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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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위로

다람쥐가 전하는 고요한 위로를 발견해 본다





주인공 다람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어른을 위한 동화가 담겨있다.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인간의 내면을 다람쥐 이야기 안에 유머러스하게 담고 있다. 철학적인 혜안을 담은 이야기이 넘쳐나고 의아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독특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나의 이해도가 떨어져 그럴 것이다.



1941년생 저자 톤 텔레헨은 의사로 일하며 시집과 동화를 펼쳐냈다. 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하고 네델란드 최고의 동화 작가의 삶을 살았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동화들이 많이 펼쳐냈다. 이 책에도 역시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다람쥐가 무심코 우리에게 던지는 위로를 받아 보자.

"하는 일마다 모두 안 되는 그런 날이 있지." 두더지가 왜가리 발 아래 구멍을 파면서 투덜거렸다. "너도 그런 날이 있잖아." ... "그렇지. 그런 날이 있지." 개미가 대답했다.

p9

"하는 일마다 모두 안 되는 그런 날이 있지."라고 두더지가 말하는 부분이 참 오묘하다. 왜가리는 넘어지고 싶어하는데 넘어지지 못해 다른 동물들이 애써보지만 모두 실패하고 마지막 두더지의 시도가 실패하자 그 때 두더지가 말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넘어지지 않은 왜가리는 넘어지지 못하고 항상 실패했다. 넘어져야 성공이 되는데 이게 실패한다. 사실 우리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는데 말이다. 우리는 모두가 넘어지는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누군가는 넘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넘어지지 않아 실패했다 말한다.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그냥 흘려 버릴 수 있는 대목이었으나 나는 이 구절을 읽고 매우 멍해졌다. 매우 철학적이다.


다람쥐는 이따금씩 자기 안에서 느끼는 아픔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콕 집어 어디가 아픈지는 절대 알 수 없었다. 뭔가 울적한 아픔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아픔도 터무니없는 것일까? (중략) "쑤시는 듯한, 뭐 그 정도의 통증은 나도 가끔 있어." 잠시 후 개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이 그것도 아픔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래도 좋아."

p58

아픔 혹은 통증이라면 꿀벌의 허리 통증, 사슴의 뿔이 타는듯한 통증, 달팽이 더듬이 경련, 낙타 혹의 얼얼함, 하마 입 안 통증 등 동물들이 호소하는 통증처럼 우리는 대개 겉으로 드러나는 통증을 생각한다. 그 중 다람쥐는 내면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 아픔이 터무니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는 통증도 아픔이지만 내면의 아픔도 쑤시는 듯한 통증으로 나타나곤 한다. 누구나 가슴 절절한 사연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 때 자신도 모르게 가슴의 통증을 느껴보았으리라. 어쩌면 다른 통증들을 능가하는 아리는 그 통증을 말이다.

'나는 그럼 거북이가 아닌 걸까? 그럼 나는 뭐란 말이지? 생각해보면, 나는 발을 질질 끄는데 그래서 거북이인가...' 거북이는 이리저리 발을 질질 끌어보았다. '아니지. 이건 특별할 게 없어. 발을 질질 끄는 건 너무 흔하잖아.' 거북이는 계속 생각했다. 거북이는 외롭고 불안해졌다.

p69

거북이의 모습에서 얼핏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귀뚜라미는 귀뚤귀뚤 울고, 개구리는 개굴개굴 우는데 거북이는 특별한게 없다. 우리는 모두 거북이가 거북이임을 알고 있고 지나가던 코끼리는 무심하게 거북이를 거북이라 부른다. 자기 자신의 특별함을 자기 자신만을 모르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낯설지 않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알면서도 특별함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거북이의 이야기에서 자존감, 자신감을 생각한다. 특별한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사랑하자. 누구나 가슴 한켠에 거북이 한 마리씩 품고 있지 않을까. 안녕 거북아.

꿀단지를 잊어버릴 수 있을 만큼 꽁꽁 숨겨두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둘은 꿀단지를 열고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그러자 곧 둘은 다시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꼈다.

p123

뭔가 바보같으면서도 명쾌한 개미와 다람쥐의 이야기다. 꿀단지를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불안함인지 의도적인지 모르겠으나 결국 꿀단지의 꿀을 먹어 치워 안전함과 편안함을 도모하는 모습이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다. 굳이 이런 저런 해석이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불안함을 지우는 방법은 불안함을 없애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작은 고민은 그 즉시 해치워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도 있겠다. 어떤 해석이든 우리 삶 안에서 빛나는 지혜처럼 느껴진다.

*****

다람쥐, 메뚜기, 개미, 달팽이, 코끼리, 거북이, 귀뚜라미, 도마뱀, 고슴도치, 개구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이야기에 등장한다. 동물 친구들의 캐릭터가 책을 읽는 나의 머릿속에 살아 숨쉰다. 이야기의 숨은 뜻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저 귀여운 동물들 이야기 혹은 무미 건조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허나 어느 한 이야기도 아무런 의미없이 씌여진 것이 없다. 그저 짧은 식견인 내가 그 숨은 뜻을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어린 시절에 봤더라면 잘 모르고 지나칠 뻔한 이야기들을 지금 어느 정도 그 숨은 뜻을 발견해가며 읽는다. 세월이 흘러 책도 많이 읽고 수많은 경험이 쌓인 내가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더욱 새롭게 다가올 것만 같다. 다람쥐가 전하는 고요한 위로를 발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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