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_일을 쓰는 여자 - 우리는 어떻게 더 인정받고, 전보다 덜 흔들리면서, 마음껏 성장할 수 있을까?
마셜 골드스미스.샐리 헬게슨 지음, 정태희.윤혜리 옮김 / 에이트포인트(EightPoint)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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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_일을 쓰는 여자

열심히 일한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성공의 길목에 서있는 여성들이 많다. 상당한 여성 리더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곳곳에서 능력을 발휘한다.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들에 의해 형성된 현재의 사고방식들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해 진정으로 원하는 성공을 거머쥘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 <내_일을 쓰는 여자>를 만났다. 실제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어 이해가 쉽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아 큰 도움이 된다.



나는 남자이며 회사원이다. 엄청난 성공을 목표로 하지 않고 워라벨과 롱런을 추구한다. 성공으로 나아가는데 크나큰 관심이 없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이유는 여성들이 사회에서 어떤 사고 방식으로 업무에 임하고 접근하는지 궁금했다. 여자 동료들이 많은 편에 속하는 글로벌 회사이기에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성뿐만이 아닌 내 자신에게 해당되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다. 엄청난 성공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더라도 현재 나에게 요구되는 자세들이 많았고 큰 도움이 되었다.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의 길로 나아가고 싶은 여성, 뭔가 잘 안 풀리는 것만 같은 남자 직장인, 원하는 직위에 올라 리더의 역할을 수행중인 팀장 등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

여성은 자기 능력과 경험을 이야기할 때 주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일은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어서 제가 자격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말도 많이 하죠. 반면 남성들은 '나는 A라는 일을 잘 하기 때문에 당신이 요구하는 X,Y,Z도 잘 해낼 겁니다.'라고 말합니다.

p110

자신을 어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원하는 자리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말하고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음을 어필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자신감을 보여야 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했을 때 어려움은 누구나에게 온다. 그저 새로운 일을 받기 전에 자신감을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남자인 나 역시도 '그저 열심히 일하면 알아 주겠지'라는 마음이 있었다. 허나 내가 해낸 일들을 정리해서 팀장에게 어필하지 않으면 전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후에는 내가 해낸 일들을 정리하고 기록해둔다. 내가 얻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어필하는 노력은 누구나에게 필요하다.

저는 그동안 근면성실하게 일한 덕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을 깨닫고 보니 인맥 관리를 잘할 덕에 성공한 거였어요. 인맥 관리 능력이야말로 제가 승진한 비결이었죠. 이걸 깨닫고나니 자신감이 생겼고, 새 상사에게 더 큰 임무를 맡을 준비가 됐다고 말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제가 준비됐다는 사실을 저 스스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p138

성별을 떠나 근면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한 능력만으로는 승진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인간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함께 일하는 동료 및 고객들과의 관계가 좋은 사람이 더 크게 성장한다. 주변의 평판은 내가 승진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인간관계에 능한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친한 관계를 성장의 도구로 인식하지 않으며 그저 친한 관계 만들기에만 관심이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한다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평판 조사 과정에서 베라의 약점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동료와 부하직원들은 그녀의 열정과 그간 이룬 업적에 경외심을 표했지만, 그녀의 완벽주의 성향이 부담스럽다는 말을 덧붙였다. (중략) '베라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그만큼 성과가 훌륭하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녀는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너무 세세한 것까지 통제하려 들었고, 그 모습에 직원들은 지쳐버렸다.'

p191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여성 리더들이 많다. 기대에 부응하고 인정받기 위해 완벽 주의적 성향의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고 성공의 길에 가깝게 다가간다. 이런 아이들은 회사에서도 완벽 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이 성향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완벽함으로 성공 가도에 올랐지만 이 완벽함은 타인을 힘들게 하고 스스로도 힘들게 할 수 있다. 물론 좋은 성향이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체한다. 부하 직원에게 관대하고 믿음을 주는 리더가 되도록 해야 한다.


*****


여성은 남성과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 남성보다 리더의 재능이 더 탁월하기도 하고, 인간 관계에 본능적으로 탁월하다.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많다. 남자보다 더 탁월한 분야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묵묵하게 일하면 알아 주겠지라며 자신을 어필하지 않고 인간 관계를 업무에 활용하지 않으며 지나친 완벽 주의로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좋은 무기를 지니고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신의 무기를 잘 파악해서 잘 활용해야 한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 책은 냉정하게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도우며 성장의 길로 나아가는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 회사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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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허밍버드 클래식 M 3
가스통 르루 지음, 신소영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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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 고전 원작을 읽다!





읽고 싶었던 고전 <오페라의 유령>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우려가 있었다. 항상 고전을 읽기 전 가독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은연 중 오래된 책은 가독성이 안 좋을 것이란 선입견이 작용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는 달리 매우 가독성이 좋아 읽기 수월했으며,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설명할 수 없는 오페라의 유령의 행적들이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유령인 에릭과 이런 에릭에 대한 연민 혹은 두려움의 감정을 가진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랑해 그녀의 행적을 밟는 순수청년 라울. 하나씩 드러나는 과거의 사실들과 유령으로 지낼 수 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사연, 삐뚤어진 방식으로 표출되는 남자의 사랑 등 극적 요소와 더불어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이 책을 읽고난 후 실제 뮤지컬을 보고 싶어졌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오페라의 유령은 책을 읽은 후 더 기대가 된다. 책의 내용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보여줄지가 기대되며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의 노래도 직접 듣고 싶어진다. '당신은 나를 사랑해야만 해'라고 말하는 에릭의 모습을 무대에서 직접 보고 싶다.

"오페라의 유령이다!"

공포로 가득한 형언할 수 없는 목소리로 잠이 외치며, 손가락으로 검은 정장 차림의 군중 사이에서 누군가를 가리켰다. 지독하게 창백한 얼굴, 지독하게 음울하고 지독하게 흉측하며 아치형 눈두덩이의 새까만 구멍이 지독히도 깊게 파인 해골 머리가 보였다.

제3장 전임 관장의 비밀 (p47)

참 압도적인 비주얼의 소유자 오페라의 유령은 다양한 소문을 만들어 낸다. 5번 발코니석에서 유령의 목소리와 기괴한 외형은 모든 이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준다. 갖은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유령을 믿지 않는 관장들은 극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끈다. 나 역시도 오페라의 유령의 실체가 궁금했다. 미스터리 요소가 다분하고 독자를 설레이게 하기 충분하다.

이 끔직한 몇 초가 저 위 5번 발코니석에 앉아 있는 두 관장에게는 하염없이 길게만 느껴졌다. 몽샤르맹과 리샤르는 너무나 겁에 질려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여전히 설명이 불가능한, 믿을 수 없는 이 우여곡절로 인해 조금 전부터 이들은 스스로 유령의 포로가 된 듯한 기이한 불길함마저 들었다.

제8장 저주받은 발코니석에서 (p150)

유령은 몇 가지 사항들을 요구한다. 전용 5번 발코니석, 크리스틴 다에의 역할, 지리 부인의 복직, 그리고 월급. 그러나 이런 유령의 요구사항은 무시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무시무시함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두꺼비를 풀어놓는 단순한 장난이라 생각했지만 엄청난 일을 벌였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처참하게 사람이 죽는다. 유령이 벌인 일이다. 두 관장은 유령이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더욱 유령의 실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들 뒤에서 계속 돌고 있던 벽은 완전히 한 바퀴 회전한 다음 다시 닫혔다. 두 남자는 숨을 죽이고 미동도 없이 잠시 그대로 있었다. 암흑 세계는 정적으로 가득했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제21장 오페라극장의 지하 세계 (p355)

소설의 클라이막스로 달려가는 지하 세계가 열리는 순간이다. 페르시아인과 라울은 크리스틴을 구하기 위해 유령을 쫓는다. 비밀 공간으로 가는 과정, 새로운 세계로 가는 이 순간이 매우 흥미롭고 가슴 떨렸다. 이 길의 끝은 어디인지 궁금하다. 그렇게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된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맛을 한껏 살린다.

"우리는 함께 눈물을 흘렸어! 하느님, 저에게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을 주셨습니다!" (중략) "다로가, 잘 들어요. 내가 그녀 발치에 있는데 이런 소리가 들렸어요. '가엾고 불쌍한 에릭!' 그러더니 그녀가 내 손을 잡았소... 이해가 되시오? 나는 그녀를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 가엾은 개였을 뿐이었소. 정말 그랬소, 다로가!

제27장 사랑의 종말 (p478)

크리스틴을 사랑한 남자의 마지막은 어떠한가. 기구한 유령 에릭의 운명은 가엾고 불쌍하다. 그가 벌인 폭력이 정당화 될 순 없지만 처참히 짓밟힌 에릭의 과거는 그를 유령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원했다. 그런 에릭의 마음을 크리스틴도 알고 있었을까. 그녀의 마지막 키스와 눈물이 에릭의 마음을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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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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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가정 폭력의 지옥에서 살아돌아온 소녀


우리에게는 생소한 벨기에 작가 '아들린 디외도네'의 장편 소설 <여름의 겨울>이다. 큰 기대감없이 읽기 시작했으나 나에게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열다섯 소녀가 과연 감당할 수 있는 일일까 싶은 내용들이 펼쳐지며 점차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에 가슴 졸이며 책을 읽었다. 소녀의 시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의 흡인력이 상당하며 작품성, 스토리의 개연성, 섬세하고 세련된 문학적 문장들, 소녀가 성장해 가는 요소 등 소설은 자연스러운 흐름 위에 독자의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간다.



가정 폭력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은 아니다. 허나 소녀의 눈으로 그려지는 소설 속 세상은 미래에 대한 희망에 가득차 있다. 일명 쓰레기 방에 사냥의 전유물을 전시하며 자신의 기분에 따라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폭력의 가장 큰 피해자로 가축을 기르는 낙으로 살아가며 아메바처럼 지내는 어머니. 충격적인 사고를 목격하고 머릿속의 기생충에 지배되어 웃음이 없는 남동생 '질'. 이 가정의 중심에서 남동생을 사랑하고 어머니를 연민하는 주인공 소녀가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 그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는 놀란 것 같았다. 놀란 눈빛이었다. 노인은 자기 얼굴이 고깃덩어리가 된 줄도 모르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헤아리려는 것처럼 그 자리에 잠깐 서 있었다. 그리고는 쓰러졌다.

p31

충격적인 사고가 벌어졌다. 소녀와 남동생의 눈 앞에서 사람이 죽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남동생 '질'은 그 충격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변모한다. 동네에서는 고양이들이 사라지고 이제는 강아지들도 사라진다. 남동생 '질'이 친칠라를 압정으로 고통을 가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아하는 모습을 소녀는 목격했기에 범인이 누구인지 가늠하지만 어찌하지 못한다.

마리 퀴리 평전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그녀처럼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기가 있어야 하는 곳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어떤 역할을 해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

p75

소녀는 타임 머신을 꿈꾼다.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기 전으로 돌아가 남동생 '질'을 구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며 타임 머신을 만들어 내겠다 다짐하고 단계를 밟아 간다. 이 소녀의 굳은 다짐은 성장의 발판이 된다. 어린 나이에 이해하기 힘든 과학 분야에 접근하며 차곡차곡 지식을 쌓아간다. 모두 남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다.

나는 단지 기생충이 내 동생의 뇌를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평생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그 애를 영원히 잃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뿐이었다. 내 존재 전부를 희생해야 한다 하더라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는 살 수 없었다. 다른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p112

타임 머신을 만들어 내겠다는 다짐이 무너지고 남동생 '질'이 점차 자신과 멀어지고 심각해지는 모습에 어찌해야할지 모른다. 마치 막다른 길에 다다른 상황에 어린 소녀가 무슨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런 사이에 자신을 먹잇감 취급하는 아버지의 압박은 점차 거세지고 있었다.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어머니는 딸을 치료해 주며 마음을 공유한다. 그리고 돈을 벌어 떠나라고 말한다.

그래, 나는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묻지도 않을 거란다. 하지만 만약 사라져야만 할 어떤 사람이 있다면 말이다. 류바의 남편이 텔아비브 항구에서 물고기 밥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라.

p233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영 교수님을 만난다. 그리고 소녀는 과학 분야에 대한 지식의 갈증을 해소해 나간다. 또한 폭력의 고통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영 교수님의 아내엔 야엘이다. 집에서 가면을 쓰고 과거의 트라우마에 소리를 지르는 그녀는 과거 가정 폭력 가정들을 도왔으나 예기치 못한 피해로 고통받고 있다.

만약 아버지가 죽지 않는다면, 그 말 때문에 자신이 죽을 거라는 사실을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 역시, 너무 지쳐 있었다. 무언가가 끝이 나야만 했다. 사실 아마도 우리 넷 모두가 동의하는 유일한 것일 터였다. 이 가족을 끝내야 한다는 욕망.

p272

마지막 결말 부분을 읽고 많은 여운이 남았다. 가정 폭력의 중심 아버지에 대항하는 소녀의 몸부림이 극에 달하는 부분이다. 사냥으로 단련된 다부진 체격의 아버지를 한 소녀가 감당하고 당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의욕이 없는 어머니, 가녀린 소녀, 어린 남동생. 이 가족이 극한의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었을까. 가정 폭력에 고통받는 가족의 모습과 처절하게 짓밟히면서도 굳건히 나아가는 소녀의 모습에서 용기와 희망을 발견한다. 소녀를 응원하며 긴장감을 느끼며 읽는 소설이 뇌리에서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14개 문학상을 수상한 이유를 직접 소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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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버그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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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슈퍼버그

항생제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 : 슈퍼버그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COVID-19는 전세계를 위협하며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 및 개학 연기 등 다양한 노력이 현재 진행중이다. 그런데 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보다 슈퍼버그로 인한 사망자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매년 3만 5천명이 슈퍼버그로 인해 사망한다고 하니 매우 놀라운 수치다.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가 바로 슈퍼버그다. 항생제와 슈퍼버그의 관계는 마치 천사와 악마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항생제가 박테리아를 죽이는 천사라면 박테리아는 천사의 공격의 수를 파악해 점점 강해지는 악마다.



맷 매카시의 <슈퍼버그>는 항생제의 시초인 페니실린의 발견부터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몰두하는 이 세상의 숨겨진 의인들과 험난한 임상 연구 과정을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슈퍼버그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저자의 작은 목적이 달성되는 셈이다. 인류를 위해 필히 이루어져야만 하는 항생제 개발의 속 이야기를 만나 본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지 겨우 1년 만인 1929년 여름 그는 페니실린 분자에 관한 연구를 포기했다. 플레밍과 옥스퍼드대학의 동료들이 다시 연구에 착수하고 급성장 중이던 제약회사들과 협력해 세계 최초로 항생제를 대량 생산하여 시판하게 된 건 그로부터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고 또 한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후였다.

전쟁의 혼란 속에서 (p31)

페니실린의 발견은 전 인류의 구원이다. 박테리아 감염으로 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현재도 페니실린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군 페니실린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 슈퍼버그가 발견되면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다. 우연히 페니실린을 발견함으로 세상에 기여한 플레밍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2차 세계대전 중 두 진균 칸디나 알비칸스크립토콕쿠스 네오프로만스 치료제인 니스타틴을 찾아낸 엘리자베스 헤이즌레이첼 브라운도 역시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니스타틴 역시 진균으로 부터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궁극적인 문제는 많은 항생제의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수준에서 신약의 생산과 시판 단계까지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며 거기에는 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 비아그라 같은 약을 만들어낸다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므로 그 비용이 정당화된다. 그러나 항생제의 경우 몇 가지 특성 때문에 이윤이 적다. 항생제는 대체로 환자가 아플 때만 단기로 처방되며, 훌륭한 항생제도 머잖아 그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게 된다. 항생제 내성은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생긴다.

항생제 개발의 황금기 (p39)

항상 모든 문제는 돈으로부터 시작된다. 수많은 사람을 살리는 항생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돈이 되지 않는다. 일류를 구원할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항상제는 언젠가 슈퍼버그에 의해 정복당한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 인류의 과제다. 단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항상제 개발에 몰두하는 이들이 많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류의 적과 싸우는 수많은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지만 그 항생제 개발 과정이 녹록치 않다.

몇 년 전만 해도 폐렴이나 요로감염 같은 일상적인 감염은 집에서 일주일 정도 약을 먹으면 나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약들이 듣지 않았다. 박테리아가 정말로 점점 더 똑똑해지고 강해지고 있었다.

항생제의 관리 및 감독 (p93)

내가 폐렴이나 요로감염이 걸렸는데 항생제를 먹어도 낫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더 이상 손쓸 수가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그저 흔한 질병인 요로감염으로 인해 죽는다는 것은 사실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 때문에 목숨을 잃는 다는 자체가 억울하고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뭔가 억울한 죽음으로 느껴진다.

그의 연구팀은 항생제를 바른 페트리 접시를 사용해 사람의 대변에서 위험한 박테리아를 가려내고 그것이 혈류 감염을 유발하는지 알아내려 한다. 대변을 갖고 씨름하는 일은 말처럼 매력적이지도 않고 힘들 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보장도 없다. (중략) 보통 사람의 몸속에 사는 100조 개의 박테리아 중 하나는 슈퍼버그로 변이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리신 (p223)

100조 개의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일, 사람의 대변에서 박테리아를 찾아내는 일. 참 기피하고 싶은 일이다. 엄청난 박테리아의 종류에서도 겁이 나지만 박테리아 연구를 위해 대변을 구하고 박테리아를 찾는 일은 그저 듣기만 했는데도 힘들다.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을 응원할 수 밖에 없다.

록펠러 대학 연구팀은 박테리아를 죽이는 바이러스(박테리오파지)에서 추출한 효소를 이용해 감염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 이 과정을 확인하고 개입하려 한다. (중략) 리신이 박테리아 세포벽을 분해하기 위해 수십억 년 이상 진화해온 효소라고 했다. 거의 박테리아 종류마다 다른 리신이 있을 정도로 고유하며 박테리아는 이에 대한 저항력이 없다. 항생제와 달리 리신은 시간이 지나도 효과가 약해지지 않는다.

획기적인 리신 연구 (p232)

박테리아 세포벽을 순해하는 효소인 리신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항생제 개발이라는 방향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노력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박테리아를 죽이는 착한 바이러스라는 부분이 참 아이러니 하지만 그만큼 신비롭다. 항생제 개발 뿐 아니라 리신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달바가 모든 감염에 대한 만병통치약을 아니었으며, 어떤 환자들에게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달바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박테리아는 달바에도 내성을 갖게 될 것이다. 박테리아는 항생제를 신중하게 이용하는데 인간은 그렇지 않다는 브래드 스펠버그의 경고를 유념하려 했지만 달바 임상시험 이야기는 다른 의료센터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에필로그 (p380)

달바 임상시험의 과정들을 통해 항생제 개발의 험난한 여정을 엿보았다. 임상시험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부터 필히 거쳐야 하는 승인 및 허가, 연구 개발을 진행하기 위한 투자, 지속적인 관찰 및 연구 등 어느 하나 쉬운 방법이 없다. 개발 중인 항생제가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도 있음을 무시할 수 없기에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슈퍼버그와 혈투를 벌이는 이 세상의 과학자 및 연구원 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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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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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위로

다람쥐가 전하는 고요한 위로를 발견해 본다





주인공 다람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어른을 위한 동화가 담겨있다.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인간의 내면을 다람쥐 이야기 안에 유머러스하게 담고 있다. 철학적인 혜안을 담은 이야기이 넘쳐나고 의아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독특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나의 이해도가 떨어져 그럴 것이다.



1941년생 저자 톤 텔레헨은 의사로 일하며 시집과 동화를 펼쳐냈다. 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하고 네델란드 최고의 동화 작가의 삶을 살았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동화들이 많이 펼쳐냈다. 이 책에도 역시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다람쥐가 무심코 우리에게 던지는 위로를 받아 보자.

"하는 일마다 모두 안 되는 그런 날이 있지." 두더지가 왜가리 발 아래 구멍을 파면서 투덜거렸다. "너도 그런 날이 있잖아." ... "그렇지. 그런 날이 있지." 개미가 대답했다.

p9

"하는 일마다 모두 안 되는 그런 날이 있지."라고 두더지가 말하는 부분이 참 오묘하다. 왜가리는 넘어지고 싶어하는데 넘어지지 못해 다른 동물들이 애써보지만 모두 실패하고 마지막 두더지의 시도가 실패하자 그 때 두더지가 말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넘어지지 않은 왜가리는 넘어지지 못하고 항상 실패했다. 넘어져야 성공이 되는데 이게 실패한다. 사실 우리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는데 말이다. 우리는 모두가 넘어지는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누군가는 넘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넘어지지 않아 실패했다 말한다.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그냥 흘려 버릴 수 있는 대목이었으나 나는 이 구절을 읽고 매우 멍해졌다. 매우 철학적이다.


다람쥐는 이따금씩 자기 안에서 느끼는 아픔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콕 집어 어디가 아픈지는 절대 알 수 없었다. 뭔가 울적한 아픔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아픔도 터무니없는 것일까? (중략) "쑤시는 듯한, 뭐 그 정도의 통증은 나도 가끔 있어." 잠시 후 개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이 그것도 아픔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래도 좋아."

p58

아픔 혹은 통증이라면 꿀벌의 허리 통증, 사슴의 뿔이 타는듯한 통증, 달팽이 더듬이 경련, 낙타 혹의 얼얼함, 하마 입 안 통증 등 동물들이 호소하는 통증처럼 우리는 대개 겉으로 드러나는 통증을 생각한다. 그 중 다람쥐는 내면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 아픔이 터무니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는 통증도 아픔이지만 내면의 아픔도 쑤시는 듯한 통증으로 나타나곤 한다. 누구나 가슴 절절한 사연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 때 자신도 모르게 가슴의 통증을 느껴보았으리라. 어쩌면 다른 통증들을 능가하는 아리는 그 통증을 말이다.

'나는 그럼 거북이가 아닌 걸까? 그럼 나는 뭐란 말이지? 생각해보면, 나는 발을 질질 끄는데 그래서 거북이인가...' 거북이는 이리저리 발을 질질 끌어보았다. '아니지. 이건 특별할 게 없어. 발을 질질 끄는 건 너무 흔하잖아.' 거북이는 계속 생각했다. 거북이는 외롭고 불안해졌다.

p69

거북이의 모습에서 얼핏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귀뚜라미는 귀뚤귀뚤 울고, 개구리는 개굴개굴 우는데 거북이는 특별한게 없다. 우리는 모두 거북이가 거북이임을 알고 있고 지나가던 코끼리는 무심하게 거북이를 거북이라 부른다. 자기 자신의 특별함을 자기 자신만을 모르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낯설지 않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알면서도 특별함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거북이의 이야기에서 자존감, 자신감을 생각한다. 특별한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사랑하자. 누구나 가슴 한켠에 거북이 한 마리씩 품고 있지 않을까. 안녕 거북아.

꿀단지를 잊어버릴 수 있을 만큼 꽁꽁 숨겨두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둘은 꿀단지를 열고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그러자 곧 둘은 다시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꼈다.

p123

뭔가 바보같으면서도 명쾌한 개미와 다람쥐의 이야기다. 꿀단지를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불안함인지 의도적인지 모르겠으나 결국 꿀단지의 꿀을 먹어 치워 안전함과 편안함을 도모하는 모습이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다. 굳이 이런 저런 해석이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불안함을 지우는 방법은 불안함을 없애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작은 고민은 그 즉시 해치워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도 있겠다. 어떤 해석이든 우리 삶 안에서 빛나는 지혜처럼 느껴진다.

*****

다람쥐, 메뚜기, 개미, 달팽이, 코끼리, 거북이, 귀뚜라미, 도마뱀, 고슴도치, 개구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이야기에 등장한다. 동물 친구들의 캐릭터가 책을 읽는 나의 머릿속에 살아 숨쉰다. 이야기의 숨은 뜻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저 귀여운 동물들 이야기 혹은 무미 건조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허나 어느 한 이야기도 아무런 의미없이 씌여진 것이 없다. 그저 짧은 식견인 내가 그 숨은 뜻을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어린 시절에 봤더라면 잘 모르고 지나칠 뻔한 이야기들을 지금 어느 정도 그 숨은 뜻을 발견해가며 읽는다. 세월이 흘러 책도 많이 읽고 수많은 경험이 쌓인 내가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더욱 새롭게 다가올 것만 같다. 다람쥐가 전하는 고요한 위로를 발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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