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괜찮아 - 엄마를 잃고서야 진짜 엄마가 보였다
김도윤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엄마는 괜찮아

조용순 여사에게 바치는 아들 김도윤의 헌사






책의 첫장을 넘길 때부터 이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있는 엄마라는 그 흔하디 흔한 소재로 쓴 흔한 책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의 내 안에 부정적 생각으로 가득차 책 자체를 부정적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리라. 이내 책 안에 흠뻑 빠져 이 책의 주인공인 엄마 조용순 여사의 아들 김도윤이 쓴 엄마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전하고 있다.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우울증, 조현병 증세로 폐쇄 병동에 10년간 입원한 형, 이런 형에게 우울증이 전염된 것인지 화병에 의한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신 엄마, 그리고 지금 엄마를 잃고 우울증이 생겨난 둘째 아들 김도윤이 살아가는 이야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는 평범한 가정에 불어닥친 어두운 그림자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가족의 행복을 갉아 먹고 있었다.

"네 엄마... 돌아가셨다. 뭐가 그리 아팠는지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엄마가 뛰어내렸다는 얘기도, 엄마가 죽었다는 얘기도 모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p19

엄마는 마음이 아팠다. 엄마는 아파트 6층에서 뛰어내렸다. 죽고 싶다던 엄마의 말에 가지 말라던 엄마의 말에도 일상때문에 일 때문에 대구의 엄마를 두고 서울로 올라올 수 밖에 없었던 아들 김도윤은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대기업에 입사해 바르게 살아온 형, 그런 형이 회사를 그만 두고 회사를 옮겨다니다가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증상은 점차 심해지고 조현병 증세로 발전해 헛것을 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도로에 뛰어들고 윗집에서 자신을 해하려 한다고 한다. 폐쇄 병동에서 치료를 받지만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 형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도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생각을 하면 할 수록 가슴이 답답해진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 일상을 모두 접고 엄마 곁에 지낼 수 있을 것인가. 현대 의학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엄마의 행복임을 우리는 항상 잊고 산다. 돈을 더 벌어서 해외여행을 보내드려야지. 틀렸다. 그저 매일 집 앞 산책로로 함께 여행을 가라. 자리를 잡으면 자주 찾아 뵈어야지. 틀렸다. 차라리 어지러운 자리를 함께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라. 중요한 건 함께한 시간이다.

p69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 그저 소소한 산책, 함께 하는 식사, 도란 도란 일상을 나누는 대화... 그런 일상이면 충분한데 특별한 무언가만을 바라보며 살아온게 아닌가 싶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하루라도 몸이 건강할 때 이 시간을 즐겨야 한다. 자리를 잡기 위해 애쓰는 시간보다 그 과정을 함께 하는 게 더 중요한 법이다. 참 어렵다. 저자도 우리도 마찬가지다. 부모를 멀리 떠나보내고서야 알아차린다.

내 나이는 딱 서른, 엄마는 예순이었다. 내가 30대가 되었다는 사실에 슬퍼하면서, 정작 엄마가 이렇게 나이 든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 나이 걱정에 엄마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지독히도 나밖에 몰랐다.

p85

엄마는 항상 내 편이다. 나만을 생각했다. 나만을 위해 살아오셨다. 엄마 인생의 전부를 아들들을 위해 살아 오셨다. 정말 지독하다. 그런데 저자는 지독히도 자신만 생각하며 살았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서글펐다. 엄마가 예순을 바라보고 누군가에게 할머니라 불리는 상황이 되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내 모습 역시 저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세상의 아들들이 모두 그러지 않을까. 지독히도 자신만 생각하며 살아간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족을 생각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저 살아남고자 열심히 살아온 죄뿐인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이런 현실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세상 누군가에게 우리 엄마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언젠가 내 아내가 될 사람에게, 내 아이가 될 사람에게, 내가 없는 시간 너머의 사람에게도 말해주고 싶었다. (중략) 무엇보다도 나에게 남기고 싶었다. 나에게도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절대 잊지 않도록.

p223

엄마에 대한 이야기 하나하나가 매우 공감된다. 아들만 생각하고 살아오신 엄마의 모습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그저 철부지 아들이다. 뒤늦게서야 깨닫는다. 정말 늦었을 때 깨닫게 된다. 언제나 내 편인 엄마의 사랑은 평생 잊어서는 안된다. 평생을 두고 갚아도 모자랄 엄마의 사랑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엄마에게 달려가자. 전화 한 통 만으로는 부족하다. 함께 시간을 보내자. 그리고 꼭 안아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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