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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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까만 단발머리

춤추는 리아킴의 인생 이야기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대표 안무가 리아 킴의 에세이를 만났다. 춤의 세계는 나와는 좀 다른 세계에 있다. 처제가 걸스힙합 춤 선생님이다. 춤의 세계에 살짝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춤 세계의 중심에 있는 리아 킴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지독한 연습쟁이 리아킴의 인생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왕따, 전따의 어린 시절을 춤으로 극복했고, 지금 춤과 함께 살아간다. 세계 대회 1등을 해봤지만 현실의 벽에 허덕였다. 위대한 탄생2, 댄싱9에 참가해 흑역사를 기록했고 지하 연습실과 고시원 생활로 전전긍긍하며 살아왔다. 허나 지금은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로 세계를 춤추게 하고 있다.

어느 날 선미가 솔로 데뷔를 한다며 음악 한 곡을 들려줬다. 함께 음악을 듣고 내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몇 개 이야기하자 선미는 내가 한번 안무를 짜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했다. 그게 바로 '24시간이 모자라'였다.

1_렛츠 댄스 / 백만 명만 나와 함께 춤출 수 있다면 (p30)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의 안무는 리아킴에게서 시작되었다. 함께 춤추는 사람이 백만명쯤 되었으면 좋겠다는 원밀리언 스튜디오를 만든 리아킴의 바람은 이뤄졌다. 현재 1600만명이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있으니 말이다.

춤추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삶이 답답하다면, 그냥 심심하다면, 너무 무료하다면, 아무 생각 없다면, 혹은 지금 내 감정이 뭔지 몰라 멍 때리고 있다면 춤추자, 우리.

1_렛츠 댄스 / 백만 명만 나와 함께 춤출 수 있다면 (p40)

춤이란 참 신기하다. 70% 수강생이 외국인이라는 원밀리언 스튜디오의 모습에 춤은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 힘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 밖에 없다. 몸치인 나에게도 춤은 몸을 움직여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창구다. 세살 딸 아이와 함께 춤을 출때는 항상 하하호호 웃고 있으니 분명히 춤은 참 즐겁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황홀함은 안타깝게도 3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걸. 대회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전히 나는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지하 연습실에 있었다. 며칠 지나면 다시 또 돈에 쪼들려야 했고, 호텔방 대신 고시원 작은 침대에 몸을 뉘어야 했다.

2_포 스텝 / 내가 춤을 만들어볼까 (p99)

2007년 2008년 세계대회 1등 춤으로 이룬 우승에 기쁘고 행복했다. 하지만 곧 냉혹한 현실로 돌아왔다. 리아킴은 춤추는 건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이 싫었지만 현실의 벽에서 춤이 정말 배고픈 일임을 알았다. 대회 1등 상금만으로 무언가 엄청난 것을 이룩할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과 현실은 정말 달랐다. 명성만으로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방송이 나가고 며칠 뒤부터 더 많은 연예기획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한두 주 사이에 네다섯 군데 정도 됐을 거다. 각자 회사의 연습생 안무 트레이닝을 맡기고 싶다는 거였다.

3_새로운 몸짓 / 이제 여기가 우리의 무대야 (p173)

위대한 탄생2에 출연하여 혹독한 실패를 경험했다. 남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이 경력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어 일이 들어오게 되고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때로는 돌파구가 된다는 이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정말 한 치 앞의 인생을 알 수 없기에 세상은 살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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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킴이 이룩한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는 그저 운이 좋아서 성공했던 것일까. 리아킴이 살아온 인생이 이 책에 담겨있다. 그녀의 인생을 하나씩 들춰보면 결코 원밀리언이 하루 아침에 생겨난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간 하나씩 쌓아온 그녀의 모든 것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힘든 시기, 힘들었던 과정들이 많았다. 현실의 돌파구를 찾고자 위대한 탄생2에 참가해 탈락을 맞봤다. 댄스 세계 대회 1위의 리아킴이 안무를 외우지 못해 댄싱9의 경연에서 떨어졌다. 이러한 쓰라린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갔다. 쓴소리만 입에 담고 살아던 그녀가 조금씩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그녀가 되었던 것처럼 세상은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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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박윤근 지음 / 청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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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두광 박윤근 저자가 바라보는 2033년의 대한민국




다양성이 존중되는 21세기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다양한 철학과 사상들을 마주한다. 많은 의견들 중에서 어떠한 사상이 맞는 것인지 혼란스럽지만 우리는 이러한 다양한 의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름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내 자신의 성장을 가져온다. 박윤근 저자의 철학이 담긴 <2033년>에서 바라보는 미래의 대한민국은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정치학 수학, 금문산업 대표이사, 현대정치외교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한국인권옹호협회 사무총장, 한미 사회복지협회 공동대표,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상임위의장, 한국인권옹호협회 이사장 등 다양한 이력의 박윤근 저자가 전하는 철학은 어떠할지 궁금했다.

지금은 냉각기를 갖고 우물거리고 있지만 언젠가 북미간의 비핵화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어지기 시작하면 북한은 시장개방을 할 것이고 남북 경제협력은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다.

북한의 시장개방 또는 남북 경제협력은 북한의 경제만 살리는 것이 아니요. 남한의 경제도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제2장 태평양 문명의 주인공은 통일한국이다 (p38)

남북이 통일을 한다면 어떠할까. 역대 대통령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북한과 대화의 장이 펼쳐지고 있는 2019년이다. 이러한 대화의 끝을 많은 이들이 희망차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태평양 문명의 주인공은 통일한국이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북한은 핵을 완전히 비핵화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같이 경제 성장을 이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일을 염두하는 우리 대한민국은 북한과의 경제 협력으로 제2의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제창한 정사각 운동이 성공하고, 이 땅에서 가장 비전 있는 여성들이 자각하여 일어서고, 불교문화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면 태평양문명의 주역은 통일한국이 될 것이요, 동아시아의 맹주로 우뚝 솟아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다.

제3장 정사각 운동을 제창한다 (p122)

이 책에서 가장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 구절이라 생각한다. 태평양 문명의 주역은 통일한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고자 한다. 기독교가 주류인 현재의 모습의 대안으로 불교를 제안한다. 대한민국은 불교 컨텐츠를 개발하고 많은 이들이 불가의 정신을 알게하여 이를 중심으로 둘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마음을 중시하는 불가의 가르침에 주목하고 있다.

정사각 운동이란 무엇인가 세계인이 되기 위한 계몽운동이다. 세계시민 즉 선진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친절하고 신용있고 질서를 잘 지키고 정직해야 한다.

제3장 정사각 운동을 제창한다 (p124)

저자는 정사각 운동을 말한다. 이 운동은 기본부터 제대로 시작해보자는 말로 들린다. 서로를 위하는 친절, 신용, 질서, 정직을 강조하는 이 운동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아주 기본이 되는 요소임에는 의심이 없다. 기본적인 것이지만 과연 우리는 선진 국민인가를 생각해봤을 때 아직은 부끄러운 사건 사고가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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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꾸짖는 저자의 따끔한 말들이 담겨 있다. 자본주의를 꾸짖는다. 풍요롭지만 세상은 굶주리는 현재를 나무란다.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미래를 바라보고 예견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맞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고 건강한 방향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저자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2033년의 미래는 어떠할지 매우 궁금하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통일한국이 되어 있을지 아니면 지금의 모습과 비슷할지. 미래를 우리가 정할 수 있다면 나도 저자와 비슷한 모습을 꿈꾸는 듯 하다. 내가 바라며 꿈꾸는 미래의 모습도 비슷하게 통일한국, 경제 대국 그리고 굶주림이 없는 바른 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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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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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돌아왔다

섬뜩한 반전을 선사하는 공포 스릴러




C. J. 튜터의 첫번째 작품 <초크맨>을 인상 깊게 읽었다. 그녀의 두번째 작품 <애니가 돌아왔다>는 그녀의 색깔을 보여주되 재미있는 소설의 원칙들을 철저하게 지키는 기본기가 탄탄한 소설이다.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형태의 소설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마지막 한 줄까지 우리에게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 줄을 읽지 않으면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지막 한 줄을 읽은 후 한동안 혼란에 빠져 어리둥절했다.

나는 네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알아. 그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어.

(p36)

주인공 조 손은 고향마을 광산촌 안힐로 돌아간다. 영어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만나고 동네 사람들을 만나며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하나씩 껍질을 까듯 드러나는 실체는 독자의 궁금증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책의 제목처럼 애니가 돌아왔다. 조손의 여동생은 실종되었다. 그런데 실종되었던 애니가 며칠 후 돌아왔다. 돌아온 애니는 무언가 이상하다.


"갱도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했다고?"

우리는 그랬다는 뜻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그 구덩이라고 했다. 그것의 정체를 이미 아는 듯이 그랬다. 그리고 그 구덩이는 사실상 갱도와 전혀 달랐다.

(p181)

과거 스티븐 패거리는 갱도의 입구를 발견한다. 스티븐 패거리의 한 명이었던 조 손도 역시 함께 했다. 갱도라고 생각했던 그 구덩이는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패거리는 입구를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나는 아까보다 시원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춥게 느껴졌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추운 게 아니었다. 이상하게 추웠다. 섬뜩하게 추운 거지.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동하는 그림자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살아서 움직이는.

(p312)

공포의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가져간다. 수많은 딱정벌레 무리를 등장시켜 마치 내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어두컴컴한 낯선 공간에 순백의 뼈다귀와 딱정벌레 무리가 함께 하는데 불이 꺼져 암흑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스토리는 전개된다. 이 자체가 공포다.

"동생한테 무슨 일인가가 벌어졌어요." 나는 느릿느릿 얘기한다. "뭐였는지 설명은 못 하겠어요. 동생이 돌아왔을 때 전과 같지 않다는 걸 그냥 알 수 있었거든요. 내 동생 애니가 아니었어요."

(p341)

돌아온 애니는 전과 달랐다. 알수 없는 악취가 몸에서 나며 알몸으로 오줌을 싼다. 애니가 다시 괜찮아 질거라는 기대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이 공존하는 조 손에게 애니는 공포의 대상이다. 나라면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갈 수 있을까. 그저 어린 학생이었던 조 손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드러나는 과거의 사건의 전말은 쉽사리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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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단단히 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며 긴장감을 유지하는 저자만의 특별한 장치가 있다. 공포 영화는 시각과 청각을 지배하지만 공포 소설은 상상력을 지배한다. 상상력을 지배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조 손과 함께 알몸으로 비열한 눈빛으로 칼을 든 애니와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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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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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가 그린 딩씨 마을의 비극




중국에서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힌다는 옌롄커의 소설 <딩씨 마을의 꿈>이다. 이 책은 국가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판매금지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 존재조차 몰랐을 소설의 내용에 궁금증이 생긴다. 중국에서 금지된 소설이라니 그 실체가 정말 궁금했다. 또한 작가 스스로 자신의 소설 중에서 최고라 말하는 이 소설은 시작부터 가히 압도적이다.

딩씨 마을은 피를 팔면서 점차 피에 미쳐갔다. 평원에서 피를 팔면서 피에 미쳐갔다. 십 년 후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내리는 궂은비처럼 열병이 쏟아져 내렸고, 피를 팔았던 사람들은 모두 열병에 걸렸다.

(p79)

에이즈라 불리는 열병이 퍼진 딩씨 마을. 사람들이 피를 팔기 시작하면서 마을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피를 팔면서 열병이 돌기 시작했다. 열병에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그런 딩씨 마을을 한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이 아이는 독이든 토마토를 먹고 죽었다. 죽은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딩씨 마을의 모습은 가관이다. 죽음을 앞에 둔 딩씨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환자들은 매달 정해진 표준량에 따라 식량을 납부한다. 부족한 양을 납부하거나 양을 속이는 자가 있으면 그 쳐 죽일 놈의 가족을 전부 열병에 걸려 죽게 만든다.

(p282)

쟈껀주와 딩유에진이 딩씨 마을을 관리하기 위해 정한 여러 조항의 규정 중에서 첫 번째 조항이다. 속이는 자체가 잘못된 것임이 맞고 지켜져야 하지만 가족을 모두 열병에 죽게 한다는 매우 가혹한 조항에 사람들이 동의한다. 어차피 죽을 것이니 별 상관 없다는 것일까. 잘 납득되지 않는다. 딩씨 마을을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고전 소설 '동물 농장'에서 규율들을 정하는 내용이 생각났다. 스스로 법을 만들고 이를 지키지 않을시 가혹한 벌을 내린다는 무시무시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싼값에 관을 구입하게 된 사람들은 정부가 관을 지원해줬다는 생각에 자신이 열병에 걸린 것도 잊고, 집 안에 곧 죽음을 맞이할 사람이 누워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미소를 띤 얼굴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가볍고 즐거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너무 기쁜 나머지 얼굴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p329)

이 대목은 할아버지의 꿈 내용이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꿈은 꿈인 동시에 곧 현실이다. 현실과 꿈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사람들은 싼값이 관을 구입해 기뻐한다. 죽음을 앞두고 있어 그런 것일까. 모든 것을 달관해서 그런걸까. 저렴하게 관을 구매해서 기뻐하는 모습에 이상한 것은 정녕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아버지, 실은 아버지만 저를 죽이려고 하지 않으면 이 평원에 있는 여러 마을 중 그 누구도 저 딩후이를 어떻게 할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p602)

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사죄를 요구한다.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사죄하라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왜 그래야 하느냐며 역정을 낸다. 할아버지는 딩씨 마을을 돌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립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딩씨 마을의 역병을 가져온 장본인과 이를 수습하고자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정상과 비정상이 혼재된 이 세상과 다를바가 없다. 그나마 정상적인 사람인 할아버지도 이 마을에서 정상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옌롄커의 소설에서 현실과 허구, 상상과 진실, 합리성과 부조리성, 과정과 변형의 경계를 동시에 탐험할 수 있는 것이다.

(p627)

옌롄커의 소설에 대한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 조차도 물질적 욕망에 무릎을 꿇는다. 당장 죽는 판에 관이 금인지 은인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당장 죽어가는 판에 자신의 품삯을 제대로 받지 못함에 화나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마을 사람들 모두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오늘 내일을 사는 이 특별한 상황에서 물질적 욕망이 정말 부질없는 것일까.



수많은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 부조리하면서도 합리적이며, 허구이나 현실과 같은, 상상 속의 이야기지만 진실과도 같은 이 오묘한 조합을 소설은 우리 앞에 이끌어 낸다. 홀리듯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딩씨 마을의 할아버지의 마지막 외침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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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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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역사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역사는 어렵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 학창시절에도 공부에 어려움을 겪었던 과목이다. 그런 나에게 역사는 기피 대상이었으며 지금까지도 큰 변함이 없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고 역사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최태성 강사와 함께 역사를 공부하면 참 재미있다. 그리고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정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이해에 기반한 역사 이야기며 역사를 재미있는 학문으로 바꿔준다는 사실이다. 또한 현재와의 연결고리를 보여주고 있다.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나? 과거의 인물에 대해서 이해하고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다양한 문제들과 마주하고 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과거의 역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아득한 시간 동안 쌓인 무수한 사건과 인물의 기록입니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지요.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의 삶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습니다.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는 탐험 (p28)

나는 참 어리석었다. 역사는 쓸모없는 과거에 불과하다고 치부했다. 과거와 현재는 시대가 달라서 서로 연관지을 수 없다는 내 생각이 이 책을 통해 통째로 변화했다. 역사 공부는 그저 재미없다고 생각했으나 이 책을 통해 달라졌다. 이렇게 쉽게 역사를 배웠다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보고는 그저 해상왕이라는 사실 하나만을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 장보고에 대한 존경심까지 생겼다. 뛰어난 무예에도 불구하고 신분때문에 빛을 볼 수 없었던 장보고는 바다를 건너 당나라 군인이 되어 승승장구한다. 또한 무역에 통달해 큰 돌을 벌어들여 부를 축적한다. 그리고 신라로 돌아가 청해진을 건설해 해적을 소탕하는 해상왕이 되었다. 왜 장보고가 그러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었다. 참 쉽고 재미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내 옆에 있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왜 태극기를 들고나오는 걸까? 독재 정권으로 돌아가자는 거야?' 라고 단정하기 전에 그들이 살아온 삶의 시간을 상상해보고 이해한다면 세대 갈등이 갈등을 넘어 혐오로 번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할머니, 할아버지는 태극기를 들고 광장으로 나왔을까 / 공감 (p145)

태극기 부대의 모습은 젊은 세대들이 이해하기 힘들다. 나 역시 이해할 수 없었으며 그저 포기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꽤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분들은 태극기 부대를 옹호하고 젊은 세대와 생각이 다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자기의 삶을 통째로 부정당하는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 시대와 자신을 동일시 한다는 점에서 태극기 부대가 나왔던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가 필요하다는 말에 큰 공감이 되었다.


김육은 대동법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로지 백성만 봤던 겁니다. 백성에게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 이것만 기준으로 삼았어요. 김육은 대동법에 인생을 걸었습니다. 대동법 확대 시행을 끊임없이, 정말 끊임없이 주장했어요.

삶을 던진다는 것의 의미 / 김육 (p188)

쌀로 세금을 내는 제도인 대동법이 어떻게 백성을 위하는 길인가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김육의 이야기와 당시의 시대 상황들에 대한 설명을 통해 비로소 대동법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어 놀라웠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는 정부의 모습과 어떻게서든 법망을 피하고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는 기득권과의 싸움이 떠올랐다. 백성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김육의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인다.


'내 강의는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듣는 강의가 아니라 돈이 있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무료 강의로 만들겠다'는 제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게 되었거든요.

나오는 글 / 삶의 밑그림을 그려준 이들을 생각하며 (p293)

시골의 한 학생의 바람에 최태성 강사는 20년간 무료 역사 강의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모두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역사를 가르치기 위한 최태성의 큰 그림에 감탄이 나온다. 돈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아닌 자신의 꿈을 가진 최태성 역사 강사의 철학이 정말 멋있다. 역사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꿈과 동시에 나의 꿈을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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