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위로 - 카페, 계절과 삶의 리듬
정인한 지음 / 포르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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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위로

카페, 계절과 삶의 리듬 - 정인한 에세이



<커피의 위로>는 천천히 커피의 맛과 향을 음미하며 읽고 싶은 책이다. 낮에는 카페 사장님으로 밤에는 글을 쓰는 정인한 작가의 에세이다.

2012년 부터 시작해서 이제 2023년이니 11년이 넘은 김해 덕정로에서 '좋아서 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이겨내고 두 딸의 아빠로 카페의 사장님으로 복작복작 열심히 살아간다. 카페를 운영하며 자신의 철학을 녹여 내어 유지되는 카페는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아늑하고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공간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 공간을 어쩌면 영원토록 지키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것이 가능한 시절까지는 어쨌든 견디고 싶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다 보면 희망적인 일이 생기고, 때로는 좌절할 일이 생기고, 그런 사연을 나누면서 그런 말조차 나누기 힘들다면, 거리의 풍경을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그렇게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산다면, 어느새 우리는 괜찮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각자의 절박함 (p43)

카페를 운영하는 자체가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애정이 없으면 지금까지 이렇게 카페가 유지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카페를 운영한다는 일은 지속적으로 커피의 맛을 유지하는 일과 같다. 조금이라도 맛이 달라지면 단골이 알아채고 바로 컴플레인을 건다고 한다. 그 맛을 알아주는 단골이 있고 그 맛을 유지하려는 카페 사장님의 애정이 있기에 이 카페를 찾는 이들이 있는게 아닐까 싶다.

카페를 닫고 여행을 가는 일도 쉽지 않다. 직원에도 모든 것을 맡기는 것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저 카페를 운영하며 집기를 청소하고 정리하는 그 작은 일상 자체에서 힘을 얻고 살아가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언젠가 카페를 열어볼까 라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그냥 열심히 회사에 다녀'라고 말하는 인생 선배의 가르침을 받는 느낌이다. 카페의 낭만보다 현실의 높은 벽을 이미 알고는 있지만 그 낭만만큼은 가슴 한 켠에 남겨두고 싶다.



아무리 애를 쓴다 한들 이 공간이 완벽하고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소박한 위로가 되는 커피를 전하고 싶다. 그것이 입에 닿는 짧은 순간만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걱정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조금씩 녹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한여름 같은 초여름의 어느 날을 보냈다.

초여름의 어느 날 (p77)

커피를 마시는 순간, 내가 가진 걱정 고민을 내려놓고 커피에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 나도 이런 시간을 가지면 좋겠으나 언제부턴가 커피가 그냥 물마시듯 들이키는 음료가 되었다. 커피에 담긴 카페 주인의 철학을 읽노라니 내가 커피를 대하는 자세가 썩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가 주는 위로를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잠시 잠깐 일의 조력자로만 치부했으니 약간의 반성을 하게 된다.

내일은 커피를 마시면서 잠깐의 여유를 느끼고 위로를 받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커피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는 에스프레소에 도전해보는 것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에스프레소 4잔으로 일상을 시작한다는 카페 사장님의 모습이 뭔가 멋지게 느껴진다. 항상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나에게 에스프레소는 어쩌면 인생 일대의 큰 도전이다.




한 권의 책을 이어서 여러 번 보는 것은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리스트를 따라 여러 책을 두루 읽는 것은 정해진 일정으로 여러 도시를 순방하는 느낌이라면,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은 한 도시에 여러 밤을 보내는 것과 비슷했다. 새로운 풍경에 압도되어 두리번거리거나, 그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여행이란 별거 아니군'하며 너스레를 피우는 것이 아닐, 마치 그곳에 새롭게 이사 온 주민처럼 그 도시를 차근차근 알아 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루어지길 (P109)


에세이를 읽는 다는 것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다는 기분이 든다. 내가 듣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책을 펼치기만 하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다. 내가 들을 준비가 안되어 있거나 무슨 소리인지 도통 알아듣기 어렵게 말한다면 책을 다시 열기 힘들어진다. 그렇기에 그 사람이 하는 말에 귀기울여 드는 이 순간이 재미있어야 다시 책을 펼치게 된다. 이 책은 언른 책을 다시 펼치고 싶었다. 자극적이고 엄청난 내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온전히 동화된 느낌이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계속 듣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책의 곳곳에서 그의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여러 번 보는 것이 없이 많은 책을 읽기에 바빴다는 그의 말은 '어라? 나도나도' 라는 공감이 일었고 그런 사소한 놀라움의 매력이 나를 끌여당겼다. 위대한 개츠비를 3번 읽었다는 그처럼 나도 마음에 드는 책을 여러 번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하니 그 기분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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