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이 개복치 성향의 삶과 이야기
나는 왜 계속 에세이를 읽는 것일까. 다른 이들과의 대화는 꺼리면서 책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기 좋아하는 이상 야릇한 취미의 소유자. 이번에도 역시 나와 다른 듯 많은 부분이 닮아 있는 소심이 개복치 성향의 저자 이정섭을 만났다.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는 주체가 나 자신이며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 그래서 언제든 내가 읽기 싫을 때 책장을 덮으면 그만이다. 대화는 내가 듣기 힘들 때 멈춰달라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일까.
공감 가는 이야기들을 적고 살짝 교훈을 가미한 전형적인 에세이를 탈피하고자 했다는 저자도 이러한 에세이의 공식을 크게 피해갈 수는 없었다. 공감의 메세지를 담고 있고 교훈을 살짝 풍기는 전형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이 책만의 독특한 문체와 살가움이 느껴진다. 글을 맛깔나께 쓸 줄 아는 저자의 필력에 감탄하며 나는 키득키득 웃고 있다.