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네 명의 등장인물 모두가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유화는 면도날을 삼키는 걸까. 수미는 남에게 보여지는 것에 왜 저리 강박적인가.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석진이 왜 저리 답답해 보이는 걸까. 주니는 무슨 연유로 석진을 찾아갔던 걸까. 이런 궁금증이 점점 쌓여가다가 하나씩 숨겨졌던 사연들을 알고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소설을 읽다가 멈칫하게 하는 구절이 많았다. 그간 크게 생각치 않았던 부분에 대해 인생을 관통하는 허를 찌르는 대사가 종종 등장한다. 그럴 때마나 감탄과 헛헛한 웃음이 났다. 등장 인물들 모두 힘들었던 과거와 바닥의 역경이 숨겨져 있다. 그 과거는 현재의 모습에 어떤 식으로든 투영되어 발현되고 있다.
과거 발레를 했던 시절 가졌던 수미의 정신적 고통, 참을 수 없는 고통에도 소리 한 번 지르지 않는 독한 여성으로 변모해 분투하는 삶을 영위하는 수미는 고상한 가면 아래 상처를 감추며 살아간다.
석진의 취미는 클라이밍이다. 유화의 남자친구는 인천의 높은 빌딩에서 창문을 닦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이 둘을 교묘하게 교차시킨다. 석진은 시간이 흘러 유화의 표정에 숨겨져 있던 당혹스러움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유화가 왜 면도날을 삼키는지. 총기없는 유화의 눈동자는 어디를 바라 보는 것인지 소설을 읽고 나니 이제는 이해가 된다.
<시티뷰>라는 제목이 아주 절묘하다. 인공 도시 송도는 항구 도시 인천의 한 도시로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항구와 공항이 있다. 새로운 신도시로 국내외 많은 이들이 부푼 꿈을 안고 유입되는 도시다. 석진의 고향인 섬마을과도 비슷한 바닷가에 인접하고, 신도시의 느낌도 물씬 포함한 도시다.
부도덕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느낌은 사뭇 독자의 입장에서 껄끄럽다.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지만 들키지 않으면 전혀 문제없다는 듯한 수미의 태도가 껄끄러웠고, 이상하게 유화에게 끌리는 석진의 부도덕한 행동도 초조함을 더한다.
물론 석진이 이 소설에서 가장 주요한 인물로 극을 이끌어 간다. 그런 이유와는 별개로, 나는 개인적으로 석진의 입장에 나도 모르게 내 자신을 투영하며 소설을 읽었다. 가난하고 불행했던 과거의 섬마을에서 벗어난 석진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새로 개원하는 병원의 내부 인테리어를 아내와 장모의 의견대로 할 수 밖에 없는 무기력한 모습에도 측은함을 느꼈다. 그런 부분이 참 무서웠다. 나도 모르게 석진의 행동들의 당위성에 대해 동의해버렸고,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소설을 읽으며 소설은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들로 인해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시티뷰>를 읽으며 요동치는 이 여정의 여운이 참 오래 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