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는 순간, 내가 가진 걱정 고민을 내려놓고 커피에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 나도 이런 시간을 가지면 좋겠으나 언제부턴가 커피가 그냥 물마시듯 들이키는 음료가 되었다. 커피에 담긴 카페 주인의 철학을 읽노라니 내가 커피를 대하는 자세가 썩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가 주는 위로를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잠시 잠깐 일의 조력자로만 치부했으니 약간의 반성을 하게 된다.
내일은 커피를 마시면서 잠깐의 여유를 느끼고 위로를 받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커피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는 에스프레소에 도전해보는 것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에스프레소 4잔으로 일상을 시작한다는 카페 사장님의 모습이 뭔가 멋지게 느껴진다. 항상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나에게 에스프레소는 어쩌면 인생 일대의 큰 도전이다.
한 권의 책을 이어서 여러 번 보는 것은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리스트를 따라 여러 책을 두루 읽는 것은 정해진 일정으로 여러 도시를 순방하는 느낌이라면,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은 한 도시에 여러 밤을 보내는 것과 비슷했다. 새로운 풍경에 압도되어 두리번거리거나, 그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여행이란 별거 아니군'하며 너스레를 피우는 것이 아닐, 마치 그곳에 새롭게 이사 온 주민처럼 그 도시를 차근차근 알아 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