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주현 옮김 / B612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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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612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최악의 환경에서 사랑으로 피어난 꽃과 같은 이야기



'찰스 디킨스'의 작품은 '스쿠르지'로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 한 권만 읽었기에 그의 스타일은 온전히 알지 못했다.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은 기존에 번역된 책도 없거니와 정보를 찾아봐도 좀처럼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원작 소설은 1895년 <Doctor Marigold> 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연극 공연과 함께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제야 이 책이 한국에 번역되었다는 사실이 의아할 정도다.

책을 읽지 않고 제목만 봤을 때는 메리골드라는 심리학자가 심리학적 처방전을 우리에게 선사하는게 아닌가 싶었으나 실제 닥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길에서 태어난 자신의 출생을 도와준 의사의 대한 경의로 아버지가 닥터라는 이름을 붙여 지어준 것이다. 또한 닥터 메리골드는 떠돌이 행상인으로 수레에서 생활하며 물건을 팔며 떠돌아 다닌다.




아이에게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점은 왜 내 이름이 닥터가 되었는지다. 실제 의사도 아닌데 말이다. (중략) 아이가 나를 의학 지식을 갖춘 의사로 착각해 처방전을 발급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책을 나의 처방전이라고 이름 붙이면 아이는 곧 이 처방전들이 오직 자신의 재미와 흥미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할 테지. 책을 본 아이는 기분 좋게 웃거나 울 테고, 그러면 그 책은 우리가 어려움을 함께 극복했다는 유쾌한 증거가 될 터이다.'

p45

결혼 후 아내는 딸 소피에게 폭력을 일삼고 아이는 죽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부모의 폭력에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청각 및 언 장애 소녀를 멜빵으로 거래하여 의붓딸로 맞이한다. 그 소녀에게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소피의 이름을 붙여주고 정성으로 돌본다. 열심히 돈을 모아 딸을 시설에 보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닥터 메리 골드는 아무도 읽은 적 없는 이야기들을 책에 담아 딸에게 선물하고 싶어한다. 그 이야기들이 바로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이다. 책은 1장을 시작으로 8장까지 구성되어 있고, 2장부터 7장까지는 6가지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으며 1장과 8장의 닥터 메리골드와는 직접적 관련은 없다. 별개의 단편으로 봐도 무방하다. 책 속의 책의 형태인 액자식 구성이라 할 수 있다. 1장과 8장은 서로 연결되어 메인 스토리로 구성된다.





소피가 떠나고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떨리는 손으로 쓴 듯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아버지, 일주일 전쯤 예쁜 딸을 낳았어요. 이 편지를 쓸 만큼 저는 아주 괜찮아요. 사랑하는 아버지, 제 딸만은 언어장애인도, 청각장애인도 아니기를 바라지만,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어요."

p270

8장에서 완성되는 닥터 메리골드의 소피 이야기는 가슴 뭉클한 결말을 맺는다. 소피는 학교에서의 교육을 마치고 아버지와 함께 떠돌이 행상의 생활을 함께 한다. 그러다 곧 소피는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랑하는 남자과 아버지와의 삶 사이에서 고민한다. 의붓딸 소피는 사랑하는 이를 포기하고 아버지와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메리골드는 이를 알아차리고 소피를 남자와 함께 살아가도록 보내준다. 소피는 결혼하고 중국으로 가서 살아가고 아버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또한 소피는 장애가 없는 딸을 얻는다. 행복한 가정을 이룬 소피의 가족은 아버지 닥터 메리골드를 찾아와 서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닥터 메리골드와 소피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이 책을 충분히 가치있게 한다.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장애는 그 어떤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가르침, 같은 수레에서 살아가더라도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은유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수레라는 작은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며 북작대며 삶을 이어간다. 가족은 서로 돕고 의지하여 성장할 수 있으며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한 삶에 장애는 서로 이해하고 보듬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지와 수전은 재회했다. 조지가 가슴에서 작은 실크 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 안에는 시들어버린 홉이 들어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손을 대면 바스러질 정도로 홉은 시들었다. 조지는 그 시든 홉을 수전에게 건네주었다.

p257

'5장의 복용을 시도해볼 것'에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른 단편들도 인상 깊었지만 유독 이 5장의 단편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인 조지를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여인 수전의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측은함이 느껴졌다. 돈과 강압, 협박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깁스의 악마 본성은 스스로 쌓은 업보로 인해 무너졌다. 과연 현실에서도 소설처럼 이렇게 권선징악의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까라 묻는다면 속시원히 대답하기 힘들 것 같다. 그렇기에 이렇게 소설에서나마 우리는 올바른 정의가 승리하기를 기원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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