귀를 가진 똑 닮은 아들. 이 부자의와 장기의 이야기를 그린 '대사(大師)'는 읽는 내내 매우 흥미진진했다. 희대의 장기왕 아버지는 뛰어난 장기 실력자다. 대결에서 삼세판을 두며 2판을 이기고 1판을 져주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결코 내기 장기를 하지 않으며 선물도 일체 받지 않는다. 이런 확고한 철학으로 장기를 두는 아버지였다. 이런 아버지가 기력이 쇠하여 다시는 장기를 두지 않는다 한다. 아버지의 실력을 빼닮은 아들은 다리 한쪽이 없는 낯선 이와의 장기 대결에서 패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나서게 된다.



장기라는 매개체 하나로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어 갈 수 있음에 놀라웠다. 오랜 세월에 걸쳐 우연과 필연이 겹치는 만남과 그 운명의 마지막 대결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왔다. '깜장 털' 아버지를 이기기 위해 그 간 얼마나 노력을 하며 장기 실력을 다져 왔을까 싶다. 짧게 이야기가 끝나는 것만 같아 아쉬웠다. 할아버지에게 밤새 옛날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마음이랄까.



기차에 올라 옆자리 사람에게 휴대폰을 빌려 상사에게 전화를 했다. 신장 결석이 다 나아 다시 막힐 일이 없으니 내일이면 출근할 수 있다고 했다. (중략) 가방을 샤오미 방에 놓고 왔다. 안에 기차에서 처리할 업무 파일이 들어 있었다. 할 일도 없어졌기에 라오샤오가 내게 남긴 원고를 꺼냈다.

긴 잠, 이건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긴 잠'이라고?

긴 잠 ( p232)

굉장히 독특한 소설 '긴 잠'이다. 허무맹랑 하기도 하고 마치 꿈 속에 다녀온 듯하기도 하며 신화의 내용을 담기도 한 듯한 오묘한 스토리가 기억에 남는다. 샤오미는 전 애인이다. 샤오미와 바람난 랴오샤오는 시인이자 내 친구였다. 랴오샤오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친구의 유언에 따라 나는 샤오미에게 가는 길이다. 그리고 랴오샤오가 삼킨 사과를 지키기 위해 총알이 난무하는 샤오미의 집에 있다.



소설 말미에 '긴 잠'이라는 시를 계속 읽게 되었다. 소설을 읽고서 알듯 말듯하면서도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이 시를 나는 계속 읽게 되었다. 엄청난 일을 겪은 와중에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업무와 회사를 생각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알 수 없는 여운을 길게 가져가고 싶다.






* '9천 반의 아이들', '대사', '긴 잠' 이외에도 '평원의 모세', '절뚝발이', '건달', '기습', '큰길', '그라드를 나오다', '자유 낙하' 까지 총 10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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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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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마음 따뜻해지는 인간미 넘치는 소설'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이 책을 읽으니 당장 캄보디아의 원더랜드로 떠나고 싶다. 캄보디아의 랜드마크인 앙코르 와트와는 비록 버스로 7시간, 비행기로 1시간이나 떨어진 프롬펜이지만 원더랜드는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곳이다. 저자 문은강에서 박지우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녀가 실제 방문한 캄보디아에서 탄생한 이 소설은 마치 실제 존재하는 원더랜드를 책이 옮겨 놓은 듯 하다.



편견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우리는 누군가를 대할 때 의도하지 않더라도 편견이 작용한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동정심이 발동하고, 무리에 어울리기 위한 내 안의 또 다른 페르소나가 작동한다. 이러한 편견과 가면이 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정녕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박지우의 맘도 모른 채 고복희는 아침 일찍 밖으로 나간다. 인사도 건네지 않고 쌩하니 지나친다. 걸음도 어찌나 빠른지. 말을 걸 틈도 없다. 정말 생전 처음 보는 캐릭터다. 생긴 것부터 만화 같다. 똑 떨어지는 단발에 눈썹이 진하다. 입가의 주름은 붓펜으로 뚝딱 그려놓은 것 같다. 성격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이제껏 경험한 어른들 중 제일 이상하다.

p86

로보트처럼 똑부러지는 무생물같은 캐릭터 고복희는 감정이 메마른 듯 보인다. 이 여인은 어떠한 이유로 이 먼 타국에서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것인가. 타협이 통하지 않는 답답한 그녀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교민들과의 관계도 그리 원만하지 않으며 그저 편견없이 사람을 대하는 고복희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증을 더해갔다.



고복희를 중심으로 캄보디아 교민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듣게 된다. 그들의 삶이 어느 하나 순탄하지 않다. 각자 나름의 고충과 힘든 시기가 있고 그 고행은 현재 진행 중이다. 현지인이면서 한국말이 능숙한 브레인이자 원더랜드의 매니저 린, 무계획으로 캄보디아에 한 달 살기로 원더랜드의 첫 장기 손님 박지우, 김인석 아래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어눌한 안대용 등 각자의 삶에서 살아 숨쉬는 그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큰 공감을 불러왔다.

고복희에게는 비교적 편안한 노후가 남아 있었다. 정년퇴직을 기다리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퇴직 후에는 다달이 나오는 연금으로 생활하면 됐다. 오전은 수영장에 가고 오후엔 테니스를 즐기며 주말에는 여유롭게 공원을 산책할 수도 있었다. 그런 그녀가 어쩌다 원더랜드라는 골치 아픈 세계로 뛰어들게 되었는가.

p161

왜 그녀는 편안한 교직 생활을 정리하고 캄보디아의 원더랜드에 있는 것일까. 장영수와의 이야기는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따뜻한 남쪽 나라로 훌쩍 떠나자 말했던 장영수의 고백은 늘 무뚝뚝한 고복희의 마음을 녹였다. 이 먼 타지에서 장영수를 추억하며 지내고자 했을 것만 같다. 독특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었던 장영수의 모습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장영수는 미처 오지 못했지만 고복희는 따뜻한 이 곳에서 장영수를 추억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낄 것이다. 춤을 추지는 않지만 디스코를 좋아하는 고복희는 장영수와의 추억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박지우가 떠난 후 한동안 101호실을 쓰는 손님은 없었다. 그간 손님들을 다른 호실로 안내한 까닭은 그 멍청이가 그리워서가 아니었다. 이토록 오래 원더랜드에 묵었던 손님은 박지우가 처음이었다. 시간을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정박했던 공간은 흔적을 남기 마련이니까. 생생한 지문이 마모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충분하지 않지만, 이제 객실 문을 열어야 했다. 내일이면 새로운 손님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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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우가 다녀간 원더랜드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똑같은 자리에서 우뚝 서있는 원더랜드는 고복희처럼 변함없이 손님들을 대하고 있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고 한다면 박지우가 쓴 블로그를 보고 한국에서 손님들이 찾아 온다는 것? 박지우가 두고 간 원숭이 티가 원더랜의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



화려하거나 멋드러지지는 않지만 원칙을 준수하고 정의가 살아 있는 불의의 사도 고복희의 원더랜드는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곳이다. 나도 훌쩍 박지우처럼 캄보디아로 떠나고 싶다. 그리고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다. 편견없는 고복희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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