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의 지옥에서 살아돌아온 소녀
우리에게는 생소한 벨기에 작가 '아들린 디외도네'의 장편 소설 <여름의 겨울>이다. 큰 기대감없이 읽기 시작했으나 나에게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열다섯 소녀가 과연 감당할 수 있는 일일까 싶은 내용들이 펼쳐지며 점차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에 가슴 졸이며 책을 읽었다. 소녀의 시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의 흡인력이 상당하며 작품성, 스토리의 개연성, 섬세하고 세련된 문학적 문장들, 소녀가 성장해 가는 요소 등 소설은 자연스러운 흐름 위에 독자의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간다.
가정 폭력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은 아니다. 허나 소녀의 눈으로 그려지는 소설 속 세상은 미래에 대한 희망에 가득차 있다. 일명 쓰레기 방에 사냥의 전유물을 전시하며 자신의 기분에 따라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폭력의 가장 큰 피해자로 가축을 기르는 낙으로 살아가며 아메바처럼 지내는 어머니. 충격적인 사고를 목격하고 머릿속의 기생충에 지배되어 웃음이 없는 남동생 '질'. 이 가정의 중심에서 남동생을 사랑하고 어머니를 연민하는 주인공 소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