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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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Brace New World



우리의 상식이 파괴된 새로운 미래 세계 이야기







1894년생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1932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처음에는 이 숫자를 잘못 본게 아닌가 의심했다. 그만큼 미래 과학 문명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참 세련되고 멋지다. 지금으로부터 87년전에 씌여진 소설에서 바라본 미래 사회가 매우 사실적이며 실제 다가올 법한 미래처럼 그려저 놀라웠다. 물론 그 신세계가 정말 멋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엘리베이터 안내원, 합성 음악 장치라는 표현에서 그 당시에는 안내원이 없는 엘리베이터와 현재의 오디오 기술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액화 공기, 진동 진공 안마기, 전기 분해식 면도, 촉감 영화, 진공청소기, 독서 기계, 헬리콥터 택시 등 이미 등장했거나 미래 사회에 있을 법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책 안에 넘쳐난다. 책에서 묘사하는 세상은 정말 미래에 존재할 것만 같이 생생하고 사실적이다. 최근 읽은 <클린 미트>라는 책에서 생명 공학의 발전을 살짝 엿보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멋진 신세계>에서 건설된 미래 사회는 유전자 조작 및 통제에 의해 인류를 부화시킨다. 이러한 시스템이 전혀 불가능한 미래로 여겨지지 않고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그들은 책과 꽃을 보기만 해도 심리학에서 흔히 '본능적인 증오'라고 일컫는 반응을 보이도록 성장한다. 변하지 못하도록 유도된 조건반사 때문이지. 그래서 그들은 평생 책과 식물로부터 안전해진다." 국장은 보모들을 향해 돌아섰다. "아기들을 다시 내보내."

p56

하급 신분 계층으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책과 꽃에 대해 조건 반사적 거부감을 심는 부분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유전적 통제뿐 아니라 후천적인 통제까지 서슴치 않는 부분이 정말 가능해 보여 놀라웠다. 실험실에서 수정시켜 부화로 탄생하는 아기들,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 지능 및 신체적 부분까지 계획적으로 설계되며 태어난 순간부터 계급이 부여되는 아이들. 알파, 베타부터 델타, 엡실론까지 계급에 따라 사회에서 부여되는 역할도 정해진다. 알파계급은 지적 영역을 담당하고 엡실론들은 단순 반복 노동을 담당한다.



'소마'라 불리는 약은 정부차원에서 복용을 권장하는 약이다. 마약 혹은 진정제로 보이는데 약을 복용하면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심리가 안정되며 몽롱한 상태로 깊은 수면에 빠진다. 다양한 부작용이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허용하는 술,담배와 같은 쾌락 대체제 느낌이랄까. 혼란과 폭동을 잠재우기 위해 소마를 사용해 평화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부분이 뭔가 아이러니하게 보여진다.



성적으로 매우 개방되어 있지만 아기를 낳지 않기에 가족이라는 개념이 없다. 여자가 임신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관리가 들어간다. 평생 연을 맺고 살아가는 부부의 개념이 없고 사랑의 개념도 희박하다. 가족이라는 구속이 없기에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는 듯 하나 모든 것이 정해진 틀 안에서 구속되는 진정으로 자유롭지 못한 그들의 모습 또한 역설적이다.

"하지만 알파들과 베타들이라고 해서 저 아래 지저분하고 하찮은 감마들이나 델타들, 엡실론들보다 식물이 조금이라도 더 잘 자라도록 하지 못한다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져요."

"모든 인간은 물리-화학적으로 평등하기 때문이죠." 헨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뿐 아니라 엡실론들까지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입니다."

p128

이러한 대화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신세계는 이미 태생의 통제가 보편화되고 모두가 평화로운 삶을 살아간다. 평등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어떤 계급일지라도 몸뚱아리는 물리 화학적으로 평등하다. 하지만 통제에 의해 구분되며 주어진 계급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 의문을 갖고 의구심으로 반발심을 가진 인물이 알파 플러스 계급의 버나드 마르크스다. 엡실론 계급은 이런 의구심조차 갖지 못하기에 현 상황에 의문을 가져야 하는 집단은 사실 알파 계급인 것이다. 버나드는 태어날 때 실수로 알코올이 들어가면서 알파 계급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키와 신체를 가졌다.



"그럼요, 지금은 누구나 다 행복하고말고요. 우린 다섯 살 때부터 아이들에게 그런 소리를 하죠. 하지만 당신은 다른 방법으로 행복해지는 자유를 누리고 싶지 않나요, 레이나? 예들 들면, 모든 사람의 방법이 아니라 당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말이에요."

p152

자유롭고 싶은 영혼의 소유자 버나드는 베타 계급의 매력녀인 레이나와 함께 휴가로 여행을 떠난다. 바로 뉴멕시코 인디언 원주인 보호구역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버나드는 한 여인 린다과 그의 아들 존을 만난다. 린다는 25년전 토마스가 이곳에 방문해 실종되었다. 린다는 토마스의 아들 존을 낳았다. 신생아 부화조절 센터장 토마스의 과거는 버나드가 이들을 자신의 지역으로 데려가면서 까발려진다. 신생아 부화 조절 시스템을 찬양하는 토마스의 숨기고픈 과거사로 인해 결국 토마스는 국장직을 사퇴한다.



"여러분은 노예로서 살아가는 신세가 좋습니까?" (중략) "여러분은 자유롭고 인간다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인간성과 자유가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합니까?" (중략) "내가 여러분에게 길을 가르쳐 주고, 여러분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여러분을 해방시킬 것입니다."

p323

야만인의 존재 설정이 참 절묘하다. 린다의 성관계를 목격하고 성적 트라우마를 가진 존, 레이나와 서로 좋아하지만 존은 육체적으로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다. 셰익스피어 문학과 성경을 읽은 문학 청년 존은 신세계의 체계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불합리한 계급 체계, 문학이 사라지고 촉감 영화와 소마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야만인 존은 자유를 외친다. 이 외침은 신념과 확신에 가득차 있지만 처절하고도 애절하다.



야만인과 무스타파 몬드의 대화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생각한다. 몬드를 통해 현재의 신세계가 만들어진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수행 착오를 듣게 된다. 알파 플러스만으로 이루어진 세상, 엡실론의 노동과 행복론, 과학의 통제 등 매우 설득력 있는 그의 주장은 가장 이상적인 미래를 향한 최선의 선택의 기반에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허나 존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사실당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무스타파 몬드가 말했다.

p362

선을 원하고, 죄악을 원한다는 존의 말은 매우 철학적이며 멋지다. 신세계의 사상에 정면 반박하는 그의 말은 현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도 역시 한 번 생각해 볼 중요한 문제다. 신의 존재와 철학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 깊이 생각하고 있는가. 세익스피어 책을 읽은 존이 던지는 말이 곧 우리가 귀 기울여 들어야하는 말이지 않을까. 그저 안락한 쾌락과 평화를 바라는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신세계를 떠나 홀로 지내는 존, 그리고 그를 가만히 두지 않는 무리들, 마지막 존의 결정까지 무엇이 정말 진정한 가치인가에 대한 깊은 고심에 빠졌다.



멋진 신세계란 제목이 정말 절묘하다. 풍자, 역설의 문학의 정수를 보여 준다. 내가 적은 서평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직접 책을 읽고 저자 올더스 헉슬리가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직접 만나보길 권한다. 책은 우리에게 경고를 던진다. 쾌락에 빠져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메세지를 던진다.



한 권의 책으로만 보기에는 이 책이 가진 메세지의 깊이와 넓이 매우 감탄스럽다. 다양한 철학과 문학을 아우르며 멋진 스토리까지 어느 것하나 부족함 없는 이 책이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이유는 충분하다. 87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다. 그 시절에 헉슬리가 가진 가진 상상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저 한 번 읽고 책장에 두기에 아까운 책이다.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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