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 현대지성 클래식 31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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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하버드의 명강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2장에서는 '공리주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어느 것을 쉽사리 선택하기 힘든 모순이 되는 상황을 제시하고 공리주의 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 강의를 통해 '공리주의'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익히 알고 있는 '공리주의', 현대지성에서 출판된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를 만났다. 자칫 간단하며 쉬워 보일 수 있는 공리주의는 생각했던 이상으로 어렵게 다가왔다. "<공리주의>를 처음 읽은 독자들은 문장이 너무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이하기 위하여 대화 형식을 취하면서 구체적 사례를 많이 제시하는 해설을 마련해보았다. (p175)"라는 말로 시작되는 역자 이종인님의 작품 해설이 '공리주의'를 이해하는 큰 도움이 되었다.



<공리주의>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은 어렸을 때부터 영재로 비범한 삶을 살았다. 3살부터 그리스어를 배우고, 8살에 라틴어를 배우고 라틴어 고전을 읽었으며, 12살에는 스콜라 철학의 논리학을 공부했다. 13살은 정치경제학을 공부하고 14살에는 프랑스에서 1년을 지내며 몽펠리에 대학에서 화학, 논리학, 고등수학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각종 연구 및 저술 활동을 한 일반적이지 않은 영재 출신 밀은 <논리학 체계>, <정치경제학 원리>, <자유론>, <대의정부론> 등의 저서를 냈다.

"어떤 행위가 행복을 증진시켜주는 것이라면 그 증진의 정도에 비례하여 옳은 행동이 되며, 만약 불행을 증진시켜주는 것이라면 그 증진의 정도에 비례하여 그른 행동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어떤 의도된 쾌락이며, 고통이 없는 상태이다. 반면에 불행은 쾌락 없음과 고통을 의미한다.

제2장 공리주의란 무엇인가 / 쾌락과 행복: 공리주의의 기본 전제 (p21)

개인의 행복과 쾌락이 연결되어 있으며, 쾌락이 없고 고통인 상태가 불행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쾌락이 높은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된다는 의미가 되는데 쾌락만을 추구하는 삶이 과연 맞는가란 의문이 생겨난다.



쾌락에도 종류가 있다. 양적 쾌락을 우선시한 벤담의 공리주의와 질적인 쾌락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주창한 밀의 공리주의는 비슷하지만 지향하는 바가 다른 공리주의다. 벤담은 밀의 스승으로 공리주의의 포문을 열었다면 밀은 벤담의 공리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밀은 돈이나 권력의 물질적 질낮은 양적 쾌락보다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질적으로 높은 쾌락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리주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행복은 광적인 황홀함의 삶이 아니다. 몇 안 되는 일시적인 고통과 다수의 다양한 쾌락들로 이루어진 인생에서, 긍정이 부정을 압도하고, 전체 삶의 밑바탕으로서 인생이 제공할 수 있는 것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 순간들, 바로 그런 순간들을 가리켜 행복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차분한 삶은, 운이 좋아 그것을 얻은 사람들에겐 언제나 행복한 인생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제2장 공리주의란 무엇인가 / 행복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는 반론 (p33)

긍정이 부정을 압도하고, 차분한 삶을 살아감을 의미하는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밀 역시 돈이 행복의 수단 중 하나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돈 자체에 대한 지나친 욕망을 경고하고 있다. 공리주의 철학의 이론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고 공리주의 사상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반박들에 대해 그렇지 않음을 상세히 설명으로 해명하고 있다. 그 과정이 자칫 어렵게 다가오기에 이해가 어려울 수 있으나 차분하게 다독을 한다면 그 세세한 부분들까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대상이 눈에 보인다고 할 때 그에 대한 유일한 증거는 사람들이 그 대상을 실제로 본다는 것이다. 소리가 들린다고 할 때 그 소리의 유일한 증거는 사람들이 그것을 듣는다는 것이다. 인간 경험의 다른 증거들 역시 그러하다. 마찬가지로, 내 생각에, 어떤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것을 바란다는 사실로 증명할 수 있다. (중략) 왜 일반 행복이 바람직한 것인지 그에 대한 이유를 제시할 수 없다.

제4장 공리의 원리는 어떤 증명을 내놓을 수 있는가? / 욕망은 행복의 존재 증명 (p74)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 과연 맞는가란 의문이 있다. 행복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제시할 수 있는 이유는 없다고 밝힌다. 행복이 최고 목적이 되는 것임은 그냥 그러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사람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이 바로 행복이기에 그 자체가 증거가 되다는 것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원하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의미가 없이 모든 사람이 원하고 있다. 그렇기에 행복을 추구하는 욕망이 정당화 된다고 말한다.

다른 조건이 똑같다면 다들 행복의 추구라고 대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사람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일률적으로 대답하기는 어렵다는 뜻이지요. (중략) 밀의 <공리주의>는 의무보다 행복을 더 강조합니다. 물론 밀의 의무를 행복의 한 부분으로 포함시키는 뉘앙스를 풍기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작품 해설 / 춘향이 숲에서 만난 사람 (p182)

갑과 을의 대화를 통해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일률적 적용은 어렵다는 것에 대해 이해를 기반하고 있다. 그럼에도 행복을 강조하는 밀의 주창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과 찢어지게 가난한 대가족의 장녀의 인생에서 의무와 행복 중 어느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무시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이 있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이 장녀의 행복을 빌어주고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이 말합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나 젊은이는 그 말씀을 듣고 슬퍼하며 떠나갔는데 많은 재산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밀은 이런 사정을 참작해 정언명령의 실천이 논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그는 공리주의 철학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작품 해설 / 정언명령은 지하철 속의 사건 (p185)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는 모두가 안다. 가진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베풀며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것임을 안다. 그렇지만 그러한 정언명령을 모두 지키며 살아가기란 실제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거짓말이 잘못된 것임을 알지만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다. 인생사는 모순이라는 말을 다시금 떠올린다.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일상의 사례들을 떠올리면서 책을 읽게 된다. 작품 해설에서도 모순이 되는 상황들을 제시하고 우리를 고민하게 한다. 이 과정이 바로 이런 철학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이 철학이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어떤게 살아가야 하는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런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이 맞는가, 나는 오늘 무슨 일을 할 것인가, 그리고 나는 내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일상의 철학을 하도록 만드는 <공리주의> 철학에 흠뻑 젖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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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하버드 성공 수업 - 하버드에서 강조하는 성공을 위한 자기관리법
류웨이위 지음, 이재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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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를 바꾸는 하버드 성공 수업

성공으로 나아가는 하버드 자기 관리법







성공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유가 있다. 그들처럼 한다고 무조건 성공하지는 않지만 성공의 길로 나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버드를 졸업한 유명 인사들과 하버드의 교수들, 하버드의 격언과 가르침들을 적절하게 잘 버무려 한 권의 책이 태어났다.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귀중한 가르침들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책은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20대 초년생들이나 대학생들 혹은 고등학생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하는 공부에 대한 회의감이 들거나 미래에 대해 답답한 마음이 들 때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단단하게 다잡아 줄 것이다.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자신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가르침들을 책 안에서 얻을 수 있다. 하버드 자기 관리법은 나를 강하게 하는 힘으로 가득하다.

러시아 소설가 막심 고리키는 "아무리 조그마한 통제력이라도, 사람을 더욱 강한게 만드는 힘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해진 시간에 기상하기, 다양한 규칙 준수하기, 제시간에 학습 계획 완성하기 등 매일 하는 일부터 통제와 절제를 시작하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기관리가 가능해진다.

자기관리로 성공의 불을 밝혀라 (p23)

이 책의 가장 처음 1장의 첫 번째 챕터에 나오는 내용이다. <나를 바꾸는 하버드 성공 수업> 책에서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지키지 않더라도 이것 하나 '통제력'이라는 단어만 기억한다면 상당히 진보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통제와 절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성공에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하버드생들이 새벽 4시에도 도서관의 불을 밝히며 학업에 몰두한다고 한다. 세상의 많은 이들이 끝임없이 스스로의 통제 안에서 달려나가고 있다.



성공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요인이 분명 많지만 자기 통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매우 힘들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과제하기, 학교에 지각하지 않고 일찍 일어나기, 매일 운동하기, 과식하지 않기 등 작은 통제들이 모여 한 사람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스스로 정한 규칙을 스스로 지킨다면 자신이 원하는 성공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된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재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철이 없거나 덜 자란 어른같다. 어린아이 티가 철철 넘치는 사람은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어리광이나 투정도 마찬가지다. 자기감정을 잘 통제하고, 분노를 다스리고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자. 자기 몸과마음이 건강해지는 처방전이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마라 (p79)

몸의 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지식, 많은 돈을 가졌다 할지라도 건강하지 않으면 모두 의미 없게 된다. 몸의 건강만큼 중요하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바로 자기감정, 감성지능 EQ다. 자신의 안에 불안과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고 잘 관리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 경쟁 사회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쌓이는 스트레스를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성공을 하더라도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에서 성공을 이뤄내야 하지 않겠는가.

점차적으로 쌓인 스트레스가 잘 관리되지 않는다면 몸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현재 진행 중인 경기나 프로젝트도 망칠 수 있다. 분노의 표출은 우리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앗아간다. 침착하고 냉철하기 자기 감정을 잘 통제해야 한다.


망설이는 동안에도 시간은 간다. 어떤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자신을 믿어라.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지 말고 "할 수 있다."라는 각오를 다져라. 자기에게 가능성을 부여할 때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문제는 자기 판단을 신뢰하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진했느냐가 관건이다.

목표가 활실하면 즉시 실행하라 (p195)

많은 가르침 중에서 내 스스로 부족하고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실행력'이다. 우유부단한 나의 성격은 때로는 독이 된다. 옳다고 생각한 일을 미루지 않고 추진력 있게 실행해 내는 모습이 필요하다. 주저하지 말고 행동하자. 무언가 결정하기 전에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간은 필요하다. 그런 시간을 충분히 보낸 뒤 결정을 내리면 번복해서는 안 된다. 과감한 패기, 용감한 행동은 성공한 자들이 강조하는 하나의 덕목이다. 심사숙고를 통했을 때 과감한 추진력이 나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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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의 신이 떠먹여 주는 인류 명저 70권
히비노 아츠시 지음, 민윤주.김유 옮김, 아토다 다카시 감수 / 허클베리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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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의 신이 떠먹여 주는 인류 명저 70권

"고전에는 반드시 답이 있다"







최근 고전을 읽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수많은 고전을 하나씩 정복해 나가 나중에 모든 고전을 한 번씩 읽은 사람이 되자는 소박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고전은 그 시대 배경을 잘 모르면 이해가 어렵기도 하고 술술 읽히지 않는 고전도 많다. 하지만 그 두려움때문에 고전을 멀리할 필요는 없다. 걱정했던 것보다 고전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경우가 많았고 숨겨진 그 가치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왜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읽고 추천하는지 책을 직접 읽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고전에 관심을 갖고 읽기 시작한 나에게 아주 필요한 책을 만났다. <요약의 신이 떠먹여 주는 인류 명저 70권>은 어떤 고전을 읽어야 할지 고민인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다. 책장에 자리 잡았으나 쉽사리 펼치지 못한 익숙한 제목들이 목차에 많이 보인다. 한 권당 두세장 남짓의 분량을 읽으면 책에 대해 대략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70권 중에서 내가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더 많다. 어떤 책부터 읽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하는 나를 설레게 하는 책이다. 가장 높은 우선 순위를 두고 언른 읽고 싶은 책 몇 권을 골라 아래에 적어 본다.

단테의 작품 '신곡'속에서 자신이 알고 있던 품행이 방정하지 못한 교황들을 지옥으로 떨어뜨린다. 자신의 학문적 스승까지 가차 없이 지옥으로 보낸다. 어쩌면 이 책의 이 내용이 뒷날 르네상스 이후에 일어난 종교개혁의 씨앗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과연 단테는 죽은 후에 '신곡'에서 처럼 천국에 갈 수 있었을까?

10 신곡 (p58)

단테의 신곡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나누어져 있다. 우리가 현재 상상하는 사후 세계를 신곡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기에 신곡을 읽으면 마치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것만 같다. 최근 '신과 함께'와 같은 장면들이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미 나의 책장에 오랜 시간 자리잡은 신곡을 얼른 펼쳐 읽고 싶다.

우신예찬에서 에라스뮈스는 신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행위를 야유하고, 교회가 신을 대신하여 죄의 벌과 용서를 도맡는 일을 비판했다. 또한 세상에 널리 퍼지고 있는 신학자들의 설교에서 모순을 찾아내고, 그것을 풍자를 섞어 조롱했다.

12 우신예찬 (p64)

한 때 성서보다 많이 팔렸다는 '우신예찬'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 모태 천주교 신앙을 가졌으나 현재는 무교의 삶을 선택해 살아가는 나에게 해답을 주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소 내가 가졌던 교회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이 책이 다루고 있다고 하니 시대를 넘나드는 지혜를 이제야 발견한 기분이다. '고전에는 반드시 답이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괴테의 이러한 업적들 가운데 지금까지도 가장 높이 평가받는 업적은 작가로서 평생의 역작 '파우스트'를 남긴 일이다. (중략) '파우스트'의 매력은 그 줄거리보다 악마 메피스토와 파우스트가 주고받는 대화에 있다.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메피스토가 파우스트보다 더 옳고 양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가치전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32 파우스트 (p157)

이 책 역시 내 책장에 자리잡고 있다. 대학시절 나보다 1살 어린 친한 동생이 자신이 '파우스트'를 읽었는데 엄청난 책이라며 강하게 추천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난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했다. 순간 참 부끄럽다. 신과 악마의 내기로 시작된 인간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고 어떤 대화를 주고 받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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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빌리티 교양수업 : 신비로운 인체 있어빌리티 교양수업
소피 콜린스 지음, 엄성수 옮김 / 토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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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빌리티 교양수업 : 신비로운 인체

알아두면 살짝 쓸모있는 재미난 인체 이야기




부담없이 읽기 좋고, 읽으면 자연스럽게 상식이 쌓이는 '있어빌리티 교양수업' 시리즈의 '신비로운 인체'편을 만났다. 다른 시리즈 책들의 목차를 봤을 때는 그리 관심이 생기지 않았는데 '신비로운 인체'편의 목차를 봤을 때는 평소 궁금했던 내용들이 많고 관심이 생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내가 평소에 인체와 관련된 궁금증이 많아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내용들이 상당히 많고 건강과도 연결되는 내용들도 많기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 몰라도 일상 생활을 살아가는데 크게 상관없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알고 있다면 좋을 수도 있는 '신비로운 인체'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알아두면 크게는 쓸데없는 재미난 인체 이야기를 만나 본다.



인간의 몸과 관련된 97가지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원시인도 알레르기 증상이 있었을까?', '성형 수술은 언제 처음 개발됐을까?', '인간은 정말 자연발화 할 수 있을까?', '어떤 전염병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죽었을까?' 등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지는 의문들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질문과 답을 발견할 수 있다.

첫번째 연구에서 학생들은 인간은 좀비에 맞설 수 없으며 모든 좀비가 매일 희생될 인간을 찾아내 결국 10명 중 9명은 좀비가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중략) 단 100일이면 좀비가 인간을 거의 다 쓸어버릴 거라고 추산했다.

Q52 좀비로 인해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p115)

좀비로 인한 종말에 인간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의문이 있다. 평소에 좀비 영화를 즐기기에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이 궁금했다. 레스터대학교 학생들의 첫번째 연구 결과로는 100일만에 좀비의 승리다. 또한 좀비 생존 가능일이 20일이기에 인류는 잘 살아남을 것이란 두번째 연구 결과도 있다. 허무맹랑한 연구일 수 있겠지만 이는 좀비사태는 전염병의 일종이기에 전염병 발생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이는 좀비 연구가 전염병 연구에 의미있는 자료가 된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니다.

인간의 입은 혈관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차가워질 경우 더 이상의 열 손실을 막기 위해 수축된다. 뭔가 아주 찬 것을 서둘러 먹거나 마시면 입은 찬 온도를 흡수할 시간 여유를 갖지 못한다. 특히 입천장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데 입천장은 내경동맥과 전대뇌동맥이 만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Q59 아이스크림 두통은 왜 일어나는 걸까? (p128)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먹을 때 누구나 머리가 쿡쿡 쑤시는 두통을 느꼈을 것이다. 흔하게 겪는 일이며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하고 크게 의문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누구에게 물어봐도 쉽사리 대답을 듣기 힘든 질문이다. 입 안의 신경이 차가운 아이스크림에 의해 자극을 받아 두통이 발생된다고 하니 참 재미있다. 이 사실을 안다고 해서 우리가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먹지는 않겠지만 입 천장을 따뜻하게 하면 두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니 꼭 기억해두자.

세계보건기구는 아크릴마이드가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고 영국 암연구소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연구를 했다. 탄 음식과 암 사이의 연관 관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찾지는 못했지만 탄수화물 음식은 짙은 갈색보다는 황금색이 될 때까지만 요리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Q87 정말 탄 음식은 암을 유발할까? (p187)

탄 음식이 들어있는 아크릴마이드에 대한 세계보건기구의 경고는 있지만 이 물질이 암을 유발한다는 정확한 증거는 현재까지 없다. 탄 음식을 먹어도 소화기관에서 소화액에 의해 소화되기에 문제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 밝혀진 부분이 명확하지 않기에 논란은 지속될 것 같다. 고기를 자주 구워먹는 우리는 항상 고심한다. 이 맛있어 보이는 살짝 탄 고기를 먹어야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탄 음식과 암의 연관 관계를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탄 고기보다는 황금색 고기를 먹도록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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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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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이것은 그저 대학에 가서 교수가 된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매혹적이다

- 톰 행크스(배우)





시종일관 차분하게 소설은 진행된다. 스토너의 1인칭 시점으로 나는 스토너의 일생을 함께 했다. 마치 내가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스토너의 입장에서 함께 느끼고 생각했다. 스토너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곱씹고 그 의미에 대해 고민했다. 올곧은 스토너처럼 헌신하고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만족스러울 수 인생일 수 있을까란 생각에 잠겼다.



스토너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에 소신과 신념을 갖는다. 가족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한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바르게 나아간다. 어쩌면 지극히도 평범한 스토너의 일생이 우리의 모습과 닮았고 우리가 살아가려 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삶이 맞는 것일까?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책을 읽다보니 어느 덧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다.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p6

윌리엄 스토너에 대략적 설명으로 책은 시작한다. 단 몇 줄에 이 책의 줄거리가 제시되고 있다. 그저 박사 학위를 받고 강단에 선 스토너의 이야기는 무엇하나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왜 이렇게도 평범해 보이는 스토너가 이 책의 주인공인지 어리둥절했다. 이 첫 문단을 읽고서도 딱히 책에 흥미가 생기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읽어보자는 심산에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참 설명하기 힘든 묘한 끌림이 나를 매료시켰다. 평범한 스토너의 모습에서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그를 응원하고 함께 분통해 하며 가슴 아파하고 답답해 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랑비에 옷이 젖는 서서히 이 소설에 젖어 들었다.

그는 대학 도서관의 서가들 속에서 수천 권의 책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가죽, 천, 종이로 된 책들의 퀴퀴한 냄새를 들이마시기도 했다. 마치 이국적인 향기를 들이마시는 것 같았다. 그러다 때때로 걸음을 멈추고 책을 한 권 꺼내서 커다란 손에 잠시 들고 있었다. 아직 낯선 책등과 표지의 느낌, 그의 손길에 전혀 반항하지 않는 종이의 느낌에 손이 찌릿찌릿했다. 그러고는 책을 뒤적이며 여기저기에서 한 문단씩 읽어보았다.

p23

문학이라는 주제는 이 소설을 관통한다. 영문학 교수인 스토너는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고자 대학에 진학했지만 문학의 맛에 빠지게 되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가난한 무일푼의 성실한 스토너의 시작에서 우리는 스토너를 응원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 냈다. 그간 열심히 부모를 도왔고 자신의 본분을 다했으니 원하는 공부를 시작할만 했다. 그 선택은 잘못되지 않았고 그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문학만 아는 바보같은 사람이었다.

생각은 그가 들고 있는 책에서 멀어져 방황했고, 그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마치 그가 알고 있던 것들이 때로 머리에서 싹 비워져버리는 것 같았다. 그의 의지력이 모든 힘을 잃어버리는 것 같기도 했다. 가끔은 자신이 식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자신을 찔러 활기를 되찾아 줄 뭔가를 갈망했다. 고통이라도 좋았다.

p249

매우 인상깊은 대목이다. 겉치레 뿐인 무의미한 결혼 생활, 이디스의 손아귀에서 무기력한 딸 그레이스, 척을 지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로맥스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 노력을 하지만 알아주는 인정도 명성도 없다. 스토너에게 다가올 사랑이 그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사랑도 결국 고통으로 끝날 지언정 그에게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의 불륜이 다른 이의 눈에 정당화 될 수 없지만 스토너의 편에서 소설을 읽는 나의 마음 속에서는 이미 스토너의 불륜을 응원하고 있다.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p270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문구들이 이 소설이 문학의 정수임을 일깨운다. 흔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시기적절하게 스미듯 배치된 이 문장들이 스토너의 삶과 연관된다. 다른 이들을 가르키는 박사인 스토너가 마흔셋의 나이에 깨우치는 것들에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배우고 또 배워도 부족한게 사랑과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윌리엄 스토너는 과연 성공한 인생일까 실패한 인생일까. 누군가는 실패했다고 말하지만 나는 스토너가 나름 선방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저명한 학자가 된것도 아니고 길이 기억될 사람도 아니다. 백점을 줄 인생은 아니지만 뒤늦게나마 사랑을 했고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친 선생님이었으며 인생에 후회될 일을 하지 않았다. 내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없이 잘 살았다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된 것이 아닌가.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긴 아직 젊은 나에게 윌리엄 스토너의 삶은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너무나도 많은 생각들이 밀려왔다. 나의 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나의 기분이 스토너에 물들어 한동안 지속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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