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뷰 -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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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뷰

살고 싶은 도시, 살아남고 싶은 도시




한국 소설의 부흥기 & 제 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한국 소설의 부흥을 기대하며

2024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인해 한국작품의 새로운 시대가 펼쳐졌다. 한국 사람은 한국 소설을 읽을 때 가장 편하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적확하게 이해하고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아무래도 외국 소설은 한 번 번역을 거치기 때문에 번역가의 성향이나 사용하는 단어에 따라 그 뜻이나 미세한 감정이 달라질 수 있기에 그 감흥이 덜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 소설은 언제나 우리의 소울 메이트처럼 우리의 영혼을 터치한다.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에 궁금증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나는 감히 이 수상작 타이틀만 보고 이 책을 선택해도 좋다고 말한다. 상을 수상했다는 의미는 쟁쟁한 경쟁작들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왜 혼물문학상을 수상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된다.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스토리 진행과 가독성이 좋아 술술 읽힌다.

부부란 서로에게 얼마나 무지한 관계인가, 사람은 얼마나 만용을 부리는 존재인가. 주니는 어쩐지 철학적인 사색에 빠져 병원 문을 나섰다.



작가 우신영

1985년생

작가 우신영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박사 출신, 인천대에서 부교수로 재직했다.

  • 동화 <언제나 다정 죽집>으로 제30회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수상(2024)

  • <시티뷰>로 혼불문학대상(2024)을 수상

국어교육 전공으로 교육론과 관련된 책을 몇 권 출간했다. 집필한 동화 및 소설은 아직 몇 권 되지 않음에도 상을 수상했다는 점이 앞으로 집필할 소설들이 기대가 된다. 1984년생으로 기안84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 앞으로 더 많은 집필 활동으로 소설 출간을 더 하지 않을까 기대가 되며,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다.

추후에 우신영 작가의 소설을 만나면 고민없이 집어 들 것 같다. 가독성이나 서서히 젖어 드는 치밀함, 예상치 못한 반전, 대비를 이용한 서사, 극중 인물을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인생의 질문들 까지 정말 책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벌써 팬이 되어버렸다.

의사 선생님은 죽고 싶을 때가 없어요? 난 내가 비정상이라고 생각 안 해요. 깨어 있을 때 가끔 졸린 것처럼 살아 있을 때 가끔 죽고 싶은 것도 정상 아닌가요.

p166



등장 인물과 줄거리

4명의 등장인물 : 석진, 수미, 유화, 주니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는 수미는 어려서 발레를 했고 두 아이의 엄마이자 워킹맘으로 당당한 삶을 살아간다. 의사인 석진과는 보통의 부부로 평온하게 살아가지만 수미는 남편 몰래 헬스 트레이너인 연하 남자친구와 관계를 이어간다.

주니는 헬스 트레이너로 싹싹해 단골 회원도 많고 나름 인정 받는다. 여자 친구와 함께 동거하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그러다 수미를 만나게 되고 자신과 다른 수미의 삶의 모습과 궁금증이 올라 몰래 석진의 병원을 찾는다.

면도날을 집어 삼켜 스스로 내과를 찾아 내시경을 받는 유화는 요거트 공장에서 일하는 조선족 여인이다. 5만원 더 높은 가격때문에 비수면으로 내시경을 해달라는 유화. 내과 페이 닥터 석진은 좀처럼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

섬에서 열심히 노력해 의과대학에 진학해 서울로 상경한 석진. 자신에게는 과분한 수미를 만나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다. 페이 닥터의 삶을 정리하고 송도에 내과를 개원한다. 손님이 늘지 않아 고심하다 아내의 추천으로 주말에 의료 봉사를 나간다. 그곳에서 우연히 유화와 재회한다.


석진은 자신이 꿈꾸었던 궁전에 대해 생각했다. 최고급 대리석이 깔린 미진 내과, 먼지 한 톨 없이 반짝이는 우아미 필라테스, 나를 가장 기쁘게 하는 건 뭘까. 수미를 가장 기쁘게 하는 건 뭘까. 진지해진 석진을 방에 버려두고 수미는 또다시 헬스장으로 갔다. 칵테일과 함께 나온 프레츨을 집어 먹었기 때문이라나. 하루에 두세 번씩 운동하는 자신을 짐 래트라 부르면서도 멈추질 못했다. 쿠토가 운동으로 바뀌었을 뿐 강박적 제거 행위라는 점은 같았다. 칼을 먹는 유화가 섭식장애일까, 남의 시간을 먹는 수미가 섭식장애일까.

p228



석진에게 내 자신을 투영하다

그의 부정한 모습까지도 보듬다

처음엔 네 명의 등장인물 모두가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유화는 면도날을 삼키는 걸까. 수미는 남에게 보여지는 것에 왜 저리 강박적인가.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석진이 왜 저리 답답해 보이는 걸까. 주니는 무슨 연유로 석진을 찾아갔던 걸까. 이런 궁금증이 점점 쌓여가다가 하나씩 숨겨졌던 사연들을 알고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소설을 읽다가 멈칫하게 하는 구절이 많았다. 그간 크게 생각치 않았던 부분에 대해 인생을 관통하는 허를 찌르는 대사가 종종 등장한다. 그럴 때마나 감탄과 헛헛한 웃음이 났다. 등장 인물들 모두 힘들었던 과거와 바닥의 역경이 숨겨져 있다. 그 과거는 현재의 모습에 어떤 식으로든 투영되어 발현되고 있다.

과거 발레를 했던 시절 가졌던 수미의 정신적 고통, 참을 수 없는 고통에도 소리 한 번 지르지 않는 독한 여성으로 변모해 분투하는 삶을 영위하는 수미는 고상한 가면 아래 상처를 감추며 살아간다.

석진의 취미는 클라이밍이다. 유화의 남자친구는 인천의 높은 빌딩에서 창문을 닦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이 둘을 교묘하게 교차시킨다. 석진은 시간이 흘러 유화의 표정에 숨겨져 있던 당혹스러움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유화가 왜 면도날을 삼키는지. 총기없는 유화의 눈동자는 어디를 바라 보는 것인지 소설을 읽고 나니 이제는 이해가 된다.

<시티뷰>라는 제목이 아주 절묘하다. 인공 도시 송도는 항구 도시 인천의 한 도시로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항구와 공항이 있다. 새로운 신도시로 국내외 많은 이들이 부푼 꿈을 안고 유입되는 도시다. 석진의 고향인 섬마을과도 비슷한 바닷가에 인접하고, 신도시의 느낌도 물씬 포함한 도시다.

부도덕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느낌은 사뭇 독자의 입장에서 껄끄럽다.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지만 들키지 않으면 전혀 문제없다는 듯한 수미의 태도가 껄끄러웠고, 이상하게 유화에게 끌리는 석진의 부도덕한 행동도 초조함을 더한다.

물론 석진이 이 소설에서 가장 주요한 인물로 극을 이끌어 간다. 그런 이유와는 별개로, 나는 개인적으로 석진의 입장에 나도 모르게 내 자신을 투영하며 소설을 읽었다. 가난하고 불행했던 과거의 섬마을에서 벗어난 석진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새로 개원하는 병원의 내부 인테리어를 아내와 장모의 의견대로 할 수 밖에 없는 무기력한 모습에도 측은함을 느꼈다. 그런 부분이 참 무서웠다. 나도 모르게 석진의 행동들의 당위성에 대해 동의해버렸고,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소설을 읽으며 소설은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들로 인해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시티뷰>를 읽으며 요동치는 이 여정의 여운이 참 오래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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