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파파와 바다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7
토베 얀손 지음, 허서윤.최정근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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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파파와 바다

외딴 섬과 등대지기






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 소설 8권 중 7번째 권 <무민파파와 바다>를 읽었다. 척박하고 외로운 섬으로 떠난 무민파파와 무민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무민과 함께 바다와 외딴 섬으로 떠나는 여정이 시작된다.



안락한 삶인 무민 골짜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무민 가족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무민 가족과 함께 떠난 섬은 우리 인생에 빗대어 볼 수 있다. 새로운 터전으로의 이주는 모든 것이 새롭고 어려운 일 투성이다.



현실 세상의 이치를 염두하고 책을 읽으면 의문 투성이다. 그러나 무민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새로운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심장을 가진 섬, 바다를 뛰노는 해마, 주위를 얼려버리는 차가운 그로크 등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민 세상이다.



눈 좀 붙여야겠어요. 자는 동안 문제가 해결될 때도 아주 많아요. 심지어 중요한 문제는 가만히 내버려두는 편이 나을 때도 있어요.

'제 2장 등대' 중에서 (p56)

무심코 툭툭 던지는 구절 하나 하나에 진리가 담겨 있다. 바로 토베 얀손이 쓴 무민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랑스러운 무민의 매력도 큰 이유 중 하나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이런 매력적인 글귀들이 내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저 눈 좀 붙이겠다는 말인데 뒤에 살을 붙여 명언을 뿌리고 있다. 그렇다. 가만히 내버려두는 편이 더 나은 중요한 문제도 있는 법이다.





세상은 받아들일 준비가 된 이들에게는 엄청나게 놀라운 일들로 가득하단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새하얀 갈매기가 나한테 열쇠를 물어다 줬을지도 모르지...

'제 2장 등대' 중에서 (p68)

등대지기의 열쇠를 찾으러 다니다 무민파파는 우연히 등대 열쇠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등대지기로 임명된 것이라 생각하고 등대로 들어가게 된다. 우리에게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른다. 그 기회는 구하는 자에게 갈 것이며 준비된 자에게 갈 것이다. 나는 되고자 하는 그 무언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원하는 것을 갈구하고나 있는 것일까.



이제 그만해도 될 텐데. 단지며 병마다 절인 생선으로 가득 찼는데도 계속 낚시만 하다니. 먹을 것이 많아서 좋긴 하지만, 조금 모자랐을 때가 더 즐겁지 않았나 싶은걸. 이게 다 바다가 고약하게 굴어어서 그렇지.

'제 4장 북동풍' 중에서(p144)



가족을 위해 물고기를 잡아오는 무민파파와는 달리 무민마마는 속으로 물고기를 그만 가져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간혹 먹거리 혹은 돈이 중요치 않은 순간이 오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 순간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듯 하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일하는데 치중해 정작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살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겠다.



해마랑 친구가 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지 않겠지. 바라보면서 즐거워하면 되니까. 예쁜 새나 멋진 풍경을 바라볼 때처럼 말이야.

'제 7장 남서풍' 중에서(p234)

해마의 존재는 무엇일까. 바다를 뛰어다니는 말이 등장하는데 소유하고 싶은 또는 친해지고 싶은 동경의 대상과도 같은 존재로 비쳐진다. 우리의 소유욕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다. 무민은 밤이 되면 가족 몰래 바닷가로 나와 달리는 해마를 본다. 그럴 때마다 그로크가 다가온다. 그로크는 어떤 존재일까. 두려움이란 존재가 형상화 된 것일까. 차갑고 언제나 무민을 따라와 접근하는 존재인 그로크는 무민이 피하고 싶은 존재다. 하지만 그로크를 바라보게 된다.



바다는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거대한 녀석이에요. 바다가 왜 그러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우리가 바다를 좋아하면 아무 문제 될 게 없죠... 뭔가 얻으려면 단점도 받아들어야 하니까.

'제 7장 남서풍' 중에서(p246)

바다는 변화무쌍하다. 어부의 집을 덮치는 무시무시한 녀석이기도 하다. 그런 바다이지만 모두들 바다를 좋아한다. 우리는 바다의 단점도 그저 당연시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의 단점도 받아들인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


평온한 외딴 섬에서 낯을 가리는 은둔형 외톨이 어부와의 만남으로 시작한 무민의 여정은 마지막엔 생일 파티로 끝맺게 된다. 바다와 섬에 외로운 등대는 그간 외로움에 사무치던 어부를 만들어 냈고 스스로 사람을 멀리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결국 무민 가족의 따뜻함이 어부의 마음을 열게 하고 다시 등대의 불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무민 이야기는 아주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야기에 깊이가 있다는 표현이 맞을까. 쪼그라든 나의 상상력을 키워가며 무민 세계에 흠뻑 빠졌다 돌아온 느낌이다. 무민파파를 따라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무민마마의 그림들을 감상하고 무민을 따라 해마와 그로크를 만나고 그리고 등대지기를 만나고 돌아왔다. 빙그레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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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이언스 생각연구소 - 이 사람, 왜 이러는지 아시는 분?
이동귀 지음 / 박영스토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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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이언스 생각연구소

재미있는 생활 속 심리 이야기






연세 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가 쉽게 알려주는 사람의 재미있는 심리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어렵고 딱딱한 심리 이야기가 아닌 일상 생활에서 작용하는 우리의 흔한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항상 하는 고민 '오늘 뭐 먹지?', '츤데레'에게 매력을 느끼는 우리의 심리는?, 다이어트는 왜 항상 실패하는가?, 첫사랑의 기억이 아름다운 이유, 운전대만 잡으면 변하는 성격?, 인형 뽑기와 복권이 안 될줄 알면서도 하는 이유, 층간 소음 갈등이 심해지는 이유 등 총 30가지의 심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항상 접하지만 내 스스로 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았다. 나의 심리를 알고 다른 이들의 심리를 이해한다면 세상 살이가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생겼다. 그리고 정말 궁금해서 책을 펼쳐 볼 수 밖에 없었다.

'결정 미루기'라는 용어가 있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결정 미루기가 불안정한 애착과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즉, 어릴 때 주양육자와의 분리불안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양가적인 애착" 죽, 주 양육자와 너무 멀어지는 것도 두렵고 또 너무 친밀해지는 것도 두려워서 전전긍긍했던 그런 경험이 결정 미루기와 관련된다는 이야기다.

04 현대인들이 풀지 못하는 난제! "오늘 뭐 먹지?" (p47)

나는 소위 '결정 장애'가 없는 편이다. 나보다는 아내가 결정을 잘 못한다. 책 내용을 통해 아내의 어린 시절을 물었는데 역시나 불안정한 애착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한다. 아버님께서는 해외 출장이 잦으셨고 어머님은 가게 일을 하시느라 바빠 고모가 자신을 돌봤다는 사실이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에 아내에게 책에서 추천하는 결정장애 탈출 방법을 알려줘야 겠다. 정보 검색은 최대 3개로 제한, 실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결정의 결과를 기록하는 습관, 100점이 아닌 70점을 노리는 결정.





운전자들은 다른 차량을 인격체라기보다 한 대의 자동차로 인식하기 쉽다. 그래서 평소라면 사람에게 분노를 터뜨리지 않았겠지만, 운전 중에는 상대 운전자를 하나의 사물로 취급하여 마음껏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19 운전대만 잡으면 성격이 변한다? (p213)

나도 나름 성인 군자 성격을 가졌다고 생각하는데 운전을 하다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상대 차량에 대한 보복 욕구가 생겨난다. 이는 차량에 나를 투영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대 차량이 끼워주지 않아 내가 무시 받았다고 생각되고, 상대의 잘못에 나의 보복은 정당하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개인화의 오류, 피해 의식의 표출에 해당하는 행동들이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분노를 조절해야 한다. 심호흡을 하고 부정적 결과를 미리 예측해 분노를 가라 앉히는 방법이 최선이다.





확률에서는 선행 사건의 결과와 후행 사건의 결과는 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중략) 판은 늘 새로 짜여진다. 도박사의 오류는 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27 마성의 '인형 뽑기, 복권' 안될 줄 알면서도 사는 이유는? (p303)

불확실한 당첨 결과가 기대 심리 효과가 더욱 커지는 원리로 사람들은 로또를 구매하게 된다. 비합리적 판단임을 알지만 로또를 구매한다. 그 구매자 중에서 나도 역시 포함되어 있다. 로또는 형편에 맞춘 자유와 작은 사치다. 이러한 작은 사치라도 즐기면서 살아야지 너무 팍팍하게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지만 그 아주 아주 작은 확률이 나에게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이렇게 한 소시민은 스스로의 착각으로 위안을 삼으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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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심리는 단순하면서도 참 복잡하다. 한 현상에 다양한 심리적 요인들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심리의 신비함을 느끼곤 한다. 운전대를 잡을 때 화를 낸다거나 안되는 줄 알면서도 로또를 구매하는 우리는 어쩌면 심리의 노예일지도 모른다. 허나 우리는 이를 인지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의지에 의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에 대한 이해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돕는다. 화가 나는 내 자신을 안다면 이 화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의 이해는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길이며 감정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키가 된다. 이 키는 내 스스로 들고 있는 것이다. 일상 생활 속 재미난 심리 이야기는 가끔씩 꺼내 먹는 초콜릿과 같은 달콤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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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귀염뽀짝 이모티콘 만들기 된다! 업무 능력 향상 200%
정지혜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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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귀염뽀짝 이모티콘 만들기

나도 만들 수 있는 이모티콘






이모티콘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개인이 이모티콘을 만들고 이모티콘 시장에 올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개인 작가도 인기 스타가 되기도 한다. 누구나 이모티콘 시장에 호기롭게 도전할 수 있는 열린 시대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족을 위한 이모티콘을 제작해 올려보고 싶은 작은 욕심이 있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판매의 목적보다는 내가 직접 만든 이모티콘을 사용해보고 싶은 작은 욕심이 생겼다.



이 책은 초보자를 위한 책이며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사람 캐릭터, 동물 캐릭터를 그리는 방법부터 그림판, 포토샵으로 이모티콘 만드는 방법, 캘리그래피, 사진으로 이모티콘 만드는 방법, 움직이는 이모티콘 만들기, 마지막으로 만든 이모티콘 올리는 방법까지 일련의 과정을 차곡차곡 담고 있다.



멘트 넣기, 글자에 효과 넣기, 필터 넣기 등 세세한 예시를 통한 설명은 이해가 쉽다. 물론 기본적으로 그림 솜씨가 좋아야 하겠지만 이는 나의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니 늘어날 것이라 믿고 일단 하나씩 따라해 보련다.



가장 궁금한 부분은 실제 작가가 어떻게 작업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인터뷰를 통해 질문과 답변을 다룬 페이지가 있다. 자기소개, 아끼는 이모티콘 소개, 사용하는 프로그램, 작업하는 방식, 앞으로의 계획, 소감 등 작가들의 소개를 통해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샘솟았다.

당신도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취미로 그림 그리며 돈 벌고 싶은 직장인

- 문제지 귀퉁이에 낙서를 즐겨 하는 학생

- 아기 얼굴로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은 엄마, 아빠, 조카 바보

- 반려견, 반려묘로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은 애견인, 애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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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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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글로벌 거지 부부의 대만 도보 여행기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달동네에 살고 있는 부부. 9살 연상 연하 커플이자 아내는 일본인 미키, 남편은 한국인 박건우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서울에서의 생활을 보내는 이 부부는 세계를 두 다리만 믿고 도보 여행을 한다. 텐트로 야영을 하고 카우치서핑(사이트 가입자끼리 숙박을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숙박을 해결하고 하루 1만원으로 음식을 해결한다. 현지인들에게 구호물품을 받아 끼니를 해결하기도 하고 위험한 길은 히치하이킹으로 지나가기도 한다.

정릉 달동네.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도시가스 비공급 지역이다. (중략) 그래서 결심했다. 올겨울에는 비교적 따뜻한 대만에 가서 지내기로. 근사한 계획이나 넉넉한 경비 따윈 없다. 그저 생명이 끊기지 않기 위해 버티던 겨울을 사람답게 지낼 수만 있으면 된다.

'서울' 중에서 (p10)

아무리 백수라고 하지만 정말 일을 안하고 여행만 하며 사는 것일까? 더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그러한 듯하다. 그런데 왜 나는 이 부부의 삶이 부럽게 느껴지는 것일까. 집나가면 개고생이라던데. 그들은 고생을 자처한다. 쉽게 히치하이킹으로 다닐 수 있지만 굳이 도보 여행을 한다. 딱 필요한 만큼만 가방에 넣고 간다. 너무 많으면 힘들기 때문이다.



이 부부의 여행기는 참 신기할 정도다. 대만이라는 나라의 인심이 좋은 것인지, 배낭 여행자들에게 왜 이렇게까지 호의적인 것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는 의문 투성이었다. 도시에 살아가는 내 입장에서 대만 사람들의 인정이 매우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가까이에 이웃이 생긴 것은 반가웠으나, 가스 배출이 자유롭지 못했다. 혹여 이웃에게 피해를 끼칠까 봐서였다. 반면, 이웃집에서는 뭐가 자꾸 새어 나오는 느낌이었다. 역시 대륙에서 와서 그런지 규모가 보기 드문 누출이었다.

'핑둥' 중에서 (p207)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도보 여행 중인 이 부부를 사람들은 응원하고 간식을 나눠주고 잠자리를 제공한다. 아무 대가없이 그저 나누어 준다. 우리 나라의 시골 인심과 같은 느낌이랄까. 우리 나라 시골도 과연 이들처럼 이방인에게 베풀까 싶다.



이 책에서 단연 돋보이는 하나는 저자의 글솜씨다. 유쾌하고 장난기어린 글이 참 매력있다. 일본인처럼 생긴 한국인 박건우 저자의 숫기없다는 모습이 어떨지도 궁금해진다. 또한 아내 40의 나이에도 강한 미키의 해맑은 미소가 눈이 선하다.


대만에 온 지 3주가 지나자 이제는 경찰서를 편안하게 들락거릴 수 있었다. (중략) 서장님은 전화를 끊자마자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나갔다. 다시 나타났을 때는 양손 가득 음식을 들고 있었다. 일부러 옆 마을까지 가서 우리에게 먹일 음식을 사 온 것이다. 게다가 씻을 수 있도록 샤워실을 개방해주고, 지도상 가야 할 길까지 예습시켜주었다. 다른 나라 사람에게까지 친절한 이들의 호의는 생각할수록 놀랍기만 하다.

'화롄' 중에서 (p129)

우리 나라의 경찰서도 과연 이럴까. 커피를 내어주고 국수도 사주고 샤워실도 내어주고 텐트 칠 수 있는 자리도 내어주는 아낌없이 주는 경찰서다. 도대체 왜 그들은 이렇게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일까. 대만이라는 나라이기에? 도보 여행자라는 이유 하나로? 이 책을 통해 대만의 정을 느끼고 사람의 정을 느낀다.

도착일까지 며칠 남지 않으면 관광객 기분을 느낄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와서도 그게 되질 않았다. 잘 곳 미해결, 부피 큰 짐들, 한정된 예산 등의 문제가 있으면 도무지 관광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미키가 이런 면에서는 나보다 긍정적이라서 관광지의 겉이라도 훑지, 나 혼자였으면 고개만 돌리고 지나쳤을 것이다.

'신주' 중에서 (p324)

관광으로 방문하는 대만과 도보 여행으로 만나는 대만의 모습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책을 통해 도보 여행을 간접 경험한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괜시레 내 마음이 설렌다. 기존에 대만이라는 나라에 대한 나의 선입견도 사라졌다. 내 인생에서 이들처럼 도보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도 하기 힘든 도보 여행을 나중에 나이가 더 먹어서 할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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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일간의 대장정은 참 숨가쁘면서도 마음은 여유로웠다. 강풍의 위력에 몸이 휘청거리는 듯한 체험을 했고 온천물에 몸을 담그는 듯한 따스함도 느꼈다. 그들 스스로 글로벌 거지 부부라 말하는 모습이 그저 당당하고 멋있게 보인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꿈이다. 그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은 대만의 길 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1000km가 넘는 거리를 걸으며 대만에서 쌓은 추억을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 부부는 다른 책 <글로벌 거지 부부>에서는 인도, 라오스, 태국을 무일푼으로 여행한 내용도 담았다고 한다. 또한 대만에 가기 7주 전에는 스페인 순례길을 걸었다고 한다.



그저 부럽다는 생각만 들고 이들처럼 실천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려 한다. 도보 여행을 못하는 내 처지가 참 아쉽다. 짧게 나마 여행을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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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실험 -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한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딜런 에번스 지음, 나현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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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토피아 실험

어디에도 없는 장소 '유토피아'






에너지의 고갈로 세상이 종말할지 모른다는 학자들의 주장을 종종 듣는다. 자칫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될까.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저자 딜런 에번스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유토피아 실험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허무맹랑하고 뭔가 비이성적 행동처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그의 생각은 묘한 끌림과 설득력이 있다. 유토피아 실험이 실패로 끝남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 그 과정이 궁금해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실험을 하나 시작할거야."

"그래그래, 무슨 실험인데?"

지구 종말 이후의 삶을 실험하는 거야."

수화기 반대편에서 침묵이 흘렀다.

'애덤' 중에서 (p85)

내 주변 사람이 지구 종말 이후의 삶을 실험한다고 하면 어떨지 생각해 봤다. 저자 '딜런 애번스'의 동생처럼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다 아무 말도 못할 것 같다. 허무맹랑해 보이고 왜 해야하는 것인지 의문이 앞설 것 같다. 이 책을 읽지 않고 이런 말을 듣는다면 평생 그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현대 첨단 기술 사회에서 무작위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전기도, 석유도, 정부도 없는 세상에 대처해 나아가는 모습이었다.

'애덤' 중에서 (p86)

유토피아 실험에서 만난 사람들은 참 다양했다. 위대한 영의 가르침이 우선인 '애덤', 노아의 방주 증후군으로 세상의 종말이 우선인 '에그릭', 근처 오두막으로 이사온 여자친구 '보'를 포기할 수 없는 이 책의 저자 '딜런 에번스' 등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구분이 모호해지는 그들은 함께 유토피아 실험 안에 있다. 그들은 유르트(게르)를 짓고 생존을 위한 구상을 한다.



모든 공동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듯 하다. 한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고, 각자의 의견만을 주장한다면 하나로 통합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유토피아 실험을 위해 모인 사람들 역시 다른 생각들로 인해 서로 대립하게 되고 하나로 뭉쳐지기는 쉽지 않았다. 종교에 대해 지내는 방식에 대해 등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했다.



유토피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닉이 장작을 패다가 도끼로 손가락을 찍는 사고가 일어났다. (중략) 대개 당연하게 여기는 소독약과 기타 몇 가지 단순한 현대 의약품이 없으면 경미한 상처도 치명적일 수 있다. 작은 상처라도 감염되면 패혈증으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봄' 중에서 (p184)

유토피아 실험에서 이러한 사고는 이 실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대의 병원과 의약품없는 태초의 삶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문명이 붕괴된 세상에 대한 실험이지만 문명의 도움이 없이는 죽을지도 모르는 유토피아 실험의 현실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어느 정도까지 규칙과 규율을 정해야 하는 것일까란 의문이 든다. 물론 누구나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당장 이 곳을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존재하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도 그 자유, 자율이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한 문제도 남아 있다.

애초부터 과학 기술의 혜택을 경험해본 적 없이 사는 것과 이미 누려본 과학 기술의 혜택 없이 사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수렵 채집 시대의 조상들은 이이팟을 그리워하지 않았지만 유토피아에서의 나는 분명 아이팟이 그리웠다.

'봄' 중에서 (p197)

이 대목에서 유토피아 실험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문명이 붕괴했다고 한들 집 짓는 기술이 후퇴할 것도 아니거니와 누리고 살던 모든 것들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사용하고 싶은 아이팟을 포기하면서 지내는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유토피아 실험을 원시주의와 동일시 하는 설정부터 이미 어긋난 것이 아닐까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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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도 언급했지만 문명의 붕괴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은 개인적 기질이 비관주의적 성향일 가능성이 더 높다. 이 성향들의 모임은 공동체가 나누는 대화, 토론, 결정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 작은 공동체도 사람 간의 견해 차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 한 가족 안에서도 그러한데 서로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자급자족하는 상황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직접 체험하기 힘든 유토피아 실험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성공의 사례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간접적 실패 사례도 큰 도움이 된다. 유토피아 실험은 그 단어가 이미 포함하는 뜻인 "어디에도 없는 장소"라는 점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유토피아 실험에도 결국 문명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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