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2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2

사랑과 상실의 가슴 아픈 삶의 서사




소설을 읽을 수록 그 뒷 내용이 계속 궁금해진다.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고군분투하는 나이지리아 청년 치논소의 이야기는 다이내믹 그 자체다. 운명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할까. 신이 정말 존재할까. 가혹한 운명 속에서 잡초처럼 살아나는 이 청년을 응원한다. 정의는 승리한다고 말했던가. 정말 정의가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소설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내 눈과 손이 즐겁다.

생판 남이 그에게 너무나도 큰 연민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엄청난 실패의 사연을 이야기할 때 그녀의 두 눈은 눈물로 흐려졌지요. 아마 그가 이야기를 전한 방식, 그가 빼앗긴 모든 것과 그의 삶이라는 상실의 일람표에 대해 설명한 방식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p63

사기당한 논소를 도와주는 토베, 사고 현장에서 헌혈을 하고 만난 간호사 피오나까지 감사한 사람들이다. 나이지리아에서 건너 온 불쌍한 치논소를 돕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 세상은 아직 참 따뜻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 따스함이 독이 되어 치논소에게 돌아올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수호령 '치' 역시 미래는 알지 못한다. 그저 불길한 느낌을 감지할 뿐, 이러한 주변의 감사한 마음들을 뿌리칠 이유는 없기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다. 물론 치논소를 돕는 그들이 문제는 아니다. 그저 상황이 문제일 뿐이었다.

가끔은 인간의 삶이 이렇게 갑자기 끝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일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가 다음 순간에는 죽어버립니다. 어느 순간에는 친구나 친척에게 길 건너 가게에 가서 빵을 사고 돌아오겠다고 말합니다. 5분 후에 돌아올게. 하지만 그들은 결코 살아서 돌아오지 못합니다.

p114

이 불길한 느낌은 현실이 되었다. 상황이 꼬였다고나 할까. 아군이었던 사람이 순간 적으로 돌변하는 상황은 그 누구도 어찌하지 못한다. 그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치논소가 들어왔다. 어찌 이리도 가혹한 운명이 이 청년에게 다가오는지 숨이 턱턱 막힌다. 정의롭고 순진하고도 착한 이 청년에게 무슨 죄가 있는 것인지. 그저 신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정말 신이 존재하는가라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망가진 사람이 무엇을 하겠습니까? 그가 죽이려는 사람이 그를 사랑한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의 심장이 인생의 그 모든 잘못에 의해, 시간의 그 모든 오산과 운명의 의심스러운 순열에 의해 더욱 망가지는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이런 나쁜 일들을 당할 만한 짓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뭘 어찌하겠습니까?

p203

운명이 어찌 이리도 가혹한가. 치논소가 보낸 고통의 시간이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자미케의 사기에서 시작된 것인가. 위증에 의한 억울한 누명을 쓴 일 때문인가. 은달리를 사랑한 것 때문인가. 복수의 칼날을 갈고 또 갈고 드디어 자미케를 만났건만 그는 용서를 구한다. 착한 치논소는 자미케를 죽이려 했던 그 마음을 내려 놓는다.

*****

소설을 읽을수록 그 끝이 궁금해진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소설에서 은달리와의 만남은 어떨지. 지옥불을 뚫고 달려온 정의의 순진 청년 치논소는 은달리와 어떤 결마을 맺을지 정말 궁금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은 아직도 내 가슴에 불을 지른다. 정말 여운이 깊게 남는다. 큰 기대감 없이 읽기 시작했던 이 소설이 왜 그토록 많은 찬사를 받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다. 두 권의 소설이 정말 짧게 느껴졌고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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