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게임북 1 : 틀린그림, 미로, 초성 페이퍼 게임북 1
삼성출판사 편집부 지음 / 삼성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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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페이퍼 게임북 1

틀린그림찾기, 미로찾기, 초성게임





아이의 두뇌를 자극하는 재미난 놀이가 담긴 페이퍼 게임북 1 입니다. 어렸을 때 많이 해봤던 재미난 틀린그림찾기, 미로찾기, 초성게임이 한 권에 담겨 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많이 나와 친근합니다. 여행갈 때나 카페에 가서 가방에 쏙 넣어가서 아이와 함께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미로찾기



1페이지부터 15페이지까지 미로찾기가 있습니다. 항상 미로찾기는 쉽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길이 막혀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5살 남자아이는 아직 차분하게 길을 찾지 못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딸은 차분하게 길 끝까지 잘 찾아가더군요. 내가 갈 길이 막혀 있지 않은지 확인해가면서 줄을 이어가며 집중하는 모습이 정말 귀엽습니다. 끝까지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은 상당합니다. 






틀린 그림 찾기



16페이지부터 24페이지는 틀린그림찾기가 있습니다. 동일한 동작을 하고 있는 캐릭터 중에서 하나 혹은 두 개의 다른 점을 찾는 방식과 두 개의 동일한 그림에서 다른 부분을 찾는 방식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틀린그림찾기는 5살 아이도 곧 잘 합니다. 익히 틀린그림찾기, 다른 그림 찾기에 단련이 되어 있어서 작은 손가락으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난도가 살짝 있는 편이기 때문에 생각처럼 쉽게 찾지는 못했습니다. 집중력을 갖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찾아보며 끈기를 기를 수 있습니다.



초성게임


25페이지부터 28페이지까지 초성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직 한글을 모르는 5살 아들에게는 조금 어려워서 함께 하지 못했고, 초등학교 1학년 딸과 함께 초성게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익히 우리 가족은 초성게임을 즐겨했습니다. 가족이 다함께 모여 칠판에 서로 초성 문제를 내고 단어를 말하지 못할 때까지 게임은 계속됩니다. 이 책을 활용해서 초성게임을 했습니다. 10초 안에 단어를 말하지 못한 사람은 인디언밥을 당하게 됩니다. 놀이를 통해 어휘력이 쑥쑥 늘어납니다.



마지막 29페이지에는 정답이 담겨 있습니다. 스스로 정답을 맞출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정답을 들춰보게 하지 않고 끝까지 스스로 답을 찾아 낼 수 있도록 독려했습니다. 특히 틀린그림찾기는 정답을 찾지 못하면 매우 답답한데 찾을 때까지 계속 시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끈기와 집중력,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차근차근 길러낼 수 있습니다. 놀이에서 한걸음씩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참 좋은 선물이 될 '페이퍼 게임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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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끝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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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북스투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죄의 끝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대작"

제 11회 중앙공론문예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1968년 대만 태생, 아홉 살 때 일본으로 가서 후쿠오카현에 지금까지 거주 중

  • 2002년 <터드 온 더 런>으로 제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에서 은상, 독자상 수상

  • 2003년 <도망작법> ('터드 온 더 런'을 고쳐쓴 작품) 으로 데뷔

  • 2009년 <길가> 제11회 '오야부 하루히코상' 수상

  • 2023년 <블랙라이더> '2014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 제5회 'AXN 미스터리 싸우는 베스트 텐' 1위

  • 2015년 <류> '제 153회 나오키상' 수상 - 20년 만에 한 번 나올만한 걸작이라는 최고의 호평

  • 2016년 <죄의 끝> 제 11회 중앙공론문예상 수상

  • 2017/8년 <내가 죽인 사람 나를 죽인 사람> '오다 사쿠노스케상, 요리우리 문학상, 와타나베 준이치 문학상 수상

대만태생의 일본 작가라는 이력이 재미있다. 다수의 작품과 더불어 수상 이력이 화려하다. 아직 읽지 못한 그의 책들을 하나씩 읽어볼 생각이다.

이번에 읽은 <죄의 끝>은 아메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 색다르다. 번역도 상당히 매끄러워서 처음엔 한국 작가가 쓴 소설로 착각할 정도였다. 풍부한 표현과 범접할 수 없는 상상력이 가미된 웰메이드 SF 소설로 강력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SF영화나 드라마는 아주 좋아하는 편인데, 나의 독서편식의 이유로 SF장르의 소설은 이제껏 멀리했다. 글로 표현된 SF세상을 나의 상상력으로 펼쳐내지 못할 것만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작용했던 것 같다. 사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 장르가 SF임을 모르고 펼쳐들었다. SF소설임을 알았다면 읽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터다. 모르고 읽었던게 약이 되었던 듯 한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완벽하게 창조된 미래의 인물인 '너새니얼 헤일런'을 정말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인공의 매력에 한 껏 매료되었다.

소행성 충돌로 인해 모든 문명이 파괴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을 그리고 있다. 소설에서 그려지는 지역은 아메리카 대륙이다. 미국의 문화를 안다면 반가운 내용들도 더러 등장한다. 캔디선 내부와 외부로 구분된 세상, 캔디선 외부는 물, 식량, 전기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무법지대다. 그렇기에 그저 생존을 위해 살상과 식인이 벌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문명은 2173년 6월 16일에 종말을 맞는다. 이후 200년의 세월은 사람들이 뉴럴 네트워크를 잊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던 듯하다. 그래서 VB 의안 수술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중국의 만리장성처럼, 위대하나 어떻게 그런 일을 옛날 사람들은 해낼 수 있었는지 모를 만큼 불가해한 영역에 들어서고 말았다.

p110

VB 의안은 첨단 기술로 수술을 통해 의안을 안구에 넣어 시신경과 연결한다. 신경과 뇌세포가 연결되고 뉴럴 네트워크와 통신을 하면서 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VB의안에 기반해 C건과 어썰티드X를 활용하면 최고의 전투 요원이 된다. 위험 상황을 즉시 판단하고 표적에 C건이 자동 조준되어 전투력이 최고에 이른다. '너새니얼 헤일런'의 엄마 '미아 헤일런'의 가슴 아픈 과거는 VB의안에 대한 집착으로 남았고, 자신의 둘째 아들 '너새니얼 헤일런'에게 VB의안 수술을 받도록 했다.

블랙라이더 전설 '너새니얼 헤일런'과 그를 따르는 '대니 레번워스'에 대한 신화적 이야기가 등장한다. 캔디선 밖의 메시아적 존재로 예수의 재림과도 같이 추앙받는 인물이다. 어떤 연유로 이런 인물이 탄생했는지 소행성 충돌 이전의 상황에서부터 소행성 충돌 이후의 상황까지 세심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자신의 형과 엄마를 죽일 수 밖에 없었던 그 불행하고도 처절했던 과거, 교도소에서 복역 중 소행성 충돌로 인해 세상이 무너졌을 때,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무리를 이끌어 타운을 이루는데까지의 그 과정은 한편의 대서사시와 같았다.

이 소설은 액자 구성을 띄고 있다. '네이선 발라드'는 '대니 레번워스'를 추격한다. 백성서파의 일원으로 임무를 부여 받았기 때문이다. 그를 뒤쫓으며 자연스레 '너새니얼 헤일런'에 대해 정보들을 접하면서 궁금증이 생겨난다. 어떻게 신화적 인물로 불리고 탄생하게된 과정이 무엇인지를 글로 적는다. 그를 쫓아 가는 험난한 과정과 만나는 주변 인물들, 생생한 증언들이 더해져 조금씩 '너새니얼 헤일런'에게 다가선다. 그리고 종단에 드디어 그 실체를 만나게 된다.



'한 번 얕보이면 이곳 생활은 아주 힘들어져.' 그러자 너는 이렇게 대답했어. '설사 산 채로 잡아 먹히더라도 지그보다 힘들지 않을 거야.' 만약 그대로 세계가 계속되었다면 나는 네게 환멸을 느꼈을지 몰라. 하지만 너는 이 새로운 세계에서 그때의 말을 증명하고 있어. 나이팅게일 소행성조차 네 말을 흔들 수 없었어. 자신의 존재를 파악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너는 정반대의 방법을 취할 수도 있었어. 너는 그 귀도라는 남자에게 베푸는 대신 죽일 수도 있었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 너는 너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부정하고 있는 거야. 자신의 존재까지 포함한 세계를 말이야. 그런 존재를 나는 신이라 불러."

p205

'대니 레번워스'가 '너새니얼 헤일런'에게 한 말이다. 왜 자신을 따르냐고 묻는 말에 이런 대답을 했다. 대니 레번워스는 살인귀로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고 식인을 했기에 백성서파가 제거를 위해 쫓는 대상인 것이다. '너새니얼 헤일런'의 말과 행동에서 빛을 보았고 신으로 추앙하기에 이른다. 처참한 세상을 자신의 방식으로 부정하는 그만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나 역시 '너새니얼 헤일런'에 매료되었다. 그의 과거에 대한 내용을 알고 걸어온 길을 보니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배고픔의 단계를 넘어선 존재 즉, 신이 이렇게 탄생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 소설에서 예수와 그를 비교하는 부분이 나온다. 성경 구절을 인용하기도 하고 그의 행적과 예수의 다른 점을 언급하기도 한다. 험난한 세상에서 영웅이 등장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혼돈의 시기에 등장하는 난세의 영웅과도 같은 존재로 비춰진다.


이 소설을 읽기가 좀 오래 걸렸다. 내가 책을 좀 천천히 읽는 것이 첫째, SF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 낯선 단어가 나올 때마다 주춤 거렸던 탓이 두번째, <죄의 끝>이 그린 SF세상에서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심리적 작용이 바로 세번째다.

소설을 모두 읽고 나니 좀 멍해졌다.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그 감흥을 좀 더 부여 안고 싶었다. <죄의 끝>에서 그려지는 세상과 가장 비슷한 것을 꼽으라면 영화 <매드맥스>다.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주인공, 광활한 죽은 세상을 누비는 처절함, 희망을 찾아 떠나는 기나긴 여정이 광기 어린 서사로 그려졌고, 그 느낌이 매우 닮아있다. 나중에 영화화되면 꼭 챙겨볼 것 같다.

SF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를 발견한 귀중한 경험이었다. 독서 편식에서 벗어난 좋은 계기가 되었다. 방구석에서 조용히 재미난 소설을 읽고 싶은 분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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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
윌리엄 골딩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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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파리대왕

인간의 어두움을 끄집어 내는 처절한 과정





이 투표라는 장난은 소라에 버금가는 신나는 것이었다. 잭이 항의했지만 아이들의 고함은 대장을 뽑자는 일치된 소망에서 랠프를 대장으로 뽑자는 갈채로 돌변했다. 이런 이유를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소년은 아무도 없었다. 지혜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보여준 쪽은 새끼돼지였고, 리더십을 두드러지게 발휘한 쪽은 잭이었다. 그러나 앉아 있는 랠프의 모습에는 그를 다른 아이들과 구별 짓는 묵언의 힘이 있었다. 덩치도 그렇고 그의 용모는 매력적이었다.

소라의 소리 (p31)

윌리엄 골딩 (1911~1993)

부커상, 노벨문학상 수상


<파리대왕>(1954) 원고는 출판사에서 스물한 번의 거절을 받았고 이 소설은 결국 세상에 나왔다. 소설 <상속자들>(1955), <핀처 마틴> (1956), <자유 낙하>(1959)는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첨탑>(1964), '땅끝까지'의 첫번째 작품 <통과 제의>(1980)로 부커상을 수상, 198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땅끝까지'의 두번째 <밀집 지대>(1987), 세번째 (심층의 불>(1989) 출간 후 1988년 영국 왕실 화하위 훈작사를 받았다.

윌리엄 골딩의 작품들과 수상이력을 이렇게 적는 이유는 내가 기억하고 싶어서다. 부커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사실은 <파리대왕>을 읽고 나니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럴만 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탄탄한 스토리와 생생한 표현력은 책을 읽고 난 뒤에도 감흥이 오래 남았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순수하게 책 제목과 시놉시스 때문이었다. 우연히 책 내용을 전달하는 숏츠를 보게되었고 읽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런데 무려 부커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이라니, 그저 이 책을 만났다는 사실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 뒤로는 은빛 달이 수평선을 벗어나 있었다. 그들 앞에는 거대한 원숭이 같은 것이 무릎 사이에 고개를 처박고 앉아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 숲속에서 바람이 포효하고 어둠 속에서 수런거리는 소리가 일었다. 그러자 그 생물은 머리를 쳐들더니 핼쑥한 얼굴을 그들 쪽으로 돌렸다.

그림자와 큰 나무 (p193)



파리 대왕 줄거리

랠프, 새끼돼지, 잭 그리고 사이먼

외딴 섬에 불시착한 '랠프'와 '새끼돼지'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여러 소년들은 하나둘 모이더니 하나의 단체를 형성했고 섬에서의 생활은 시작되었다. 랠프는 모두의 지지를 받아 대장으로 선출된다. 민주적인 절차와 합리적 선택을 하는 랠프의 모습은 매우 인간적이며 이치에 맞고 훌륭한 대장의 임무를 수행해 나갔다. 천식도 있고 통실한 몸을 가져 소년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새끼돼지'는 남다른 지혜를 가진 소년이었다. 랠프를 도와 단체의 민주적인 방향성을 지지하고 조언한다.

'잭'은 성가대원의 리더로 리더십을 겸비한 소년이다. 자츰 민주적 절차를 고수하는 '랠프'의 방식이 답답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랠프와 잭의 대립구도는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대장 랠프는 구조 신호의 역할을 하는 봉화의 불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반면 잭은 무리를 이끌어 멧돼지 사냥을 하는데 온 관심이 쏠려있다.

랠프와 잭의 갈등으로 인해 잭은 무리에서 빠져나온다. 잭을 따르는 소년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다른 그룹을 형성한다. 멧돼지 사냥에 성공한 잭의 무리는 더욱 하나로 뭉치게 되며 야만성이 켜켜히 쌓여 올라간다.

짐승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내용은 좀 터무니 없다고 생각했다. 상상력이 풍부한 소년들이기에 미지의 대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저 오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낙하산을 타고 불시착한 성인 남자를 짐승으로 오해했다. 소년들은 짐승의 존재로 인한 두려움으로 하나로 뭉치는 듯 했으나, 그 두려움은 오히려 독이 되어 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겉잡을 수 없는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인간의 어두움과 야만성을 끌어내다

옳은 것이 항상 승리하지 않는 극한의 현실 반영

해골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랠프를 바라보았다. 메스꺼운 공포와 분노가 그를 엄습했다. 그는 눈앞에 있는 추악한 것을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그것은 장난감처럼 흔들흔들하다가 제자리로 돌아와선 그의 얼굴에다 대고 씽긋 웃으며 있었다.

사냥꾼의 소리 (p293)

과연 무엇이 이 소년들을 야만인으로 만들었을까. 잭의 무리와 랠프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잭의 무리는 인간 본연의 어두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멧돼지를 사냥하고 자신이 마음에 안드는 무리를 처단하는 야만인의 면모를 과감히 드러낸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라 할지라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쿠테타를 하는 셈이다.

마지막까지 랠프를 잡기 위해 잭의 무리는 커다란 돌을 굴리는가 하면 섬을 불로 태우는 일까지 하게 된다. 섬을 불로 태우면서 발생한 연기는 봉화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고, 해군들에 의해 소년들은 발견되면서 소설은 마무리된다.

단지 모든 것이 사고였을까. 마지막 랠프가 느낀 공포는 나에게까지도 전해졌다. 야만성이 극에 달해 자신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잭의 무리, 그들을 피해 도망가는 랠프의 모습은 상당히 처량하다. 선하고 바른 랠프는 보호받지 못하는 야속한 현실 반영이 안타깝고도 애석하다. 이런 아이러니하고도 이율 배반적인 현실의 이치, 인간의 어두운 면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그 과정들, 극한의 상황과 피할 수 없는 사고들까지... 소설을 모두 읽고 나서도 나의 마음 한 켠에는 그 무언가 찝찝하고도 불쾌한 자투리가 남아 있었다.

"너는 바보 같은 애구나" 하고 파리대왕이 말했다.

"그저 무식하고 바보 같은 애야."

사이먼은 부르튼 혀를 움직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너도 네가 바보라는 것을 잘 알지?"하고 파리대왕이 말했다.

어둠에게 주는 선물 (p225)

파리대왕의 존재가 등장하는 유일한 부분이다. 사이먼은 짐승의 존재를 인식하고 소년들에게 이를 알리고자 했으나 오히려 짐승으로 오해를 받아 살해당한다. 멧돼지 머리에 파리들이 가득 들러 붙어 있는 기괴한 모습이 떠오른다. 사이먼은 파리대왕 즉, 환영의 소리를 듣는 것처럼 묘사되는데 마치 암덩어리의 시작처럼 느껴졌다. 파리대왕은 어쩌면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모가 발현된 하나의 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절대 통제할 수 없는 그간 만나지 못했던 인간 본연의 어두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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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 - 자유롭고 단단한 삶을 위한 이기심의 심리학
이관호 지음 / 다산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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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


니체의 철학을 이해하고 니체의 철학에 환호했다

니체의 철학이 궁금했다. 니체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로 니체 철학의 첫 책으로 올해 초에 대표 저서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다. 그런데 함축적이고 은유적 표현들이 많아서 니체의 철학을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찾아보니 온전히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선행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들이 존재했다. <선악의저편>, <도덕의 계보>, <우상의 황혼>, <즐거운 학문> 이렇게 4권의 책을 읽어야 니체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니체의 철학에 다가서는데 약간의 좌절감을 맞본 입장에서 니체 철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쓴 <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를 선택했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어, 니체의 철학을 이해하기 쉽게 돕고 있다. 단순하게 니체의 글만을 인용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저자의 설명이 함께 있으니 니체의 철학 세계를 전문 가이드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통해 니체의 철학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 그리고 니체의 철학에 환호했다.



세가지 이기주의

나쁜 이기주의 -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의 이익만을 위하는 태도

니체의 건강한 이기주의 -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추구하며 나를 위하는 태도

사이비 이기주의 - 나를 위한다고 여기지만 나다운 길이 무엇인지 모른 채 남을 위하는 태도

들어가는 글 -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p17)

이기심이라는 단어만 봤을 때 부정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니체가 말하는 건강한 이기주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니체의 철학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이기주의가 아닌 건강한 이기주의에 대해 말한다. "이기심은 고귀한 영혼의 본질이다.(p22)"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는 별처럼 멋진 이기주의자가 되는 길로 안내하는 니체의 철학은 스스로를 더욱 사랑하고 나의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길잡이와 같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까닭은 그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감정을 위해서다. 우리는 착하기 때문에 남을 돕는 게 아니라 이기적이기 때문에 돕는다. 스스로를 겁쟁이라고 느끼지 않기 위해 혹은 남에게 겁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굴욕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남을 돕는다.

세 번째 마음 수업 '동정' (p86)

정말 재미있는 내용이다. 니체의 철학에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나의 감정을 위해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한다는 말이 자칫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아이를 구하지 않았을 때 오는 죄책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런 가정을 하고보니 결국 나를 위해 그 아이를 구한다는 관점이 결국 맞다. 이기심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발휘 되는 순간이다.


니체를 만났다면 이제 싫은 인간은 마음껏 미워해도 된다. 양심의 가책? 니체의 심리학에서 배제되는 언어가 바로 양심이다. 선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니체가 선한 마음에 우월한 가치를 부여했을 리 없다. 그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감정을 억누르면 정신병에 걸린다고 경고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미운 사람은 미워하는 편이 낫다.

여섯 번째 마음 수업 - 미움 (p161)

니체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진정으로 나를 위한 철학이다. 미워하는 마음을 억누르면 나에게 병이 생기니 마음껏 미워해도 좋다는 이 말이 어쩌면 현대인들에게는 치유와도 같은 조언이자 철학이다. 심지어 누구를 미워할 거라면 훌륭한 적을 두라고 말한다. 적에 대한 경외심은 나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스스로를 증오하는 사람은 멀리하고,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스스로 무너지면 안된다 말한다. 사랑했던 이와 헤어졌다고 미워하지도 말라 한다.



우리가 초조한 이유는 돈이 느리게 쌓인다고 밤낮 끔찍하게 '조급해하고' 또 돈이 쌓이기를 끔찍하게도 '열망하기'때문이다. 그런데 과도한 조급함과 열망은 희생물을 필요로 한다. 예전에는 신을 사랑해서 일했고 지금은 돈을 사랑해서 일한다.

아홉 번째 마음 수업 - 불안 (p234)

현대인에게 돈은 불안과 초조함의 원인이다. 부자가 되고 싶어 돈을 모으고 싶어 열망하고 조급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그냥 지금 살고 있을 뿐이고 되도록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p240)" 목적을 바라보는 삶이 아니라 지금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듯 하다.

"꿈이 삶을 위해 존재할 뿐이지 삶이 꿈을 위해 존재하지 않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p245)." 꿈은 그저 꿈일 뿐이고 나의 삶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어쩌면 흔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 흔한 진리를 잊고 살아간다. 삶의 의의를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돈을 위해 아등바등 하지말고 과정을 즐기면서 살아가야 하겠다.



책을 읽고나니 관심이 가는 책들이 참 많다.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읽지 못한 책이 태반이다. 읽었더라도 그 뜻을 온전히 이해하며 읽지 못한 책도 많다. 그만큼 어려운 책일지도 모르겠다. 참 신기하게도 어려운 상대일수록 정복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다.

  • 니체 - <선악의저편>, <도덕의 계보>, <우상의 황혼>, <즐거운 학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아침놀>

  • 헤르만 헤세 - <데미안>

  • 니코스 카잔차키스 - <그리스인 조르바>

  •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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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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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스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스테판 츠바이크 Stefan Zweig 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입장에서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를 읽었다. 140페이지 남짓하는 짧은 분량, 고작 9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는 책이기에 사실 조금 의아했다. 지금까지 읽었던 에세이들은 상당한 분량과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책 한 권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에세이집이라 하면 다양한 즐길거리를 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첫 에세이 '걱정 없이 사는 기술'을 읽자마자 놀랐다. 이 작가가 보통의 흔한 작가가 아니구나. 첫 에피소드에서 그 내공을 단숨에 느낄 수 있었다. 그닥 어렵지 않은 단순한 문장과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에세이에 담긴 메세지가 상당히 깊이 있고 철학적이며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아우르고 있음에 감탄했다.

시대를 관통한다는 의미를 체감한다. 1940년대에 씌여진 이 글들은 지금 읽어도 우리의 삶과 시대에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저자의 통찰력과 식견이 시대를 불문하고 통한다는 의미이기에 고전의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한 자질을 이미 갖춘 작가라 여겨진다.

때때로 사소하고 어리석은 돈 걱정이 들 때면, 나는 당장 단 하루에 필요한 것 이상을 원하지 않아 늘 여유롭고 태평하게 살 수 있는 이 남자를 떠올린다. 허름한 홋차림의 그를 여러 차례 보았다. 그는 늘 한결같이 쾌활하고 태평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이런 상호 신뢰의 비결을 배운다면, 경찰도 법원도 교도소도 돈도 필요 없을 거라고. 필요한 만만 대가를 받고 능력이 닿는 한 힘껏 돕는 이 청년처럼 모두가 산다면, 부조리가 반복되어 '사회문제'가 되는 우리의 복잡한 경제 시스템도 어쩌면 해결될지 모른다.

p22


첫 에세이는 '안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당장 단 하루에 필요한 것 이상을 원하지 않고 늘 여유롭고 태평하게 살아가는 안톤은 언제나 당당하고 여유롭다. 주변 사람들이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던 이 남자 안톤을 통해 저자는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한 해답을 보고 있다.

이런 진짜를 알아보는 저자의 식견 또한 대단하게 느껴졌다. 나라면 안톤과 같은 사람을 보고 그저 좀 특이한 사람이라고 치부했을 것만 같다. 오히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주제넘는 조언을 던졌을지도 모르겠다. 치열하게 돈의 굴레 아래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안톤과 같은 삶의 자세가 어쩌면 정말 필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스테판 츠바이크 Stefan Zweig

첫 에세이를 읽자마자 나는 '스테판 츠바이크'에 대해 궁금했다. 내가 잘 모르는 작가이기도 하고 시대적으로 오래된 인물이기에 그 당시의 상황과 작가가 처했던 당시 시대를 이해하면 그의 글을 이해하기가 더 수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극작가, 전기작가로 다양한 작품활동을 했다.

  • 전기: <조제프 푸셰>, <마리 앙투아네트>, <메리 스튜어트>, <에라스무스>, <마젤란>,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발자크>

  • 중,단편 소설 : <체스 이야기>, <아모크>, <낯선 여인의 편지>, <감정의 혼란>, <연민>

  • 회고록 : <어제의 세계>

유대인으로 나치의 압박을 받았다. 나치에 의해 자신의 책이 금서로 지정되었다. 자유를 갈망하고 평화주의를 주창했다. 9개 에세이 중에서 마지막 '거대한 침묵', '이 어두운 시절에', '하르트로트와 히틀러'를 통해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빈과 베를린 대학에서 독일 및 프랑스 문학을 전공, 1901년부터 작가활동을 시작했다. 1942년 '자유의지와 맑은 정신으로' 떠난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내와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우리는 비록 돈에 실패했지만, 삶의 용기와 기쁨을 잃지는 않았다. 오히려 돈의 가치가 떨어질 수록 삶의 오랜 가치(일, 사랑, 우정, 예술, 자연 등)가 더욱 중요해졌다.

p42

사상 초유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스테판의 일화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한다. 돈이 가진 가치가 사라진 세상이 끔찍하게 변할 것이란 우려와는 달리 사람들은 다른 더 중요한 가치들의 소중함을 보게 된다. 돈에 얽메어 돈을 바라보고 돈을 벌기 위해 아둥바둥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일화는 멈칫 뒤를 돌아보게 한다.

그저 묵묵하게 삶을 살아가는다는 표현이 맞을까. 모두가 해냈다. 시인과 작곡가는 계속해서 작품을 창작했고, 젊은이들은 산으로 하이킹을 가고, 댄스홀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새로운 기업과 공장의 집이 빠르게 늘었다고 한다. 돈의 미친 죽음의 춤이 3년간 지속되었고 정상화되었지만 사람들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돈이 주인이 아니며, 우리 삶의 지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의 작업실에서 머물렀던 그 한 시간에 나는 학교에서 여러 해 동안 배웠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때 이후로 나는 인간의 모든일이 어떻게 수행되어야 선하고 유효할 수 있는지 알았다. 자기 자신과 모든 목표 및 목적을 완전히 잊고, 오직 도달할 수 없는 궁극적 목표인 완벽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p77

천재 조각가 로댕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데 로댕을 만난 경험 역시 남다르다. 자신이 존경하는 로댕을 직접 만나볼 수 있었고, 로댕은 약속을 다시 잡아서 친절히 자신의 작품을 보여준다. 어느 한 순간, 로댕은 작품에 몰입하여 스테판 츠바이크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 그 시간과 공간에 게의치 않고 오로지 작품 완성에 약 한시간 가량 빠져있었다.

로댕은 작품 세게에서 빠져나와 스테판을 보고 놀란다. 작품을 완성하는데만 온 정신이 몰두해 있어서 다른 모든 요소를 잊은 것이다. 천재의 집중력이 이러한 걸까. 어쩌면 이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오히려 스테판은 인생 최대의 교훈을 얻는다. 작품에 완성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완벽에 가까운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 몰두하고 몰입하는 그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에술이 아닐까.

스테판에게 로댕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영광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나의 모습을 봤을 때, 이렇게 자리에 앉아 스테판의 귀중한 책을 읽는 것이 나에게는 크나큰 영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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