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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평점 :
* '도서출판 미래지향'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하늘과 땅 식료품점
The Heaven & Earth Grocery Store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2023년 아마존, 반스 앤 노블에서 '올해의 책 종합 1위' 라는 점이었다. 많은 이들의 이 책에 수많은 찬사를 보내는 덕분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겨났다.
2023년 아마존 '올해의 책 종합 1위'
2023년 반스 앤 노블 '올해의 책 종합 1위'
타임지 · 워싱턴 포스트 올해 최고의 책
독자선정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
2024년 미의회 도서관상 수상
A24 &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화 확정
버락 오바마 2023년 올해의 추천 도서
제임스 맥브라이드 (1957년생)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 재즈 뮤지션
저자의 이력을 알고 이 책을 보는 것이 좋다. 저자의 삶이 곧 책에서 묘사된 모습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목사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이민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흑인의 삶을 살았던 그의 소설들은 흑인, 유대인, 장애인 등이 다수 등장한다. 미국 소시민의 삶과 역사에서 부터 인종 차별, 이민자, 장애인 들에 대한 편견, 차별 및 오해에 대한 내용을 소설에 담았다.
1996년 <컬러 오브 워터> 어머니와 가족에 관한 에세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2년 이상 등재, 고등학교 대학교 교재에 등재
2003년 <안나 성당의 기적> 2차 세계대전 실화 바탕의 소설, 2008년 '성 안나의 기적' 영화화
2009년 <아직 불리지 않은 노래> 흑인 노예 문제 소설, 작가로서의 입지 확고히 함
2009년 <더 굿 로드 버드>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 2013년 전미도서상 수상작, 국가인문훈장 수상
2020년 <어메이징 브루클린> 아마존 2020년 베스트 셀러 1위, 2020년 뉴욕타임즈 최고의 도서 TOP10 등
2024년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그의 책들 중에서 특히 <어메이징 브루클린>은 오프라 윈프리 2020년 북클럽 선정 TOP 20, 버락 오바마 선정 '올해의 책'으로 다음에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나의 리스트에 올려두었다.

치킨힐의 등장 인물들
모셰, 초나, 도도
487페이지에 달하는 상당한 분량의 장편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펜실베이니아 포츠타운의 작은 마을 치킨힐이다. 축복받은 땅, 기회의 땅의 미국에서 꿈을 실현하고자 모여든 이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다양한 인종이 서로 잘 어우러져 살고 있으나 미국이라는 나라는 차별이 만연한 나라다. 무심하게 서술되는 이야기 속에 그 뿌리 깊숙한 차별의 심연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때마다 거의 매번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각 인물들의 서사가 마치 단편과 같은 느낌으로 각 챕터마다 담겨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분리된 듯한 내용이기에 다양한 인물들을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 인물들은 하늘과 땅 식료품점과 연관된 인물들이다. 핵심 인물인 '모셰'와 '초나' 그리고 '도도'와 연관된 인물들로의 서사가 더해지면서 조금씩 그 영역이 확장되어 간다.
주요 인물들에게만 서사를 부여하는 여느 소설과는 그 결이 좀 달랐다.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인물 '닥'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악역이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 없는 이유는 그 서사를 통해 인물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탓이다. 물론 그의 몸쓸 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초나의 옆집의 많은 흑인 아이들을 키우는 초나의 옛 친구 '버나스'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나름 흥미로웠다. 소원해진 두 사람의 관계였으나 도도를 숨겨주는데 거리낌이 없었던 버나스의 모습에서 특별한 인연의 끈이 느껴졌다랄까. '버나스'가 단순히 '도도'를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숨겨주는 내용이 나왔더라면 그 감흥이 덜했을 것 같은데, 그 둘의 오랜 뒷 이야기를 안다면 치킨힐의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유대감과 끈끈하게 연결된 보이지 않는 실을 우리는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네이트', '애디', '페이퍼', '패티', '이삭', '빅솝', '노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각 등장인물은 각각의 사연들로 연결되어 소설의 말미에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모두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힘이 더해져 치킨힐의 정의는 이뤄진다.

"무게가 다르면 저울을 바꿔야 한다고. 하느님은 잘못을 전부 다 알고 계신다고." (중략) "그 말은 그 아이를 펜허스트에서 빼내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거라는 뜻이야."
p237
소설의 초반에는 해골이 등장한다. 1972년 도심 개발로 땅을 파다 오래된 우물 바닥에서 발견된 해골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남긴 채, 소설의 시간은 47년 전으로 돌아가 모셰의 이야기로 부터 시작한다. 모셰는 다리를 저는 초나에게 반했다. 모셰는 초나를 아내로 맞이한다. 불편한 몸이지만 항상 밝고 사람들을 위할 줄 아는 매력적인 여인이다. 그녀는 유색인, 유대인, 흑인들과 거리감을 두지 않고 친하게 지낸다. 모셰는 유대인 극장을 운영한다. 모셰는 유대인 극장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미래를 위해 하늘과 땅 식료품점을 번화가로 옮기자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초나는 지금의 삶을 만족하며 치킨힐의 애정을 갖고 현 위치를 고수한다.
모셰와 초나 둘 사이에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그들에게 흑인 아이인 도도가 찾아온다. 도도는 불의의 사고로 귀머거리가 되었다. 다행히 사람의 입을 읽어 어느 정도의 대화가 가능하고 영민한 아이다. 초나는 이런 도도를 자신의 아이처럼 보듬는다. 그런데 주정부 관계자들은 도도를 쫓았다. 부모를 잃고 장애가 있는 도도를 12살이 되었지만 학교에 가지 않기에 보호라는 명목으로 데려가려 한다. 결국 도도는 적발되고, 펜허스트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돈 많은 유대인이 특별 병실에 돈을 내는 것도, 흑인들이 물밀듯 몰려오는 것도 특이한 일이었다. 간호사들은 자기들끼리 이 나라가 지옥으로 가는 중인 가 보다고 쑥덕거렸다.
p259
그냥 흘러 보낼 수 있는 구절인데 이 부분이 유독 내 마음에 남았다. 초나가 닥과의 일로 인해 가지고 있던 지병이 악화된 것인지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초나가 쌓은 덕망을 알 수 있듯 치킨힐의 다양한 인종들의 사람들은 병문안을 온다. 극장을 운영하며 돈을 많이 벌었던 모셰였지만 특별 병실에 머문다는 사실이 특이한 사실로 비춰진다는 부분이 상당한 차별과 편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서술 안에서 던지는 한 구절 한 마디 안에 그 당시의 시대상을 알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빛나는 검은 머리에 반짝이는 눈, 편안한 미소와 마법의 구슬을 가졌던 그분에 대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캄캄한 어둠 속 등대처럼, 태양이 다시 뜰 때까지 밤새 손가락을 맞대고 있던 그 친구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손가락에 대한 기억, 외롭고 하얗던 손가락, 우정과 연대의 그 손길은 밝게 빛나는 별처럼 그의 기억 속에 반짝이고 있었다.
p482
펜허스트 정신병원이 등장한다. 실제 미국에서 악명이 높은 병원으로 도도는 귀가 안들리는 부분을 제외하면 정상임에도 장애로 인해 강제 구금을 당한다. 그곳에서 몽키팬츠를 만난다. 몽키팬츠는 현시대의 병명으로는 뇌성마비로 극심한 신체적 장애를 가진 소년이며 도도처럼 영민하다. 도도는 귀머거리, 몽키팬츠는 뇌성마비로 대화가 거의 불가하지만 영민한 두 소년은 손가락과 수신호로 암호를 만들어 대화를 해나간다.
처음엔 몽키팬츠의 역할이 무엇일지 궁금했으나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마음이 숙연해졌다. 친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물었을 때 과연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도도가 영원히 몽키팬츠를 잊을 수 없는 것은 그 상황이 되었을 때 몽키팬츠와 같은 용감한 모습을 보일 수 없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소설의 마지막으로 치달을 때까지도 퍼레이드, 코트의 색, 회당과 파이프, 맨홀 뚜껑 등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저자는 섬세하고도 교묘하게 흩뿌린 단서들을 하나로 연결짓는다. 그렇게 소설의 에필로그에 이르렀고, 모든 사건의 결말이 드러나고 나의 마음은 평온해졌다. 마치 마라톤 경주를 끝낸 느낌이었다. 소설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매 순간,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 순간까지 그 끝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나를 뒤흔들었다.
도도를 펜허스트 정신병원에서 구출하는 장면은 사실상 그 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통해 미리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로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를 조금 자세히 그리고 스펙트클하게 구성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토록 기다린 희열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나의 바람대로 권선징악의 결말을 선사한다. 마음이 평안해져서 좋았다. 남을 위하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분명 구원의 손길이 찾아올 것이며, 다른 이에게 고통과 두려움을 주는 사람은 분명 죄를 달게 받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