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을 때의 주안점은 바로 이런 표현들이다. 시적이고 함축적이면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한 번만 읽고 이해하기는 살짝 갸우뚱해지는 표현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어 한 번쯤 다시 읽게 만든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단어들도 한 몫 하는데, 그 중 '피오르'는 빙하로 만들어진 좁고 깊은 만을 의미한다. '피오르는 망각이다.' 라는 표현이 나를 멈춰 세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기억들과 피오르를 오가는 한 노인은 망각이라는 단어로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노르웨이 피오르에서 페리 호를 운행하는 닐스 비크, 열다섯살부터 사람들을 배에 태워 옮겨 주는 일을 업으로 삼은 그에게 마침내 오늘 생의 마지막 날임을 직감한다. 그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바다에 배를 띄운 그의 앞에 평생 배에서 만났던 죽은 이들을 하나씩 만나게 된다. 죽은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닐스가 살아왔던 그간의 삶을 함께 들여다 본다. 이 마지막 여정에는 세상을 먼저 떠난 강아지 루나가 닐스의 말벗이 되어 준다.

청소라는 것이 일종의 발굴 작업, 지난 시간과 삶을 천천히 발견하는 직업, 남겨진 모든 이들이 거쳐 가야 할 작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작업을 한다 해도 결국엔 마르타가 곁에 없다는 사실만 깨닫게 될 뿐이라는 것을 잘 고 있던 그가 마지막으로 꺼낸 물건은 그녀의 검은 웨딩드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