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빈곤 - 산업 불황의 원인과, 빈부격차에 대한 탐구와 해결책 현대지성 클래식 26
헨리 조지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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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빈곤

헨리 조지의 빈부 격차 해결책




끝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민국은 고민한다. 정부는 각종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부동산 가격은 통제와 규제를 통해 관리가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겨난다. 사회는 계속 발전하는데 빈곤은 여전하며 금수저 흙수저 계급이 정해지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과연 어떠할까. 무엇이 문제이며 대안은 과연 있는 것일까란 건강하고 합당한 의문을 갖게 된다.



헨리 조지(1839~1897)의 '진보와 빈곤'은 아인슈타인, 헬렌 켈러, 톨스토이의 추천도서로 경제사상 고전이다. 오늘날 세계 토지 제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하니 그 내용이 매우 궁금하다. 정부가 지대를 직접 징수하여 단일세제인 토지가치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헨리 조지의 주장에 귀기울여 본다.

임금은 자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임금의 대가인 노동의 생산물로부터 나온다.

[제1권 임금과 자본] 제1장 현재의 임금 이론은 타당하지 않다 (p42)

이 명제에 크게 동의하는 바이다. 책을 읽기 이전에 가졌던 생각이며 이 책을 통해 나의 생각이 좀 더 확고해졌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현재를 바라본다. 자본가가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가는 현재의 구조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노동자의 노동에 의한 생산물을 통해 임금이 나오는 것인데 대부분의 이익은 자본가에게 돌아간다.



생산력이 증가하는 데도 불구하고 임금은 최저 생계 수준으로 꾸준히 하락해 왔다. 이렇게 된 이유는 생산력이 증가하면서 지대가 전보다 더 큰 폭으로 올라갔고 그 결과 꾸준히 임금을 인하시켜 왔기 때문이다.

[제5권 문제의 해결] 제2장 부가 증가하는 데도 빈곤이 지속되는 현상 (p296)

진보의 행진에도 모든 이득은 노동자가 아닌 토지를 가진 개인에게 돌아간다. 토지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토지에 대한 투기는 점점 늘어난다. 세계 모든 국가들의 노동자 계급은 동일하게 고통을 당하고 있다.



토지가 값싼 신생 국가가 토지가 비싼 부자 나라들에 비하여 노동자 계급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 부의 불평등 분배는 토지 소유권이 불평등 하다는 사실에 있다.

토지를 공동의 재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제6권 해결책] 제2장 진정한 해결책 (p342)

헨리 조지가 이 책에서 정말 말하고 싶었던 한 가지가 바로 토지 공유제다. 토지 사유제를 철폐하고 독점된 토지를 공동의 재산으로 만들어 노동자가 소득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도록 하면 빈곤이 퇴치되며 임금은 노동에 따라 적합하게 받게 된다고 말한다.



모두가 우려하듯 헨리 조지 역시 이 정책을 수행함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 말한다. 정의에 부합, 현실 적용 가능성, 사회 발전 경향과의 부합, 다른 개혁안들과의 조화 등 다양한 관문이 존재한다.



진정으로 평등을 갈망하고 원한다면 누구나 지금의 경제 체계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저 현재에 머무르면서 변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평등은 불가능하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 어지러운 체계 안에서 토지 공유제를 도입하기란 어렵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 그러나 헨리 조지는 확실하게 말한다. 세금은 토지 가치세 하나로 충분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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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당신 같은 전문가들을 위해 이 책을 썼더라면 간결하게 내 주장만 적는 것으로 충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의 집필 목적은 좀 더 많은 독자를 상대로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전에 경제학 책이라고는 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고 또 경제학은 생각조차 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역자 해제] 용기있는 도덕적 경제학자 (p593)

636페이지에 달하는 상당한 책의 두께는 우리를 압도한다. 그렇다. 헨리 조지는 경제학에 무지한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쓰기 위해 이렇게 두껍게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헨리 조지의 경제학 관점에 물들게 되고 그의 팬이 되어 간다. 도덕적이며 평등을 추구하는 그의 경제학 사상이 우리를 매료시킨다.



구구절절 옳은 말들이며 무릎을 치게 하는 현명함이 묻어 난다. 허나 뉴욕 헤럴드의 편집장의 지적처럼 적당한 분량이라면 좀 더 좋았을 것을 하는 기대가 있다. 그런 마음에서인지 '간추린 진보와 빈곤'이란 책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사상을 깊숙하게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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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시 - 아픈 세상을 걷는 당신을 위해
로저 하우스덴 지음, 문형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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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시

'시'에게서 받는 공감과 위로




나는 시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과 모호한 표현들이 혼란스럽고 이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학창 시절 공부하면서 만난 시들은 그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시를 만났을 때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또한 나름의 해석이 옳고 그른 정답의 잣대로 다가선다는 점이 못마땅했다.



이 책을 읽은 후 시에 대한 나의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시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시가 가진 진면목을 지끔까지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자 로저 하우스덴이 추천하는 10편의 시와 각 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고 다시 시를 읽으니 내가 마치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을 하게 되니 시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보이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상상력과 지식, 영감과 노력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배합하여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세상에서 삶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생명의 호흡을 불러넣으며, 새로운 것을 바라보고 음미하게 한다. 시는 우리로 하여금 삶을 가감 없이 맛보게 한다.

머리말 (p14)

머리말에는 어려운 시기에 '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적혀있다. 시를 통해 지혜가 깊어지고 감동을 받으며 시대를 초월한 소통을 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글만으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우리를 흔들어 깨우는 10편의 시를 만나볼 차례다.

피상적인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들 안에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끔 하는 회복 효과가 시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시는 흔하고 작은 경험들을 떼어내어, 느낌과 감성을 겹겹이 덧입혀, 서정적이면서 때로는 깊은 철학으로 마무리 짓는다.

3장 심금 (p56)

연애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콘래드 에이킨의 '말다툼'을 읽고난 후 깊게 공감할 것이다. 작가가 처한 현 상황을 말다툼이라는 단어 하나로 온전히 이해했고 동일한 경험이 있는 우리가 이 시를 읽었을 때 작가의 심정이 고스란히 글을 통해 전해진다.



아는만큼 보이고 느껴진다. 잘 모르고 시를 접할 때보다 알고 시를 만나면 느낌이 완전 다르다. 그리고 비로소 시에 숨겨진 의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가의 깊은 내면이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최악을 알게 되었으니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7장 다른 이는 없습니다 (p119)

웬델 베리(1934~)의 '이제 최악을 알게 되었으니' 시의 서두에 나오는 구절이다. 무언가 강렬한 서두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츠하크 라빈이 누구인지 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인지 저자가 설명을 읽고 다시 읽는 시는 이해의 깊이가 전혀 다르다.



처음 시를 읽는다. 저자의 설명을 읽는다. 그리고 다시 시를 읽는다. 꼭 이런 순서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빈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를 이끌었고 이스라엘 총리였다. 그러나 오슬로 협정에 반대하는 극우파 청년의 총에 라빈은 사망했다. 다시금 읽는 시에 등장하는 '최악', '미안합니다' 라는 글들을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쪽 길입니다.

붙잡혀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굴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9장 어쨌든, 사람이란 무엇인가? (p159)

나짐 히크메트(1902-1963) 의 '이쪽 길입니다'는 감옥 진료소라는 장소가 나와 죄를 지은 죄수가 쓴 시라고 생각했다. 물론 감옥에 있는 나짐이 쓴 시가 맞지만 그는 정치범으로 감옥에 가게 되었다. 좌익 잡지사에서 일한다는 이유였다.



이 배경을 알고 다시 읽는 시는 참 색다르다. 죄인의 글이란 생각에 나도 모르게 무언가 선입견이 작용한 것이다. 예술적으로 뛰어난 죄수네.. 허나 이 배경을 알고 만나니 참 억울할 것 같다. 그럼에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멋을 느낀다. 감옥에서 탈출해 러시아로 가서 창작 활동을 했다고 하니 이 시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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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 - 생활은 가벼워지고 삶은 건강해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
비 존슨 지음, 박미영 옮김 / 청림Life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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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

쓰레기 제로에 도전하다




매주 수요일 분리수거 배출일마다 수북하게 쌓여있는 재활용품들을 본다. 고작 일주일인데 이렇게나 많이 쌓였나 싶다. 이 책을 읽은 후로는 우리 가장이 조금은 달라져야 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그리고 재활용품에 대한 인식이 약간 달라졌다. 재활용품이 정말 재활용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는 점 하나만으로 이 책은 내 시각의 변화를 가져왔다.



쓰레기 제로 도전은 미니멀라이프 추구, 자연주의와 그 맥락이 비슷하다. 도시 안에서 수행할 수 있는 자연 주의의 실천적 삶이며 가장 이상적인 미니멀라이프의 삶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쓰레기 제로 도전은 개인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 작은 변화가 어떠한 물결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병들어가는 지구를 살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가정 내 쓰레기를 줄이기는 다음의 다섯 가지 단계를 따르면 상당히 쉽고 간단하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절하기, 필요하며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줄이기, 소비하면서 거절하거나 줄일 수 없는 것은 재사용하기, 거절하거나 줄이거나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하기, 그리고 나머지는 썩히기.

Chapter 01 쓰레기 제로의 삶은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p26)

욕실, 화장품, 침실, 옷장, 일터, 학교, 외식 등의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서 다섯가지 단계를 적용시키면 쓰레기 제로에 다가설 수 있다. 소비는 꼭 필요한 곳에만 하고, 그 필요한 소비는 건강한 재사용을 통해 하도록 하며, 비닐과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와 도자기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다.



자칫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내용들도 있다. 굉장히 불편하고 어려운 일들이다. 허나 이 내용들을 통해서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의 생활 습관과 방식에 대해서 뒤돌아 보게 되었다. 무분별한 플라스틱의 사용, 환경 호르몬 노출 등 건강에도 직결되는 문제들, 환경 파괴와 직결되는 문제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 우리가 자행한 것들이다.

필요한 것 이상으로 구매하면 필연적으로 그 식품에 질리고 유효기한은 어느새 훌쩍 다가와, 결국에는 식품과 공간, 돈, 자원, 그리고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Chapter 02 장보기 방식의 변화가 쓰레기 제로의 시작이다 (p76)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대용량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찬찬히 돌이켜보면 이 대용량 제품을 알뜰하게 모두 사용한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나 싶다. 결국은 합리적이지 못한 소비인 셈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잘못된 소비 습관을 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많은 비누 포장지 안이 비닐 코팅되어 있어 재활용되지 않으며, 유기농 브랜드가 성분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만 포장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Chapter 03 욕실과 화장품의 쓰레기 제로는 건강을 되찾게 한다 (p104)

유기농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있다. 대체적으로 유기농 브랜드는 뭇매를 맞는다. 유기농이란 단어에 우리는 너무 큰 기대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유기농 제품도 그러한데 일반 제품은 오죽할까 싶다. 대부분의 제품이 포장재에 대해서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비닐과 포장재들에 대한 문제 제기는 누가 해야하는 것일까.

나는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모두 당신처럼 살았다가는 우리 경제는 붕괴할 거예요."

하지만 실은 현재의 진로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완전한 붕괴를 향해 치달을 것이다. 만약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쓰레기 제로 대안을 수용한다면 세상을은 정말 어떻게 변할까?

Chapter 11 쓰레기 제로의 미래는 어떨까? (p338)

경제가 붕괴할 것이란 우려는 오지랖이다. 쓰레기 제로를 전 인류가 수행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 쓰레기 제로를 모든 사람이 수용한다고 하면 기업은 변화할 것이며 새로운 대안들이 쏟아질 것이다. 세상은 변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변화가 지구를 위하고 사람을 위하고 환경을 위하는 것이라면 아주 좋은 변화가 된다. 그렇기에 쓰레기 제로는 아주 좋은 시도이며 전 세계가 채택해야할 정책이다. 쉽지 않은 일이며 소수의 발언에 불과한 이 일이 활성화되어 꼭 세상을 바꾸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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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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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부성애란 이런 것이다.

아직 읽지 않았다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인생소설

감정이 메마른 매정한 나를 울린 소설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나도 익히 '가시고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소설이며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왜 이제서야 이 책을 만나게 되었을까.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다시금 사람들에게 회자될만큼 강력한 힘을 가졌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읽는 가시고기는 나에게 선물이며 축복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말썽이 점점 늘어나는 아이가 오늘은 참 이뻐 보인다.



아내는 이 책을 읽고 책을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서의 재미를 알았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깨우쳤다고 한다. 그만큼 재미있고 슬프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리고 나의 마음 역시 뒤흔들었다.

내가 하늘나라로 가 버리면 아빠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까요. 엄마가 떠났을 때처럼 진탕 술만 마실까요. 그게 무지무지 걱정이랍니다.

p15

이 구절이 계속 뇌리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눈물이 핑돌았다. 몇 페이지 읽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슬프다. 큰일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펑펑 울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과 함께 가슴이 아려온다.



아버지의 시각과 아이의 시각이 번갈아 가며 나온다. 특히 아이의 생각과 시각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아버지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아이의 생각이 대견하면서도 슬프다.

속내를 숨길 줄 아는 아이였다. 주위에선 어른스럽다거나 속이 깊다고 했다. 그에겐 칭찬이 아닌,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지 못했다는 호된 나무람으로 들렸다.

p128

아이는 아이다워야 함이 정상일 것이다. 아이가 어른스러운 모습이 어찌 이렇게 아쉬울까. 정말 칭찬으로 어른스럽다는 말이 부모 입장에서 이토록 자책하게 하는 말이 될까. 병이 다른 사람의 말을 부정적으로 만든 것일까. 철부지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저 아무런 걱정없이 눈치보지 않고 철없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가시고기는 참 이상한 물고기예요.

엄마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버려요.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요. 아빠가시고기가 혼자 남아 돌보죠.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은 채 열심히 지켜내죠. 아빠가시고기 덕분에 새끼들이 무사히 알에서 깨어납니다. 아빠가시고기는 그만 죽고 말아요. 새끼들은 아빠가시고기의 살을 뜯어먹고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결국 아빠가시고기는 뼈만 남게 됩니다.

p192

아빠가시고기의 부성애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아버지의 희생은 소설과 정말 잘 어울린다. 나도 같은 상황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과 내 자신까지도 희생할 수 있을까. 소설 속의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아버지의 심정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 무엇인가 뒤통수에 부딪혀 강렬한 파열음을 내며 부서졌다. 무서운 속도로 대기권을 뚫고 날아온 유성이 지구의 표면에 충돌하듯 그렇게. 한순간 머릿속이 텅 비어졌다. 빛도 소리도 차단된 무중력 공간으로 두둥실 몸뚱이가 떠오르는 듯했다. ... 그는 웃었다.

p265

생각치 못한 악재가 닥쳐왔을 때 이런 기분일까.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한 순간. 사고가 정지되고 감당할 수 없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이 웃음이 아님을. 이해가 되는 그의 웃음에 나의 머릿속도 멍해진다. 어떻게 해야할까.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자 전속력으로 달렸는데 결승선이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 느낌.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느낌. 나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아버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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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의 마지막 장을 나 혼자 서재에서 덮었다. 마지막 장은 혼자 있는 곳에서 읽고 싶었다. 가슴이 아려온다. 왜 그리 아이에게 매정하게 대했어야만 했을까. 아이가 덜 힘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을까. 굳이 그랬어야만 했을까.



책을 다 읽었는데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책이 전하는 감동과 여운을 쉬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부성애란 이런 것이라며 말한다. 아직 나의 부성애는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반성까지 하게 한다. 자기 자신보다 미련하게 아들을 사랑한 아버지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이 300만부 초베스트셀러임에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내일부터 만나는 바람들에게 가시고기를 읽었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리고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꼭 읽어보라고 강력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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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오 옮김 / 하다(HadA)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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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순수한 도련님이 만나는 불합리한 세계





나쓰메 소세키(1867~1916)는 일본의 셰익스피어, 국민작가라 불리는 근현대 일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준 작가다. 그의 작품으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마음' 그리고 '도련님'을 익히 알고만 있었고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고전이라 읽기 힘들 것이란 우려와는 달리 가독성이 좋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도련님의 시각으로 그려지는 작은 지방의 중학교에서의 일들이 낯설지 않다. 우리는 도련님이 되어 본다. 그의 처지에 같이 공감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의심하고 생각을 공유한다.

시코쿠 지방에 있는 어느 중학교에서 수학 선생을 구한다는데 자네 갈 의향이 있는가? 월급은 40엔이래.

불의에 순응하지 않는 도쿄 출신의 도련님이 주인공으로 그의 내면 서술이 인상깊었다. 마치 저자 자신의 내면을 그리듯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순수하면서도 정의롭고 바른 기본적 인성을 바탕으로 세상과 만나는 도련님은 우리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겉으로 아주 바른 사람일지라도 내면에서의 생각과 대화는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리도 역시 그러하며 그게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는 사람의 기본 습성일 것이다. 웃으며 대화하는 사람이 속으로 욕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게 속다르고 겉다르다며 욕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디 돌을 던져 보아라. 도련님은 그래도 생각과 행동이 일관된 편이다.

물론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되지. 하지만 본인이 나쁜 짓을 하지 않더라도 남이 나쁜 짓을 하는 걸 깨닫지 못하면 낭패를 보게 된다는 걸세. 세상은 만만하고 담백한 것처럼 보여도, 친절하게 하숙집을 소개해 준다고 해서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되는 법이야.

p107

어느 조직이나 문제가 있지만 교묘한 술수로 상대를 음해하는 사람이 있다. 때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정신병이 있다는 둥 망상을 한다는 식의 오해를 받기도 하기에 진실 파악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작은 조직에서 보이지 않는 두 그룹은 서로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두 그룹이라고 해봐야 한 두사람의 경쟁에 불과하지만 작은 조직에서 한 두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속내를 알수 없는 '빨간 남방'과 이를 따르는 '따리꾼'은 도련님에게 낚시를 함께 가자고 하며 은연 중 수학 주임인 '높새바람'을 욕한다. 도련님은 학교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떠한 상황인지 파악이 어렵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어리둥절하지만 어느 누구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경험이 떠올랐다. 바로 과거 장교 생활을 하던 때다. 소위로 부대로 파견되었을 때 보이지 않는 두 그룹으로 갈라진 대대의 분위기는 나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도련님은 마음에 안들면 떠날 수나 있지만 의무 복무 중인 장교가 사표가 가당키나 할까.

"그깟 몸이 좀 피곤한 거야 상관없어. 저런 간신배를 그냥 내버려 두는 건 나라를 좀먹게 하는 일이니까 내가 하늘의 뜻을 대신해 불의를 응징하고자 하는 거야."

"통쾌하겠군. 그렇다면 나도 가세하겠네. 그래서 오늘 밤부터 불침번을 서자는 건가?"

p223

'높새바람'과 사이가 틀어졌으나 곧 오해는 풀렸다. 이 또한 간신배의 술수였다. 그리하여 도련님과 높새바람은 동맹 관계가 되어 적에게 대항하기에 이른다. '높새바람'의 기세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렇다. 정의롭고 당당한 '높새바람'의 모습에 가까워 지려 노력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불의를 응징하는 면에서 통쾌함을 느낀다. 허나 근본적으로 학교의 문제를 바꾸지 못하고 사표를 제출하는 모습에 약간은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정의로운 두 사람만 사표를 내고 떠날뿐 불의의 원흉들은 아무런 해가 없는 셈이지 않은가. 현실과 다름이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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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이 왜 추천 고전 소설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 읽기에도 전혀 이질감이 없고 어느 곳에나 있는 고질적 문제를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도련님과 같은 경험을 하였고 또한 할 것이다.



어느 곳에나 '너구리'같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내로남불의 전형에 입만 살아있는 '빨간 남방' 같은 사람도 있다. 또한 간신배인 '따리꾼'같은 사람이 존재하며, 옳고 그름을 분별하며 올곧은 기상의 '높새바람'과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렇게 세상은 균형을 맞춰가며 흘러가는게 아닐까. 그 중에서도 도련님의 모습이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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