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버그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슈퍼버그

항생제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 : 슈퍼버그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COVID-19는 전세계를 위협하며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 및 개학 연기 등 다양한 노력이 현재 진행중이다. 그런데 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보다 슈퍼버그로 인한 사망자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매년 3만 5천명이 슈퍼버그로 인해 사망한다고 하니 매우 놀라운 수치다.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가 바로 슈퍼버그다. 항생제와 슈퍼버그의 관계는 마치 천사와 악마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항생제가 박테리아를 죽이는 천사라면 박테리아는 천사의 공격의 수를 파악해 점점 강해지는 악마다.



맷 매카시의 <슈퍼버그>는 항생제의 시초인 페니실린의 발견부터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몰두하는 이 세상의 숨겨진 의인들과 험난한 임상 연구 과정을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슈퍼버그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저자의 작은 목적이 달성되는 셈이다. 인류를 위해 필히 이루어져야만 하는 항생제 개발의 속 이야기를 만나 본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지 겨우 1년 만인 1929년 여름 그는 페니실린 분자에 관한 연구를 포기했다. 플레밍과 옥스퍼드대학의 동료들이 다시 연구에 착수하고 급성장 중이던 제약회사들과 협력해 세계 최초로 항생제를 대량 생산하여 시판하게 된 건 그로부터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고 또 한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후였다.

전쟁의 혼란 속에서 (p31)

페니실린의 발견은 전 인류의 구원이다. 박테리아 감염으로 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현재도 페니실린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군 페니실린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 슈퍼버그가 발견되면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다. 우연히 페니실린을 발견함으로 세상에 기여한 플레밍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2차 세계대전 중 두 진균 칸디나 알비칸스크립토콕쿠스 네오프로만스 치료제인 니스타틴을 찾아낸 엘리자베스 헤이즌레이첼 브라운도 역시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니스타틴 역시 진균으로 부터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궁극적인 문제는 많은 항생제의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수준에서 신약의 생산과 시판 단계까지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며 거기에는 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 비아그라 같은 약을 만들어낸다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므로 그 비용이 정당화된다. 그러나 항생제의 경우 몇 가지 특성 때문에 이윤이 적다. 항생제는 대체로 환자가 아플 때만 단기로 처방되며, 훌륭한 항생제도 머잖아 그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게 된다. 항생제 내성은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생긴다.

항생제 개발의 황금기 (p39)

항상 모든 문제는 돈으로부터 시작된다. 수많은 사람을 살리는 항생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돈이 되지 않는다. 일류를 구원할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항상제는 언젠가 슈퍼버그에 의해 정복당한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 인류의 과제다. 단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항상제 개발에 몰두하는 이들이 많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류의 적과 싸우는 수많은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지만 그 항생제 개발 과정이 녹록치 않다.

몇 년 전만 해도 폐렴이나 요로감염 같은 일상적인 감염은 집에서 일주일 정도 약을 먹으면 나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약들이 듣지 않았다. 박테리아가 정말로 점점 더 똑똑해지고 강해지고 있었다.

항생제의 관리 및 감독 (p93)

내가 폐렴이나 요로감염이 걸렸는데 항생제를 먹어도 낫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더 이상 손쓸 수가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그저 흔한 질병인 요로감염으로 인해 죽는다는 것은 사실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 때문에 목숨을 잃는 다는 자체가 억울하고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뭔가 억울한 죽음으로 느껴진다.

그의 연구팀은 항생제를 바른 페트리 접시를 사용해 사람의 대변에서 위험한 박테리아를 가려내고 그것이 혈류 감염을 유발하는지 알아내려 한다. 대변을 갖고 씨름하는 일은 말처럼 매력적이지도 않고 힘들 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보장도 없다. (중략) 보통 사람의 몸속에 사는 100조 개의 박테리아 중 하나는 슈퍼버그로 변이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리신 (p223)

100조 개의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일, 사람의 대변에서 박테리아를 찾아내는 일. 참 기피하고 싶은 일이다. 엄청난 박테리아의 종류에서도 겁이 나지만 박테리아 연구를 위해 대변을 구하고 박테리아를 찾는 일은 그저 듣기만 했는데도 힘들다.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을 응원할 수 밖에 없다.

록펠러 대학 연구팀은 박테리아를 죽이는 바이러스(박테리오파지)에서 추출한 효소를 이용해 감염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 이 과정을 확인하고 개입하려 한다. (중략) 리신이 박테리아 세포벽을 분해하기 위해 수십억 년 이상 진화해온 효소라고 했다. 거의 박테리아 종류마다 다른 리신이 있을 정도로 고유하며 박테리아는 이에 대한 저항력이 없다. 항생제와 달리 리신은 시간이 지나도 효과가 약해지지 않는다.

획기적인 리신 연구 (p232)

박테리아 세포벽을 순해하는 효소인 리신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항생제 개발이라는 방향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노력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박테리아를 죽이는 착한 바이러스라는 부분이 참 아이러니 하지만 그만큼 신비롭다. 항생제 개발 뿐 아니라 리신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달바가 모든 감염에 대한 만병통치약을 아니었으며, 어떤 환자들에게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달바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박테리아는 달바에도 내성을 갖게 될 것이다. 박테리아는 항생제를 신중하게 이용하는데 인간은 그렇지 않다는 브래드 스펠버그의 경고를 유념하려 했지만 달바 임상시험 이야기는 다른 의료센터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에필로그 (p380)

달바 임상시험의 과정들을 통해 항생제 개발의 험난한 여정을 엿보았다. 임상시험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부터 필히 거쳐야 하는 승인 및 허가, 연구 개발을 진행하기 위한 투자, 지속적인 관찰 및 연구 등 어느 하나 쉬운 방법이 없다. 개발 중인 항생제가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도 있음을 무시할 수 없기에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슈퍼버그와 혈투를 벌이는 이 세상의 과학자 및 연구원 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