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 - 법정 스님 법문집
법정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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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법정 스님의 말씀에 귀기울이다





간혹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좋은 말씀 하나 부탁 드립니다." 그런 요청을 받는 사람들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지혜가 충만한 분들이다. 우리 시대의 큰 어른이었던 법정 스님에게 좋은 말씀을 이제는 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법정 스님이 남기신 좋은 말씀들이 책에 담겨 있다. 언제 어디서든 그분의 말씀을 만날 수 있다.



한 글자 한 문장 어느 하나 그냥 흘려 버릴 수 없는 지혜가 담겨 있다. 시대가 지나도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진리는 변함이 없다. 법정 스님의 말씀이 그렇다. 그저 스님의 좋은 말씀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고 차분히지며 기분이 새로워진다.



산다는 건 기약할 수 없습니다. 내일 일을 누가 압니까? 순간순간의 일을 누가 알 수 있습니까? 순간순간을 꽃처럼 그렇게 새롭게 피어나는 습관을 들이세요.

사람의 얼굴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p46)

지식이 아닌 지혜를 가지라 말하고, 일상의 모든 일에 정진하라고 하신다. 청소든 빨래든 사소한 일이라도 집중하는 노력을 한다면 맑고 새로운 자신의 얼굴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적게 말하라 하신다. 그래야 맑은 영혼을 갖게 된다고 한다. 태어난 얼굴은 부모가 만들어 준 얼굴이지만 40대가 넘어서면 그 얼굴은 자신이 만든 얼굴이라 한다.



차분한 마음으로 법정 스님의 말씀을 읽으니 일상의 마음챙김을 실천하라고 하신다. 지혜가 아닌 지식만을 갈구하는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고 일상에 정진하면 그러한 마음이 사람의 얼굴에 드러난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닙니다.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만족할 줄 알면 비록 가진 것은 없더라도 부자나 다름없습니다.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닙니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제 자신이 몹시 부끄럽고 가난하게 느끼는 건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 앞에 섰을 때가 아닙니다.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지만 그 단순함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입니다.

지혜의 길과 자비의 길 (p110)

1976년 출간한 법정 스님의 수필집 '무소유'의 내용을 이 책에서도 슬며시 볼 수 있다. 마음을 비우고 나누는 것, 가진 사람이 이미 받은 것에 대해 마땅히 지불해야 하는 보상 행위인 나눔, 나에게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 법정 스님의 말씀들을 하나씩 되새기며 나 자신을 되돌아 본다. 자신을 속속들이 지켜보며 삶을 거듭 개선하는 명상은 지혜의 길이며,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자비의 길을 모두 실행하며 살아가고 싶다.



무소유 책을 구하고자 하니 품귀현상으로 인해 정가보다 오른 가격을 볼 수 있다. 법정 스님이 이 모습을 본다면 어떤 마음이 드셨을까. 무소유 책을 쓰셨으나 그 책을 읽은 사람들조차 무소유를 행하지 않고 그저 얻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온 세상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를 행하라. 위아래로 또는 옆으로 장애와 원한과 적의가 없는 자비를 행하라. 서 있을 때나 깊을 갈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 잠들지 않는 한 이 자비심을 굳게 가지라. 이런 상태를 거룩한 경지라 부른다. 이런 경지에 이르면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루에 한 가지씩 선한 일을 행하라 (p245)

'이웃을 사랑하라'를 가르침을 전하는 예수님의 말씀과 같이 불교에서도 '자비심이 곧 부처님이다'라는 말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전한다. 자비심이란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하루에 한 가지씩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해보자. 하루의 한 가지는 한 방울이라면 언젠가는 항아리를 채우게 된다. 작은 선이라도 하루 한 가지씩 행하는 정진이다.


받는 쪽보다는 주는 쪽이 더욱 충만해집니다. 이것이 나눔의 비밀입니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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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마크 랜돌프 지음, 이선주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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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넷플릭스 창업 이야기






전세계 영화/드라마 구독 서비스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기준 1억 8300만 명의 유료 가입자수를 보유하고 시가총액 1600억 달러의 기업이다. 전 세계에 영향력을 과시하며 넷플릭스 문화를 창조하는 넷플릭스의 창업 스토리에 관심이 생긴다.



넷플릭스 방식을 도입하여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방대한 자료와 더불어 넷플릭스에서만은 장점이 많다. 영화 추천 알고리즘부터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 및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차별화를 두고 있다. 넷플릭스가 처음 어떻게 창업이 되었으며 현재의 모습이 되기까지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창업자 마크 랜돌프가 상세히 전하고 있다.


넷플릭스라는 사업 구상은 신성한 계시의 순간에 떠오른 게 아니었다. (중략) 그런 계시의 순간은 흔하지 않다. 창업 이야기에 등장하는 계시의 순간은 너무 단순화했거나 완전히 지어낸 경우가 많다. (중략) 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형편없는 사업 1000가지를 생각하다가 좋은 구상 하나를 얻는 게 진실이다. 그리고 때때로 나쁜 구상과 좋은 구상을 구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계시의 순간은 없다 (p20)

넷플릭스의 첫 시작은 DVD 판매 및 대여 서비스였다. 그리고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수많은 거절과 부정적 대답을 들었다. 사업 구상이 실현된 1997년은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사업에 뛰어드는 시기였다. DVD를 대여하여 돈을 번다는 구상이 뭔가 그 당시에는 매우 매력적인 일이었다. VHS 아날로그에서 DVD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였기 때문이다.

테는 "완벽한 이름을 찾을 수는 없어. 뭔가에 만족해야 해"라고 말했다. (중략) 모두 집으로 돌아가 하룻밤 자면서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 날, 넷플릭스라는 이름으로 하기로 우리 모두 합의했다. 완벽한 이름은 아니었다. 약간 포르0노 영화처럼 들렸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이름이었다.

'넷플릭스'라는 이름을 정하기까지 (p150)

처음 회사의 이름을 정하는 일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다. 미래에 전 세계가 부를 이름을 정하는 과정은 완벽한 이름을 짓기 위해 모두가 고민하지만 사실 완벽한 이름이란 없다. 잘 알려진 기업들의 네이밍룰을 유념하며 회의를 거듭해 정한 그 이름 '넷플릭스'. X가 포함되어 외설적으로 보일 수 있어 고민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리드는 다른 방향에서 아마존과 제휴하고 싶어 했다. 우리 회사가 성공하려면 DVD를 팔 게 아니라 빌려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내 생각에 리드도 동의했다. 그래서 그는 DVD 판매를 자연스럽게 중단할 방법을 찾았다. 아마존이 DVD 시장에 들어오면 DVD를 사려는 우리 사이트 이용자를 그쪽으로 안내한다. 대여는 우리 사이트에서 할 수 있지만, 구매는 링크를 통해 아마존으로 연결한다는 생각이었다. 아마존도 그런 식으로 대여하려는 고객을 우리 쪽으로 돌릴 수 있다.

너 혼자서는 어려워 (p265)

DVD 플레이어 제조사와의 협업 및 DVD 판매 경쟁업체와의 상생을 모색하는 과정은 아무리 새로운 사업이라 할지라도 스타트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고려해야만 한다. 동일한 사업을 하는 기업이 이미 존재할 수 있고,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도 점검해야 한다. 같은 분야의 기업이 동반 성장한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허나 상대만 좋고 자신에게는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호기롭게 시작한 DVD 무료 대여 쿠폰의 부정 사용으로 인해 타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무려면 어때'라고 나는 생각했다. (중략) 고객 페이지에서 기한도 연체료도 없는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 서비스를 한달 무료로 이용할 기회를 제공하려고 했다. 우리가 그들에게 DVD 네 장을 보내고, 그들이 DVD를 반납하면 다시 다른 DVD를 보내주려고 했다. 그리고 한 달이 끝날 때 그들이 따로 취소하지 않으면 어떤 주요 신용카드로든 자동으로 매달 15.99달러가 결제되게 하려고 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다 (p308)

넷플릭스의 과금 방식은 한달 무료 사용을 제공하고 매달 신용카드가 자동 결제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매우 흔한 방식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내며 고객들이 만족하며 꾸준히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그러나 이 방식을 처음 고안해낸 시기가 1999년이었음이 놀랍다. DVD 대여를 활성화하긴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시도를 통해 지금의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한달 무료 제공이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하기까지 수많은 논의를 통해 방향성을 결정하고 세세한 부분들을 결정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다. 그러나 그런 시도를 즐기고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는 모습을 통해 마크 랜돌프는 성공을 누리기에 마땅하다 생각한다.


최근에 넷플릭스를 이용해본 적이 있는가? 좀 바뀌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리드가 이야기했던 제안과 비슷하다. 하지만 무작위로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게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다. 개개인의 취향과 넷플릭스의 필요에 따라 복잡한 알고리즘을 거친 다음 고객에게 영화를 추천한다. 알고리즘으로 영화를 찾아주는 그 서비스는 리드의 제안으로 2000년부터 시작되었다.

아무도 모른다 (p330)

넷플릭스를 한 번이라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취향에 따라 영화 및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물론 그 알고리즘에 따라 추천되는 영화가 100% 나를 만족시킨다고 할수는 없지만 높은 확률임에는 자명하다. 별점이 아닌 추천과 비추천 버튼으로만 구성했다는 점과 댓글/의견을 작성하는 부분이 없는 것 또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도달한 결과물이다. 현재의 모습이 되기 까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나간다.


THAT WILL NEVER WORK

The Birth of Netflex

넥플릭스는 최근에 생겨난 기업이 아닌 20여년의 역사와 도전을 통해 차곡차곡 성장해 온 탄탄한 기업이다. 공동 창업자 마크 랜돌프와 리드 헤이스팅스(현 CEO)가 이룩한 넥플릭스는 수많은 도전과 실패, 그리고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정체다. 1997년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를 남발하다가 DVD를 팔아보겠다고 야심찬 도전을 실행한 순간부터 2002년 넷플릭스 기업 공개의 순간까지 탄탄하게 다져온 기반과 그들의 노력을 만나볼 수 있었다. 우리의 열정에 불을 지핀다. 꿈을 가진 모든 이들, 넷플릭스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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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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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거짓을 통해 진실을 말하는 풍자문학의 진수




누구나 어린 시절 동화 속 걸리버를 기억한다. 소인국에 간 걸리버가 소인들에 의해 결박당한 채 깨어나는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걸리버 여행기가 실제로는 풍자 문학의 정수라는 사실에 적지않게 당황했다. 조지 오웰의 찬사를 받는 걸리버 여행기는 성인이 되어 읽어볼만한 고전이다.



지금까지 기억 속의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 여행뿐이었다. 하지만 책으로 만나는 걸리버 여행기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걸리버를 만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릴리핏(소인국) 여행기로부터 브롭딩낵(거인국), 라퓨타(날아다니는 섬), 발니바비, 럭낵, 글럽덥드립, 일본 여행기, 후이늠국(말의 나라) 여행기 까지 만날 수 있다.



한 권의 책 안에 여행기, 판타지, 정치 풍자, 여성 풍자 등을 녹여 담았으며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묘사와 이야기가 펼쳐진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풍자와 해학을 담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아는만큼 더욱 재미있고 높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내가 누워 있는 곳에서 약 4미터 떨어진 곳, 내 오른쪽 귀 위쪽에서 한 시간 이상 뭔가 두드려 만드는 소리가 났다.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고정 핀과 결박 줄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그쪽으로 머리를 돌려보니, 땅에서 약 45센티미터 높이의 임시 가설 무대가 세워져 있었다.

p22

소인국 릴리펏에서 깨어난 걸리버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린 시절 읽었던 걸리버의 모습을 상세한 설명으로 읽으니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분명 허구의 세상을 묘사하는 글인데도 매우 상세하며 생동감있다. 정말 겪은 일을 글로 옮겨 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상황 묘사가 구체적이다. 내가 정말 그 상황이 되었으면 어떨까를 생각해보며 책을 읽게 된다. 작은 사람들의 크기를 가늠해 보기도 하고, 거인국에서는 나 홀로 작은 사람일 때 어떤 기분일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릴리펏에서 걸리버는 많은 공을 세운다. 적의 공격에서 나라를 구하고 화재로 인해 소실될 뻔한 상황을 모면하고 물심양면 릴리펏을 도왔다. 그러나 걸리버를 견제하고 시기하는 세력들에 의해 걸리버는 궁지에 몰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선한 걸리버일지라도 이해관계에 의해 이치에 맞지 않는 이상한 법에 의해 배척의 대상으로 변모하는 상황이다.

나의 작은 친구, 그릴드릭, 자네는 자네 조국에 대하여 아주 그럴듯한 찬양의 말을 했지. 하지만 자네는 무지, 나태, 악덕이 입법자 자격을 얻기 위한 필수 요소임을 아주 명확하게 입증했어. 법률은 그 법률을 왜곡하고 혼란을 주고 회피하려는 자들의 개인적 이익과 능력에 의하여, 임의로 설명되고 해석되고 적용되었지. (중략) 자네 나라의 국민들 대부분은 가장 해로운 자그마한 벌레 같은 족속일세. 자연이 일찍이 땅 위에 기어 다니도록 허용한 벌레들 중에서 말이야.

p162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행 이야기와 더불어 걸리버 여행기는 교묘한 풍자의 정수를 보여준다. 거인국 브롭딩낵에서 왕이 걸리버에게 하는 말을 통해 영국에 대한 비판을 펼친다. 걸리버는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고 옹호하려하지만 왕은 실랄하게 비판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저자는 영국을 옹호하는 애국자임을 밝히고 자신이 힘을 쓸 수 없는 거인국에 가서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왕에게 냉정한 평가를 받는 이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났다. 역사상 최고의 풍자 문학이라 칭송받아 마땅해 보인다.


라 퓨타(la puta)는 스페인어로는 '창녀'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라틴어 puto에서 온 단어일 가능성이 높다. puto는 '곰곰이 생각하다', '심사숙고하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라퓨타는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생각에 잠기는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이 된다.

p197

라퓨타의 뜻을 설명하는 각주 부분이다. 단어의 뜻을 함께 설명하고 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라퓨타를 묘사하는 부분은 재미있고 신기했다. 치기꾼과 멍하니 사색을 즐기는 사람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과는 다른 마치 외계의 한 행성 같은 라퓨타를 묘사하고 있다. 자석에 의해 떠다니는 라퓨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대목 또한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만큼은 정말 실존하는 세계인 것이다.

독자는 이런 이야기를 아주 멀리 떨어진 어떤 나라의 이야기라기보다, 유럽이나 영국에서 벌어진 이야기라고 판단할지 모른다. 하지만 여자의 변덕스러움은 어떤 지방이나 국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어디를 가든 똑같을 것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다.

p203

여자에 대한 풍자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새로운 장소인 라퓨타에 머물고 있는 걸리버는 애인에게 달려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여자의 행동을 풍자한다. 정치적 풍자와 더불어 여성에 대한 풍자까지 서슴치 않는다. 책을 읽다보면 여성에 대한 풍자를 넘어서 여성 혐오적 관점을 가진 저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전반적으로 이 짐승들의 행동은 무척 질서정연하고 이성적이며, 대단히 예리하고 신중했기에 나는 마침내 이 말들이 마법사가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틀림없이 어떤 계획이 있어서 저런 모습으로 둔갑했으리라.

p277

후이늠국(말의 나라) 여행 역시 매우 흥미진진하다. 말들이 사람처럼 사고하고 대화를 하며 살고 있다. 음식은 풀, 귀리 등을 먹기에 걸리버는 적응하기 어렵다. 그러나 말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인간 세상보다 더 인간적이다. 사람보다 더 나은 말의 세상은 서로 조롱하거나 비난, 험담, 강도, 정치인, 파벌 등이 없다.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가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싶은 말의 나라다. 인간이란 참 복잡하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도 참 복잡하다. 우리의 인간성에 대해 유토피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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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괜찮아 - 엄마를 잃고서야 진짜 엄마가 보였다
김도윤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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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는 괜찮아

조용순 여사에게 바치는 아들 김도윤의 헌사






책의 첫장을 넘길 때부터 이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있는 엄마라는 그 흔하디 흔한 소재로 쓴 흔한 책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의 내 안에 부정적 생각으로 가득차 책 자체를 부정적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리라. 이내 책 안에 흠뻑 빠져 이 책의 주인공인 엄마 조용순 여사의 아들 김도윤이 쓴 엄마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전하고 있다.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우울증, 조현병 증세로 폐쇄 병동에 10년간 입원한 형, 이런 형에게 우울증이 전염된 것인지 화병에 의한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신 엄마, 그리고 지금 엄마를 잃고 우울증이 생겨난 둘째 아들 김도윤이 살아가는 이야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는 평범한 가정에 불어닥친 어두운 그림자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가족의 행복을 갉아 먹고 있었다.

"네 엄마... 돌아가셨다. 뭐가 그리 아팠는지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엄마가 뛰어내렸다는 얘기도, 엄마가 죽었다는 얘기도 모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p19

엄마는 마음이 아팠다. 엄마는 아파트 6층에서 뛰어내렸다. 죽고 싶다던 엄마의 말에 가지 말라던 엄마의 말에도 일상때문에 일 때문에 대구의 엄마를 두고 서울로 올라올 수 밖에 없었던 아들 김도윤은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대기업에 입사해 바르게 살아온 형, 그런 형이 회사를 그만 두고 회사를 옮겨다니다가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증상은 점차 심해지고 조현병 증세로 발전해 헛것을 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도로에 뛰어들고 윗집에서 자신을 해하려 한다고 한다. 폐쇄 병동에서 치료를 받지만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 형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도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생각을 하면 할 수록 가슴이 답답해진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 일상을 모두 접고 엄마 곁에 지낼 수 있을 것인가. 현대 의학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엄마의 행복임을 우리는 항상 잊고 산다. 돈을 더 벌어서 해외여행을 보내드려야지. 틀렸다. 그저 매일 집 앞 산책로로 함께 여행을 가라. 자리를 잡으면 자주 찾아 뵈어야지. 틀렸다. 차라리 어지러운 자리를 함께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라. 중요한 건 함께한 시간이다.

p69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 그저 소소한 산책, 함께 하는 식사, 도란 도란 일상을 나누는 대화... 그런 일상이면 충분한데 특별한 무언가만을 바라보며 살아온게 아닌가 싶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하루라도 몸이 건강할 때 이 시간을 즐겨야 한다. 자리를 잡기 위해 애쓰는 시간보다 그 과정을 함께 하는 게 더 중요한 법이다. 참 어렵다. 저자도 우리도 마찬가지다. 부모를 멀리 떠나보내고서야 알아차린다.

내 나이는 딱 서른, 엄마는 예순이었다. 내가 30대가 되었다는 사실에 슬퍼하면서, 정작 엄마가 이렇게 나이 든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 나이 걱정에 엄마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지독히도 나밖에 몰랐다.

p85

엄마는 항상 내 편이다. 나만을 생각했다. 나만을 위해 살아오셨다. 엄마 인생의 전부를 아들들을 위해 살아 오셨다. 정말 지독하다. 그런데 저자는 지독히도 자신만 생각하며 살았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서글펐다. 엄마가 예순을 바라보고 누군가에게 할머니라 불리는 상황이 되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내 모습 역시 저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세상의 아들들이 모두 그러지 않을까. 지독히도 자신만 생각하며 살아간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족을 생각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저 살아남고자 열심히 살아온 죄뿐인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이런 현실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세상 누군가에게 우리 엄마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언젠가 내 아내가 될 사람에게, 내 아이가 될 사람에게, 내가 없는 시간 너머의 사람에게도 말해주고 싶었다. (중략) 무엇보다도 나에게 남기고 싶었다. 나에게도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절대 잊지 않도록.

p223

엄마에 대한 이야기 하나하나가 매우 공감된다. 아들만 생각하고 살아오신 엄마의 모습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그저 철부지 아들이다. 뒤늦게서야 깨닫는다. 정말 늦었을 때 깨닫게 된다. 언제나 내 편인 엄마의 사랑은 평생 잊어서는 안된다. 평생을 두고 갚아도 모자랄 엄마의 사랑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엄마에게 달려가자. 전화 한 통 만으로는 부족하다. 함께 시간을 보내자. 그리고 꼭 안아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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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샷 -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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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샷

위기를 승리로 바꾼 룬샷의 비밀






룬샷이란 용어가 상당히 낯설다.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이란 말로도 의구심이 앞선다. 빌 게이츠, 대니얼 카너먼, 로버트 러플린, 정재승, 말콤 글래드웰, 팀 패리스 등 강력 추천을 받는 이 책은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수 많은 매체에서 2019년 올해의 책에 선정되고 아마존,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그 '룬샷'을 알고 싶다.



물리학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바이오테크 기업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저자 '사피 바칼', 자신의 전문 분야인 물리학, 과학을 바탕으로 룬샷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상전이'라는 물리학 용어를 경영과 연결지어 이해가 쉽게 설명하고 있다. 물은 섭씨 0도의 경계에서 얼음이 되기도 하고 물이 되기도 한다. 그 중간이란 없다. 회사, 기업이라는 조직은 이 상전이와 같다. 어느 정도의 규모 이상이 되면 룬샷 프로젝트를 멀리하고 모두가 프랜차이즈 프로젝트에만 몰두한다.

1. 가장 중요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룬샷으로부터 나온다. 룬샷은 종종 그 주창자가 '미친 자' 취급을 받는, 많은 이들이 무시하는 아이디어다.

2. 언뜻 미친 것처럼 보이는 획기적 아이디어를 전쟁을 이기는 기술, 생명을 살리는 제품, 업계를 바꿔놓은 전략으로 탈바꿈시키려면 대규모 인원이 필요하다.

3. 상전이라는 과학적 원리를 팀이나 기업, 혹은 어떤 형태든 목적을 가진 집단의 행동에 적용해보면 룬샷을 더 빨리, 더 잘 키워내는 실용적 법칙을 도출할 수 있다.

p15

룬샷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고 접근해 나간다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일개의 회사원이라면 그 영향력을 가져오기란 쉽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허나 기업을 이끌고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혁신을 지휘하고 리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경영자라면 분명 다르다. 그들은 이 책을 통해 룬샷을 이해하고 실제 프로젝트에 반영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엔도의 이야기는 극단적 사례가 아니다. 위대한 발견으로 가는 길이 얽히고설킨 것은 예외라기보다는 원칙에 가깝다. 수정주의자들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승자는 역사를 그냥 쓰는 게 아니라 다시 쓴다.

p110

곰팡이 박사 엔도의 사례는 룬샷을 진행시키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심장질환 및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콜레스테롤을 정복할 수 있는 균을 발견한다면 어떠할까. 확신을 가지고 균을 연구하며 신약 개발에 총력을 다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걸림돌을 넘어야 하며 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실패한다. 실패를 거듭하는 룬샷 프로젝트는 다시금 누군가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아 부족한 분야가 보완되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개인들이 공동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경력이나 승진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동기부여의 균형점이 이동한다. 집단의 규모가 임계점을 넘으면 경력에 대한 관심이 우세하는 것이다. 그때부터 팀은 룬샷을 묵살하고 오직 프랜차이즈 프로젝트에 매달리게 된다.

p324

한 기업의 회사원으로 일하는 나로서는 아무리 룬샷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고 수많은 난관을 이겨내고 성공으로 이끌기란 쉽지 않을 것만 같다. 성공이 보장된 프랜차이즈 프로젝트를 하기에도 벅찬데 룬샷 프로젝트에 관심조차 갖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기업의 미래와 성장을 위해서는 룬샷 프로젝트를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매직넘버를 높여 기업의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임계질량을 달성한 유럽 전역에서는 조화로운 여러 발견이 동시에 일어났다. 망원경(네덜란드)이 발명되자 하늘을 살펴서 (이탈리아) 타원 궤도를 확인했으며(독일), 지구의 운동(폴란드)에 대한 발견은 결국 관성에 대한 아이디어(이탈리아) 및 기하학(프랑스)과 합쳐져 통일된 운동이론(영국)을 낳았다. 이게 바로 임계질량이다.

p431

룬샷 배양소의 존재(상분리), 대제국과의 꾸준한 교류(동적평형)과 더불어 중요한 임계질량 달성 요인은 매우 흥미롭다. 마치 연쇄 폭발처럼 하나의 아이디어가 성공하면 다른 아이디어들이 줄지어 발견되고 성장한다. 새로운 아이디어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져야만 룬샷 아이디어들이 빛을 발하게 되고 나라가 연쇄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발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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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만났을 때 '룬샷'의 의미조차 몰랐던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이 책의 가치가 상당함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이야 말로 책장 한 켠에 숨겨진 세상을 바꿀 룬샷이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매우 다양하고 이를 분석한 내용의 책들을 많지만 그 성공을 프랜차이즈와 룬샷으로 구분하여 설명하는 책의 내용은 처음이다. 매우 신선한 내용으로 다가왔고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룬샷의 다양한 사례들은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역사 속에 사라질 뻔한 수많은 신약들부터 레이더의 시초 등 순탄치 않았던 과정을 이겨내는 미친 프로젝트였던 룬샷 아이디어는 현재 우리의 삶에 매우 당연하게 자리잡은 것들이다. 세상을 바꾸는 그 작은 첫걸음인 룬샷의 힘은 아는 자의 눈에만 보이는 법이다. 룬샷은 정말 매력적인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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