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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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이어



좌충우돌 노처녀 실비의 생존기





크리스마스의 밝은 분위기와 대조되는 '자살'이란 단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살'이란 단어 앞에 '행복한'이 함께하고 있지만 "제목이 어쩜 이래?"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이런 단어를 제목으로 써도 될지 의문이 들 정도로 파격적인 제목 선택은 이미 독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제목만으로도 책의 내용이 매우 궁금하다.



마흔 다섯의 노처녀 실비 샤베르. 어머니는 5년 전에 돌아가셨으며 이제 아버지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철저하게 세상에 홀로 남은 실비는 외롭고도 우울하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결심한다. 크리스마스에 자살하기로.


세상에 피붙이가 아무도 없으니 고아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마흔다섯 살이나 먹은 나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나는 유통기한이 지났다. 이를테면 자식을 갖기에도, 한 남자를 갖기에도 기한이 지났으니까. (p7)



예쁘지도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은 평범하고 마른 체형의 실비는 스스로 매력없는 평범한 노처녀라고 생각한다. 남자가 매력적으로 느끼지도 않은 여자라 스스로 치부하며 자신이 죽어도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 하나 없다고 여긴다. 크라스마스에 자살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일탈이 없으며 회사에서도 조용히 일만한다. 일상 생활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다 절친의 추천으로 심리 치료를 받게 된다.



매력적인 심리치료사 프랑크가 실비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부끄러워 절대로 하지 못할 일, 비난받아 마땅해 보이는 일을 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비는 그 숙제를 하나씩 해 나간다. 숙제를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새로운 도전 과제들을 수행하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일탈과 범죄를 통해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자신감을 얻었다고나 할까.



숙제를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삶의 의지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비는 나의 기대와는 다른 마음을 먹는다. 확실한 건 숙제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실비다. 미련이 사라져서 그런 것일까. 살아갈 자신감을 얻은게 아니라 자신의 자살의 다짐을 더욱 확고히하고 자신의 결정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다.

나는 자석에 끌리듯 다가갔어요. 그 여자가 손을 내밀었을 때 나는 그 손을 잡아줬어요. 아무 생각도 없었어요. 잡아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순간에는 그게 맞는 행동이었으니까. 내미는 손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어요? (p136)

그러다 우연히 지하철의 플랫폼에서 노숙자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실비는 생각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실비는 이름 모를 노숙자의 손을 잡아 주었으며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다. 그건 무엇이었을까.



심리치료 과정에서의 숙제를 수행하지 않았던 예전의 실비였다면 과연 노숙자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을까. 숙제를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도 알 수 없었던 변화는 그녀의 삶을 아주 살짝 바꿔 놓은게 아닐까. 그 살짝 다른 방향의 전환이 노숙자의 손을 잡게한 원동력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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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율 1위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참담하다. 경쟁이 강요되는 사회 안에서 다양한 문제와 고통들로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이들이 많다. 참 슬픈일이다. 자살을 결심한 이들에게 이 책이 정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든다. 그들의 결심을 정말 바꿀 수 있는 것인가란 의문이 든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그들의 고통을 면밀하게 알지 못한다. 그들이 실비처럼 생각의 전환점을 만나길 기도해 본다.



책 제목에 사용된 '자살'이란 단어와는 전혀 다르게 실비의 이야기는 매우 유쾌하고 신난다. 책을 읽다보면 유쾌한 블랙 코미디 혹은 로맨틱 코미디의 장면이 떠오른다. 2019년 영화로 개봉된다고 한다. 나의 머릿속에 그려진 실비의 모습이 어떻게 영화화 되어 나올지도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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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제국의 몰락 - 엘리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가 집대성한 엘리트 신화의 탄생과 종말
미하엘 하르트만 지음, 이덕임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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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제국의 몰락



신자유주의의 탈피




먼저 엘리트에 대한 정의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엘리트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존재한다. 이 정의를 직접적으로 보기보다 한 예시를 통해 정확히 알 수 있다. 엘리트에는 몇 가지 조건이 존재한다. 바로 권력과 영향력, 자본력이라 할 수 있다. 영향력 있는 대규모 조직의 최상위자거나 엄청난 자본의 소유자가 엘리트층이다. 유명한 축구 선수 메시와 호날두는 최고의 명성과 부를 거머줬다. 그러나 이들에게 엘리트라는 단어에 부합한다 보기는 어렵다. 축구계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임원들과 축구 클럽 구단주들이 바로 엘리트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자본의 개념이 중요하다. 복권 당첨자가 돈은 많지만 자본가는 아니다.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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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의 엘리트는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가' 부분에 큰 공감이 되었다.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상위층은 점점 재산이 쌓여가지만 하위층의 재산은 점점 줄어든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왜 물처럼 자연스럽게 부가 재분배되지 않는 것일까. 낙수효과가라는 말처럼 물처럼 자연스럽게 부가 분배되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날 0.1%에 해당하는 최상위층의 수입은 총수입의 22%로, '고작' 7%에 지나지 않았던 1970년대 후반에 비해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상위 1%가 차지하는 자산은 총자산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2%에 이른다. (p140)

최상위층의 수입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이는 통계자료가 보여주고 있다. 상위 1%가 총자산의 거의 절반을 차지 한다는 내용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며 부의 양극화는 이미 심화되었다.



미국은 부유세 즉,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은 내도록 하는 방향이 2020년 대선의 핫 키워드다. 연소득 1000만 달러를 넘으면 70%까지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이건 너무 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부의 양극화가 나날이 심화되는 현 시점에 이러한 정책이 맞는 방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하위 90%에 해당하는 인구의 경우 상황은 역전되었다. 오늘날 이들은 반세기 전에 비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상위 40%에 속하는 계층의 세율은 1% 포인트 증가했는데, 나머지 하위 50%의 세율은 1962년의 19.2%에 비해 2010년 23.6%로 거의 4분의 1이 증가했다. 그리하여 세율은 거꾸로 된 방향으로, 다시 말해 아래에서 위로 거대한 재분배를 창출해냈다. (p147)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에 달려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있다. 지금까지의 역사적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듯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이유는 소득의 하위 계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지만 상위층의 세금 부과율 변화는 미미한데 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내려간 것이라 볼 수 있다. 나날이 누적되어 온 그 작은 %의 변화는 하위층을 짓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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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를 회피하는 경향 독일의 부유층과 부자들에게 국한되지 않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대개 자산이 많을수록 그런 경향도 커진다. (p222)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해야 함은 당연한 것일까. 왜 소득이 많은 부자들은 납세를 회피하려 할까. 탈세는 위법이지만 걸리더라도 실수였다며 자기 연민의 모습을 보인다. 수입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기본 속성일지도 모르겠다. 하자만 소위 유리 지갑이라 하는 회사원들의 성실한 세금 납부를 생각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회사원들은 성실 세금 납부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도둑이라 분노하며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온갖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유리한 세법을 찾는 합법적인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이게 정상적인 것일까.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특권적 환경에서 보낸 부르주아나 상류층 출신 엘리트들 중 대다수는 독일의 사회적 격차가 정당하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사회적 격차는 기본적으로 능력의 차이에서 시작된다고 여긴다. (p237)

어린 시절부터 점차적으로 형성된 엘리트들의 시각은 그들 스스로 잘못된 것이 없다고 한다. 부의 세습은 당연하며 고액의 연봉도 자신들의 능력에서 오는 것이라 말한다. 스스로 고위층임을 알고 있고 아래 하위층은 동떨어진 세계로 생각하며 관심조차 없다. 하위층의 사람들의 연봉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로지 자신들에게 들어오는 돈에만 관심이 있는 듯 하다.



특히 장관급 정치인들의 가난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은 엘리트들의 사고를 여실히 드러낸다. 본인이 이룩한 것들은 스스로의 능력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며 가난한 자들은 노력하지 않고 정부의 도움만을 받아 살아가려는 게으름이라 치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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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독일 전역, 대도시뿐 아니라 시골 지역에서도 투표율은 소득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지난 몇 년간 그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980년 이후의 선거를 비교한 결과, 소득 하위 3분의 1과 상위 3분의 1의 투표율 격차가 2%에서 20%로 10배나 증가했다. 인구 집단의 양극화된 생활환경이 유권자의 투표율에 분명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p292)

투표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투표는 정치인을 바꾸고 정당을 바꾸고 사회를 바꾼다.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투표를 해야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투표를 멀리한다면 사회는 점점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 또한 정치와 투표에 관심이 부족했다. 정치에 대한 실망이 투표 미참여로 이어졌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많은 이들이 정치에 대한 실망감으로 투표하지 않고 정치는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을 외면했다. 외면받는 이들은 더욱 외면받았다.




정치 엘리트가 뿌리부터 다시 태어나려면 스페인의 좌파 정당 포데모스처럼 사회운동의 산물로 새로운 정당이 창당되는 방법도 있지만, 영국 노동당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당원들을 통해 정당 내부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도 있다. (p312)

결국 신자유주의를 탈피해 새로운 그 무언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치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층민의 지지를 받는 굳건한 새로운 정당은 다른 어느 정당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회인만큼 다수의 하층민이 집결하면 그 힘이 발휘될 수 있다. 글에서처럼 창당 혹은 기존 당의 재편이 답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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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전승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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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라이언이 전하는 위로

카카오 이모티콘 캐릭터 중에서 '라이언'을 가장 좋아한다. 언제나 한결같으며 무표정한 얼굴의 소유자 라이언. 배려와 리더십까지 겸비한 믿음직스러운 모습이 뿜는 무한 매력에 빠졌다. 듬직하고 자상한 라이언이 우리에게 다가와 위로를 건넨다.

저자 전승환은 '책 읽어주는 남자'로 다양한 SNS채널에서 아름다운 글과 이야기로 수많은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나에게 고맙다>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우리에게 행복하자고 괜찮다고 위로하고 있다. 여기에 라이언이 더해져 글이 더욱 따뜻해지고 사랑스러워졌다.



난 무한한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너의 무표정도 정말 좋아.

무표정이 가진 무한한 공감의 가능성이 좋아.

<무표정한 내가 좋아> 중에서 (p20)

무표정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환하게 웃는 표정도 좋지만 무표정도 좋다. 오만가지 감정이 드러나는 표졍도 좋지만 무표정이 더 매력있다. 무한한 공감의 무표정은 위로가 된다. 라이언이 무표정이기에 더 애정이 생기는 게 아닐까. 표정이 풍부한 라이언이라면 라이언이 가진 매력이 반감되지 않았을까.


"멍하니 뭐하는 거야? (중략)

너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

"나 지금 내 마음을 돌보는 중이야.

그동안 완벽한 척, 행복한 척하느라 너무 힘들었거든.

이젠 나도 귀찮다고, 우울하다고

열심히 표현하면서 살 거야.

내 마음보다 중요한 게 또 있겠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야> 중에서 (p52)

오늘은 아무 것도 안하고 멍하니 있고 싶다. 그저 그렇게 마음을 돌보고 싶다. 바쁜 하루의 삶에 내 자신을 속이며 달려가기만 해서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가야겠다. 마음을 좀 더 돌봐야겠다.


쉬는 것이 답일 때가 있다.

복잡한 인간관계에 지칠 때,

주위를 정리하는 것마저 귀찮아질 때,

모든 것이 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굳이 전부 잡으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

마음의 신호에 귀 기울이자.

그저 쉬는 것이

그저 내버려두는 것이

지금 가장 노력해야 할 일.

<지금 가장 노력해야 할 일> 중에서 (p130)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회의감이 생길까. 그저 열심히 사는 것만이 답이 아닌 것이다. 쉬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저 내버려두고 편히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주는 철저히 내버려 둘거다.


제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나의 생각으로 지켜온 내 인생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줄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지.

그래서 누가 뭐라건,

나는 나로 활짝 피어날 거야.

<누가 뭐라 해도> 중에서 (p40)


나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글귀들이 고맙다. 잘 했다고 열심히 하고 있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 '토닥토닥' 위로 해주는 글들이 스르르 마음을 녹인다. 그저 흔한 위로일 수도 있고 평범한 말 한마디 일 수 있다. 그럼에도 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람의 마음이 그런 것일까. 그저 좋은 말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고 위안을 얻는다.

내 자신에게 선물하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는 자체로 힐링이 될 수도 있고 라이언의 귀여운 모습에 빙그레 웃음을 짓게 된다. 알록달록 예쁜 색이 아기자기하고 힐링이 된다. 스스로에게 선물로 지인들에게 선물로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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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 -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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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

우리는 이미 새로운 문명 안에 살고있다

시대는 이미 변했다.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모두가 손에 폰을 들고 다닌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아침, 만원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을 살펴 본다.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 간혹 책을 보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외에는 모두가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 그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느냐면 유튜브로 UFC를 보거나 새로운 뉴스를 읽거나 친구와 톡을 하거나 쇼핑을 즐기고 있다. 함께 지하철을 타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제 각기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그들 즉, 우리는 포노 사피엔스(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간)다.


100년 동안 견고했던 택시 서비스가 불과 9년 만에 이렇게 추락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그 대답은 간단합니다. '새로운 인류의 자발적 선택' 때문입니다. 우버를 타본 포노 사피엔스들은 더 이상 택시를 이용할 필요를 못 느낍니다. (p65)

최근 핫한 이슈 중 하나는 카카오 카풀과 택시와의 갈등이다. 우리 아버지는 평생 택시 운전을 하셨다. 그래서 택시 운전자 분들의 마음을 그나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을 이미 변했다. 얼마 전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랩을 이용해 여행을 다녔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금액이 나오고 운전자가 연결되어 이동할 수 있는 그랩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호텔 앞에 줄지어 서있는 택시를 이용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택시가 금액이 비싸고 돌아가는 운행 등 덤탱이가 많아 이용하지 않았다. 여행 중에 단 한 번 그랩에서 호출되는 차량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이용했는데 20정도의 금액이면 가는 거리를 50이라 외치는 택시 기사의 모습에서 그랩에 대한 애정이 더욱 샘솟게 되었다.

여담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은 이미 변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우버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베트남에서 그랩은 택시를 압도한다. 한국에서는 각종 규제로 카풀 서비스를 막고 있다. 시대의 급변하는 흐름에 수많은 택시 가족을 외면할 수 없는 정부의 택시 보호가 이해는 된다. 하지만 시대는 이미 변했고 결국 언젠가 카풀 서비스는 도입될 것이리라. 참 안타깝게도 많은 택시 기사분들은 베이비붐 세대 즉, 우리의 아버지들이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세대는 시간이 갈수록 디지털 소비 문명과 더욱 큰 격차를 보이게 됩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모바일 뱅킹에 대한 사용률이 떨어지고 신뢰도도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는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가 새로운 문명에 얼마나 낯설어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p90)

사실 포노 사피엔스들은 시대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기에 원하는 것을 검색해 정보를 얻고 앱을 설치하고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이뤄낸다. 하지만 문제는 기성 세대다. 스마트폰을 외면하고 2G의 세상에서 레트로 감성에 젖어 살아간다. 스마트폰 세상에서 레트로 감성을 찾는 것과 레트로 세상에서 레트로를 주장하는 것은 정말 다르다.

그래도 어머니는 스마트폰에 은행 어플을 설치해 돈을 송금하고 물건을 검색해 쇼핑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포노 사피엔스가 되셨고 레벨5정도가 되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레벨2에 머물러 계신다. 이 낯선 문명에 아버지도 분명 힘드실 거다.

화두가 되는 경제 정책들을 보면 대기업의 계열사 매각, 중소기업과의 이익공유제, 최저임금 50퍼센트 인상, 주 52시간 근무 제한, 소득주도성장 등 온통 정치권력을 이용해 시장을 이념적으로 컨트롤하겠다는 이야기뿐입니다. 혁명 시대의 생존 전략은 한마디도 없습니다. (p135)

사람들은 이미 변했는데 아직 정부의 정책들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열심히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는 새 시대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카카오 카풀과 택시의 상생 전략을 지혜롭고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며, 포노 사피엔스가 중심이 되는 미래의 먹거리에 더욱 정책을 집중시켜야 한다.

"롤드컵 결승이랑 축구 경기랑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거죠?" 어른들은 쉽게 이야기합니다. "축구는 건전한 스포츠고 게임은 마약이잖아." 정말 그럴까요? (p154)

정말 답답하다. 우리 나라는 아직도 게임을 마약이나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각종 규제들로 게임의 발전을 의도적으로 방해한다. 이 세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보일텐데 게임은 마약이라는 기성세대가 만든 프레임 안에 규제하고 옭아 맨다. 게임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도 모자란 판인데 오히려 규제한다니 정책이 역행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게임에 대한 시각을 어떻게 하면 변화시킬 수 있을까? 사회 저변에 자리잡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쉽사리 바뀌지 않을 듯 싶다. 하루 한잔 마시는 커피 값보다 저렴하고 건전한 취미인데 무논리로 규제하고 가로 막는다. 게임 중독을 경고하고 적절한 규제는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새로운 문명의 흐름에 역행하는 발상이다.

디지털 문명은 새로운 세상을 이미 열었습니다. 어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문명을 학습하고 변신하며 기회를 창조하는 시대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크리에이터입니다. (p219)

유튜브를 빼놓고 포노 사피엔스를 논할 수 없다. 1인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캐리TV 등 개인 혹은 소규모 기업은 유튜브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나 또한 대도서관의 팬으로 그의 동영상을 자주 본다. 게임 플레이 영상을 왜 보는 것이냐며 이해를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1인 크리에이터의 컨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엄청난 수입을 창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큰 공감을 했다. 포노 사피엔스에 중점을 두어 성공한 세계 공룡 기업들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현 시대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베이비붐 세대, X세대가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나 나라의 정책을 구상하고 계획하는 분들이 이 책을 통해 너 나은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도록 방향을 잘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폰이 나온 이후 약 10년간 세계는 급변화했다. 앞으로 5G, 폴더블폰,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더 나올 것이며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예상하기에도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포노 사피엔스를 중심으로 더 많은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포노 사피엔스를 항상 중심해 두고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점차 '사람'이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매우 힘이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인공지능이 발달하더라도 결국에는 사람이다. 사람을 외면하는 정책과 기업, 사상은 이제 사람들로 인해 배척될 것이다. 지금 시대의 그 사람들은 바로 포노 사피엔스임을 꼭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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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인생의 맛 -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
벤저민 호프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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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인생의 맛

진정한 도의 길을 가는 푸의 삶

곰돌이 푸가 동양의 도가 사상에 잘 부합하는 모습이라는 말이 동의할 수 있을까. 이게 자칫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저 귀엽고 꿀을 좋아하며 빨간 티 한장과 바지를 입지 않은 노란 곰돌이 푸가 어떤 사상과 닮아 있다고? 그 이상한 조합에 대한 이야기는 1982년부터 35년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한 이 책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하긴 그저 어렸을 때 텔레비젼 화면 속에서만 만나왔던 푸의 모습에서 별다른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저 꿀을 좋아하는 욕심많은 곰돌이의 모습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바라보는 푸의 모습에 흥미가 생긴다.

지금 당신은 큰 나무를 가지고 그것이 쓸데가 없다고 근심하고 있소. 어째서 그 나무가 선사하는 그늘을 이용하지 않소? 어째서 나무가 드리우는 가지 아래서 노닐다 편히 쉬고, 그 나무의 생김새와 성질을 칭찬하지 않소? 그 나무는 도끼에 일찍 찍히지 않을 테고, 그 무엇에도 위협을 당하지 않을 거요. 그 나무가 당신에게 쓸모없는 이유는 단 하나, 당신이 그 나무를 다른 어떤 것으로 변화시키려고만 하고 본래의 성질대로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오. (p70)

우리는 도가 사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큰 나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도가 사상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쓰임에 대한 고민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에 근심이 있는 것이다. 그저 본래의 성질을 바라보고 이용한다면 참 좋을 텐데, 우리는 나무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그늘을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큰 나무 이야기를 들은 후 푸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그래서 곰돌이 푸가 도가 사상과 관련이 있는 것이구나 싶어진다. 푸와 티거, 피클렛과의 대화가 쿵짝이 맞지는 않지만 그 대화들을 통해서 의미있는 무언가를 하나씩 끄집어 낸다.

푸는 다르다. 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곰 중에서 힘들게 애쓰지 않기를 가장 잘한다. (p109)

애쓰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제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저 일이 흘러가도록 지나가도록 놓아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일을 통해 결과물을 내야 하며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 하며 휴가를 위해 계획을 세우는 등 얼마나 바쁘고 고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가. 그런데 애쓰지 않는다니 정말 우리에게 어려운 일이 아닌가.

이 책에서 푸의 이름을 딴 '푸위 Pooh Way'라 부르는 도가의 실천 덕목 '무위 無爲'에 대해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무위'란 '인위적으로 무엇을 하지 않고, 어떤 일을 일으키지 않고, 아무것도 만들지 않느다'는 뜻이다." (p107)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그대로 두는 것.

푸는 한참 동안 생각해보고 나서 물었어. "어떻게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할 수가 있는데?"... (중략)... "그건 그냥 길을 걸어가면서 네가 들을 수 없는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거야. 아무런 걱정도 없이 말이야"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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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도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니라.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도에서 평화를 찾는 철걸음이니라. 아무 데서도 출발하지 않고 아무 길도 따라가지 않는 것은 도에 이르는 첫걸음이니라." (p204)

우리의 모습은 마치 아울, 래빗 그리고 이요르의 모습과 닮아 있다. 진정으로 똑똑하다면 푸의 길을 따라야 한다. 푸가 전하는 도가 사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말의 휴식을 보내며 도가의 사상을 제대로 실천했다. 몸의 휴식일뿐 마음은 그러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저 나 나름대로 편안한 휴식을 통해 아무 생각도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일 월요일부터 다시금 생활의 터전으로 나가 달려야 한다.

직장인들에게 도가의 사상이란 어떤 것일까. 일을 하되 열심히 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일에 집중해야하며 성과를 내야 한다. 이런 나에게 푸에게서 얻는 가르침은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에게 남은 숙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지.

그건 당신도 알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당신이 할 때

길을 찾게 될 거요.

그리고 그 길이 당신을 따라오지요.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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