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행복할 일만 가득할 당신에게
김태환(장문) 지음 / 새벽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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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행복할 일만 가득할 당신에게

편안하게 펼쳐 읽기 좋은 공감과 위로의 에세이

가끔은 책을 읽는 것조차 버거울 때가 많다.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모든게 귀찮고 누군가 만나기도 싫고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널부러져 있고 싶을 때가 있다. 누군가에겐 어쩌면 이런 여유가 사치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무력함 가운데 있는 이들은 쉽사리 그 안에서 벗어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소설책을 펼쳐 온 정신을 쏟아 보아도 이내 딴짓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인내심과 끈기가 점점 사라져가는 내 자신을 발견하며 탄식의 한숨이 푹푹 새어나온다. 그러다 그 옆에 놓인 이 책 <매일 행복한 일만 가득할 당신에게>를 펼쳤다. 크게 부담없이 펼칠 수 있는, 온 정신을 쏟지 않아도 되는, 슬쩍 펼쳐 읽다가 잠깐 딴짓을 해도 괜찮은, 한 장 혹은 두 장 정도만 읽어도 괜찮은 책이다. 그렇게 한 장 두 장을 읽고 넘기고그러다 피식 웃었다.

공감가는 글들이 많다. 사회 생활을 좀 해본 동년배의 글로 느껴졌다. 생각하는 방향 혹은 결이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약간의 조언과 다독임이 글에서 느껴진다. 그래서 작가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김태환(장문) 작가를 검색해 봤다. 그런데 어라? 1996년생이라구요? 이제 서른이 다가온다고요? 저보다 10년은 더 어리다고요? 내가 나이 사십이 다 되어 그나마 깨달은 사실들을 김태환 작가는 이미 다 알아버렸구나 싶었다. 그런데 사실 그런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그의 글이 공감이 되고 내 마음에 위로가 되니 그것으로 충분한 것을.


어떤 길을 가든 우리는 그 선택을 옳게 만들 능력이 있다. 그리고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 그러니 이미 마음을 정하고 결정했다면, 흔들리지 말자. 자신의 선택을 믿고 나아가다 보면, 결국 더 좋은 일들이 펼쳐질 것이고, 더 좋은 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나아가자 (p61)

익히 들어본 흔한 위로일지라도 뭔가 위로가 된다. 잘될거야. 좋은 일들이 펼쳐질거야. 이런 말들은 그 말 자체에 힘이 있나보다. 뭔가 마음 속에 숨겨져 있던 그 작은 힘이 몽글몽글해지는 듯한, 없던 힘이 생겨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지금 개인적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할까 하는 고민이 있다. 잘 해낸다는 일은 사실 어렵고 힘든 일이기에 흔들리고 또 흔들린다. 아직 선택을 하지 못한 상태라 더 그럴지도 모른다. 선택을 하는 순간부터는 쭉 밀고 나아가겠으나 그 시작이 힘든 것도 사실이다. 쓸데없는 고민이라 생각치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웅크린 순간이기에 용기와 도약이 필요하다.


뜻하지 않는 일들로 관계가 틀어졌을 때, 잘 풀리지 않는 관계를 억지로 풀려고 하지 말 것. 어차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해가 자연스럽게 풀리고 다시 관계를 회복할 것이니. (중략) 너무 관계에 마음 쓰면서 아파하지 말 것. 어차피 남을 사람은 남고 떠날 사람은 떠나게 되어 있으니.

결국 남을 사람은 남고 떠날 사람은 떠난다 (p100)


나의 생각과 정말 똑같아 놀랐다. 누군가 나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오해를 굳이 풀려 하지 않는다. 나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오해와 관련해 나에게 먼저 사실 관계를 확인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냥 그 잘못된 사실을 의심하지 않고 믿을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힘들다. 끈끈했던 관계는 점점 멀어지고 애쓰지 않으면 잊혀져 간다. 고독과 외로움이 익숙해져간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보다 스마트폰 화면과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감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나의 능력도 무언가 쇠퇴해 가는 느낌이다. 이러한 고민들을 누군가와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잘 산다는 건,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 자주 웃고, 마음껏 사랑하며, 때로눈 가볍게 내려놓을 줄 아는 것. 결국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보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사람들이 더 행복한 법이다. 그것이 그들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고, 행복의 척도다.

잘 산다는 것에 대하여 (p157)

나는 잘 살고 있는가. 누군가 묻는다면 쉽사리 대답하기 힘들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그래, 나름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문득 이런 작은 질문에도 그 기준이 나에게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 스스로는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 묻는다면 그 대답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 상황이 그 기준이 남에게 있기에 그런 듯 하다.

좀 당당해질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나름 잘 살고 있다. 이것으로 스스로 만족하고 있기에 내가 잘 살고 있다고 말해도 될텐데. 눈치보는 내 성격이 안타깝기도 하다. 남 눈치 안보고 사는 것이 어쩌면 나에게 더 잘 사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들의 방식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더 당당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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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피카츄 - 포켓몬스터 공식 컬러링북
시공사 편집부 지음 / 시공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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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내 친구 피카츄

색칠공부하기 좋은 아동 컬러링북 아이템

포켓몬 세상이 이제는 정말 복잡해져서 피카츄, 꼬부기만 알던 어른 세대에게 포켓몬은 미지의 영역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아이들도 모든 캐릭터를 다 알고 포켓몬을 좋아하기 보다 포켓몬에 나오는 귀여운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는 듯 합니다.

아직은 볼빨간 노란 피카츄의 귀여움을 이겨낼 포켓몬은 없는 듯 합니다. 귀여운 피카츄가 그려진 컬러링북의 표지를 보자마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내 친구 피카츄>는 포켓몬스터 공식 컬러링북입니다.



어른들이 익히 알던 포켓몬 도감은 1세대 관동도감입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9세대까지 발전되었습니다.

가라르(8세대), 팔데아(9세대) 인기 포멧몬 도감 39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포켓몬 컬러링 도안 52컷이 담겨 있습니다. 세대별 포켓몬 샘플 컬러링 3종씩 수록이 되어 있어요.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와 같은 초기 세대 포켓몬들도 있어서 좋아요.

도양이 참 다양해서 좋았어요. 소풍, 여행, 생일파티와 같은 다양한 컨셉의 컬러링 도안이라 도안 고르는 재미도 있답니다.



첫째와 둘째 모두 색칠을 하기 위해서 도안을 칼로 잘랐어요. 테이블에 앉아 색연필로 열심히 색칠하고 있답니다.

첫째는 제법 미적 감각이 반영되는데, 아직 어린 둘째는 끄적이는 수준이긴 합니다.

그래도 나름 피카츄는 노란색으로 칠하고 포켓몬마다 다른 색으로 꾸미고 있네요. 재미있게 색칠하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에 좋습니다.




<내 친구 피카츄> 컬러링북을 좋아하는 둘째는 자신의 책상 위에 책을 고이 모셔두고 있어요. 둘째가 현재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 위치하는 자리가 바로 책상 위입니다.

포켓몬을 아이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주말에 무료함을 달래 주기에도 좋고 카페에서 차분하게 앉아 색칠공부도 할 수 있어요.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컬러링북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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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이어폰 도깨비 - 우리 반 물품 상자의 비밀
권영이 지음, 김연제 그림 / 풀빛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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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빛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곤소곤 이어폰 도깨비

친구의 속마음이 들리는 소곤소곤 이어폰





초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딸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곤소곤 이어폰 도깨비>를 선택했습니다. 요즘 딸은 인기가 많은 만화로 된 아동 도서를 즐겨 읽곤합니다. 딸이 글자수가 조금 더 많은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고심 끝에 골랐습니다. 이 책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세 친구가 등장합니다. 말을 밉게 하는 능서는 입으로 말방구를 내뱉습니다. 친구들이 듣기 싫은 말을 하기에 말방구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답니다. 착한 소영이는 능성의 짝궁이며 착한 척한다고 오해를 받습니다. 그리고 마음과 행동이 반대인 아주 앙큼한 민지가 등장합니다.




역시, 신상품 이어폰 기능은 대단해. 재하 생각을 들었을 때는 잘못 들었나 의심했었는데 진짜였어! 내가 궁금하다고 하면 이어폰이 다 듣게 해 주는 건가 봐. 와, 이 이어폰 대박이다! 도깨비 같아!

p38



'친구의 속마음이 들리는 이어폰'이라는 소재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도깨비를 닮은 도가비 선생님이 어느 날 나무 상자를 가져옵니다. 나무 상자에는 분실물이 들어 있습니다. 누군가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가져가도 좋다고 도가비 선생님은 말씀하십니다.


능서는 나무 상자에서 반짝하는 이어폰 하나를 발견합니다. 호기심에 이어폰을 귀에 꽂았는데 놀랍게도 친구들의 속마음이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능서는 그렇게 이어폰의 힘으로 착한 소영이의 속마음 고민도 듣게 되고, 민지가 겉으로 하는 말과 속마음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친구들의 속마음을 몰래 듣게되는 능서는 겉과 속이 다른 친구의 모습에 의문을 품게 되고, 몰랐던 사실들도 알게 됩니다.




민지는 소영이가 능서와 친해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소영이는 그저 짝꿍이 된 능서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능서는 자신이 뱉는 말방구에 대해 반성하고 친구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며 세 친구의 사이는 조금씩 가까워 집니다.

아이들이 읽기 딱 좋은 분량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어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누군가의 속마음이 들린다는 소재가 매우 흥미로웠고 학교 생활을 담고 있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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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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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책방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노르웨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낯설다. 저자의 이름 '프로데 그뤼텐' 역시 그렇다. 노르웨이 현대 문학의 소설가, 시인,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저자는 1960년 생으로 노르웨이에서 최고 권위의 문학상 브라게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꾸준히 작품활동을 했고, 각종 상을 수상하며 인정받는 작가다.

  • 시집 <시작>(1983)

  • 연작소설 <벌통의 노래>(1999) 브라게문학상 수상, 노르딕평의회문학상 후보

  • 장편소설 <표류하는 곰> (2005) 리버튼문학상 수상

  • 단편집 <Rom ved havet, rom i byen> (2007) 뉘노르스크문학상, 멜솜문학상 수상

  • 소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


그의 마지막 날은 이렇게 흘러갔다. 항해일지를 펼쳐 놓은 채 핸들 옆에 서서, 과거의 소리와 라디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11월의 하늘은 그의 머리 위에 있었고, 그의 발밑에서는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p38

처음엔 독특한 설정에 쉽사리 이해가 어려웠다. 페리 운전수 닐스 비크가 놀라는 기색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망자들을 만나는 상황에서 이 사람이 원래 망자를 보는 건지, 마지막 날이기에 망자를 본다는 것인지, 이미 죽어서 배를 타고 이승에서 배를 타고 다니는 것인지 살짝은 당혹스러웠으나 약간은 다른 문화적 차이 혹은 작가가 준비한 소설의 세계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탓인 듯 하다. 사실 우리의 문화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존재한다. 죽음에 임박했을 때 세상을 먼저 떠난 이들이 마중을 나온다는 이야기라던가 죽음의 순간 살아왔던 인생의 모습이 한 순간의 영화처럼 지나간다는 이야기들을 들을 적이 있기에 매우 낯선 상황만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혔다.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잊혔다.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은 떠나가고 없다. 물살은 낮과 밤을 지우고, 모든 것을 서로 연관성이 없는 조각들로 분리한다. 피오르는 망각이다. (중략) 단지 잔잔하고 푸른 수면만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은 이전과 똑같이 지속된다. 밀물과 썰물의 흐름과 함께.

p209

이 책을 읽을 때의 주안점은 바로 이런 표현들이다. 시적이고 함축적이면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한 번만 읽고 이해하기는 살짝 갸우뚱해지는 표현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어 한 번쯤 다시 읽게 만든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단어들도 한 몫 하는데, 그 중 '피오르'는 빙하로 만들어진 좁고 깊은 만을 의미한다. '피오르는 망각이다.' 라는 표현이 나를 멈춰 세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기억들과 피오르를 오가는 한 노인은 망각이라는 단어로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노르웨이 피오르에서 페리 호를 운행하는 닐스 비크, 열다섯살부터 사람들을 배에 태워 옮겨 주는 일을 업으로 삼은 그에게 마침내 오늘 생의 마지막 날임을 직감한다. 그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바다에 배를 띄운 그의 앞에 평생 배에서 만났던 죽은 이들을 하나씩 만나게 된다. 죽은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닐스가 살아왔던 그간의 삶을 함께 들여다 본다. 이 마지막 여정에는 세상을 먼저 떠난 강아지 루나가 닐스의 말벗이 되어 준다.



청소라는 것이 일종의 발굴 작업, 지난 시간과 삶을 천천히 발견하는 직업, 남겨진 모든 이들이 거쳐 가야 할 작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작업을 한다 해도 결국엔 마르타가 곁에 없다는 사실만 깨닫게 될 뿐이라는 것을 잘 고 있던 그가 마지막으로 꺼낸 물건은 그녀의 검은 웨딩드레스였다.

p88

그의 과거 이야기들은 마치 페리로 여행을 하며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과 같이 예상치 못한 이들을 만나는 가운데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다양한 에피소드들 가운데 이 소설에서 가장 주요한 부분은 바로 사랑하는 아내 마르타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얀 웨딩드레스가 아닌 검정 웨딩드레스를 골랐던 아내, 뇌졸증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그녀와의 추억들은 삶의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나에게 약간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닐스가 로버트가 아내와의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는데 있다. 로버트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아내는 그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닐스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사랑이라면 이런 것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일까. 그럼에도 아내를 사랑했던 닐스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나는 깊은 심연에 빠진다.

당신은 배에만 충실했어요. 항상 그랬어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죽으면, 당신은 하루 종일 배에 있을 수 있으니 좋지 않은가요?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그는 마르타에게서 수첩을 빼앗아 이렇게 적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내가 바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p255

닐스 비크의 삶을 어쩌면 매우 평범해 보인다. 그 평범한 삶 안에 결코 평범치 않은 일들로 가득하다. 우리의 삶도 어쩌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안타까운 닐스의 동생의 이야기라던가, 아이를 낳지 않고 독립해서 살아가는 두 딸의 모습 등은 비극이라 보기보다 삶의 일부분이자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또 다른 삶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내가 삶의 마지막에 섰을 때, 비몽사몽 사리분간 하지도 못하며 그저 죽음을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살아온 삶을 뒤돌아 보며 그저 잘 살았다고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이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어쩌면 길지 않은 우리의 이 삶이 잠시 머물다 가는 쉼터처럼 아주 짧은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짧은 이 삶이 후회없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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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주현 옮김 / B612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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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612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최악의 환경에서 사랑으로 피어난 꽃과 같은 이야기



'찰스 디킨스'의 작품은 '스쿠르지'로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 한 권만 읽었기에 그의 스타일은 온전히 알지 못했다.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은 기존에 번역된 책도 없거니와 정보를 찾아봐도 좀처럼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원작 소설은 1895년 <Doctor Marigold> 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연극 공연과 함께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제야 이 책이 한국에 번역되었다는 사실이 의아할 정도다.

책을 읽지 않고 제목만 봤을 때는 메리골드라는 심리학자가 심리학적 처방전을 우리에게 선사하는게 아닌가 싶었으나 실제 닥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길에서 태어난 자신의 출생을 도와준 의사의 대한 경의로 아버지가 닥터라는 이름을 붙여 지어준 것이다. 또한 닥터 메리골드는 떠돌이 행상인으로 수레에서 생활하며 물건을 팔며 떠돌아 다닌다.




아이에게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점은 왜 내 이름이 닥터가 되었는지다. 실제 의사도 아닌데 말이다. (중략) 아이가 나를 의학 지식을 갖춘 의사로 착각해 처방전을 발급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책을 나의 처방전이라고 이름 붙이면 아이는 곧 이 처방전들이 오직 자신의 재미와 흥미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할 테지. 책을 본 아이는 기분 좋게 웃거나 울 테고, 그러면 그 책은 우리가 어려움을 함께 극복했다는 유쾌한 증거가 될 터이다.'

p45

결혼 후 아내는 딸 소피에게 폭력을 일삼고 아이는 죽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부모의 폭력에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청각 및 언 장애 소녀를 멜빵으로 거래하여 의붓딸로 맞이한다. 그 소녀에게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소피의 이름을 붙여주고 정성으로 돌본다. 열심히 돈을 모아 딸을 시설에 보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닥터 메리 골드는 아무도 읽은 적 없는 이야기들을 책에 담아 딸에게 선물하고 싶어한다. 그 이야기들이 바로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이다. 책은 1장을 시작으로 8장까지 구성되어 있고, 2장부터 7장까지는 6가지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으며 1장과 8장의 닥터 메리골드와는 직접적 관련은 없다. 별개의 단편으로 봐도 무방하다. 책 속의 책의 형태인 액자식 구성이라 할 수 있다. 1장과 8장은 서로 연결되어 메인 스토리로 구성된다.





소피가 떠나고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떨리는 손으로 쓴 듯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아버지, 일주일 전쯤 예쁜 딸을 낳았어요. 이 편지를 쓸 만큼 저는 아주 괜찮아요. 사랑하는 아버지, 제 딸만은 언어장애인도, 청각장애인도 아니기를 바라지만,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어요."

p270

8장에서 완성되는 닥터 메리골드의 소피 이야기는 가슴 뭉클한 결말을 맺는다. 소피는 학교에서의 교육을 마치고 아버지와 함께 떠돌이 행상의 생활을 함께 한다. 그러다 곧 소피는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랑하는 남자과 아버지와의 삶 사이에서 고민한다. 의붓딸 소피는 사랑하는 이를 포기하고 아버지와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메리골드는 이를 알아차리고 소피를 남자와 함께 살아가도록 보내준다. 소피는 결혼하고 중국으로 가서 살아가고 아버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또한 소피는 장애가 없는 딸을 얻는다. 행복한 가정을 이룬 소피의 가족은 아버지 닥터 메리골드를 찾아와 서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닥터 메리골드와 소피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이 책을 충분히 가치있게 한다.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장애는 그 어떤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가르침, 같은 수레에서 살아가더라도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은유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수레라는 작은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며 북작대며 삶을 이어간다. 가족은 서로 돕고 의지하여 성장할 수 있으며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한 삶에 장애는 서로 이해하고 보듬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지와 수전은 재회했다. 조지가 가슴에서 작은 실크 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 안에는 시들어버린 홉이 들어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손을 대면 바스러질 정도로 홉은 시들었다. 조지는 그 시든 홉을 수전에게 건네주었다.

p257

'5장의 복용을 시도해볼 것'에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른 단편들도 인상 깊었지만 유독 이 5장의 단편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인 조지를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여인 수전의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측은함이 느껴졌다. 돈과 강압, 협박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깁스의 악마 본성은 스스로 쌓은 업보로 인해 무너졌다. 과연 현실에서도 소설처럼 이렇게 권선징악의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까라 묻는다면 속시원히 대답하기 힘들 것 같다. 그렇기에 이렇게 소설에서나마 우리는 올바른 정의가 승리하기를 기원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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