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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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유쾌하고 따뜻한 가족 소설




우리에게 낯선 멕시코 작가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다양한 분야의 책 16권을 출간하고 다양한 상을 수상한 작가다. 자신의 형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 영감을 받아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이란 책을 써냈다. 추천 도서 리스트, 주목할 책 리스트, 올해의 책 등 각종 추천을 받았으며 할리우드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하니 내용이 매우 궁금하다.



빅 엔젤은 자신의 형의 모습이기도 하며 자신의 모습도 투영된 인물이다. 한 가정의 장남으로 책임감이 가득한 그는 가족들에게 빅 엔젤이라고 불릴만큼 인정받았다. 70세의 나이에 암으로 인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의 100세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장례식과 자신의 생일 파티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가족은 헤어졌다가도 다시 만나는 법이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마치 물처럼 말이다. 이 사막 같은 삶에서, 가족이란 바로 그 물이었다.

p70

가족이란 단어를 계속 생각하게 한다. 서로 크고 작은 갈등들을 가지고 있지만 물처럼 서로 다시 모이는 가족. 빅 엔젤의 가족의 모습에서 우리네 가족의 모습을 만난다. 물론 책에서 만나는 멕시코의 문화가 욕설과 비방이 난무해 우리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마초적이고 자극적이게 느껴지지만 가족이라는 아래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할머니의 장례를 추모하기 위해, 빅 엔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먼 곳에서 모이는 이 가족의 모습에서 까칠한 퉁명스러움 안의 따스함을 느낀다.

"자네의 인생 여정이 나와는 조금 다른 것뿐이야. 죽음이란 시카고행 열차를 잡아타는 것과 같아. 노선은 백만 개나 되고, 기차는 모두 밤에 운행하지. 어떤 기차는 완행이고, 어떤 건 급행이야. 하지만 모두 낡고 커다란 기차 보관소에 있어. 간단해. 잘 죽는다는 건 불알 두 쪽으로 배짱을 부려야 하는 일이야. 불알 두 쪽을 걸고 깡으로 믿는 거라고."

p366

한 가정에서 문제시 되는 아이를 일컬어 '블랙 십'이라 부르는데, 뭔가 이 집안에는 블랙 십이 참 많아 보인다. 배다른 어머니에서 태어난 동생 리틀 엔젤은 세 번째 결혼을 했다. 불법 체류자 아들, 소리만 질러 대는 손주까지 혼란 투성이다. 에피소드가 넘쳐나는 시트콤 시리즈물을 만들기에 참 좋은 소재가 아닐까. 특히 동생 리틀 엔젤과의 관계 회복 이야기는 가족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리틀 엔젤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한다. 등장 인물들에게 살아 숨쉬는 듯한 생생함을 불어 넣는 저자의 능력이 감탄한다.

"아직은 안 죽어. 하지만 혹시 내가 죽으면 벌새가 보일 거야. 그럼 인사를 해. 그게 나일 테니까. 잊지 마."

"절대로 안 잊을게." (중략)

빅 엔젤은 아내를 꼭 껴안았다.

"뭐, 좋아. 난 내일 죽을 거야.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변에 갈 거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들 때문에 내가 미쳐버리겠어.'

p511

죽음이 머지 않은 빅 엔젤의 마지막 모습 또한 유쾌함을 잊지 않는다. 내일 죽더라도 해변으로 갈 거라는 빅 엔젤의 말이 정말 마지막 말인지 모르겠으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 들이는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내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빅 엔젤의 입장이었다면 어떠할까. 이렇게 모든 가족이 모여 생일 파티를 즐기다 떠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를 생각하고 가족들을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집에 계신 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 넣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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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밖에서 놀게 하라 -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 ‘토런스상’ 수상 김경희 교수의 창의영재 교육법
김경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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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밖에서 놀게 하라

아이의 창의력은 부모하기에 달렸다






영재 및 창의력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 윌리엄메리대학교 교육심리학과 종신교수, 창의성 연구소 토런스센터 고문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저자 김경희 교수의 창의 영재 교육법을 담은 <틀 밖에서 놀게 하라>는 아이의 창의 교육에 관심있는 모든 부모가 한 번쯤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기존의 교육에 문제점을 탈피하지 못한 학부모들은 어떻게 그 안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을 발전 시켜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사실 이런 책을 읽는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부모라 할 수 있다. 아이를 위한 자세에서 이미 합격이다. 그에 한 발 더 나아가 아이의 입장에서 올바른 인성과 더불어 후천적으로 길러진 창의력이 더해지길 모든 부모가 바랄 것이다.

아이가 엄마에게 속상한 점이나 어려운 점을 말할 때마다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는 엄마에게 아이가 신뢰가 생기고 애착이 생길 수 없다. (중략) 아이들은 가까운 사람과 애착을 형성하면서 세상을 밝게 바라보게 된다. (중략)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는 타인을 향한 사랑과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된다.

밝은 아이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다 / 긍정적 태도 (p32)

다른 어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부모에게 말을 꺼낼 때, 고민을 말할때 적극적으로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부모 말이다. 어쩌면 정말 당연하고 쉬워 보이지만 바쁘고 힘은 일상을 살아가는 부모에게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듣는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항상 귀를 열고 아이를 따뜻하게 보듬기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당연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알고 있지만 당연하게 하기가 쉽지 않다. 내 자신이 혹시나 이러고 있지 않나 되돌아 보게 된다. 사랑과 긍정의 마음을 심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단연코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공부를 잘하게 하는 것은 '노력'이 아니라 '영감'과 '호기심'이다. (중략) 창의력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경험이나 활동을 함께 하고, 엉뚱한 질문으로 대화의 주제를 틔우거나 다양한 동물을 키우는 등 여러 방면에서 아이가 호기심을 느끼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배움을 즐긴다 / 호기심 많은 태도 (p73)

아이의 사고력을 길러 주기 위해 다양한 대화를 하고 다양한 경험을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책에서는 아이와의 대화 안에서 호기심을 길러주고 책을 통해 상상력을 길러주는 방식들을 제시한다. 새로운 곳들을 찾아 방문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격려한다. 그림을 그릴 때 오른손을 주로 사용한다면 왼손을 사용해 그려보는 것도 좋다.



아이에게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고 다른 호기심을 발동 시켜 주는 일 역시 생각보다 쉽지 않다. 부모의 노력이 요구된다. 아이에게 새로운 곳들을 방문하기 위해 새로운 장소들을 찾아보고 알아봐야 한다. 주말에는 집에서 빈둥거리는 부모가 되어선 안된다. 아이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닌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무마다 열매 맺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 다르다. (중략) 아이의 창의력 사고도 마찬가지다. 창의적 사고가 자라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분야의 전문성이나 창작물을 만들어내려면 더 긴 시간이 있어야 한다. (중략) 부모가 아이만의 속도를 인정하고, 아이가 자신만의 속도로 과제에 집중하면서 참여감, 만족감, 즐거움 등을 느끼게 되면 자기 만족감과 자부심이 커진다.

아이의 자기 주도성을 키우는 법 / 자기 주도적 태도 (p224)


사람마다 속도가 다른데 어른과 아이의 속도 차이는 오죽하겠는가. 부모는 아이들의 속도로 기다려 줄 인내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자신의 목표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수 많은 역량이 자라날 것이다. 꼼꼼한 아이일 수록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느리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다른 사람보다 조금 느린 편이었던 것 같다. 가장 가까운 부모가 이를 이해하고 기다려 주어야만 아이는 크게 성장하게 된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해 글을 남겨 둔다.

아이에게는 반드시 혼자서 심심해할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 시간이 있어야 머릿속으로 이것저것을 그려볼 수 있다. (중략) 공상한 것을 표현하기 위한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어려서부터 시작하는 사교육보다 독서가 더 큰 도움이 된다. 유대인은 '책을 끼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책을 읽는다.

혁신가를 만드는 상상력 (p283)

엉뚱한 상상을 하는 아이가 충분히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여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하는 엉뚱하고 쓸데없는 생각과 질문을 들어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독서다. 아이와 함께 독서를 하는 부모가 되자. 책을 함께 읽고 결과를 바꿔본다거나 등장 인물의 성격을 달리 했을 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자연스러운 토론, 대화를 유도할 수 있다. 기발하고 독창적인 상상력은 기존의 정해진 이야기를 살짝 비틀어 보는 것만으로도 길러진다.



창의력 교육의 바이블이라 불러도 충분한 깊은 내공이 담겨 있는 책이다.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는 네가지 요소 4S로 챕터를 나눠 설명하고 있다. 햇살(Sun), 바람(Storm), 토양(Soil), 공간(Space)이 충분한 아이는 기본 인성에서 창의력까지 무럭무럭 양분을 먹고 자라날 것이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창의력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가능성을 확장 시켜주는 창의성 계발은 지속적인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요구된다. 서평에 적은 내용은 책의 매우 일부의 내용이기에 책을 통해 전체 내용을 접하길 추천한다. 아이의 창의력은 부모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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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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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콜렉터

문학 그리고 두 여인의 아름다운 이야기





캄보디아 소설을 처음으로 만났다. 휘트니어워드에서 최우수소설상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에 기반해 탄생한 이 소설의 배경인 스퉁 민체이의 쓰레기 매립지는 2009년 폐쇄 되었다고 한다. 책의 말미에 소설의 배경과 인물들의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어 사실감을 더한다.



캄보디아의 스퉁 민체이의 쓰레기 매립지에서 사는 주인공 '상 리'는 남편 '기 림'과 함께 아들 '니사이'를 키우며 살아간다. 쓰레기 더미에서 돈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 팔아서 근근이 살아간다. 가난하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최하층민의 삶을 살아간다. 하루 밥벌이도 힘든데 아들 니사이는 병약하다. 아들은 설사와 고열을 달고 살기에 '상 리'는 고민과 걱정을 달고 살아간다.



렌트 콜렉터(Rent Collector)는 집세 수금원이다. 항상 술에 취한 거구의 여인 '소피프 신'은 암소라는 별명을 가졌다. 괴팍하고 집세를 받아가기에 사람들이 좋아할리 만무하다. 소피프는 상 리의 집에서도 집세를 받아간다. 이 의문의 여인 소피프는 과거 9년 간 프놈펜국립대학 문학부 선생님이었다.

나도 글을 읽는 게 약을 대신한다거나 몸을 낫게 해준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뭔가를 기대하게 하고 무언가와 맞서게 하는 힘을 길러 준다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아이가 용기를 얻을 거라 믿고 싶어요.

p61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동화책을 계기로 상 리와 소피프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상 리는 소피프에게 글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무엇때문에 소피프는 상 리의 부탁을 들어 주었을까. 이 순간부터 두 여인의 수업은 시작된다. 책과 글을 통해 쓰레기 산에서 벗어나고 싶은 상 리와 쓰레기 산으로 들어와 살아가는 소피프는 수업을 통해 서로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문학은 많은 장난감을 넣어 구운 케이크랑 비슷해. 그러니까 장난감을 모두 찾는다 해도 그것들을 찾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속 빈 강정이나 마찬가지라는 거지. 그런 걸 두고 헬러라는 미국 극작가는 이렇게 표현했어. '그들은 문학에 대해 모든 걸 이해했지만 단 하나, 문학을 즐기는 법만큼은 알지 못했다.' 라고."

p159

문학에 대한 소피프의 말을 기억해 두고 싶어 적었다. 쓰레기 더미 안 세상에서 소피프는 대학 강의실에서 들을 법한 진귀한 보석과 같은 교육을 받게 된다. 나도 이 책을 통해 덩달아 소피프의 문학 강의를 엿듣는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과연 문학을 제대로 즐기면서 책을 읽고 있는가란 생각을 하게 했다. 그저 서평을 쓰기 위해, 지식의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아무런 목적없이 그저 읽기만 하고 있는게 아닐까란 의구심이 일었다. 문학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문학에 대해 알면 알수록 참 어렵고도 재미난 친구다.

상 리, 상타깝게도 역설적이고 혼란스러운 측면이 하나 있어. 우리가 모든 문학 작품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현실에서조차 멋진 왕자님과 함께 하는 삶을 기대한다면, 책을 덮고 나서 산산이 부서진 꿈만 확인하게 될 거야. 반면에 이런 이야기의 의미를 문학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단순한 오락거리로만 여긴다면 삶을 바꿀 수 있는 잠재적인 힘을 놓치게 되는 거야. 그렇게 되면 문학의 존재 이유까지도 사라지고 마는거지.

p219

백설공주로 익히 알고 있는 사란 이야기는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사란 이야기가 책을 모두 읽은 뒤 다시금 생각났다. 물론 꿈과 같은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렌트 콜렉터 소설도 역시나 꿈과 같은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화에 기반했으나 소설이기에 어디까지 실화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의구심이 드는 순간 사란 이야기와 더불어 소피프가 전한 이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이미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재미를 느꼈고 문학적인 느낌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난 셈인데 이 책의 잠재적 힘을 등한시 했다.

...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침묵해버렸어. 그 후로 내내 대가를 치르며 살아왔지. 선택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해. 반드시 결과가 따라오게 되어 있으니까. 좋든 나쁘든.

나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받아주게, 상 리. - 자네의 스승, 소피프 신.

p380

책의 중후반부의 이야기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감있게 읽었다. 소피프의 과거사에 대한 내용과 소설의 훈훈한 결말이 담겨있다. 소피프의 지난 과거의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자신의 가족에게 벌어졌던 사건과 자신만이 살아남게 된 경위는 현재의 소피프가 선택한 삶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소피프를 찾기 위해 단서를 찾아 가는 과정이 매우 아름답게 느껴졌다. 문학 안에 남겨 놓은 소피프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그 과정이 상 리가 소피프의 마지막 숙제를 하는 것만 같았다. 소피프의 숙제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상 리 뿐이었다. 그녀였기에 소피프가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동안 많은 단어와 문장을 배웠음에도 이런 감정을 어떻게 멋지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더럽고 오염된 곳인 줄 알았는데, 깨어보니 주변이 온통 하얗고 깨끗한 담요로 뒤옆여 있는 걸 발견한 기분이랄까. 불결하고 불확실하고 두려웠던 모든 감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순수하고 강렬한 사랑에 에워싸인 안도감이랄까.

p450

소피프의 마지막 사랑은 어떤 것일까. 괴팍한 암소 취급 받았던 한 여인을 이제는 누가 욕할 수 있을까. 자신이 마음의 빚을 진 사람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그녀는 신의 대가를 치러내며 살아왔다. 본인의 선택으로 속죄의 인생을 살아왔다고도 할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분명 주인공은 상 리 였으나, 책을 모두 읽고난 뒤 이 책의 주인공은 소피프로 달라져버렸다. 참 신비한 책이다.



가독성이 높아 책을 읽어 나감에 큰 무리가 없었다. 중반부까지는 쓰레기 더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을 보는 느낌이었다면 중후반부에서는 숲을 헤매다 쓰레기 더미인 줄 알았던 그 곳이 꽃이 만발한 곳임을 깨우치는 느낌이 들었다. 매우 문학적 표현이며 은유적인 표현이니 곧바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다. 그렇기에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왜 이 책이 휘트니어워드에서 최우수소설상을 받았는지 책을 끝까지 읽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심사위원이었다면 분명 이 책에 상을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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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The Cat Edition)
손힘찬 지음 / 부크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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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나를 위한 위로의 글






얼마전 읽은 <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를 통해 저자 손힘찬을 알게 되었다. 그의 다정하게 보듬는 이야기들이 참 인상깊었다. 그리고 이제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를 읽는다. 이야기들과 어우러지는 삽화와 함께 읽는 그의 글은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힘이 깃들어 있다.



나의 자존감이 상처를 입었을 때, 사랑으로 힘들 때, 사람때문에 힘이 들 때, 인생의 회의감이 들 때... 살며시 이 책을 펼쳐보자.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마음이 한결 부드럽고 차분해진다. 세상 살이에 지쳐 있는 우리는 이 글로 토닥토닥 위로를 받는다.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중 한 사람은 반드시 당신을 비판한다. 당신을 싫어하고 당신 역시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열 명 중 두 사람은 당신과 서로가 모든 것을 받아주는 더 없는 벗이 된다. 남은 일곱 명은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는 없다 (p17)

책 서두의 이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나를 비판하는 한 명 때문에 괴롭고 의기소침하고 고민한다. 그런데 이 사실이 당연한 것임을 아는 순간 나의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 내가 바라보고 집중해야 하는 대상, 내가 마음을 주어야 하는 대상은 바로 열 명 중 두 사람 서로 모든 것을 받아주는 나의 벗이다.



벗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에도 바쁜데 나를 싫어하고 비판하는 사람에게 내 시간과 정신을 할애하지 말자. 나 역시 나와 맞지 않는 사람 한 두 사람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이런 글을 그 때 읽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누군가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은 이 글을 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 대다수는 서툰 것이 당연하다. 서툴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고, 몰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하루 정도 날 잡아서 폭발시켜도 좋다. 당신만의 감정 쓰레기통(노트)을 가지고 그 안에 글로 쏟아내도 좋다. 아니면 당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이야기해도 좋다.

내 서툰 감정을 대하는 방법 (p98)

우리는 초중고 필수과정을 지나면서 감정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 본적이 없다. 감정이라는 학문을 자연스럽게 알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험적으로 알아가지만 그 과정이 매우 험난하고 힘들다. 그렇기에 나는 감정에 대해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런 에세이집이 많은 이들이 읽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신의 감정 관리에 서툰 대학생, 사회 초년생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저자도 그런 마음에서 글을 적어 내려갔을 것이다. 나 역시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그나마 이런 책을 통해 위안을 받고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을 알아간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달리는데, 비교되고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마라톤 코스를 쳐다 보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신의 갈 길을 가다 보면 그들의 코스하고는 멀어지기 마련이다. 나는 내가 걷는 길을 끝까지 완주할 생각만 하면 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과 높은 사람의 특징 (p105)

내 자신의 길에 집중하자. 다른 이가 어떤 참견을 하건 말건 내 갈길을 잘 가자. 다른 사람이 어떻게 가는지 굳이 볼 필요도 없다. 내가 가는 길에 집중하지 못하면 나만 손해지 않은가. 자존감이 높고 낮음은 결국 다른 사람의 길에 얼마나 기웃거리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나의 페이스에 맞춰 열심히 뛰다보면 나도 어느새 결승선에 도착할 것이다. 남보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남보다 빠르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목표는 1등이 아닌 완주니까.



행복이란 뜬구름을 잡기보다는 주어진 삶에 만족하려는 자세. 주어진 삶에 만족하려는 자세라고 해서 합리화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지내라는 말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행복의 반대말 불행은,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중략) "이 정도면 됐어, 나쁘지 않아."

행복하려 애쓰기 보다는 만족하려한다 (p196)

나 역시 행복을 쫓으며 살아왔다. 모호하고 알 수 없는 그 행복이란 단어에 왜 그렇게 목말라 했는지. 더 많이 가진 사람, 더 좋은 물건,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해외 여행 등등 수 많은 유혹이 우리 앞에 있고 욕심과 욕망이 항상 샘 솟는다. 현재를 만족할 줄 아는 삶이 정말 필요하다.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일상 안에서 만족을 찾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즐거운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현재 내가 최소한 불행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음에 감사하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항상 내 안에 있음을 기억하자.



많은 이들의 걱정과 고민을 들어주는 작가 손힘찬의 글에는 위로의 힘이 담겨 있다. 그의 글을 하나씩 읽다보면 마음에 편안해진다. 짧은 에세이들로 이루어져 있어 부담없이 하나씩 읽을 수 있다. 좋은 것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나 보다. 벌써 1판을 20쇄나 발행하고 2판을 내었으니 이미 많은 사람들의 저자의 책으로 부터 위로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SNS를 통해 독자들의 고민 상담도 해준다고 한다. 고민 있는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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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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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Brace New World



우리의 상식이 파괴된 새로운 미래 세계 이야기







1894년생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1932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처음에는 이 숫자를 잘못 본게 아닌가 의심했다. 그만큼 미래 과학 문명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참 세련되고 멋지다. 지금으로부터 87년전에 씌여진 소설에서 바라본 미래 사회가 매우 사실적이며 실제 다가올 법한 미래처럼 그려저 놀라웠다. 물론 그 신세계가 정말 멋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엘리베이터 안내원, 합성 음악 장치라는 표현에서 그 당시에는 안내원이 없는 엘리베이터와 현재의 오디오 기술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액화 공기, 진동 진공 안마기, 전기 분해식 면도, 촉감 영화, 진공청소기, 독서 기계, 헬리콥터 택시 등 이미 등장했거나 미래 사회에 있을 법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책 안에 넘쳐난다. 책에서 묘사하는 세상은 정말 미래에 존재할 것만 같이 생생하고 사실적이다. 최근 읽은 <클린 미트>라는 책에서 생명 공학의 발전을 살짝 엿보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멋진 신세계>에서 건설된 미래 사회는 유전자 조작 및 통제에 의해 인류를 부화시킨다. 이러한 시스템이 전혀 불가능한 미래로 여겨지지 않고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그들은 책과 꽃을 보기만 해도 심리학에서 흔히 '본능적인 증오'라고 일컫는 반응을 보이도록 성장한다. 변하지 못하도록 유도된 조건반사 때문이지. 그래서 그들은 평생 책과 식물로부터 안전해진다." 국장은 보모들을 향해 돌아섰다. "아기들을 다시 내보내."

p56

하급 신분 계층으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책과 꽃에 대해 조건 반사적 거부감을 심는 부분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유전적 통제뿐 아니라 후천적인 통제까지 서슴치 않는 부분이 정말 가능해 보여 놀라웠다. 실험실에서 수정시켜 부화로 탄생하는 아기들,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 지능 및 신체적 부분까지 계획적으로 설계되며 태어난 순간부터 계급이 부여되는 아이들. 알파, 베타부터 델타, 엡실론까지 계급에 따라 사회에서 부여되는 역할도 정해진다. 알파계급은 지적 영역을 담당하고 엡실론들은 단순 반복 노동을 담당한다.



'소마'라 불리는 약은 정부차원에서 복용을 권장하는 약이다. 마약 혹은 진정제로 보이는데 약을 복용하면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심리가 안정되며 몽롱한 상태로 깊은 수면에 빠진다. 다양한 부작용이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허용하는 술,담배와 같은 쾌락 대체제 느낌이랄까. 혼란과 폭동을 잠재우기 위해 소마를 사용해 평화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부분이 뭔가 아이러니하게 보여진다.



성적으로 매우 개방되어 있지만 아기를 낳지 않기에 가족이라는 개념이 없다. 여자가 임신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관리가 들어간다. 평생 연을 맺고 살아가는 부부의 개념이 없고 사랑의 개념도 희박하다. 가족이라는 구속이 없기에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는 듯 하나 모든 것이 정해진 틀 안에서 구속되는 진정으로 자유롭지 못한 그들의 모습 또한 역설적이다.

"하지만 알파들과 베타들이라고 해서 저 아래 지저분하고 하찮은 감마들이나 델타들, 엡실론들보다 식물이 조금이라도 더 잘 자라도록 하지 못한다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져요."

"모든 인간은 물리-화학적으로 평등하기 때문이죠." 헨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뿐 아니라 엡실론들까지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입니다."

p128

이러한 대화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신세계는 이미 태생의 통제가 보편화되고 모두가 평화로운 삶을 살아간다. 평등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어떤 계급일지라도 몸뚱아리는 물리 화학적으로 평등하다. 하지만 통제에 의해 구분되며 주어진 계급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 의문을 갖고 의구심으로 반발심을 가진 인물이 알파 플러스 계급의 버나드 마르크스다. 엡실론 계급은 이런 의구심조차 갖지 못하기에 현 상황에 의문을 가져야 하는 집단은 사실 알파 계급인 것이다. 버나드는 태어날 때 실수로 알코올이 들어가면서 알파 계급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키와 신체를 가졌다.



"그럼요, 지금은 누구나 다 행복하고말고요. 우린 다섯 살 때부터 아이들에게 그런 소리를 하죠. 하지만 당신은 다른 방법으로 행복해지는 자유를 누리고 싶지 않나요, 레이나? 예들 들면, 모든 사람의 방법이 아니라 당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말이에요."

p152

자유롭고 싶은 영혼의 소유자 버나드는 베타 계급의 매력녀인 레이나와 함께 휴가로 여행을 떠난다. 바로 뉴멕시코 인디언 원주인 보호구역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버나드는 한 여인 린다과 그의 아들 존을 만난다. 린다는 25년전 토마스가 이곳에 방문해 실종되었다. 린다는 토마스의 아들 존을 낳았다. 신생아 부화조절 센터장 토마스의 과거는 버나드가 이들을 자신의 지역으로 데려가면서 까발려진다. 신생아 부화 조절 시스템을 찬양하는 토마스의 숨기고픈 과거사로 인해 결국 토마스는 국장직을 사퇴한다.



"여러분은 노예로서 살아가는 신세가 좋습니까?" (중략) "여러분은 자유롭고 인간다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인간성과 자유가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합니까?" (중략) "내가 여러분에게 길을 가르쳐 주고, 여러분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여러분을 해방시킬 것입니다."

p323

야만인의 존재 설정이 참 절묘하다. 린다의 성관계를 목격하고 성적 트라우마를 가진 존, 레이나와 서로 좋아하지만 존은 육체적으로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다. 셰익스피어 문학과 성경을 읽은 문학 청년 존은 신세계의 체계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불합리한 계급 체계, 문학이 사라지고 촉감 영화와 소마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야만인 존은 자유를 외친다. 이 외침은 신념과 확신에 가득차 있지만 처절하고도 애절하다.



야만인과 무스타파 몬드의 대화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생각한다. 몬드를 통해 현재의 신세계가 만들어진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수행 착오를 듣게 된다. 알파 플러스만으로 이루어진 세상, 엡실론의 노동과 행복론, 과학의 통제 등 매우 설득력 있는 그의 주장은 가장 이상적인 미래를 향한 최선의 선택의 기반에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허나 존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사실당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무스타파 몬드가 말했다.

p362

선을 원하고, 죄악을 원한다는 존의 말은 매우 철학적이며 멋지다. 신세계의 사상에 정면 반박하는 그의 말은 현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도 역시 한 번 생각해 볼 중요한 문제다. 신의 존재와 철학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 깊이 생각하고 있는가. 세익스피어 책을 읽은 존이 던지는 말이 곧 우리가 귀 기울여 들어야하는 말이지 않을까. 그저 안락한 쾌락과 평화를 바라는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신세계를 떠나 홀로 지내는 존, 그리고 그를 가만히 두지 않는 무리들, 마지막 존의 결정까지 무엇이 정말 진정한 가치인가에 대한 깊은 고심에 빠졌다.



멋진 신세계란 제목이 정말 절묘하다. 풍자, 역설의 문학의 정수를 보여 준다. 내가 적은 서평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직접 책을 읽고 저자 올더스 헉슬리가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직접 만나보길 권한다. 책은 우리에게 경고를 던진다. 쾌락에 빠져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메세지를 던진다.



한 권의 책으로만 보기에는 이 책이 가진 메세지의 깊이와 넓이 매우 감탄스럽다. 다양한 철학과 문학을 아우르며 멋진 스토리까지 어느 것하나 부족함 없는 이 책이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이유는 충분하다. 87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다. 그 시절에 헉슬리가 가진 가진 상상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저 한 번 읽고 책장에 두기에 아까운 책이다.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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