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

나이지리아 청년 치논소를 응원하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저자 '치고지에 오비오마'는 매우 생소한 인물이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소설도 처음이기에 낯설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 왜 이 소설이 2019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나보다 1살 어린 저자의 두번째 책이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종교관을 담았으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하는 소설 <마이너리티 오케스타라>를 감히 추천한다.



소설을 읽으며 순진한 청년이자 농장에서 닭을 키우는 치논소를 응원한다. 가난하지만 올바르게 살아가려 노력하고 자신의 처지에서 비관하지 않고 굴하지 않는 치논소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자신의 처지가 나은 편은 아니나 자신의 의지를 갖고 사랑을 쟁취하고자 스펙을 쌓는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전쟁과도 같은 삶이다. 그의 여정을 함께 하는 이 길에 우리는 그의 수호령이 됐다.

저는 그의 수호령으로서 그의 안내자일 뿐 아니라 협조자이자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것들에 대한 목격자이고, 영혼의 영역에서 그를 대변해야 하는 자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저는 주인의 안에서 그의 손이 하는 모든 일과 그의 발이 내딛는 모든 걸음, 그의 몸이 취하는 모든 동작을 보나이다.

p41

'치'라는 수호령의 시각에서 치논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기에 소설을 이해하기에 혼란스러웠다. '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호신과 비슷한 존재로 오랜 세월에 걸쳐 주인을 모시는 존재다. '치'는 주인공 치논소에 깃든 수호령이다. 오랜 역사를 아우르는 이 존재는 치논소를 응원하며 그의 삶의 여정에 함께 한다. 색다른 수호령의 시각과 치논소의 이야기는 매우 독특해 이 소설만이 가진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그래, 그래, 맞아. 우리 아버지도 그렇게 옮겨야 한다고 했어. 영어로 그렇게 말하셨어, 마이너리티라고. 아버지는 항상 그걸 마이너리티 '오카스토라'라고 하셨어."

"오케스트라야." 그녀가 말했습니다. "오-케-스-트-라."

"맞아, 그렇게 발음하셨어, 마미. 아버지가 늘 말씀하시기로는, 닭들은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는 걸 알고 있대. 울면서 꼬꼬댁! 꼬꼬댁! 소리를 내는 것 말이야."

p136

책의 제목인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라는 뜻이 나오는 부분이다. 매의 공격으로 속수무책으로 당한 닭의 무리가 죽음을 당한 닭은 애도하는 울음 소리를 내는 것이 바로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라고 치논소의 아버지가 말했다. 이 구절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치논소는 닭을 지키는 입장이지만 마치 당할 수 밖에 없는 닭의 형상이라고 할까나. 그저 소리 밖에 낼 수 없는 힘없는 모습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나는 밥벌이도 하고 사랑하는 여자도 부양할 거야. 학위를 따고 좋은 직업을 얻으면 열 배는 더 좋은 집을 살 수 있어, 마미. 이 더러운 거리를 봐. 어쩌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에누구로도 갈 수 잇을 거야. 그게 나아, 마미. 정말 그게 나아. 그 사람들이 우리를 갈라놓게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말이야."

p248

은달리와 치논소의 러브 스토리는 심금을 울린다. 망연자실해 다리 위에서 흐르는 강물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은달리. 길을 지나다 은달리의 마음을 돌려 살아갈 힘을 준 치논소. 그 둘의 만남은 운명이었을까.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진다. 부잣집 딸이자 약사를 준비 중인 은달리와 닭 농장을 운영하는 중졸의 고아 치논소. 이 둘의 사랑 앞에 갖은 장애물들이 등장한다. 바로 은달리의 가족들이었다. 중졸의 농부 치논소가 마뜩잖다. 더군다나 그녀의 오빠 추카는 아버지의 환갑 잔치에 치논소를 집 앞의 경비원으로 세우고 능멸한다.


아콰아쿠루시여, 위대한 아버지들은 입이 물로 가득 찬 두꺼비는 개미 한 마리 삼키지 못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저는 사람의 정신이 평온을 위협하는 뭔가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그 외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아버지들이 이 말을 쓰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제 주인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비행시간 내내 그의 정신은 비행기 뒤쪽에 앉아 있는 두 남자의 말에 사로잡혀 있었나이다.

p290

은달리와 결혼을 하고 싶었던 치논소는 은달리 가족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학위를 따야겠다고 다짐한다. 농장을 팔고 닭들을 매각해 돈을 마련하고 오랜만에 만난 동창 자미케의 제안으로 키프로스 국제대학교 레프코사에 입학하기로 한다. 학비, 숙박비 등을 포함해 총 6500유로면 2년 반의 시간을 들여 학위를 딸 수 있다는 말에 희망에 부푼다. 입학허가서를 받고 비자를 받고 은달리에게 모든 사정을 설명하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깃털이 뽑혀 맨숭맨숭한 몸의 닭 신세가 되었다.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다. 치논소는 이 위기에서 어떻게 될 것인가. (2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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