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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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유쾌하고 따뜻한 가족 소설




우리에게 낯선 멕시코 작가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다양한 분야의 책 16권을 출간하고 다양한 상을 수상한 작가다. 자신의 형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 영감을 받아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이란 책을 써냈다. 추천 도서 리스트, 주목할 책 리스트, 올해의 책 등 각종 추천을 받았으며 할리우드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하니 내용이 매우 궁금하다.



빅 엔젤은 자신의 형의 모습이기도 하며 자신의 모습도 투영된 인물이다. 한 가정의 장남으로 책임감이 가득한 그는 가족들에게 빅 엔젤이라고 불릴만큼 인정받았다. 70세의 나이에 암으로 인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의 100세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장례식과 자신의 생일 파티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가족은 헤어졌다가도 다시 만나는 법이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마치 물처럼 말이다. 이 사막 같은 삶에서, 가족이란 바로 그 물이었다.

p70

가족이란 단어를 계속 생각하게 한다. 서로 크고 작은 갈등들을 가지고 있지만 물처럼 서로 다시 모이는 가족. 빅 엔젤의 가족의 모습에서 우리네 가족의 모습을 만난다. 물론 책에서 만나는 멕시코의 문화가 욕설과 비방이 난무해 우리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마초적이고 자극적이게 느껴지지만 가족이라는 아래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할머니의 장례를 추모하기 위해, 빅 엔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먼 곳에서 모이는 이 가족의 모습에서 까칠한 퉁명스러움 안의 따스함을 느낀다.

"자네의 인생 여정이 나와는 조금 다른 것뿐이야. 죽음이란 시카고행 열차를 잡아타는 것과 같아. 노선은 백만 개나 되고, 기차는 모두 밤에 운행하지. 어떤 기차는 완행이고, 어떤 건 급행이야. 하지만 모두 낡고 커다란 기차 보관소에 있어. 간단해. 잘 죽는다는 건 불알 두 쪽으로 배짱을 부려야 하는 일이야. 불알 두 쪽을 걸고 깡으로 믿는 거라고."

p366

한 가정에서 문제시 되는 아이를 일컬어 '블랙 십'이라 부르는데, 뭔가 이 집안에는 블랙 십이 참 많아 보인다. 배다른 어머니에서 태어난 동생 리틀 엔젤은 세 번째 결혼을 했다. 불법 체류자 아들, 소리만 질러 대는 손주까지 혼란 투성이다. 에피소드가 넘쳐나는 시트콤 시리즈물을 만들기에 참 좋은 소재가 아닐까. 특히 동생 리틀 엔젤과의 관계 회복 이야기는 가족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리틀 엔젤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한다. 등장 인물들에게 살아 숨쉬는 듯한 생생함을 불어 넣는 저자의 능력이 감탄한다.

"아직은 안 죽어. 하지만 혹시 내가 죽으면 벌새가 보일 거야. 그럼 인사를 해. 그게 나일 테니까. 잊지 마."

"절대로 안 잊을게." (중략)

빅 엔젤은 아내를 꼭 껴안았다.

"뭐, 좋아. 난 내일 죽을 거야.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변에 갈 거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들 때문에 내가 미쳐버리겠어.'

p511

죽음이 머지 않은 빅 엔젤의 마지막 모습 또한 유쾌함을 잊지 않는다. 내일 죽더라도 해변으로 갈 거라는 빅 엔젤의 말이 정말 마지막 말인지 모르겠으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 들이는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내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빅 엔젤의 입장이었다면 어떠할까. 이렇게 모든 가족이 모여 생일 파티를 즐기다 떠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를 생각하고 가족들을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집에 계신 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 넣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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